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비행일기 [02] 세르비안 병아리와 도보투어-!
[02]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에 여섯명이 사이좋게 올라타고 벤탄마켓으로 향하는 우리들.
그 짧은 시간에 안에서 셀카찍고 아주 난리가 났다. 남는건 사진밖에 없어 모여!
친하든 친하지 않든 일단 다같이 사진을 찍고보는게 일상 ㅋㅋㅋ 사실 그러다보면 많이 친해지긴 한다.
택시에서 내려 한바탕 택시비 정산을 하며 왠지 엄청난 단위의 비엣남동에 멘탈이 붕괴된다.
아 환전하면서도 리셉셔니스트한테 내가 50달러를 주고 밀리언 얼마를 받으면서 으아니 나 순식간에
밀리어네어millionaire가 되었어. 하며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호들갑만 떨고 정작 1달러에 얼마정도 하는지
계산을 안하고 와서, 호치민 한번 와본적 있다는 핀란드 크루가 정산해주는대로 받았다.
여섯명이 사이좋게 택시쉐어해서 낸돈은 각자 1만7천동? (1USD=20,000VND) 아시아 만세 ㅠㅠ
벤탄시장에 내려서 왠지 둘둘씩 흩어지게 되었는데, 인디안 크루 둘은 쇼핑 삼매경,
유러피안 크루 둘은 뭔가 사진 찍다가 사라졌고, 인디안 크루 둘 뒤를 쫄쫄 따라가고 있던 나와
세르비안 크루 마야 (나보다 더 수퍼주니어 크루였다)는 딱히 쇼핑할 생각이 없기도 해서,
[벤탄마켓에서 아빠새, 인디안크루 라자니, 세르비안크루 마야-]
"마야. 너 여기서 뭐 살거 있어?"
"아니 없는데. 난 나가서 구경하고 싶다."
"나도. 오랜만에 온 아시아인데 공기를 느끼고 싶어. 답답해."
"시니어한테 얘기하고 우리 따로 움직일까?"
"그래 나가자, 나가자. 나가서 돌아다니고 사진 많이 찍자!"
이렇게 순식간에 병아리 두마리 의기투합, 쇼핑에 정신을 잃고 있는 아빠새(시니어를 부르는 업계용어)와
함께 있는 크루에게 그럼 안녕- 하고 휙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지도 펼쳐들고 일단 우리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부터 확인한 다음- 내가 짜온 루트를 마야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일단 여기가 벤탄마켓이니까...저 공원을 가로 질러서 데탐거리를 좀 걸어보다가,
다시 돌아와서 대통령궁을 가. 그리고 거기서 노트르담 성당에 갔다가 포스트오피스를 구경하고...
일단 걷자. 이 지도가 도보코스니까 다 걸어다닐 수 있을거야."
[베트남 여행카페에서 제공하는 호치민 시내 도보투어 루트지도. 굉장히 유용했다!]
이런 지도는 대체 어디서 나냐고 묻는 마야. 한국사람은 인터넷에서 모든 정보를 다 구할 수 있단다. ㅋㅋㅋㅋㅋ
이럴려고 도하집에다 프린터까지 장만해놓은 나다 ㅋㅋㅋㅋ
몽실몽실 예쁜 동남아 구름. 멋진 날씨였다. 엄청난 습도와 엄청난 햇살 ㅋㅋㅋ
아 그리운 이 습기 가득한 여름날씨!
처음에 도무지 적응이 안되던 베트남에서의 길건너기. 마야랑 둘이 정신 못차리고 소리지르면서 건넜다;;;
4개월간 배낭여행을 하면서 왠지 전혀 흥미가 없어서 쏙 빼놨던 베트남을 이렇게 오게되다니 신기한 기분이다.
내겐 너무나 친숙한, 아시아가 처음이라는 마야에겐 생소한 풍경들 :)
배낭여행자들의 거리라는 "데탐" 지역을 걷다가...아 느낌을 보아하니 밤에 대충 어떤 분위기일지 감이 온다.
카오산이 오버랩 되는데? 마야에게 여기가 백팩커즈 에어리어래. 모르긴 해도 밤에오면 펍에 사람 엄청
가득차 있을걸-하니, 이런데가 다있냐며 신기해한다.
"이런 분위기 좋아해?"
"그냥 신기하고 재밌어!"
"하하. 너 아마 방콕가면 엄청 좋아하겠다, 여기서도 이러는거 보니까."
"왜? 방콕은 어떤데?"
"나중에 비행으로 가거나 휴가내서 가봐봐. 아마 내가 지금 설명 안해줘도 그냥 한눈에 반할거야. 꼭 가봐."
"아 정말 아시아 너무 멋진거 같아!"
"그리고 너 지금 아시안인 나랑 같이 있는거 엄청 럭키한거야. ㅋㅋㅋ"
눈을 돌리면 그 곳에 포토제닉한 순간들이 가득했던, 호치민씨티.
위에 사진을 보여줬더니, "케잇, 네가 찍은거 나도 따라 찍을래-" 응? ㅋㅋㅋ
왜케 반갑냐, 처음 와보는데.
둘이서 한참을 수다떨면서 돌아다니는데,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진다.
마야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쳐다보지- 하고 묻길래, 응? 난 아시안 흔녀라서 사람들이 쳐다볼 이유가 없는데,
아무래도 유러피안인 너랑 나랑 둘이 같이 다니는게 신기해서 그런가봐 해줬다.
"아 진짜? 그게 뭐가 신기하지?"
"배낭여행 안해봤지? 해보면 알게 될거야 ㅋㅋㅋ 의외로 이런 조합이 드물단다."
사실 우리 회사 방침이, 여러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보니 서로의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존중하고
배우라는 취지에서- 룸메이트도 그렇고 비행도 같은 국적끼리 섞어 놓지 않는 편이다.
그게 가끔 엄청 외롭기도 한데, 매번 비행때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니
(그것도 마음이 맞을 경우에나 가능하지만 ㅋㅋㅋ) 장점이라면 또 장점이기도.
뭐든 일장일단이 있지만 난 좋아라 하는 부분.
길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페이퍼 크라프트- 어떻게 만든건지 디테일이며 색감에 둘이 넋을 잃었더랬다.
사오면 어디 꽁꽁 숨겨놓고 안쓸것 같아서 사진으로만 담아왔다 ㅎㅎㅎ
아아 국제면허증만 가지고 왔으면 당장이라도 빌렸을 너란 오토바이...ㅋㅋㅋㅋ
"케잇, 오토바이 탈 줄 알아?"
"응 알아. 나 오토바이 타고 여행도 다녔는걸."
"진짜? 우와-넌 안해본게 없구나."
"근데 재밌는건 뭔줄 알아? 나 차는 무서워서 운전 못해 ㅋㅋㅋ"
"오토바이가 더 위험하지 않아?"
"그러니까 말이다 -_-..."
모두가 어이없어 하는 내 약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면허는 대체 왜 딴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동수단이 뭐가 됐든 간에 기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걷기"다 :)
걷는 속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거리풍경을 무척 좋아하거든.
때는 바야흐로 망고스틴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어서 이건 보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 과일을 처음 본다는 마야. 그래 아시아가 처음이랬지. 이해해. 내가 과일의 신세계를 보여주마, 하고
하나 사서 먹여주려고 했는데, 으앙 할머니랑 말이 안통하는거 ㅠㅜ
나같은 여행자를 위해 가격표라도 붙여주시지 :(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1키로에 3만동이라고 하셨던거
같은데 뭔가 이때까지 환율단위가 적응이 안되서 비싼건지 싼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다음에 올게요,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했다. 아쉬워라-
혼자 걸었으면 꽤 거리감을 느꼈을 법도 한 도보코스를 둘이 수다떨고 사진찍으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대통령궁까지 도착했다. 시간이 이미 문닫을 시간이어서 문 밖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다 왔지만-
딱히 들어가 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정도로 충분.
카메라는 가져왔는데 충전기를 안가지고 왔다는 마야 ㅋㅋㅋㅋ
심지어 배터리까지 나가버려서 대략 난감해하길래 내가 사진 엄청 찍어줬다.
도하 와서 그 느린 인터넷 속도로 사진 보내주는데 정말 천년만년 걸렸다,
나중에 밥사 ㅋㅋㅋ 난 비싼 포토그래퍼라규!
대통령궁에서 멀지 않은 노트르담 성당. 일요일이라 성당 내부도 둘러볼 수 있었다. 럭키 :)
미사드리러 온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구분이 안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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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밖으로 나오면 오른편에 바로 우체국이 있다.
한참 사진찍고 돌아보니 그 앞에서 우리 외국인 마야...낚이고 있구나;;;
뭐 다 경험이니까 열심히 낚여보렴- 하고 나는 옆에서 안도와주고 사진찍고 놀고 있었다. (나 못됐다 ㅋㅋㅋ)
근데 이 아이, 성격이 너무 진지해서 엽서파는 아가씨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있는거다 ㅠㅜ
그러고 안사면 너 미안해 질텐데?!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우리 그만 안에 들어가자,
안에 구경하고 나와서 얘기 들어도 늦지 않아- 하고 우체국 안으로 이동이동.
"가자, 마야- 안에도 둘러봐야지!"
하니까 엽서파는 아가씨 표정이 싹 굳는걸 또 봤지.
"나한테 화난거 같지?"
"니가 얘길 너무 오래 들어줘서 그래 ㅋㅋㅋㅋ 안살거면 다음부턴 그냥 됐다고 하고 지나쳐도 돼-"
"아..."
"너 너무 스윗하트라서 곤란해~~~"
이 언니가 반나절 투어로 널 단련시켜주마 ㅋㅋㅋㅋㅋㅋ
어메이징, 어썸을 외치며 베트남과 사랑에 폭 빠진 이 아가씨.
우체국에서 팔던 베트남의 전반적인 역사며 문화에 대해 나와있는 사진집까지 구매했다.
나도 베트남은 처음이라서 잘 모르니까 읽어보고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정말 흔쾌히! 밤을 새서라도 읽겠다며!
우체국이 하나의 관광포인트가 되다니 신기하다. 왠지 기차역을 떠오르게 했던 호치민 중앙우체국 :)
딱히 시간을 많이 보낼 이유도 없던 우체국에서 뭔가 실컷 구경하고 나오니 슬슬 해가 지고 있다.
밤비행이라 밤을 꼴딱 지새고 쉬지도 않고 튀어나와서 해질때까지 신나게 걷고 있는 이 두 병아리 ㅋㅋㅋ
체력이 국력이구나 ㅋㅋㅋㅋ확실히 이 일은 수면조절이 반이라- 나는 호치민 비행 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일부러 낮에 자두었기에 그다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같이 다니는 마야는 아직
비행 시작한지 한달도 안되서 격하게 피곤할텐데도 그 호기심 하나로 버티고 있더라.
(이 비행이 두번째로 오게 된 레이오버 비행이라고 했다 =ㅂ=)
마지막 도보코스를 향해 가는 길에 발견한 수비니어샵에서-
이런 소소한 소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아시아의 디테일. 반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