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14 - 해변의 무이네에서 산위의 달랏으로 이동
#. 4/10(TUE) D+16
0530 기상. 간단히 씻고 요정의 샘으로 출발. 제대로 된 지도를 구할 수 없어서 오토바이로 1시간 정도 헤매다가 숙소 복귀. 연료만 1L 추가주입(30000동)
0700 아침식사. 쌀국수(30000동)
0745 숙소복귀, 오토바이 반납.
0830 샤워후 일단 짐정리후 휴식.
HH가 풀에서 수영을 하길래 발코니에서 한 컷 찍어줬다.
그때 옆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광욕을 한다.
1030 본격 짐정리후 1130 숙소 체크아웃
먼저 신카페에가서 짐을 맡긴 다음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돼지고기 카레요리(? 35000동)와 사이공맥주(10000동). 맛은 별로였다.
1220 버스탑승. 나는 달랏으로 HH는 호치민으로 돌아간다. 그는 앞으로 인도, 네팔 여행도 남아 있는데다가, 여행이 끝나면 부모님이 계시는 뉴욕으로 가야하므로, 현실적으로 이젠 얼굴보기 어렵겠지. 그의 앞 길에 행운이 깃들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1240 버스출발. 시간이 안되었는데 그냥 출발한다. 손님은 나와 서양인 커플해서 도합 3명. 원래 출발시간이 안되어도 가버린다는 것은 탈 사람이 다 탔다는 것인가?
차량은 24인승 마이크로버스이다.
역시나 중간에 어떤 호텔에 들러서 중국인 두 명을 더 태운다. 그리고는 정말로 출발한다. 그래봐야 손님 5명.
중간에 길거리에서 현지인 2명이 더 탔다. 그중에 한명은 기사와 잘 아는지 빈자리도 많은데 쌓아둔 짐 사이를 헤치고 꾸역꾸역 조수석자리로 들어가 않는다. 그리고 시작된 두사람의 시끄러운 대화. 그 와중에 기사는 전화를 걸고 받으며 지켜보는 내 가슴을 조리게 한다.
1345 차는 내가 (아이폰으로) 예상한 경로가 아니라 지방도로 같은 곳으로 달린다. 어차피 큰 도로로 나가더라도 빠른 속도를 내기는 어려우므로 좀 더 지름길로 가는가보다.
1420 쉼 없이 이어지는 기사와 조수석 아줌마의 시끄러운 대화소리에 도저히 눈을 붙이기가 힘들다. 밖을 보니 산등성이로 차가 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소나기도 내리고 있어서 버스가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이런 와중에도 기사는 조수석을 쳐다봐 가면서 열심히 얘기를 하고 있어서 안전운행이 될 수 있을까 살짝 두려워진다.
1430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 와중에 산등성이의 구멍가게와 같은 휴게소에 도착했다. 화장실 다녀옴. 건너편 산에는 햇빛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서 내가 자주 기다려온 스콜임에 분명하다.
휴게소 마당에 서있는 버스. 뒤쪽의 미니버스가 내가 탄 차이다.
1440 버스출발. 그런데 조수석에 아줌마가 타지 않았는데 그냥 출발해 버린다. 아마 아까 그 가게에서 내린듯하다. 속으로 기뻤다. ..... 근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줌마는 뒷좌석으로 옮겨 앉아 있었고, 이젠 버스 전체가 다 들리도록 기사와 큰 소리로 대화를 한다. 기사도 연신 룸밀러를 보면서 박자를 맞춘다. 아깐 운전석 바로 뒷자리의 나만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모든 승객들에게. 피해를 준다. 정말 가관이다.
1455 기사가 목이 아팠는지 아줌마의 수다에 대꾸가 줄어들자, 아줌마는 재미가 없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저 통화가 끝나면 제발 좀 조용해지기를 기대한다.
1500 어느덧 스콜은 지나가고 버스는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구불구불 지그재그로 나있는 길은, 흡사 어릴적 가슴조리며 버스 손잡이를 꼭 쥐고 넘어갔던 한계령을 지나는 듯 하다.
1510 드디어 최고점을 통과하는 것 같다. 바깥에 TIM LANG DONG(?)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1525 최고점을 지나니 바로 해발고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원지대를 통과하였고, 동네도 꽤 형성이 되어 있다. 다만 도로사정이 좋지않고 곳곳에 도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버스는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아무리 출발시간이 20분 정도 빨랐다고 하지만 이래서야 과연 정시(16시)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1542 달랏이 42km 남았다는 표시가 있었다. 정시도착은 이미 물건너간 일이고 과연 몇분이나 연착할지 두고보자.
1605 역시나 정시를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먼듯하다. 날씨가 흐린 탓도 있고, 버스의 에어컨 기운 때문이겠지만 달랏이 가까워지면서 상당히 선선한 느낌이든다.
1608 달랏이 20여킬로 남은 시점부터 내가 지금까지 본 베트남에서 가장 훌륭한 왕복4차선 고속도로가 펼쳐진다. 귀찮은 오토바이는 커녕 자동차도 드물어서 오랫만에 버스가 양껏 달린다.
1618 고원지대에서 해발고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달랏을 5km여를 남기고는 또다시 고도를 높인다. 얼마나 더 산을 올라가려나. 마치 불국사를 지나서 석굴암에 이르는 도로를 가는듯하다.
1625 달랏시내에 들어온 듯. 여기도 오토바이는 많구나. 근데 사람들의 복장이 긴팔, 긴바지가 대부분이다. 생각이상 선선한 것 같다.
1635 달랏 신카페도착.
1715 삐끼들을 피해서 숙소를 정하려 한 것이 악수를 둬버렸다. Hoang Vy호텔 8불/1일. 샤워후에 확인해보니, 방안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고 TV도 3개 채널만 나온다. 또 번화가에서 너무 멀다. ㅠㅠ 그냥 모르는 척 삐끼들을 따라갈 걸....
에로틱한 분위기가 나는 내 방 ^^
1800 신카페에 들러 내일 시티투어 예약(290000동).
1830 달랏시장 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한국인(HJ씨; 여 41, JY씨; 여 33)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맥주도 한잔했다. 이들은 호치민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마음으로 즐겁게 여행하고자 노력중인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숙소를 나올때 선선한 날씨에 대비하여 긴팔셔츠와 긴바지로 무장하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밤이되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달랏시장에서 사먹은 음식. 이름을 까먹었는데 맛이 짭잘한 것이 맥주 안주로 안성마춤일 것 같았다. 물론 먹을때는 그걸 몰랐으니 맥주없이 그냥 먹었었다.
이곳은 1500m 고지에 있는 도시라서 다른 베트남 도시들과는 날씨가 전혀 다르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체험하고 보니 생각보다도 훨씬 추운 것을 느꼈다. 물론 춥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계속 더위에 시달려온 몸인지라 너무나 반갑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ㅎㅎ 내일 시티투어 때에는 좀 더 무장을 해야겠다.
숙소에 들어올때 길을 헤매서 본의아니게 달랏 밤거리 산책을 했다. 2300 숙소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