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4 Mui Ne
흔히 무이네의 어촌 마을 (Fishing Village) 이라고 불리는 이 곳에 와서 베트남 어촌의 명물 대나무배를 만납니다.
사람 한두명은 족히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이 둥그런 배는 카이뭄(Chai Mum)이라고 불리웁니다.
장정 혼자서 들기도 한다는데, 번쩍 드는 사람은 못 봤고 굴려서 이동을 시키는 것 같습니다.
물 위에선 노를 하나 척 걸쳐 놓고 흔들흔들 위태위태하면서도 빠지거나 뒤집어 지지 않고 다니더군요. 어부들이 혼자 타고 다니며 얕은 물가에서 주로 손낚시를 할 때 쓰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젖, 느억맘 산지로도 유명한 어촌, 무이네.
어촌의 아지매들께서 바지런히 볕 잘 드는 비탈에 멸치 같은 작은 생선들을 흩뿌려 말리고 계시는 무이네의 어느 늦은 오후입니다.
무이네 어촌(Fishing Village)을 지나 무이네의 또다른 명물, 모래언덕(Sand Dune)을 찾아 갑니다.
Fishing Village 에서 30여분을 더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Yellow Sand Dune.
여기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좀 더 달리면 White Sand Dune도 나옵니다. 그 곳은 다음날 냐짱으로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정말 모래 색깔이 이 곳 Yellow Sand Dune에 비하면 아주 하얀, 옅은 베이지색이라고나 할까, 그런 색을 띄더군요.
규모는 White Sand Dune이 더 크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애들이랑 놀기엔 Yellow Sand Dune이 더 나은 듯 합니다. 바다와 함께 군데군데 석호까지 어우러진 White Sand Dune은 경치도 좋고 규모도 크지만 좀 흩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Yellow Sand Dune은 한군데 아주 크게 쌓여져 있는 느낌이라서, 더 그 큰 품에 푸욱 빠져서 신나게 뒹굴다 올 수 있다고나 할까.
모래 알갱이 느낌은 또 왜이리 좋은지. 우리 가족도 세계 각지 모래 좀 만져본 사람들인데 걔 중 최상급에 속한다는 아내와 저의 중평.
서늘하기도 하면서도 포근하고 축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건조하지도 않은, yellow라 하기엔 약간 붉으죽죽한 심상도 던져주는 가볍지 않은 색깔. 바닷바람에 날리는 모래 가루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참 좋은 곳입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모래에서 뒹굴고 빤쓰로 기저귀로 모래 알갱이가 마구 비집고 들어오는 것 개의치 않고 놉니다. 오늘은 날이지요~! 평소엔 아파트 난간 더럽다고 그것도 못 만지게 하는 쫀쫀한 부모들이지만 엄청난 ^^;; 관용을 베풀어 원없이 놀게 내버려 둡니다.
큰아이가 모래에 드러누워 양팔과 양다리를 휘저어서 만든 천사 표시 (Angel Mark). 다 만들고 나서, 아빠 이거 봐 천사야! 그럽니다. 이런 건 도대체 누가 가르쳐 줘서 이렇게 하는 걸까?
뭐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바로 이 곳의 터줏대감, 동네 꼬마들. 이미 세계테마기행 김태용 감독 베트남 종주편에서 김태용 감독이 동네 꼬마로부터 모래 썰매를 빌려 타는 걸 보고 선행 학습이 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몇명 들러 붙으리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뭐 한두 아이에게 1달러 가량 주고 썰매 한두번 타보는 건 충분히 여행 중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요새 경기가 안 좋은지... ㅠ 우리 집 아기 두명에게 동네 아이들이 무려 열명 정도가 붙은 겁니다. 괜찮다고 그래도 우리 부부 말은 듣지도 않고 우리 아기들을 한명씩 둘러 업고는 모래 언덕을 자기들 맘대로 척척 올라가서 몇번씩 모래썰매를 태워다 줍니다.
(얘네들 영어 정말 잘합니다. 입에 붙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부부랑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됩니다. 사실 우리 차 기사 양반보다 낫습니다... -_-;;)
우리 집 애들이야 신났죠. 베트남 형들이 썰매도 태워주고 업어 주고 그러니까 "하하 재밌다!" 그러면서 잘들 놉니다.
그런데 동네 애들이 다 그렇게 잘 놀아준 게 아니고 사실 우리 애들 데리고 노는 건 3-4명이고 나머진 그냥 자기들끼리 놀거나 이렇게 제 옆에 와서 제 아이폰 구경이나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한 일이십분이 지나고 이제 됐다 싶어서 그만 놀고 우리 가족들끼리 있게 두고 가라고 하니 본격적인 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인당 팁 1불 정도 주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오긴 했고 실제 열심히 썰매 태워 준 아이들은 4명 정도 였지만 옆에 친구들도 있고 하니 10달러를 주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사람이 몇명인데 10달러만 주고 말겠다는 거냐는 거죠. ㅎㅎ;;
이거 밀리면 호구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잘 놀아준 애들에게만 주면 되는 팁인데 옳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서 (자본주의적 발상...?), "마지막 제안이다, 10달러 주는 것 받으면 받고 아니면 한푼도 주지 않겠다." 라고 하니 (이 말을 다 알아듣습니다...!!) 자기들도 느낌이 왔는지 대장쯤 되 보이는 아이가 돈을 탁 낚아채 갑니다.
약간 겁이 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라지만 중학생 정도되는 애들도 있었고 자기들끼리 놀려고 갖고 온 것이지만 쇠파이프도 아이들이 갖고 있었는데다가. 우리가 10달러만 주고 마니까 우리 부부가 보지 않는 틈에 우리 아기들에게 달려 들어 확 꼬집고 도망가고 그랬거든요.
하도 우리 아기들을 만져 대어서 한번만 더 우리 가족한테 손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화를 버럭 냈더니, 쇠파이프 든 중딩 serious한 눈빛으로 저한테 쇠파이프 들고 다가 옵니다. 헉, 얘 왜 이래. 캐나다 있을 때 차이나타운의 갱 중에 베트남 갱이 젤 무섭다고 피해 다니라고 들었는데, 얘도 그 부륜가, 싶었는데...
예의 그 내리깐 눈으로 그 쇠파이프 저한테 건네 주면서, 우리 애기 꼬집은 걔를 가리키며 내리치는 시늉을 합니다. 이 쇠파이프로 쟤를 갖다 패라 이거죠. 헐... 아서라. 10달러도 과한데 살림 거덜내고 한인신문에 날 일 있니. 됐으니 그냥 우리 가족 내버려 두고 가라... 이렇게 겨우 이 악동들을 떼냈습니다. ㅎ
우리 가족끼리만의 시간을 좀 더 가지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있다가 오늘 숙소인 Romana Resort로 가기로 합니다.
아내는 동네 아이들 때문에 무척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동네 꼬마들한테 다구리 당하고 협박 당한 것 같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그러면서 그 기분 이후에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아유, 어쩌다 저 초딩 애들이 저렇게 되었을까. 얼마나 삶에 찌들고 돈에 굶주렸으면, 쯧쯧쯧...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그 현지 아이들에게 참 무례할 수도 있는 것이, 저 아이들의 집들이 우리 집 보다 경제적으론 소득 수준이 많이 낮을 수 있어도 그래도 밥 잘 먹고 학교 잘 다니고 나름 행복해 하며 살고 있을 것이거든요. (대화 중에 학교 매일 가고 영어도 학교에서 배웠고 학교 끝나면 여기 와서 이렇게 논다고 했음.)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부로 저 아이들의 삶에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을 혹시 저들이 알게 된다면 무지하게 기분 나빠할 것이고 자존심 상할 것입니다.
부자 나라(?)에서 여행온 외국 삼촌, 이모에게 떼를 좀 써서 용돈 좀 받아간 것에, 그리고 어쩌면 그건 우리 같은 외국 여행객들이 그들에게 자연스레 학습을 시킨 탓도 없잖아 있을 텐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저렇게 저렇게 이 동네에서 계속 평생을 살 수도 있는데, 뭐 그게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제 어머니가 지금도 산골 오지 같은 시골에서 죽기살기로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었던 것 처럼, 혹시 이곳을 벗어나서 가질 수 있는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다면 많이 애쓰고 또 기회를 잡아서 그 꿈을 이룰 수 있길, 기도하는 것으로 즐겁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던 Yellow Sand Dune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합니다.
숙소인 Romana Resort (http://www.romanaresort.com.vn/)
무이네의 동쪽 끝 부분에 Yellow Sand Dune이 위치해 있고 로마나리조트는 흔히 무이네라고 불리우는 지역의 초입이라 할만한 무이네의 서쪽 Phan Thiet 리조트 지역에서도 서쪽 끝 근처라 Yellow Sand Duen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30여분을 달려 도착합니다.
너무 허기진 탓에 대강 짐을 풀고 얼른 리조트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허기진 막내, 식신본능 작렬. 어우 누가 보면 엄마 아빠가 평소 굶기는 줄 알겠다, 얘.
주문한 메뉴는 마가리따피자(8만동)와 까르보나라 스파게띠(12만동), 랍스터구이(60만동)와 빼 놓을 수 없는 베트남의 맛, 비아사이공 여러병.
사실 파스타와 피자는 애들 배채우려고 주문한 것이고 약간 노후되었지만 그래도 엄연한 4성급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가격에 혹하여 주문한 타이거 랍스타는 매콤짭조름한 소스와 함께 정말 맛있었던 초강타 스매싱 강강추 메뉴.
손가락 사이를 줄줄 타고 흘러내리는 소스까지 쪽쪽 빨아먹는 요 랍스터 메뉴, 말 그대로 Finger Licking Good!
우리 가족의 숙소는 Beach Front Pool Villa.
풀 빌라의 풀이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야트막한 조경으로 둘려져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풀빌라의 맛, 대낮에 빨게 벗고 수영하기 이런 건 좀 무리데쓰. (나만 그랬나 나만 변태인가)
허겁지겁 하지만 만족스런 리조트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아기들과 밤 수영을 조금 즐기다 잠자리에 들려 합니다.
넓고 시원한 객실은 참 청결하고 지내기 부족함이 없지만 뭐 그렇다고 해도 어딜가나 있는 도마뱀 아저씨들이 없는 건 아니구요. ㅎ
일출시간을 맞추진 못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지려, 어제 모래에서 신나게 놀고 늦은 저녁에 밤수영까지, 녹초가 되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빠져 있는 식구들을 남겨 두고 리조트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을 하며 계속 뭔가 개발을 하고 있는지 해변 쪽으론 아침 일찍부터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판티엣-무이네 지역에는 리조트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어촌 마을인데다가 해변이 무난하게 즐기기에 개발된 곳이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편.
그 가운데에서도 로마나 리조트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수영장 때문이었습니다.
크진 않지만 깨끗하고 정말 여기서 쉬면 푹 쉬는 것 같은 거야 라는 느낌이 드는 수영장. 사실 막상 와 보니 인터넷에서 보는 이미지랑 약간 틀려서 좀 실망했지만...
그런데 좀 연식이 되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지 수영장 안에 들어가 놀면 바다 수평선이 수영장 위로 올라오는 것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좋은 수영장인 것이 사실입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들린 레스토랑 아래충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 여기서 운동하는 사람 그리 없겠지만, 그래도 좀 넘 썰렁한 수준의 피트니스센터.
저녁을 먹었던 Panorama Restaurant 에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자, 이제 이 리조트에 온 목적, 수영장으로 놀러 가자~!
고급스럽고 청결하면서도 저렴한 판티엣-무이네의 리조트를 맛볼 수 있는, 연식이 좀 되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었던 리조트, Romana Resort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