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푸꿕] 도시, 섬, 사람을 여행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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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푸꿕] 도시, 섬, 사람을 여행하다 (3)

빈&영 3 2653

나라가 난리다.

사는 곳이 안성이라 더 민감한 것이, 메르스라 불리는 이상야릇한 감기가 옆 동네 평택에서 터져버렸다.

근데 정부에서는 무조건 정보를 차단한 채 어느 지역이 조심해야 하는지도 알라지 못하게 한채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으~~~ 지난 해 세월호 때처럼 가만히 있다가 당하란 소리인지... 지난해에는 밖에서 세월호를 안타까워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세월호 안에 있는 듯하다는 어느 네티즌의 말이 진심으로 동의된다.

에효~ 아직 2년 넘게 남았다...

담배2

 

지난 글에 이어 계속 푸꿕 이야기다.

위 사진은 푸꿕 망고베이 리조트의 아주 친환경스러운 모습. 자세히 살펴보면 게코라고 불리는 도마뱀 한마리가 보무도 당당하게 머리를 빳빳이 세우고 덤벼들려 하고 있다. 중국 고사성어 중의 하나인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 격이다.

밤마다 마주치는 반딧불과 화장실에서 선보이는 개구리에 이어 요런 아기자기한 동물의 왕국이 바로 망고베이 되시겠다.

 

망고베이의 마지막날. 체크아웃을 앞두고 드뎌 망고베이의 자랑 아닌 자랑. 프리 보트투어에 나섰다. 첫 날은 시간 안맞아 못갔고, 둘째날은 늦게 신청해서 못 갔고(하루 13명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체크아웃하고 뱅기시간(6시정도) 앞두고 남는 시간에 다녀오기로 한 것.

 

"늘보야. 마지막인데 우리 푸꿕을 바다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니? 돈도 안들고, 스노클 장비도 다 주고, 우리 시간도 뜨잖아. 12시 체크아웃하고 할 것도 없는데, 요거만 잠깐 갔다 오자. 10시에 나가서 2시전에 돌아온데...응?"

"나에게 푸꿕은 유유자적이야. 글고, 너 내가 배타는 거 좋아해 안좋아해? 햇빛에 살타는 거 좋아해 안좋아해? 내가 수영할 줄 알아 몰라? 너 혼자 다녀와. 난 우아하게 데크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음미하고 있을테니..."

 

익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하지만 요런 보트투어를 혼자가면 진짜 심심하다. 오가는 시간에 할거도 없고, 다른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지네말로 떠들테고... 기필코 늘보를 데려가야 한다.

"오키! 너 하자는 거 하나 해줄테니 가자. 응? 여봉~ 나 꿍꼬또. 마누랑 빠다까는 꿍꼬또~까치 안가면 나 무서버 우웅~" 요따우 말 함부러 하지 않는다. 나도 자존심 강한 대한민국의 40대 아저씨란 말이다. 하지만 술 한잔 들어가면 용기가 입에서 지 알아서 튀어 나오곤 한다. 그래서 어찌 되었냐고? 쿄쿄쿄~

평화

 

그날 보트투어의 인원은 딱 13명. 꼬마 아이 둘 낀 가족 1팀, 연인 2팀, 친구 1팀, 싱글 1명, 글구 우리 부부...

결국 늘보는 나의 혀 꼬부라진 애교(?), 아니 협박에 굴하고 말았던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은 스노클 포인트로 가는 길에 본 부유물인데 뭔지 모르겠다. 생긴걸로 봐서는 우리내 독살같이 물고기를 잡아 가두는 트랩 같기도 하고... 수 십개가 바다에 설치되어 있다.

고렇게 1시간여 통통 거리는 베트남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보면... 

 

 

요렇게 된다. 무슨 거북섬인가 손톱섬이라던가? 고런 스노클 포인트에 델따 주는데, 깊이는 3-4미터정도이지만 20미터정도 헤엄쳐 섬쪽으로 가면 산호와 암초가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다.

근데...위 사진은 멋지게 다이빙 하는 모습이지만... 그 지랄맞은 스노클이 문제다. 복불복으로 핀과 스노클을 받아서 착용하는데, 내가 받은 스노클이 겉모습만 물안경이다. 물에 얼굴 박자마자 코 아래로 물이, 바닷물이 퐁퐁퐁 들어온다. 아무리 빡세게 조여도 구조상 그런 것인지, 물이 막힐 생각을 안한다. 하나 남은 스노클을 바꿔끼고 들어갔지만 입수 과정에서 줄이 꼴랑 끊어져 버려 4미터 아래로 지 혼자 잠수해 버리고...

걍 헤엄쳐 갈까 하다가, 바다 속도 못보는데 뭐하러 가냐 싶기도 하고... 걍 다이빙하고 배 주위 실실 수영하고, 섬 쪽으로 다가갔다가 산호초에 다리 긁혀 피 엄청 나고... 쉣~(그래도 해파리는 없더라...) 

 

딴 팀은 좋은 스노클 갖고 쪼기 섬까지 헤엄쳐 가면서 열대어랑 노닐고, 난 보트에서 다이빙이나 하다가 수영팬티나 벗겨질뻔 하고...

아자

그러다 힘이 빠질때쯤 라이프자켓 입고 둥둥 떠있기 신공을 펼친다. 요거 꽤 재밌다. 직원에게 빵 쪼가리 얻어서 갖고 있으면 내 주위로 니모 친구들이 와글와글 몰려든다. 요넘들 식성도 바게트에 길들여 졌나 보다.

 

보트를 굳게 지키던 늘보가 자기도 해보겠다고 던진 빵쪼가리에 몰린 애들... 폰카메라라 화질은 이해하시라.

 

바로 옆에는 요것처럼 스쿠버하러 온 애들이 노닐고 있다. 4-5미터 수심에서 진행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오픈워터 2일차 강습이지 않을까...

 

고렇게 요리 조리 노닐다 다시 1시간여 꾸역꾸역 리조트로 돌아와 밥을 먹어야 하는 우리.

옆집 사쿠라식당으로 출근했다. 사쿠라식당도 돈 벌었는지, 식당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있다. 사진처럼 벽돌 무더기 쌓아놓고 실로 줄 표시한 다음 하나하나 쌓고 있다. 천천히 세월아네월아 하면서...우리와 틀리게 전체 기초도 없이 걍 줄기초만 한채 벽돌부터 쌓는 것을 보니... 과연 내부 기초는 어찌하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어쨋든 열대지방의 일은 느긋하게 진행된다. 부럽다.

 

다시 호치민. 푸꿕에서는 시간 맞춰 오토바이 타고 출발했다가 공항가는 길 잃어 버리기도 하고...

과연 이틀전 약속대로 오토바이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 하고... 못 만나면 요 오토바이를 짊어지고 호치민으로 가야하는지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다가, 공항 주차장 옆 그늘에서 쉬고 있는 아저씨와 고마움의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시간 맞춰 뱅기타고 호치민으로 왔다.

하지만 버스를 탈 수는 없었다. 그 유명한 152번 공항버스를 10분여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저녁 8시에 막차라고 한다. ㅡ.ㅡ 몬 공항버스가 8시에 막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풍습이겠거니 하고 바로 택시로 갈아타는 우리.

근데... 하루 더 연장했던 비칸 게스트하우스가 문제다...

우리가 도착하자 마자 반갑게 맞아줘야 하는 주인장 언냐가 걱정이 깊은 얼굴로 '프라블럼이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민 쪽지... 요약하면 '너희가 예약한 방이 없어졌다. 원래 오늘 체크아웃했어야 하는데, 호주 아가씨가 아파서 체크아웃을 못하고 누워있다. 너희와 약속도 중요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를 돌보는게 더 중요했다. 미안하다. 너희는 내 친척 숙소로 안내해 주겠다'라는 것.

어휴~ 어쩔 수 있나.. 아프다는데... 우리가 양보하는게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그렇게 세컨 하우스로 간 우리. 역시나 전에 있던 방에 비해 지저분하고, 좁고, 모든게 별로다...

하루만 참자... 하루만...

 

하루밤을 무사히 지낸 우리. 아침을 또 다시 신또로 시작하고(조심하시라. 베트남 과일은 맛있지만 얼음 보관이 상당히 허술하다. 걍 푸대자루에 담겨온 얼음을 걍 갈아서 주는 곳이 많다. 우리 부부 지난 하노이에서 심하게 배탈설사를 겪었더랬다. 근데 나만 이번에 신또 먹고 배가 살살 아프고 물사(물*)을 했더랬다) 급히 숙소를 상당히 좋은 곳으로 옮겼다. 데땀스트리트 시작하는 곳에 지어진 Nu 호텔로... 그래봐야 하루밤 55만동이다. 하지만 깨끗, 깨끗... 지난 밤 숙소가 상대적으로 더러워서 그랬을 듯...

 

아직 시작되지 않은 물사도 모르고 숙소 근처 골목길을 누비던 '오늘'...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기에 낮시간에 벤탄시장에 가서 호갱아닌 호갱도 해주고...

요때가 베트남 승전(승전이냐 통일이냐 등의 단어가 상당히 민감한 베트남이었다) 40주년 기념일이어서 곳곳에 플랭카드와 어마무시한 그림들이 걸려 있더랬다.

 

데땀의 상징이라는 크레이지 버팔로 앞에서 괜히 사진 하나 찍어주시고...

 

벤탄 마켓은 걍 시장이다. 우리네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 끊이지 않는 호객과 10배 이상 불르고 보는 상인들. 사람 많아 정신없는 시장이다. 그래도 구역별로 옷, 장신구, 모자, 식당 등 나뉘어 있으니 알아서 다니면 된다.

 

호치민을 여행하는 흔한 부부의 흔한 셀카질...

 

그리고 우리와 남은 이틀을 보내게 될 처자들을 만나러 간다.

택시타고 우리도 모르는 주소 속의 어느 한 곳으로...Gaon이라 하는 데 어딘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지도도 없었기에...

 

대학생일때 만났던 아이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나서 다들 한국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에 다니고 있다. 나름 언니오빠 부부 대접하겠다고 비싸고 좋은 곳으로 온 듯...

이 친구들 얘기는 다음 편에...

 

3 Comments
한주 2015.06.04 10:33  
덕분에 잠시 푸꿕 잘 댕기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께요.^^
필리핀 2015.06.04 14:48  
알찬 여행 이야기... 잼 나게 봤습니다~ ^^
빈&영 2015.06.04 16:09  
무플 방지 감사합니다~^^
이제 호치민 한편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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