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푸꿕] 도시, 섬, 사람을 여행하다 (2)
푸꿕은 작은 섬이 아니다. 베트남의 제주도라고 할 만한 곳이다.
호치민보다는 캄보디아 국경이 더 가까운 곳. 캄보디아 갔던 여행자가 배타고 베트남에 들어올 수 있는 곳.
산과 바다, 계곡이 공존하는 곳. 그 곳이 바로 푸꿕이다.
전편에서 설명한대로 푸꿕 공항에서 빌린 오토바이로 리조트에 도착한 우리. 섬 전체를 둘러보려하니 최소한 5-6시간 걸리는 장거리 루트이다. 가장 가까운 북쪽 해안과 산악길만 다니려해도 4-5시간이 훌쩍 지날 것같은 불길한 예감... 그래서 과감히 포기했다. 이번 푸꿕 여행의 기조인 딩굴딩굴을 시전할 것임을 둘이 두 손 잡고 맹세했더랬다.
도착한 날은 걍 리조트에서 밥 먹고 숙소보고 놀라고, 숙소앞 비치에서 노닥거리고...
그런데... 이 리조트 수상하다...
앞서 설명했지만 친환경적 리조트이니만큼, 에어컨, 냉장고 없고, 티비없고, 오픈형 화장실/샤워실까지는 인정한다. 하지만 난데없는 새벽 3시의 개구리는 무엇이냔 말이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행복한 마음에 맥주와 칵테일을 거하게 먹은 우리 부부. 옛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랬듯이 불다 꺼지는 밤이 되자 할 것이 없어 걍 잤다. 그런데 한창 새벽녘...어디선가 들리는 귀신 울음소리...
"@#$~@#$~"
"@!!$~&$%^~
"뭐야...! 악~~ 뭐야!!!"
"뭐라고.... 늘보냐???"
"응...미안한데...화장실 좀... "
"너 화장실을 나보고 대신 가달라는 얘기더냐...?"
"아니...화장실 갔더니.....개구리가...."
"뭔소리야... 아닌 밤중에....새벽에 이리 날 깨운 벌을 줄 것이야!!!"
고런 멘트를 비몽사몽간에 날리고 화장실을 가 봤더니...
하~~~ 깨구리가..깨구리가 변기 위에 얌전히 놓여있다... 아주 얌전히...가끔 울면서...
새벽에 깨운 요넘을 얌전히 들어서 담 너머로 냅다 패대기 칠까 하다가...고이 밖으로 보셔두고 침대 캐노피 안으로 다시 들어갔더니... 다시 들린다. 그 소리가...
"@#$~@#$~"
"@!!$~&$%^~
"뭐여~~~ 왜 또~~~!!!"
"또 있어..개구리가...그 안에...." 어쩔수 없는 도시녀인 늘보다...
다시 가본 화장실 변기 앞...아까 놓여있던 깨구리는 이미 저 멀리 가신 상황... 근데...
뚜껑을 여니 그 안에 아까 개구리의 두 배만한 덩치를 자랑하는 또 다른 개구리씨가 자리잡고 있다.
변기 물에는 안 닿았으면서 묘하게 벽면과 수면에 걸친 상태로 울어대고 있다.
요긴 뭐 깨구리들이 변기에서 목욕하는 동네냐? 참개구리 같은 두목 개구리도 고이 잡아 담 너머로 옮겨 드리고...
근데 이 사건 전에 잠자리에 들기전... 요상한 것을 봐버렸다.
방갈로 앞 숲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그 넘들... 10여년 전 시골길에서 보던 내 기억속 그 넘들을 봐버렸다.
갑자기 떼로 나타나듯 여기저기서 나타난 그넘들은... 개똥벌레... 반딧불이다.
세상에나... 아무리 친환경 리조트라지만 걍 밤마다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반딧불이라니...^^
방갈로 앞 비치의 흔한 모습.
흔하디 흔한 비치에서 흔하디흔한 폰카로 찍은 사진~
요 사진은 일출일까요? 일몰일까요?
망고베이 리조트에서 느적느적한 딩굴거림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더냐..세상 어딜가도 맛나다는 것은 뭐든 먹어보아야 하는 부부아니더냐...
푸꿕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푸꿕의 가장 핫플레이스, 즈엉동에 위치한 진까우(Dinh Cau) 야시장 되시겠다.
야시장에서는 물건도 팔고(푸꿕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진주라고 한다. 하긴 정글의법칙에서 진주조개 복불복도 하더만) 진주도 팔고, 가장 중요한 씨푸드도 판다.
그렇다... 우리가 오토바이를 렌트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진까우 야시장에서 씨푸드 만찬 즐기기.
망고베이 리조트에서도 즈엉동까지 무료셔틀을 운행하기는 하지만 돌아오는 차량이 오후 5시인가 그랬었다.
그 얘기는 셔틀타고 꽁짜로 나다니기는 힘들다는 것. 그렇다고 택시타고 다니자니 심히 택시비가 아까울 뿐이고... 걸어다니기에는 턱없이 멀기만 한 길이고...
구래서... 모터바이크를 타고 길을 나섰다. 해 질녁 푸꿕의 길을 뒤로 한 채...
여기서 팁 하나. 푸꿕에서 오토바이를 빌릴 때는 되도록 국제면허증을 구비하기 바란다. 아마도 현지 경찰들의 단속이 심한 모양이다. 그리고 흔히 화이바라고 불리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하고, 속도도 40키로 이상 내지 말 것. 이거 다 걸리면 100만동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벌금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즈엉동 항구와 면한 진까우 야시장은 크지는 않다. 하지만 관광지답게 기념품부터 특산물까지 다 판다.
요기가 바로 야시장!!!
역쉬... 먹거리와 주님 앞에서는 바로 엄지가 올라가 주시는 오늘~ 되시겠다.
가리비와 전복을 시켜주시고, 사이공 비어를 마셔주시는 이 복된 시간들... 가격이 얼마냐고?
맥주는 4만동? 가리비는 5만동? 새우 15만동? 어쨋든 싸다... 랍스타같이 비싼 건 비싸지만 대부분 먹을만 하게 싸다. 여기서 먹어야 하는 것은, 가성비 최고인 것은 가리비가 아닐까...?
딱 봐도 외국인처럼 생기지 않은 나이지만, 딱 앉아서 사이공비어 시키자마자 프리미엄 사이공비어를 갖다 준다. 돈 있게 생겼나 보다... 바로 '그린' 사이공비어로 바꾼다...전복과 가리비를 꾸어 채소와 함께 주는 조리법도 나쁘지 않다.
드뎌 푸꿕도 러시안들의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인도 못 보고... 일본, 중국인도 못 봤는데... 러시안 커플과 가족들은 많이 보인다.
간단히 야시장에서 배를 채운 후 레이싱을 한다.
한가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푸꿕의 도로. 어찌보면 위험한 곳이지만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이 없지는 않다.
늘보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땡겨 최고 속도를 만끽한다. (그래봐야 45km. 최고 속도 5km 넘겼다...^^)
밤 중에 즐기는 스피드. 이래서 어린 아해들이 폭주를 하나보다. 친구들 열 댓명이 이렇게 레이싱하면 재밌기는 하겠다.
지난 밤의 스피드와 방갈로에서의 2차를 기억하며 맞이한 조식.
빵과(리필가능) 과일(요건 아마 불가능) 음료는 무제한, 요리 하나씩.(아메리칸식, 유러피안식, 베트남식) 훌륭하다. 엑설런트~~~ 파리떼와 사투를 벌인 것이 유일한 흠.
거기에 더한 것이 뭐...? 바로 테이블 앞에 마련된 푸른 비치의 장관 되시겠다...
요 사진은 점심으로 즐겼던 망고베이 리조트 옆동네(라 쓰고 오토바이로 5분 걸린다라고 읽는다)의 사쿠라 식당 음식.
배낭객들의 입소문과 인터넷의 위력으로 유명해진 곳으로 가성비 짱이다. 둘이서 맥주한잔 포함 15-20만동이면 있어 보이게 먹을 수 있다. 베트남 음식으로 백반느낌을 내보았다.
요렇게...요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덕분에 이틀후부터 내 팔과 목은 빨개지고 까매지고 결국 벗겨지는 아픔을 겪었다. 요상하게 오토바이를 타면 덥지는 않은데(바람을 뚫고 지나가니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리쬐는 태양으로 인한 화상(이정도면 거의 화상이라 해도 된다. 지금도 내 팔은 군데군데 벗겨진 부분과 안 벗겨진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을 입고는 한다. 그래도 동남아라면 오토바이는 타야 하는 거 아냐...?
해질녁이면 한가로이 해먹이나 비치베드에 누워 바다보다 책보고, 책보다 실~ 자고...
요런 재미가 휴양이지...
아..망고베이 리조트의 해피타임~
사진 예술이다...다들 배 아푸겠다.... 쿄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