[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4 (Phong N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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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4 (Phong Nha)

아랑다리 0 1681
키보드가 말썽이네요. ㅅ 과 쉬프트가 어제 아무리 해도 안되더니 또 되고... 이게 키보드의 하드웨어문제인지, 핸드폰의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5일만 더 버텨주기를...

http://lkfar.tistory.com/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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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g Nha, Phong Nha'


누가 어깨를 살짝 치며 귀에 속삭여서 잠에서 깬다. 아늑한 침대가 아닌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 E좁은 침대다. 방금 잠에서 깬 어리둥절한 상태에서도 플래쉬라이트를 꺼내 어두워진 실내에 빛을 보태며 서둘러 짐을 싸본다. 그런데 지금 몇시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이다.


조금 지나니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문득 이 버스는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다. 설마 호치민까지 가는건 아니겠지. 그냥 내리지 말고 따라가볼까. 생각만이다. 이곳에서 안내릴 이유는 없다. 모험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다.


짐을 다 챙기고 언제든지 뛰쳐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후에도 버스는 5분여를 더 간다. 어느 골목으로 접어드는걸 봐서 이제 마을에 들어온거 같다. 그러더니 거리 한 복판에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멈춘다.


가방을 가지고 복도에서 자는 사람들을 피해가며 손에 슬리퍼를 쥔채 버스에서 내린다. 7시쯤 탔으니 10시간 정도를 탄 셈인데 잠을 자서 그런지 그런 느낌은 없다.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깨서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시간에 호텔 잡는거는 문제가 없을까. 그것보다 체크인 시간이 걸린다. 짐을 맡기고 어디 선책이라도 가야하는거 아닐려나 걱정된다.


호텔 걱정은 기우였다. 트렁크에서 메인 배낭을 찾아 꺼내는데 호텔에서 나온 듯한 현지인 몇명이 보인다. 여기저기 전단지와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근데 저 인간 왜 나한테만 안주냐. 이곳에서 내린 여행자가 꽤 되는데 동양인은 또 나 혼자다. 지금은 누구와 대화할 정신도 없고 빨리 들어가서 잠을 자고 싶다.


내가 가서 직접 물어본다. 역시 호텔에서 나왔고, 에어컨룸에 10달라란다. 제일 좋은거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즉 1.5일에 같은 가격이라는거다. 나쁘지 않다. 첫 제안이 이런거 보니 둘러보면 더 좋은 곳도 있지 싶지만 새벽 4시에 어두컴컴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방을 찾느니 첫날밤은 여기서 숙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 여행자들이 고민하고 서 있을때 나는 그냥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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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잠시 앉아있는데. 펑냐의 첫 인상은, 밤이다. 당연히 한밤중인 이 곳에서 보이는건 건물 몇개뿐이다. 하지만 꽤나 건물들이 현대적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마을은 아니지 싶다. 벽에 걸려있는 안내그림들을 보니 동굴도 한두개가 아닌것 처럼 보인다. 그 중 하나는 어디선가 뛰어내리기도 하는거 같다. 여기서도 투어를 몇개 해봐야 할려나.


조금 있으니 다른 여행자를 스탭이 몇명 더 꼬시고 바로 옆의 호스텔로 들어간다. 근데 들어보니 2명도 10달라다. 나는 한명이다. 네고를 좀 해봐야겠다.


방을 보여주는데 뭐 나쁘지 않다. 깨끗하고, 에어컨 있고 화장실 깔끔하면 사실 나는 그냥 그게 그거다. 내려가서 흥정을 시작해본다. 2인에 10달라인데 혼자 쓰면서 같은 가격을 내기에는 억울하다.


16만동을 목표로 두고 얘기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매니저 덕분에 18만동에 최종합의한다. 9달라가 조금 안되는 가격이니 협상에 실패한 셈이지만 첫날 머물면서 이 이상 협상은 쉽지 않다. 혹시 이곳에 더 머물게 되면 이 협상을 더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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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들고 숙소로 들어와서 간단히 샤워부터 한다. 이제 5시다. 사실 일어날 시간이지만 에어컨과 침대의 유혹이 강렬하다. 몇시간이라도 더 자고 하루를 시작해봐야겠다.

9시가 지나서 좀 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여기 방은 창문이 벽을 향해 있어서 낮밤 구분이 안된다. 잠자기에는 좋지만 뷰는 없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돈 계산을 해본다. 이제는 여행 막판이라 추가 돈 공수를 받기 힘드니 매일 계산하면서 지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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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있는 돈이 4,700,000동과 10달라다. 10달라는 어제 그 한국 여성분에게 환전을 해주면서 생겼다. 나도 어차피 한국에서 공항버스를 타야 해서 나쁘지 않았다. 공항버스를 검색해보니 15,000원이다. 뭐 이리 비싸냐. 그럼 5달라를 추가로 빼야 하니 100,000동도 뺀다. 남은 돈은 4,600,000동, 이를 오늘부터 떠나는 날까지 모두 포함한 6일로 나누면 하루에 하루에 76만동, 3.8만원 정도다. 생각보다 빠듯하지 않다. 적당히 감안하면서 지내면 문제는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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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가지고 나오니 9시반이다. 그런데 오늘 뭐할까? 이곳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로비로 오니 오토바이를 하루에 10만동에 빌리라고 한다. 이곳에는 유명한 동굴이 다량 있어서 보통 다니면서 동굴 탐방하는게 주 관광루트인가보다. 투어가 아닌 혼자 다닌다는거는 마음에 든다. 일단 늦은 아침을 먹고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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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고 나오니 더위가 느껴진다.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더위가 가장 큰 변수일 수도 있겠다. 에어컨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들 정도다. 거리를 좀 거닐다 깔끔해보이는 카페가 보이기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빵과 오믈렛, 그리고 연유가 들어간 아이스커피, '카페스다'를 주문하고 키보드를 핀다. 뭔가 기운이 없다. 여행 다니면서 처음으로 입속에 뭔가가 났다. 피곤해서 난걸까, 긴장이 풀려서 난걸까. 두달 여행에서 남은 날이 총 6일이 안된다. 새로운 여행지에 왔으면 신나야 하는데 사실 그냥 무기력하고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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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여사는 조금 진지하게 여기서 인도로 한달 정도 더 연장하는건 어떠냐고 어제 얘기하더라. 살짝 유혹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생각 때문에 마음이 정해졌다. 이제는 돌아갈때이다. 여기서 더한 여행은 내 자신을 위한 여행이 아닌 그저 여행을 위한 여행이 될거 같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서, 가슴이 아닌 머리로 생각할때이다. 가슴은 충분히 뜨겁게 댑혀놓았다. 이제는 차가운 머리가 필요할때이다. 돌아가자, 가혹한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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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페의 스탭이 매우 친절하다. 게다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 교재를 보여주더니 와서 한국어로 이런저런 말을 걸어본다. 베트남인들의 이 적극적인 학습열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큰 나라이다. 교육과 학습은 모든 것의 근간이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내 이름인 '경훈' 제대로, 그것도 한번에 발음하는 사람을 만난다. 역시 한국어를 공부해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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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한국인 같이 안 생겼다고 한다. 아 또 꺼내야 하나. 운전면허증 사진을 다시 보여준다. 이 잘 생긴 사람이 어찌 이리 됐냐고 안타까워한다. 나는 안 안타까운데 사람들이 참 안타까워한다. 특히 우리 노여사께서. 뭐 이제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갈 날도 얼마 안남았다.

밥을 다 먹고 앉아있으니 이 여성분이 아예 펜과 종이를 가지고 와서 앉는다. 'Are you done?'이 한국어로 뭔지 물어본다. '다 드셨어요?'이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그릇을 다 치워버리면 나가라는 얘기로 오해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근데 '드셨어요' 설명이 쉽지 않다. '먹다'의 존칭인 '드시다'에 '~다'의 존칭인 '~시다'까지 이중 존칭이다. 뭔 존칭이 이리 겹겹이 쌓여있다냐. 이러니 데이브 같은 친구를 절대 못 만드는거다.

예전에 한국에서 하는 영어캠프에 스탭으로 참여한적이 있다. 제주도 가서 애들하고 놀아주고 돈 받고 한달을 보내니 꿈 같은 아르바이트였다. 당시 스탭들끼리는 영어를 써서 어린 스탭들과도 다 친하게 친구로 지냈었지만 서울로 돌아오면서 한글로 바꾸는 순간 친구가 아닌 형, 동생이 되어버렸다. 언어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뭐 꼭 뭐가 더 낫다는건 없는것 같다. 모든 장점과 단점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를 없애면 다른 하나도 같이 없어지는 법이다.

베트남에 오기 전에 이곳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안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막상 와서 겪은 이들은 다르다. 물론 미얀마 처럼 순수함이 넘쳐흐르는 자들은 아니다. 하지만 무지에 의한 순수가 아닌 호기심과 탐구열로 자신을 계발하면서 순수함과 친절함을 유지하고 있다.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여성스탭 '하'한테 베트남어에 대해서도 배운다. '비아호이'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은게 6성 때문이다. 이 성조를 이용해서 진짜 '비아흐이'를 연습한다. 이 마을에서의 일정도 같이 고민하면서 짠다. 어쩌다보니 이곳에 있는 현지인들이 모두 참여해서 도와줘서 같이 일정을 짜준다. 오늘은 일단 걸어서 가까운 동굴 두개를 보고, 내일 오토바이를 빌리고 좀 멀리 있는 동굴을 봐야겠다. 3일째는 한번 더 보던가 쉬던가 떠나야겠다.

베트남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교가 뭐냐고 물어보니 서로 물어보면서 '뭐지?'하는 표정으로 토의를 한다. 제 1의 대학교를 모른단 말인가. 학교 이름도 잘 모르는거 같다. 신선하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넘어야 하는 벽이 역설적으로 '명문대 출신의 벽'이라 생각한다.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벽이 가장 깨기 힘들다. 자부심이 허영심, 자만으로 이어지고 선택의 폭을 제한시킨다. 이건 사실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벽이다. 출신 학교 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리는 이 문화, 미국에서 영향을 받아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버린 이 문화를 깨야 진정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 개인도 이걸 극복 못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러길 바라는건 무리겠지.

어제 헤어진 런던으로 가신 분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파우스트'에 나오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란다. 이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모든 노력하는 자는 방황한다. 방황하지 않는 자는 노력하지 않는다. 생즉고, 우리는 안식을 얻을 수 없는걸까.

11시가 넘어서야 출발한다. 이 더위는 오늘따라 더 견디기 힘들다. 아까 '하'가 가라고 한쪽으로 무작정 걸어본다. 가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안나오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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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왠 관광버스들이 잔뜩 보인다. 뭐하는 차들일까. 지나쳐서 걸어간다. 좀 더 가니 강이 나타난다. 강 뒤에 산들이 보이는게 라오스의 마을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바람이 조금씩 불어줘서 한번씩 땀을 식혀준다. 하지만 역시 분도 안되어서 땀 범벅이 되었다.

한참을 그냥 걷는다. 여행 막판이 되면서 이렇게 그냥 거닐때면 자꾸 한국 생각이 난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는데 왜 난 벌써 한국에 돌아간걸까. 남들은 총 일정을 6일로도 오는데 벌써 이곳을 떠나있으면 어쩌냐. 다시 이곳에 존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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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슬쩍 보니 남자 둘이 말싸움을 심하게 하더니 기필코 한명이 얼굴에 주먹질을 한다. 펀치가 좀 약했는지 맞은 남자는 꿈쩍도 안하고 더 쳐보라고 달려든다. 주변에서 말리기 시작하고 소리가 커진다. 싸움구경이 잼있다지만 이런 타지에서는 아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하고도 눈을 안 마주치려 하며 그 자리를 피한다.

태어나서 친형 말고 주먹 다툼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 대신 어릴때는 친형과 참 많이도 다퉜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게 폭력으로 자기의 뜻을 알리는거라 믿으면서 형하고는 왜 그리 싸웠을까. 폭력이 일어날 일이 생기면 그냥 져주면 된다. 자존심 상하거나 비굴한게 아니다. 그냥 현명한거다. 사람은 대화라는 좋은 무기가 있다.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시 얘기해서 내 의사를 전달하면 되는거다. 물론 우리나라를 벗어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얘기다. 그래서 여자친구랑 있을때는 최대한 그런 곳은 미연에 안갈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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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가는데 이 길이 아닌거 같다. 같은 길이 이어질뿐, 동굴 그림자도 안보인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꺼내서 찬찬히 보니 이곳이 아니다. 한시간 정도를 온거 같지만 괜찮다. 꼭 동굴을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좀 걷고 싶었다.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아까 그 싸움은 상황이 심각해졌다. 처음에 주먹을 날린 그 청년이 지금은 칼을 들고 있다. 사람들을 불러들였는지 남자 네다섯명이 그 친구를 말리고 한명이 칼을 빼았는다. 도데체 집에 저런 정글도가 왜 있는걸까. 칼이라니, 남자의 폭력성은 제어가 안되면 정말 무섭다.

노여사한테 예전에 '남자는 근본적으로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고, 여자는 정신병을 내재하고 있다.' 라고 얘기하고는 했다. 정신병이라니 너무 극단적인 단어이지만 적당한 단어를 모르겠다. 3년 전쯤인가, 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홍대에서 갈빚집을 찾아해맨적이 있다. 이상하게 찾으면 안나오는 법이다. 결국 갈비집을 찾아 홍대에서 이대역까지 걸어왔는데 이때 노여사의 짜증이 폭발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갈비집이 없는건 내 잘못이 정말 아니지 않냐. 내가 갈비집을 하는건 아니잖아.

나중에 들어보니 데이트 한다고 이쁘게 하고 힐도 신고 나왔는데 계속 걸어서 짜증이 난거 같다. 짜증이 났지만 표현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한테 짜증이 분출된거다. 남자 입장에서는 이해 안되지만 여자는 그렇다. 이런걸 '정신병'이라고 표현하는건 좀 아니지 싶고, 여튼 이러한 걸 뜻하는거다.

반대로 연애 초기에 다투면 노여사가 입을 닫아버리는 상황이 많았다. 침묵이다. 답답함의 극치였다. 이때 나도 나한테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당연히 폭력을 휘두르는 미친짓은 안했지만 화가 극에 달하면 남자는 본능에 무너질 수 있겠다 싶었다. 남자와 여자, 둘다 완전하지 못하다.

칼이라니. 역시 눈을 깔고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지나간다. 다행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 하긴 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거다.

지나쳐서 왔던 길을 다시 쭈욱 되돌아오며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보니, 처음에 지나쳤던 그 관광버스가 많던 곳이 동굴로 가는 길이었다. 거기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단다. 다시 그쪽으로 돌아온다.

시간이 1시가 넘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들어가야겠다. 여기서 먹으면 비쌀듯 하지만 또 어디로 이동하기 애매해서 적당한 식당에 자리잡는다. 메뉴를 보니 역시나 비싼 메뉴들이 즐비하다. 그냥 껌가를 달라고 한다. 밥을 좀 먹을 필요가 있다. '차다'를 달라고 하니 못 알아듣는다. 메뉴에도 없다. 도시가 바뀌니 메뉴도 바뀐다. 그냥 얼음, '다'와 콜라를 달라고 한다. 물이 테이블에 배치되어 있길래 얼음에 따라서 시원하게 마셔준다.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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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밥인줄 알았더니 닭고기덥밥이라고 표현해야 맞겠다. 5만동이면 그래도 이곳에서 나쁘지 않다. 밥을 먹는데 옆테이블에서는 또 전화로 싸움이 났다. 이 동네 사람들이 다혈질인가. 뭔 싸움이 이리도 많이 일어난다냐. 난 마지막으로 싸운게 언제더라. 기억도 안난다.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동굴을 가봐야겠다. 6.5만동을 계산하고 나온다. 뒷편으로 싸우는 소리가 더 커진다. 전화로 싸우더니 이제는 같은 자리에 있는 남편과 싸운데. 그래, 남자가 봉이지 뭐.


티켓 판매소로 가본다. 이거 근데 뭐라뭐라 써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일단 숫자 단위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 아무리 지켜봐도 모르겠기에 그냥 판매소의 사람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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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15만동이다. 7달라 정도, 비싸긴 하지만 낼 수는 있겠다. 헌데 보트값이 32만동이란다. 16달라다. 이건 너무 비싸다. 이럴 수가 있나? 자세히 들어보니 이게 14명분이란다. 혼자 가나 14명이서 가나 전체 가격을 같단다. 14명이 가면 1.5달라 정도니 가능하지만 혼자서 가면 포기해야 할 가격이다.


일단 앉아서 한번 기다려본다. 하지만 여기서 14명을 모으는건 불가능해보인다. 단체로 오는 사람들은 모두 투어를 껴서 오는 사람들이고 홀로 오는 여행자들은 거의 안보인다. 게다가 그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덥다. 베트남 더위는 정말 독을 품고 있다.


좀 기다리다 나서본다. 멀리 있는 동굴은 오토바이를 빌려야 해서 내일 가려고 하고 근처 공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이나 가봐야겠다 싶다. 그쪽 길로 걸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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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걸어가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베트남 남부에서 오후 한두시에 때양볕을 걷는 행위는 자살행위다. 이건 진짜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땀에 익숙해진 나지만 이건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황급히 발길을 돌린다.


일단 호텔로 돌아온다. 지도를 펴고 펑냐동굴의 14명 보트에 대해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좀 미리 얘기해주지. 이 동네 이름이 펑냐니 펑냐 동굴에 가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거기는 인연이 아닐거 같다. 대신 Dark Cave라는 곳은 32만 바트로 비싸긴 하지만 혼자 갈 수 있고 짚라인과 수영장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고 한다. 여기나 가볼까.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오토바이 빌리는게 10만동이니 지금 오후 2시부터 빌리는건 얼마냐고 물어보니 같은 10만동이란다. 아무리 얘기해도 요지불통이다. 에이 그냥 안가. 오전부터 땀을 너무 흘려서 좀 쉬고 싶기도 하다. 오늘은 방에서 좀 쉬다 저녁에 나와서 마을이나 좀 보고 제대로 동굴을 보고 하는건 내일로 미뤄야겠다.


사이공맥주를 팔기에 1.2만동을 주고 하나 사온다. '다', 얼음을 달라고 울부짖는다. 컵에 얼음을 서너개 담아준다. 얼음은 어디서든 공짜다. 방으로 오자마자 에어컨을 키고 옷을 벗어재낀 후 찬물로 샤워를 한다. 일단 물을 얼음컵에 담아서 한잔 쭉 들이킨다. 그 다음 맥주를 담아서 천천히 마신다. 아 이제 좀 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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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을 시원하게 쐬면서 책을 본다. 원래 여행지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죄책감을 느끼지만 지금은 그런것도 없다. 너무 덥기도 하고 그냥 뭔가를 억지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7시까지 왕좌의 게임을 본다. 1편을 다봤다. 이거 진짜 명작이다. 예전에 글을 안쓸때는 몰랐던 것들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여행기를 쓰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상황에 대한 묘사와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게 영어든 한글이든 느껴진다. 진짜 앞으로 글을 나의 '예술'로 할까 싶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나오니 해가 진 이 시간에도 열기가 느껴진다.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외롭다 보니 맛있는걸 먹고 싶다.


거리를 걸어가 보니 두군대가 눈에 띈다. 바로 앞에는 서양인들이 클럽 분위기를 내며 시끄럽게 놀고 있다. 스윽 보니 수영장이 있다. 이 더위에 수영장은 탐나지만 절대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다른 곳은 아침을 먹었던 그곳이다. 거기 유명한가보다. 서양인들로 만석이다. 역시 싫다. 관광객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길을 한번 쭉 갔다가 돌아온다. 여기도 비수기의 영향인지 그 두곳 말고는 모두 한가하다.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Han Quoc', 즉 한국이라 쓰여있는 곳이 보인다. 한국음식을 이런 곳에서도 파나? 한번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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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은 설명을 보아하니 빈대떡이다. 물론 7만동의 빈대떡을 먹을 생각은 없다. 대신 메뉴에 돼지다리로 만든 쌀국수가 눈에 띈다. 족발인가? 처음보는거는 먹어봐야 한다. 넴을 물어보니 3천동이란다. 설마.... 설마 3만동을 잘못 얘기하는건가 싶었는데 써주는걸 보니 3천동이 맞다. 3만동짜리 국수와 넴 3개, 그리고 1.5만동짜리 가장 싼 지역맥주 사이공 비어를 하나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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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현지 남자들이 상체를 벗고 술을 마시고 있다. 안에서 먹기는 너무 덥다. 바깥에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그 옆에 자리를 펴준다. 얼음, '다'를 꼭 달라고 얘기한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베트남어로 얘기하면 눈에 띄게 호의적으로 변한다. 이거의 핵심은 성조다. 초반에 나도 모르게 영어식으로 얘기할때와 지금 두세단어를 제대로 발음할때와 이들의 눈빛이 변한다. 자기 나라를 이해하려는 사람을 등외시하는 곳은 없다.


앉아서 조금 있으니 맥주와 음식을 가져다준다. 혼자 마시고 있으니 옆에 테이블의 아저씨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 테이블이 별도긴 하지만 옆에 딱 붙어있어서 자연스럽게 같이 건배를 하고 마신다. 건배가 '조'였던가. 근데 못 알아듣는다. 그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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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나온다. 이 국수 마음에 든다. 돼지냄새를 제대로 못 없앴지만 오히려 그런 강한 맛이 술과 맞아떨어져서 좋다. 난 성격은 안그런데 미각은 강렬한 수컷인가보다.


옆에 남자분들은 영어를 정말 한마디도 못한다. 이분들은 보아하니 그냥 맥주를 곽으로 쌓아놓고 드신다. 나는 베트남어는 못하고 이분들은 영어 한마디를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몇가지 단어를 알아듣는다.


첫번째, '탐'. 탐을 외치고는 원샷을 한다. 뭐 이건 쉽다. 같이 원샷을 한다. 이분들은 무조건 짠을 하고 다 같이 마신다. 물론 매번 원샷하는건 아니고 '탐'을 외칠때만 한다. 근데 내 바로 옆에 분이 술을 잘드시는지 나를 보고 계속 탐을 외친다. 마시지 뭐. 까짓거.


그러다 '뷔 뷔베'라고 얘기를 하며 땀을 안하고 짠만 한다. 이건 무슨 말일까. 아직 모르겠다. 맥주가 다 떨어져서 더 시킬까 하는데 자기들 술을 따라주며 '뷔 뷔베'라고 한다. 아, 이거 왠지 '부담갖지말아라' 이 얘기 같다. 물론 진실은 저 넘어에. 하지만 지금 순간은 이렇게 이해한다.


또 하나의 기술을 익힌다. 이분들은 맥주병을 맥주병으로 딴다. 라이터나 숫가락으로는 나도 잘 따지만 이런 기술은 처음이다. '뻥'소리가 나는게 아주 시원하다. 한번 시도하다 실패하고 대신 따줘서 마신다. 두번째 병때 6명의 현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한다. 포인트를 캐치했다. 이거 사실 좀 위험하긴 한데 한국 가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인거 같다.


어쩌다 보니 많이 마셨다. 맥주 2병을 마시고 얻어먹는게 미안해서 한병 더 시켜서 이분들께 따라준다. 근데 그냥 나 먹으라고 한사코 거절하신다. 나도 '뷔 뷔베'라며 부담갖지 말라고 얘기하니 깔깔거리시지만 그래도 거절하신다. 결국 이것도 내 술이다.


나랑 제일 잘 맞추던 분이 이제 자기는 자러 간다는 시늉을 하며 '슬퀴에'라고 한다. 자러 간다는 거겠지? 언어는 원래 이렇게 배우는게 잼있고 좋다. 근데 자꾸 안주까지 챙겨주신다. 이거 부담스러운데. 근데 자꾸 '뷔 뷔베'라고 한다. 저건 부담 갖지 말라는거 확실하다.


나도 탐을 몇번 외친다. 얼음이 부족하면 '다'라고 얘기한다. 여기도 캄보디아처럼 얼음은 손으로 넣어준다. 익숙하고 좋다. 화장실을 가니 구멍 하나가 뚫려있다. 이것도 좋다. 중요한건 사람의 마음이다. 아낀다는 마음, 아껴준다는 마음.


데이브 일행과 헤어지고 그 구멍이 생각보다 컸나보다. 오늘 하루 이 때문에 힘들어하다, 말 한마디 안통하는 이들에게 구멍이 채워진다. 여행 다니면서 항상 느끼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건 복잡한 말이 아니라 미소 하나다. 나는 정말로 독립적인 사람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다.


근데 내 옆에 분 자러 간다더니 또 마시고 있다. 뭐 다 그런거지. 그렇다면, 나도 '탐'을 몇번 외친다.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몇명 더 합류한다. 여기는 보아하니 그냥 지나가다 다 앉아서 마시나보다. 부인들은 또 옆에 따로 놀고 있다. 이거 뭔가 부럽다. 한국에서는 술 한번 마실려면 재수씨들한테 허락받고 난리도 아니다. 애들은 또 옆에서 놀고, 목욕도 시킨다.


노여사와 얘기를 하면서 이제 귀국할거라고 얘기한다. 여행 다니면서 내가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좀 너무 변했다. 왠지 이보다 더 변하면 문제가 될거 같다. 저번에 제주도를 갔다 온 이후 나 혼자의 시계가 느리게 가는 바람에 서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때와 비교 못할 만큼 정말 변했음을 스스로 느낀다. 변화가 좋긴 하지만 혼자만의 변화는 싫다. 돌아가서 싱크를 한번 맞춰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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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한곽을 다 마셨기에 이제 파하는건가 싶었는데 두번째 곽을 들고 온다. 이곳 사람들도 정말 술을 엄청 마신다. 물론 나한테보다는 싸게 팔겠지? 나한테 한병이 1.5만동인것도 700원 정도니 엄청 저렴한건데 왠지 더 쌀듯하다. 사파에서 비아호이를 1.5만동에 팔기에 싸다고 생각했던게 생각난다. 미쳤던게지.


마시면서 화장실 갈때 짐도 다 놔두고 간다. 난 나름 현실적인 사람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쁜 사람일 수는 없다. 훔쳐간다면 이 중 한명은 분명 뭐라고 할거며, 이걸 들고 화장실 가는 모습이 오히려 안좋게 보이는게 더 크다.


이 상황이 뭔가 묘하게 밸런스가 맞는게 만약 내가 할일 없이 앉아있으면 말이 안통해서 서로 어색할거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고 이들은 깊은 대화를 나누다 한번씩 짠을 한다. 나도 외롭지 않고 이들도 새로운 얼굴로 인하여 즐겁다. 이상적이다. 단 하나 문제라면 글 쓰는걸 멈출 수 없다는거다. 이걸 멈추는 순간 어색해진다.


비아호이가 문화를 만든게 아니라 문화가 비아호이를 만들었나보다. 이 모임에 사람들이 계속 합류한다. 스쿠터가 지나가면 소리 질러 불러서 합석 시킨다. 그러면 또 한잔 마시고 가던 길을 간다. 이거 나중에 계산은 도데체 어찌하는걸까. 젊은 아이들도 몇명 왔다 가지만 영어를 하는 이는 없다. 뭐 그게 낫다. 여기서 미국식 영어를 솰라솰라 하고 싶지 않다. 아 진짜 영어는 필요함을 느끼지만 미국식 영어는 없애고 싶다.


내 전용 맥주병만 4병이다. 얻어먹은거까지 치면 더 많을거다. 취했지만 왠지 일어나기 싫다. 나 정말 사람이 그리운가보다. 숙소의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 이런 고민하는 와중에 이들이 떠날려고 하는가보다. 한번 중간정산을 하고 계산을 한다. 보아하니 서로 덜 낼려는게 아니라 더 낼려고 난리다. 나는 덩달아 다섯병을 먹는다.


그 중에 젊은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씩 진짜 조금씩 영어 단어 한마디가 통한다. 이거 알고 보니 모두 가족이었다. 이 식당의 주인 부부의 매제, 동생, 등 이리저리 얽혀있는 모두 한 핏줄이다. 옆에서 보이던 귀여운 아가는 심지어 늦둥이였다. 언니는 18살인데 아가는 2살이다. 내가 아빠를 향해 엄지를 척 드니 아빠 엄마가 엄청 부끄러워한다. 뭘 부끄러워하셔, 금슬이 좋은거지. 뭔가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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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계산을 하고 떠나고 내 옆에서 나를 챙겨주던 그 분과 가족만 남는다. 이제는 자리를 합친다. 더 이상 글을 쓰면서 다르게 앉아있을 수 없다. 그 분 딸도 귀엽다. 그냥 딸이 귀여운건가. 혹시라도 자식을 낳게 되면 난 아들 정말 싫다. 무조건 딸이 진리다!


한잔 마시고 있는데 술 취한 서양인들이 지나간다. 한놈이 취해서 갑자기 비틀 비틀 가까이 걸어오더니 털썩 주저앉는다. 같이 좀 마실까 싶었는데 이놈은 완전히 맛탱이 갔다. 동료들이 데려가고 싶어해서 떠나보낸다.


캄보디아에서도 느꼈지만 술 마실때 꼭 말이 통할 필요는 없다. 말이 안통하지만 몇몇 아는 단어로 생각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술 잘 드시던 분의 아들과 그 친구와도 대화를 한다. 이 친구한테 들으니 '뷔베'가 'Happy'란다. 그럼 그리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주면서 행복하냐고 물었던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면 뭔가 어색하다. 하지만 여행 다니면서 가장 많이 쓰고 듣는 말이 행복인거 같다. 심지어 캄보디아의 그 사기치던 총각도 계속 행복하냐고 물었었다.


젊은 베트남 총각들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청난 관심을 갖는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으니 구글 통역기까지 꺼낸다. 번역기로 돌리니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서 의사소통이 잘된다.


한국에서 내가 일년에 얼마 버는지를 물어본다. 뭐지? 덤탱이 씌울려고 하나? 그리고 그걸 떠나서 난 벌지를 않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당황스럽다. 왜 알고 싶냐고 물어보니 뭐라 하는데 알아듣기 쉽지 않다. 하지만 눈치껏 잘 살펴보니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거 같다. 이런,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한국에서 일하면 연봉 2000만원 정도 받을거라고 얘기해준다. 근데 영어도 못하는 베트남 노동자가 그정도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엄청 많이 받는다고 매우 좋아한다. 이 사람아 벌이만 생각하면 어떻게하니, 물가를 알아야지. 물가를 얘기해주고, 또 한국에서 받게 될 차별을 알려준다. 오지마, 오지마.


내 오지말라는 의사는 전달이 되었지만, 이 친구 생각이 잘 안바뀐다. 현재 베트남의 실업률이 큰 문제라고 한다.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꽤 높지 않나? 실업률이 아니라 원하는 일자리가 없는거겠지. 옆에 아버지는 아들이 허영심이 들어갔다고 느끼는지 좀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


사실, 아메리칸 드림이나, 코리안드림이나 다를건 없을거다. 난 둘 다 반대다. 일단은 굳이 그쪽을 가서 행복을 추구할 필요가 있냐 싶고, 현실적으로 언어의 장벽은 고급 인력마저 하찮은 인력으로 바꿔버린다. 언어가 문제 없다면 인종의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사실 어디서나 일하는건 다 비슷하다.


12시가 되어가니 여기 식당은 문을 닫고, 사장님 내외도 앉는다. 하지만 이제는 가야할 때다. 너무 늦기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맥주를 너무 마셨다. 하지만 희한하게 취하지를 않는다.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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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하는데 12만동이란다. 에? 어떻게 그거 밖에 안나왔지? 식사만 해도 4만동은 되고 맥주를 8명은 넘게 먹은거 같다. 내가 잘못 계산한거 아니냐고 하니 맥주를 1.5만동이 아닌 1만동으로 계산했단다. 현지 가격인가보다. 맥주 한병이 500원이다. 가성비로만 따지면 비아호이보다도 좋아보인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런 마음 씀씀이도 고맙다.


내일 저녁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오토바이로 태워준다고 하지만 어차피 걸어서 5분 거리다. 그리고 취한 아저씨 오토바이 안탑니다. 혼자 어두워진 거리를 돌아간다.


숙소 앞에 그 수영장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아직도 자기들끼리 파티중이다. 하지만 오늘 내 파티가 더 즐거웠다. 이분들 덕분에 허했던 마음이, 뚫려있던 빈자리가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다.


근데 숙소를 못 찾겠다. 그정도로 취하지 않았는데. 왔다갔다 하며 보니 셔터를 내려서 못 찾는거였다. 셔터를 쾅쾅 두드리니 안에서 누가 나와서 열어준다. 아무리 그래도 셔터를 내리면 어떻게 하니. 12시밖에 안됐는데. 내일은 좀 일찍 돌아와야겠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했지만 또 많은 것을 한 날이다. 관광은 아무것도 안했지만 떠나있던 마음을 다시 잡아왔다. 이제 남은게 5일이다. 다시 여행자로 돌아와서 마지막 5일을 보내보자. 여행은 아직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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