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비행일기 [04] 동네산책 해볼까요-
[04]
5월 27일 월요일 아침 호치민,
[내 여행친구 종이 가습기 ㅡ,.ㅡ;;; 건조한게 힘든 나이가 되버렸다...]
전날 밤, 혼자 술을 마시다 마시다 배부르고 졸려서 전원이 꺼지듯이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몇시간 잔거 같지도 않은데 딥슬립을 해서인지 개운한 이 기분-
심지어 타이밍 적절하게 조식먹을 시간에 벌떡 일어나 주는거다.
딱히 조식을 챙겨먹는 타입은 아닌데 왠지 여행자 기분이라 먹어줘야 할것 같아서 주섬주섬
아무거나 주워입고 조식뷔페 먹으러 고고-
어디다 갖다놔도 조식만큼은 민폐 끝장 나는 상태로 내려가는 나란 여자 (...) 이거 고쳐야 되는데.
가짓수도 가짓수지만 조식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던 호치민 만세!
아침부터 쌀국수! 애니타임 쌀국수!
저기저기 쌀국수 마스터! (내 맘대로)
아침부터 먹어도 맛있었던 딤섬- 이 호텔, 딤섬뷔페로 유명하다더니 과연!
작년에 홍콩여행 가서 먹었던 조식과 사뭇다른 퀄리티의 딤섬. 맛있었다, 행복해!
평소에 접하기 힘든 음식들 위주로 ㅋㅋㅋ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베트남이라서 그런지 빵이 무척이나 맛있었는데,
아 이게 어찌나 맛있는지 아침부터 만찬을 하게 만들었더랬다 ㅠㅠ
길티하다 길티해-;;;;
깨알같이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하루종일 배불러서 아침 한끼로 충분했을 지경.
본의 아니게 아침만찬을 하고 배가 너무 불러서 이건 좀 돌아다녀야 꺼질 것 같아서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어젠 여행자처럼 도보투어 했으니까 오늘은 로컬처럼 돌아다닐테닷! 마야는 뭐하고 있으려나-
로컬놀이 하는데 같이 가자 하기 애매해서 (목적없이 돌아다닐 예정이라) 혼자 나오긴 했는데,
잘 놀고 있겠지? 밤에 호치민-프놈펜 턴어라운드 비행 가야하니까 무리하지 않는걸로 ㅋㅋㅋ
말이 무작정이지 사실 모으고 있는 스타벅스 시티머그를 사기 위해 나온거였다.
가까운 나라 여행다닐때부터 열심히 모으던 시티머그. 직업이 이렇게 되다보니 그 범위가 더 넓어졌다;
호치민에 하나밖에 없는 스타벅스. 생긴지 얼마 안되서 번쩍번쩍.
로컬커피가 맛있는 베트남이라, 머그만 사가지고 바로 휙 나왔다. 앞에서 사진찍고 놀고 있는데,
안에서 왠 유러피안 할아버지가 나오시더니 주저주저 하시다가 눈이 마주치니 말을 거신다.
"너, 영어할줄 아니?"
"네. 뭐 도와드릴까요?" (...이거 직업병인가;;;)
"여기가 어디쯤이니?"
......읭?
내가 아무리 동네주민같은 차림으로 다니면서 로컬놀이를 해도 로컬피플이 아니건만 ㅋㅋㅋㅋ
어째 전세계 어딜가도 사람들이 나한테 길을 묻는거니요 ㅋㅋㅋ 길을 잘 알게 생긴 인상인가?
심지어 유럽에 가도 누가봐도 현지인인 사람들이 나한테 길을 묻던데 이거 좋은건가;;;
아무튼 전쟁박물관(?)을 가고 싶어하셨는데 다행히 보여주신 지도가 내가 어제 도보투어 하던
그 지역이 자세히 나와있는 지도여서 정말 로컬기분 만끽하면서 길 설명해드렸다.
난 참 친절하기도 하지...
머그를 사고나니 딱히 할일이 없어서 그냥 어제 걸었던 길을 덜 신기해 하면서 걷기.
근데 어디서 닭소리가 나길래 뭐지, 했는데 진짜 닭이 있어서 이건 깜짝 놀랐다!
사막나라 중동에서 온지라 초록색만 보면 막 반갑다.
어제 마야랑 우체국 갔을때 산 엽서 :D
오늘은 우표샀음!
나도 엽서 보낼거예요!
우체국에서 조금 걸어내려가면 있는 하이랜드커피에서 카페 쓰아다 한잔 시켜놓고 여유여유.
가끔 전하는 내 소식-
커피마시면서 엽서 다 쓰고 나와서 걷다가-
밍밍한 코코넛 주스도 사서 마셔주었다 ㅎㅎㅎ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다시 들르게 된 대통령궁은 왠지 들어갈 인연이 아닌건지,
점심시간 딱 걸려서 또 닫았길래 밖에서 인증샷만 ㅋㅋㅋㅋㅋ
길따라 쭉 걸으니 로컬마트가 나타났다!
구경을 안할 수가 없어서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었네.
호텔로 돌아와서 보니 왠지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잔뜩 사가지고 왔더랬다 ㅡ,.ㅡ
(쌀국수, 마일로, 커피 ㅋㅋㅋ) 혼자 나가서 왠지 생계형 쇼핑을 하고 왔지 뭐야.
이렇게 돌아다녔는데도 왠지 거창하게 먹은 조식뷔페가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아서 운동하러.
으응?
왠지 밤에 일하러 나가야해서 호텔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음.
먹다남은 망고스틴.
러닝머신을 한시간이나 뛰고 들어왔는데도 배가 부른걸 보니 아침을 너무 격하게 먹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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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잠깐 나갔던 와중에- 프놈펜 공항에서 보이던 우리나라 국적기 대한항공!
반가운 것도 반가운건데, 갑자기 폭풍같이 향수병이 밀려들어왔다.
아 맞다. 나 정말 가까이에 있었더랬지.
* 도하에서 호치민 가는 비행이 긴 이유는 프놈펜 트랜짓 노선을 포함하고 있어서이기도.
(도하-호치민 (쉬고) 프놈펜 (쉬고) 호치민-도하 이런 코스, 이 비행일기는 쉬고 쉬고 타이밍의 기록 ㅋ)
비행 한번 하면 미니멈 레스트라고 해서 일정시간 이상을 꼭 쉬어주어야 해서 이런 트랜짓 비행을
하게 되면 현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짧은 비행 마치고 돌아오니 왠지 허기와 우울이 동시에 밀려들어와 룸서비스를...ㅋㅋㅋ
사실 핑계고 그냥 배가 고팠다 ㅋㅋㅋ 먹다남은 맥주랑 냠냠.
여행으로 온게 아닌데도 이 여행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 다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