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5 (Dien Bien P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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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5 (Dien Bien Phu)

아랑다리 3 3231
실시간으로 매일 여행기를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베트남 게시판까지 왔네요.

글이 정보성 글이 아니라 개인적인 소감인지라 읽으실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15일 동안 가능하면 매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여행기는 블로그에서 보시거나 여기 다른 게시판에 보시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7만원짜리 핸드폰을 쓰고 있는지라 사진까지 퍼오는건 너무 어렵고 사진을 보실려면 블로그에서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http://lkfar.tistory.com/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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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디디딩"


고요한 방에 울려퍼지는 커다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순식간에 일어나서 알람부터 끈다. 알람소리에 일어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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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은 무슨, 불면증은 무슨... 아주 자알 잤다. 몸이 이보다 개운할 수 없다. 언제나 잘 자지만 어제는 특히나 잘 잤던거 같다. 이불에 이상한 벌레 죽은게 서너개 보일때만 해도 좀 찝찝했는데 걷어내고 패딩을 덮고 모기장을 침대에 펼친 이후 완전 아늑한 잠자리가 되어버렸다.


밤새 정전이었다. 상관은 없지만 핸드폰 충전이 제대로 안되었다. 오늘 핸드폰은 오로지 글 쓸때만 이용해야겠다. 아직 정전이기에 익숙하게 손전등을 꺼내고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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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도 말끔히 비워낸다. 몸이 여행에 최적이 되어버린걸까. 오늘 하루 시작이 아주 좋다. 오래 이동하는 날 아침에 모든것이 이리 잘 풀리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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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싸가지고 강가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이제 전기가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충전을 더 하게 핸드폰을 꼽아놓고, 여사장님을 부른다. 계산을 해야 한다. 어제 저녁부터 계속 계산한다고 하는데 나중에 하라고 하셔서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안나오셔서 몇번을 불러서 나오시게 한다. 돈을 내고 싶어도 받아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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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값, 아이스커피, 물한톰, 맛 없던 호박스프, 밥, 그리고 비어라오까지 적어놓고 계산을 하신다. 암산을 해보니 71,000킵이다. 헌데 91,000킵이라고 하신다. 내가 다시 일러드리니 '아 그러네'라는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71,000킵이라고 하신다. 이 사장님 성향상 일부러 그런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산수가 익숙하지 않으신거 같다. 그러고 보니 내가 라오스 초반에 겪었던 잔돈 실수가 다 이렇게 산수의 문제였을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6시다. 6시반정도까지 가보라고 했으니 조금 밍그적 거리다가 가방을 메고 일어난다. 여사장님이 버스가 없으면 11시 버스 타야 하니 다시 돌아오라고 하신다. 물론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 손짓발짓 동원해가며 겨우 얘기한다.


오늘 7시 버스가 있을까? 7시차를 타야 시 정도 도착이니 만사가 잘 풀린다. 7시 버스는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고, 11시 버스는 우돔사이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버스, 그리고 2시 버스는 퐁살리에서 출발해서 이곳을 거치는 버스라고 한다. 결국 베트남으로 갈려면 여기를 무조건 거쳐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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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데 길에 이쁘게 차려입고 손에 밥을 들은 아낙네들이 많이 보인다. 어? 말로만 듣던 탁발인가? 궁금해서 한번 서둘러 가보니 앞쪽에 스님들이 모여있고 아직도 탁발을 진행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도 안봤던 탁발을 이곳에서 우연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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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들이 한줄러 꿇어앉아있고 스님들이 줄지어서 지나가면 밥을 조금씩 드린다. 밥을 받은 스님들은 줄 서서 감사의 인사로 경전인가를 읊어준다. 여기 사람들이 정말 깨끗하고 이쁜 옷을 갖춰입고 나온 것을 보니 믿음이 느껴진다. 이런 순수한 모습은 좋다. 하지만 여기에 카메라를 들이댈려니 뭔가 아닌거 같아서 살짝 두어장만 찍고 지나간다.


버스 시간도 문제지만 도데체 어디서 기다리는지 알수가 없다. 그냥 큰 가방을 들고 있으면 알아서 멈춘다는건가? 뭔가 불안하다. 하지만 이런 불안함이 또 어찌 보면 여행의 매력이다. 여행 책자 어디에도 없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없는 정보를 내 발로 탐험하는 이런 느낌이 배낭여행만이 갖는 스릴 아닐까. 그래, 한동안 이런 스릴이 좀 부족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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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나와서 두리번 거리며 쳐다보니 왼편 은행 앞에 버스 여러대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어? 저건가? 너무 쉬운데? 혹시나 하면서 그 앞으로 가니 아저씨들이 앞에 앉아있다. 베트남 가는 버스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하, 어제부터 꽤나 걱정했던건데 너무 쉽게 해결됐다. 이래서 걱정은 의미 없다. 그 순간이 되면 길들을 알아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해야 하는건 걱정이 아니라 준비다.


버스값은 6만킵이란다. 아직 15만킵이 남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남겼다. 뭐 Dien Bien Phu에서도 라오스로 넘어가는 여행자들이 있을테니 그들하고 바꾸면 된다. 라오스돈도 있고, 베트남 돈도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뒷편에 자리를 잡는다. 이 차도 역시 현대차다. 분위기를 보니 쉬운 버스 이동은 아닐듯 하다. 중간에 한두번 망가지지 않는다면 라오스에 있는 현대버스라고 할 수 없다.


오늘은 이동을 해야 해서 아침도 안 먹고 탔다. 물도 가능하면 안마신다. 혼자 여행 다니다 보면 가방을 봐줄 사람도 없어서 가능하면 자리를 안비우는게 최고다. 타는 사람들을 보니 여행자는 단 하나도 없고 다 현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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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쯤 되니 표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나도 나가서 줄을 서서 표를 산다. 아까 얘기한데로 6만킵이다. 표를 사며 보니 여기도 운무가 쫙 깔려 있다. 라오스 북부지역에서는 어디든 아침에 운무를 볼 수 있다. 6만킵으로 표를 사고 다시 자리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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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니 갑자기 아까 표 팔던 아저씨가 나한테 표를 하나 더 가지고 온다. 뭐지? 나 표 있다고 꺼내 보여드리니 혼란이 오신듯 하다. 아마 나는 외국인이라 표를 사러 안오고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했나보다. 이래서 표를 받으면 절대 버리면 안된다. 무슨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7시가 좀 넘으니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버스는 출발한다. 버스 안의 사람들의 모습과 언어가 익숙하지 않다. 반 이상은 베트남 사람인듯 하다. 내 자리가 비어있어서 가방을 치워주지만 아무도 안앉으려 한다. 해치지 않아요. 결국 마지막에 탄 청년 하나가 재수 없게 내 옆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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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외국인은 나 혼자다. 아, 베트남 사람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한다면 반 이상이 외국인이겠다. 여기에 한국인이나 일본인, 혹은 다른 어떤 여행자라도 한명 만났으면 엄청 친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괜찮다. 나도 생긴게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달반 동안 진행된 현지화 프로젝트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버스가 출발하고 베트남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들뜨기 시작한다. 미국을 유일하게 이긴 나라, 생맥주의 나라, 베트남으로 나는 떠난다!


사실 약 8년전에 회사 출장으로 베트남을 한번 간적이 있었다. 물론 힐튼호텔에서 자고 3박4일 일정이었으니 '여행'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때 부장님과 과장님들과 함께 저녁에 바에 들렸었다. 나는 사실 바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진정한 이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 좀 친해진 바텐더였던 여성분에게 딜을 했었다.


"우리는 친구니까, 내일 하루 다니는거에 모든 것을 내가 지불할테니 니네가 나한테 이 도시를 보여줄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와서 이리 제안하니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정말 순수하게 외국인들이 가기 힘든 도시의 구석을 보고 싶었다. 두명이 이 제안에 좋다고 합의를 해서 다음날 만났다.


원래 과장님 한분도 같이 하루 다녀보자고 했었지만 결국 무섭다고 그분들은 못 오고, 나 혼자 다니게 되었다. 두 여인의 스쿠터 뒤에 타고 정말 힘든 경험을 많이 한거 같다. 길거리 아이스크림도 먹고, 개구리 뒷다리도 먹고, 어느 구석 동네로 가서 전통주도 사왔다. 저녁에는 샤브샤브 같은 것도 멋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에 빠이와 루앙프라방에서 먹은 그 BBQ 아닌가 싶다. 12시가 넘어가니 가게 문을 닫아잠그고 먹다가 경찰이 지나가면 불을 끄고 조용히 있었던 건 사실 약간 무서운 경험으로 기억된다. 인도 여행도 가기 전이라 사실 좀 불안하고 무서운 하루였지만 아마 이때부터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것 같다.


물론 다음날에는 호텔에 쳐박혀서 나가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진짜 '무서웠다'. 뭐가 무서웠을까. 그 여인 둘 중 하나는 뭔가 나한테 다른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내가 너무 순수하게 노니까 흥미를 잃었는지 연락이 끊겼고 다른 여성분은 한국 와서도 전화도 오고 한동안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대화가 안되니 결국 연락이 끊겼었다.


8년만에 그 베트남에 돌아간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지만 다른 나다. 이번에는 스쿠터 뒤에 탈 필요도 없고 사람들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 그때는 대한항공을 타고 갔지만 이번에는 8천원짜리 버스를 타고 넘어간다. 그때는 30만원짜리 호텔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아마도 5천원짜리 방에서 지내게 될거다.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주어진 오늘부터 15일동안 진정한 베트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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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여행에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그런게 아니다. 이동 자체가 여행의 일부분이다.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만에 갈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조금씩 변해가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국경지대로 가면 두나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Muang Khua에서만 봐도 베트남 음식을 파는 곳이 많이 보이고 베트남 언어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대여섯시간에 이동이 어찌 보면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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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10시쯤 되서 갑자기 차가 멈추며 모두 내리라고 한다. 보아하니 라오스 국경에 도달한거 같다. 황급히 여권을 챙기고 혹시 몰라서 지갑과 함께 가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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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하나 있고,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가까이 가보니 여기가 Passport Control인거 같다. 다른 사람들에 껴서 나도 여권을 제출해놓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도 가지고 온게 비자가 필요한가 싶다. 근데 베트남하고 라오스 사람들 밖에 없는것 같은데 비자가 필요할게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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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내는거 같은데 나는 별 얘기 없어서 그냥 있는다. 조금 기다리니 내 여권에 라오스 출국 도장을 찍고 나에게 돌려준다. 돈 달라는 소리가 없다. 안내는건가? 달라는 말이 없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지.


차는 빈차로 국경을 지나오고 그리고 다시 모두 차에 탑승한다. 혹시 몰라서 베트남 입국 도장은 다음 세우는 곳에서 받는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라오스 입국할때 한번 경험했던 터라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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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시 출발한다. 그렇다면 이곳은 공동경비구역인건가? 라오스 국경에서 베트남 국경으로 차는 이동한다. 15분 정도 가더니 다시 차를 세우고 모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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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베트남 입국 수속을 한다. 베트남은 확실히 뭔가 깐깐함이 보인다. 공무원들 표정도 좀 굳어 있고, 총을 들고 다니는 군인들도 간혹 보인다. 이러니 내가 8년전에 베트남을 무서워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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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여권 위에 내것을 올려놓는다. 내 위에도 여권이 몇개 쌓인다. 공무원이 들어오더니 하나씩 처리하는데 위에것부터 집어든다. 늦게 낸 사람이 이익인 셈이다. Last In First Out이다. 난 꽤나 늦게 내서 좋아라하는데 내 차례가 되니 스윽 보더니 옆으로 집어던지고 다른 걸 먼저 처리한다. 에잇, 아마 마지막에 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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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앉아서 기다리다 다시 가보니 내 차례가 와간다. 내 여권을 보더니 한참을 뒤적뒤적인다. 비자를 찾나? 한국인은 비자가 필요없다. 근데 그러다가 옆 사람한테 넘긴다. 옆 사람도 한참을 빈 종이까지 뒤진다. 뭔가 불안해진다. 혹시 몰라서 핸드폰 배터리도 남겨놨다. 이번에는 한국 가는 비행기표까지 있으니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러다 도장을 찍고 날짜를 적어준다. 비행기표를 달라는 얘기도 없다. 한참 찾은게 생각해보니 최근에 베트남 입국 기록이 있는지 찾는거였나보다. 태국과 다르게 베트남은 한번 입국하면 3달간 입국금지라고 들은거 같았다. 출국 날짜를 보니 19일이다. 라오스는 14박15일이더니 여기는 15박16일인건가? 어제 넘어왔어도 될뻔했지만 뭐 큰 상관없다. 그냥 예정대로 18일에 귀국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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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다시 빈차로 넘어가고 여권을 들고 가니 한명씩 체크하면서 통과시킨다. 모두가 올라타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이제는 진짜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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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경을 통과했다고 변하는건 없다. 국경은 사람의 선이지 자연이 그어놓은 선은 아니다. 바뀌는건 사람들과 문화 뿐이다. 이건 도시를 들어가야 확실히 느껴질거다. 퍼와 생맥주를 마시는 그 순간이 내가 베트남에 도착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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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그 이후로도 한시간 정도를 더 달리더니 큰 도시에 들어선다. 도시를 들어서니 바로 Bia Hoi라는 간판이 수 없이 보인다. 오늘 드디어 생맥주를 먹게 되는건가.


Diem Biem Phu 버스터미널에 버스가 정차하니 모두가 자기 짐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나도 가방을 챙기고 혹시 놔두고 내리는건 없는지 한번 더 확인 후에 내린다. 이제 베트남 여행의 시작이다.


버스를 내리니 왠 할머니들이 잔뜩 와서 호객행위를 하신다. 하지만 문제가 이분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시니 뭐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중 한분이 명함을 주는걸 보니 아마도 게스트하우스 홍보를 하는거 같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일단 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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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사파를 가기 위해 표를 먼저 좀 알아본다. 여기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신다. 숫자도 못한다. 이 나라에서 의사소통하기 어렵겠다. 오늘 당장 숫자 정도는 빨리 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의사소통이 되서 사파는 내일 아침 6시반에 출발하고 210,000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표를 살까 하다 혹시나 해서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오기로 마음 먹는다.


베트남의 첫인상은 라오스보다 훨씬 선진국으로 보인다. 사람들도 그러하고 거리의 모습도 그러하다. 이곳이 수도가 아닌 북부의 한도시임에도 대도시의 냄새가 물씬 난다. 라오스에서는 비안티엔에서마저 잘 느끼지 못했던 그 냄새다.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 숙소는 가까운게 최고다. 바로 앞에 가서 물어보니 200,000동이란다. 올때 대충 알아보니 대략 20으로 나누면 한국돈이 된다. 그렇다면 10,000원이다. 하루 잘건데 좀 비싸다. 옆집으로 가본다. 여기는 100,000동이다. 5천원이다. 아주 적당하다.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 어두컴컴한 독실과 넓고 베란다가 있는 2인실을 보여준다. 2인실은 도미토리라고 해야 할까나. 침대 큰거 두개에 화장실 하나이니 도미토리는 맞다. 잠시 고민하다 큰방으로 선택한다. 굳이 혼자일 필요도 없거니와 누가 오늘 올려나 싶다. 안오면 내가 독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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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베트남에서의 첫 식사를 하자. 멀리 갈거 없이 이 게스트하우스 1층의 식당이 좋아보인다. 사람도 계속 많고 쌀국수와 모든 메뉴가 보인다. 바로 1층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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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장님도 정말 영어는 숫자밖에 모른다. 이제 베트남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진짜 오늘 저녁에 공부 좀 해야겠다. 일단 뭐 볼거 있나, 쌀국수를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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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니 제대로 된 쌀국수 한사발이 나온다. 그래, 이게 진정한 쌀국수다. 고수도 따로 갔다주신다. 고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팍팍 집어넣는다. 거기에 몇가지 양념을 더 넣는다. 하지만 한국의 쌀국수집을 가면 항상 있는 그 두가지 양념은 막상 이곳에는 안보인다. 한국인이 개발한걸까.


한입 떠 먹어보니, 그래 역시 이 맛이다. 숫가락으로 국물을 퍼고 그 위에 국수를 올려서 먹는다. 국물이 시원하다. 이제 보름 동안 주구장창 이 퍼를 먹어야 한다. 최소한 하루에 한번은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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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먹으면서 사람들을 지켜본다. 왠 순대 같은 것도 먹고 전골 같은 것도 안주 삼아 먹는다. 저거 꽤나 맛있어 보인다. 이따 저녁에 한번 시도해볼까 싶다. 베트남의 첫인상이 너무 좋다. 음식이 마음에 들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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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하나도 시켜서 같이 먹는다. 하지만 맥주는 생맥주가 아니다보니 그다지 감흥이 없다. 괜히 시켰다. 배부르게 먹고 계산하니 50,000동, 2500원이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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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은행을 찾아 나선다. 사파로 가면 작은 동네라 환율이 안좋을수도 있을거 같다. 여기서 최대한 환전을 해놓는게 좋겠다. 게다가 아까 국경에서 라오스 킵을 환전한다는걸 깜박했다. 안찾아봐서 어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는 국경 근처니 환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헌데 가게들이 문을 다 닫았다. 은행마저 닫았다. 오늘 주말인가? 혹시나 싶어 요일을 찾아보니 목요일이다. 뭐지? 국경일인가? 일단 어쩔 수 없다. 사파까지 가서 하루이틀 머물 돈은 있으니 나중에 환전해야겠다. 그래도 어제 그 여행자들과 돈을 바꿔놔서 정말 다행이다.


다시 버스 정거장으로 간다. 사람이 바꼈길래 다시 물어보니 사파 가는 버스가 저녁 6시에 있단다. 어, 그럼 아침에는 없는건가? 영어가 안통하니 얘기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어렵게 얘기를 해서 아침에도 있다는걸 알게된다. 어차피 사파까지는 10시간의 여정이니 아침이 낫다. 저녁 6시에 출발하면 새벽 4시에 도착해서 참 애매한 시간이 된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편두통이 온다. 한국에서는 자주 있던 편도통이지만 여행와서는 한달반만에 처음이다. 어제 저녁을 제대로 안 먹어서 그런걸까? 더위를 먹어서 일수도 있겠다 싶다.

숙소로 와서 물을 하나 사가지고 올라간다. 방문을 열어보니 다른 침대에 사람이 있다. 어떤 현지 할머니와 손녀 같다. 여기는 외국인 위주가 아닌 현지인들도 방문하는 곳인가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외국인이 안보인다. 육로로 요즘은 잘 안다니나? 여튼 나름 신선하다.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일단 서울에서 가지고 온 타이레놀 한알을 먹는다. 오후에는 좀 쉬어야겠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할머니는 자고 있고, 손녀는 심심한지 혼자 멀뚱멀뚱이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무서운지 확 돌린다. 안보는 척 하며 글을 쓰다가 고개를 홱 돌려서 보면 안봤다는듯이 또 급하게 고개를 돌린다. 내가 아무리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도 이 얼굴에 무섭지 않기는 힘들거다.

약을 먹어는데도 머리가 계속 아프다.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할듯 해서 눈을 감고 있는데, 옆에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나신다. 그리고 짐을 싸시더니 손녀를 데리고 나가신다. 뭐지? 분명히 내가 들어올때 양쪽 침대 중에 고르라고 한거 보면 나보다 늦게 들어오신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무전취침 혹은 대실이라는 얘긴데, 베트남에도 대실이 있나?


그래도 역시 혼자 쓰니까 좋다. 이 큰방에 혼자 있으니 기본이 좋긴 한데 머리는 계속 아프다. 일단 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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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쯤 일어난다. 잠도 거의 못 자긴 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낫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 아프다. 약 먹으면 보통 괜찮던데 왜 이러지. 그리고 배도 고프다. 아무래도 어제 저녁을 조금 먹고, 아침은 스킵하고, 점심은 쌀국수 하나만 달랑 먹어서 그런거 아닌가 싶다. 잠도 잠이지만 뭐라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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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려가서 밖을 나가본다. 먼저 심카드를 하나 산다. 이 나라는 영어도 안통하는데다가 가이드북도 없는지라 내일 버스 타고 10시간 가는 동안 언어와 문화를 좀 익혀야겠다. 5만동을 주고 심카드를 사고 5만동 충전도 산다. 유심을 넣으니 인식 안하길래 가위를 달라고 해서 마이크로 유심으로 자른 후에 넣으니 인식이 된다. 그리고 5만동을 충전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기본 유심에도 어느정도 충전 금액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냥 5만동만 있다고 나온다. 뭔가 찝찝하지만 그냥 5만동을 하나를 더 사서 충전한다. 어떤 패키지로 신청할지는 숙소에서 와이파이로 검색 좀 해봐야겠다.


은행을 한번 가볼까? 슬쩍 지나가보니 열려있다. 1시에는 닫혀있으면서 6시에 여는건 또 무슨 상황이지? 들어가 보니 환율도 써 있는 것이 환전이 되나보다. 기쁜 마음으로 환전을 부탁하니 닫았단다. 언제까지 영업하냐고 하니 5시반이란다. 지금이 5시 45분이다. 이런 슬픈 일이. 사파에 은행이 있을까? 근데 베트남은 잠깐 겪어보니 꽤나 발달한 나라라서 왠지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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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에 베트남에 왔을때는 완전히 비발달된 나라로 여겼는데 이번에 미얀마, 라오스를 돌고 오니 이곳이 달리 보인다. 지금 숙소에만 와이파이가 3개가 있고 속도도 잘 나온다. 버스도 이층 버스들이 돌아다닌다. 역시 사람의 인식은 상대적이다.


일단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아까 낮에 본 돼지창자로 만든듯한 순대 비슷한 것을 먹고 싶어서 찾아보니 안보인다. 손으로 아무리 돌그랗게 말면서 설명을 해도 말이 안통한다. 이거 꼭 먹고 싶었는데 아쉽다. 뭐 아직 첫날이니 시간은 많다. 결국 또 퍼와 롤을 하나 주문한다.


데이터는 검색 좀 해보니 MiMax가 7만동에 600메가까지 하이스피드 그 이후에는 낮은 속도로 무제한을 제공한다고 한다. 여기는 어디가나 와이파이가 잘되는듯 해서 이정도면 될듯 하다. 근데 그러면 3만동이 남긴 하는데... 뭐 다니다 보면 또 충전할 일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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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는 역시 맛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구장창 이것만 먹으면 분명히 질릴거다. 여기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도시니 어쩔 수 없고, 사파 가면 베트남 음식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를 해봐야겠다. 오늘은 컨디션도 안좋으니 비어호이도 내일 저녁으로 미룬다. 10시간 버스를 타고 가서 지친 상태에서 생맥주 한잔을 먹으면, 캬, 그보다 행복할 수 없을거다.


5만동을 지불한다. 2500원 정도니 식사는 확실히 라오스보다 저렴하다. 방도 오늘 잔 곳을 보면 라오스보다 가성비가 좋은것 같다. 지금 있는 돈이 250달라 정도인데 한번 더 한국에서 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루에 2만원씩 쓴다고 해도 15일이면 30만원에, 트레킹 같은걸 할려면 필요할거 같다. 딱 100달라만 더 있으면 될거 같은데 받는게 참 애매하다. 그러고보니 라오스돈 9만킵도 바꿔야 하는데... 다니다가 라오스 가는 여행자가 있으면 얘기 잘 해서 바꿔야겠다. 이것도 나름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시간이 아직 6시반 밖에 안됐지만 일찍 방으로 들어온다. 샤워하고 침대에 눕는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아서 일찍부터 쉬어줘야겠다. 여행 다닐때 아픈것만큼 안좋은게 없다. 오늘만 해도 약간의 두통때문에 그 좋아하는 생맥주도 못 마셨다. 그러니 아플때는 최대한 빨리 낫는게 중요하다. 한달 반 여행을 했으니 한번 아플때도 되긴 했다. 뭐 사실 이정도가 아프다고 하기는 민망한게 인도에서는 열나고 하루 정도 몸져 누워있었던것 같다. 그래도 징조라도 보이면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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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모든 여행자들이 칭송하는 사파에 입성한다. 라오스에 므앙응오이누아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사파가 있다. 여행자들의 입소문이 사내메신져만큼이나 빠르다 보니 이곳은 또 지금 어떤 상황일지 궁금하다. 오늘은 베트남의 입성한것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여행에서는 먹는게 반이다. 진정한 베트남 여행이 시작되는 내일을 기대해본다.
3 Comments
manacau 2015.06.07 02:14  
수산물 수입 관계로 베트남에 이년 체류에 3년 더 왔다 갔다 합니다. 지금은 호치민에 있는데 10일 일정이 끝나서 내일 태국으로 들어 갑니다. 혹시나 해서요. 올해 부터 바뀐 비자법에 따라 한국인은 15일 무비자에 베트남 출국 후 30일이 지나야 무비자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네! 30일 경과 입니다.
아랑다리 2015.06.07 10:03  
아 그런가요? 정보 수정 감사드립니다. 수정해야겠네요.
CB걸면D져 2015.06.08 15:59  
사진이 있나요??
항개도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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