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8 Da Lat
프랑스 식민 시절 휴양지였다는 달랏.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신혼여행지 선호 1위 지역이라는 달랏.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도로 쪽으로 좁게 앞을 보고 뒤로 기일게 뻗어 있는 베트남 도시지역 건물 양식은 그대로이건만, 왠지 뭔가 더 이뻐 보이고 있어 보입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더 깨끗하고 예뻐 보이는 달랏 시내를 가로질러 오늘 오후 일정인 Crazy House 구경을 하러 갑니다.
사진으로 여러번 보면서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크레이지 하우스. 시내에서 약간 외곽, 깔끔한 주택들이 이어져 있는 주택 지역에 이름처럼 이상하게 생긴 꽤 큰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랬던 것일까. 아기자기 하고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기괴하다' 라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크레이지 하우스.
시작은 평이합니다. 예쁘기도 하구요. 잘 해 놓은 정원 느낌?
이제 여러 방과 이곳저곳을 둘러보려고 올라가려 하는데... 듣던 대로 계단이 약간 위태위태 합니다.
달랏의 숙소를 구하기 위해 리멤버투어 라는 현지 한인 여행사 컨택을 했었는데 (remembertour@hanmail.net) 그곳 매니져께서 크레이지하우스를 묘사한 내용입니다.
"기괴한 방 구조와 수많은 방문객으로 지저분합니다. 그곳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은 거의없습니다."
저 정도의 평만 있었더라면,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도전의식이 없어서 어떡해? 훗, 이런 데도 묵을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매냐 아니겠어?' 하고 여기 숙박을 강행해 봤을텐데...
나중엔 아기들과 함께라면 위함할 것이라는 평까지 해 주시고 나서야 아, 위험하다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난간도 없다시피한 공중에 붕 뜬 길, 계단들도 위험했지만 곳곳에 공사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 정말 아기들과 함께 묵기엔 위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애들이 밤중에 엄마아빠 몰래 방에서 빠져나와 이 요상스런 건물을 돌아다닐 일은 없겠지만요.
그리고 사실 공사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는 건, 뭔가 안전장치가 더 갖춰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편으론 80년대 베트남의 부대통령을 지낸 트롱친의 딸 항응아 (Hang Nga) 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이 곳이 키치 예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만큼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 펼치기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되려 이 곳의 생명력을 느끼게끔 해 주는 군요.
자, 다시 숙소 측면의 평을 계속. 제가 가장 신뢰하는 Trip Advisor에서 이 곳 평을 봤는데, 평은 많은데, 자 봤다는 얘긴 거의 없고 여기 진짜 특이한 데니까 꼭 한번 가볼만 하다 이런 얘기 밖에 없습니다.
숙소 상태까지 직접 보고 나서 여기 안 자길, 꼭 위험한 계단 구조나 공사 중인 것 말고라도,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침대 매우 작고 (폭도 폭이지만 길이도 짧음) 침구 쩜 지저분 하고 축축. cozy한 느낌 제로.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움.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Eagle Room 상태가 이 정도. 11월의 달랏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열 많은 저도 잠바 하나로는 좀 쌀쌀한 편인데, 여기서 자다간 네 식구 감기 걸리기 딱 쉽상. 니스냄새 짱.
그리고 여기서 잤으면 했던 이유가 대부분 동물 이름을 따라 붙인 방마다 그 방 동물의 큰 조형물이 방안에 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까봐 그런 것인데, 이 동물 상들이 귀여운 캐릭터 형태가 아니라 그로테스크한 그런 것인데다가 화룡점정으로 눈알도 빨간 전구를 끼어 놓고 시뻘건 불이 희번득 합니다.
아이들, 무지 무서워 합니다. 방 구경할 때마다 동물 모습만 보면 기겁을 하며 엄마 아빠 뒤에 황급히 숨습니다. 여기서 잤었다간... 나이트메어 완결편 찍을 뻔 했습니다.
자는 사람도 실제로 없는지 일부 방은 아예 좌판 깔고 공예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이 방들 다 현지 여행사에서 예약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고 예약 하려고 방 vacancy도 다 확인했었는데 만약 여기서 잤으면 이 좌판 다 치우려고 그랬었나...?
식당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음. 붉은색 종유석 느낌 살린 분위기에 대창 꽂이 사이로 보이는 돌아가신 이집 쥔장 아부지 사진까지. 아담스패밀리나 프란체스카 세트장으로 딱.
이거 쓰다 보니 후기가 좀 골로 가는 느낌...? 여튼 다른 여타 관광객들 평과 똑같습니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 정말 끝내주지만 그렇다고 뭐 딱 집어 말할 관광명소는 특별히 없는 달랏 시내에서 꼭 한번쯤은 가볼만한 명소라 생각됩니다.
혹자는 가우디 작품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던데 제가 완전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많이 많이 키치한 가우디라면 쩜 말 될 수도...
이렇게 한시간 반 정도의 크레이지하우스 투어를 마칩니다. 여기 직원들, 뭔가 베트남 모더니즘의 선두를 걷는 듯한 포스 또는 자부심 느껴짐. 위 사진 왼쪽 아이폰 열심히 보고 계신 붉은색 잠바 언니, 무관심한 듯한 분위기의 응대가, 아쭈 배짱 영업이구먼 장사하기 싫은가벼? 가 아니라 오우 언니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라고 보임돠.
크레이지하우스 외벽 골목에 수완 좋게 불법주차 짱박고 계시던 우리의 충직한 기사님 쿠오와 만나 오늘 숙소인 응옥란 호텔 (Ngok Lan Hotel) 로 이동합니다.
달랏의 대표적인 카페 거리에 자리 잡은 응옥란 호텔로 가는 길에 쿠오에게 쓰언후엉(Xuan Huong) 호수를 들렸다 가자고 말해 봅니다.
달랏 시내 명소라고 여행 책자마다 나오는 큰 호수인데 거닐 시간은 없고 차로라도 한바퀴 드라이브 하고 갔음 해서요.
근데 구글맵 상으로 호수에 다 다다랐는데도 호수가 안 보입니다. 쿠오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No water..." 그럽니다. 가물어서 물 다 말라 붙은 것.
일부, 과거 호수 바닥이었을 곳은 이렇게 풀도 쑥쑥 자라서 소들이 풀 뜯고 있습니다. 헉...
모르긴 해도 이곳도 뭔가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요.
물도 없는 호수, 드라이브 포기하고 호텔로 바로 꺾어서 갑니다. 쿠오가 쓰언후엉 호수 제대로 못 보여줘서 미안해 합니다. 뭐, 아저씨가 그 물 다 들고 마신 것도 아닌데... 괜찮아유.
Hotels in Vietnam (www.hotels-in-vietnam.com / res@hotels-in-vietnam.com) 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Ngok Lan Hotel.
Crazy House 만한 가격에 괜츈한 다른 호텔 좀 구해 달라는 저의 요청에 이 여행사의 Ms. Helene Nguyen Hien 이란 양반이 추천해 준 호텔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리고 좀 전에 크레이지하우스를 보고 와서 그런지 더더욱... "우왕 굳 ㅋ!" 입니다.
연식이 완젼 새삥 같지는 않지만 거의 새삥 같이 관리 잘 된 호텔 전체 모습에 깨끗하고 포근한 실내.
깨끗하고 너른 욕실에 충분히 상식선 이상의 욕실 어메너티. Ms. Helene Nguyen Hien 이 언니 옆에 있었으면 뽀뽀를 쪽 해주고 싶을만큼 너무 맘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이 실제 현지에서 어떻게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옛날 (한 10년전 출간된...? ^^;) 여행 책자에는 이 호텔 바로 앞 거리가 유명한 카페 거리라고... 그래서 그런지 카페도 좀 보이구요.
달랏시장이 불과 지척인데 달랏시장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는 카페와 밥집들이 늘어서 있어서 저녁식사 메뉴도 먹을 데 없을까 하는 걱정은 별로 안됩니다.
지하에는 4성급 호텔 치고는 매우 저렴한 스파가 있는 점도 너무 좋았구요. 저녁 먹고 들어와서 마사지 한판 뜨기로 아내와 의기투합.
달랏의 기후를 대변하는 호텔 방 내 비치된 히터. 이 넘을 은은히 켜놓고 자서 좀 추웠던 부슬부슬 비오는 달랏의 밤을 포근하게 보냈지요.
비록 소피텔 너무 비싸서 못갔지만, 여러모로, 위치까지도 정말 만족도 높은, 소피텔 안 가본 주제에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가격까지 생각해 보면 소피텔 보다 훨 만족도 높은 호텔이었습니다. ^^;
저녁을 어디서 먹어야 하나... 이 호텔 앞에 식사도 가능한 카페들이 있지만 바로 앞에서 먹기엔, 꼭 그런 것도 아니련만, 뭔가 더 맛있는 집을 놓치는 기분이라 망설여 집니다.
아빠 혼자 여러 블럭을 걸어, 달랏시장도 지나면서까지 밥집을 찾아 봤지만 선뜻 맘이 가는데도 또 딱히 없습니다.
결국 30여분 돌아다닌 보람도 없이, 비도 오고 으슬으슬하고... 애들 감기 걸릴라 그냥 호텔 바로 앞 Tin Tin 이라는 카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팔고 있는 메뉴는 피자, 파스타에 베트남식 볶음면, 짜조 등 그냥 평이한 수준. 덜 부화한 오리알이나 생닭피 이런 특이한 거 없습니다. ㅎ
늘 이럴 때 소극적이고 맨날 먹는 것만 먹는 우리 가족. 이번에도 그냥 피자에 볶음밥, 볶음면, 짜조 이렇게 주문을 합니다.
느긋한 기분으로 테라스로 뚫린 일종의 야외 공간에서 식사를 기다립니다. 베트남 와이파이 인심은 정말 좋습니다. 아무 카페나 근처에서 스마트폰을 켜면 와이파이 연결이 됩니다.
남자아이들 키우려면 항상 인당 2대씩은 가지고 다니게 되는 빠방이(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아이들은 놀고, 아빠는 밀린 아이폰질 삼매경.
그런데 밖의 날씨가 아무래도 쌀쌀해서 거리를 오가는 오토바이들 보면서 기분 내고 폼 좀 잡아 보려던 계획 무산되고 피아노가 있는 따뜻한 실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자아~ 첫번째 타자, 짜조,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왜 이렇게 베트남에서 먹는 짜조는 맛있는 거지? 맛이 뭐 독특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기름을 뭘 이상한 걸 쓰는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촉촉하고 더 꾸슴하고... 맛있어요! 자... 일단 안타 하나 쳤습니다.
그 다음 쇠고기 볶음면. 으윽...!! 주자 일루 진출한 가운데 두번째 나온 이 메뉴로 투런홈런 칩니다!! 아내와 제가 마약 국수라고 불렀습니다. 간도 심심하고 고명(?)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거 웨스턴과 오리엔탈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맛이 일품인데다가 면 자체에도 무슨 짓을 했는지 버터향이 나는 게 으아... 진짜 맛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모든 메뉴를 조금씩 남기고 테이크아웃 해 갔는데, 얘는 배 터질 것 같아도 꾸역꾸역 다 먹었습니다.
이어지는 볶음밥과 피자도 다 평균 이상은 하는 작품들. 오늘밤 너무 행복해요. 호텔도 좋구 호텔 바로 옆에 이런 맛집을 발견하다닛.
아이스크림도 냐짱에서 먹었던 Monte Rosa 와는 비교가 안되는, 뭐 특출나진 않지만 아주 무난하고 깔끔한 맛.
다만 1개 시켰는데 점원이 2개 시킨 줄 착각하고 2개 가져와서 우린 하나만 시켰다고 하고 돌려보내자 지하(우리 호텔 쪽에서 보면 지하, 반대편 길가 쪽으로는 1층) 주방에서 일하시던 사장님 뛰쳐 올라와 우리 앞에서 점원 막 깨심. 에궁... 앤간하면, "그냥 주세요 먹을게요" 하면 될텐데 넘 배가 불러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괜히 먄.
뭘 시켜도 평균 이상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응옥란 호텔 앞 Tin Tin. 달랏에 언제 또 오겠냐만은 오면 꼭 다시 들리고 싶은 곳. 내일 아침 호치민으로 떠나기 전에도 들려서 가는 길 도시락으로 반미와 볶음밥, 아이스커피를 꼭 사가자라고 다짐합니다.
저녁식사 가기 전 Ngok Lan 호텔 지하에 있는 마사지샵에 아내와 저, 어른 둘, 예약을 해 놨습니다. 본래 방 하나에 한명씩 들어가 마사지를 받지만 사장님한테 부탁을 해서 방 하나에 침대 두개를 좀 넣어달라고 해서, 아이들도 있고 하니 다 같이 한방에 들어가 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탤런트 금보라와 외모 뿐 아니라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말투까지 싱크로율 99%인 중년의 미인 사장님(사진 왼쪽)의 친절한 배려로 마사지 잘 받고 스파 잘 하고 나왔습니다.
정말 다 1인용 방인지 좁은 방에 침대 2개가 사람 하나 겨우 서 있을 틈을 두고 들어가 있는데, 아빠 엄마가 거기 드러누워 있으니, 좁은 공간에 가족들이 다 같이 있는 게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잠시 후 마사지할 아가씨 둘이 들어오는데 몸집은 작지만 참 날씬하고 이쁩니다. 들어오면서 부부가 같이 있는 데다가 아기들도 둘이 이 침대 저 침대 정신없이 오가고 있으니 흠칫 놀랍니다.
안에 속바지를 입고는 있지만 미니스커트 복장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어쩔 수 없이 속살이 슬쩍슬쩍 보이는 아가씨들을 아내가 흘낏흘낏 보는데 신랑의 곁눈질이 신경 쓰여서 그러는가 보다 싶어서 마사지 끝나고 묻습니다.
"ㅋㅋ 당신 내가 저 아가씨들 훔쳐 볼까봐 신경 쓰였지? 샘나냐? ㅋㅋ"
하지만 아내 반응, 뭔 소리냐는 듯이,
"아니. 쟤네들이 나보다 더 날씬해서 (같은 여자로서) 부러워서 본 거야. 당신이야 보든 말든..."
결혼 7년차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자그마한 체구의 아가씨들이지만 손 힘 하나 야무지고 매운 마사지 시원하게 잘 받고 따끈한 족욕탕, 자쿠지, 사우나 시설 등 기분 좋게 즐기고 노곤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