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 여행 16일 째
하노이에서의 첫 날이 밝았습니다.
후덥지근한 게 베트남으로 온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굿 모닝! 하노이~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배낭여행이란 이렇게 게으르게 보낼 권리가 있습니다.
우선 숙소를 호안끼엠에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그다음이 내일부터 1박 2일 마이쩌우라는 곳의 투어를
예약하는 일이고 글피는 향사라는 퍼퓸 파고다에 1일 투어를 예약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기 전에 몇 군데 여행사에 들려 우리가 갈 여행지의 가격을 알아본다.
숙소를 나서는데 벌써 높은 습도와 열기로 베트남에 온 것을 몸으로 느낀다.
먼저 환전부터 하기 위해 여행자 거리의 금은방 몇 군데에 들어갔더니 환전업무를 하는 곳이 있고 하지 않는
곳이 있다.
그 중 한 군데에서 1불에 18.600동으로 40불만 환전했다.
지난번 공항에서 10불 환전했고....
베트남은 금은방에서 환전하는 것이 은행보다 유리하다.
그러다가 들린 곳이 작년에 佳人이 디카프리오가 되어 마이클이라는 삐끼를 따라가 나흘 동안 묵었던
항베거리 프린스 57이라는 숙소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피터라는 녀석이 우리 부부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의 일인데 우찌 우리 부부를 기억할까?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더니 안나라는 여직원도 반갑게 손을 흔든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그래서 들어간다.
어디에 묵고 있느냐... 얼마 동안 하노이에 있을 거냐... 우리집에 묵어라.... 얼마에 묵고 있느냐... 등등등..
그래서 7불에 이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마이쩌우와 퍼퓸 파고다 투어비를 물어보니 다른 곳보다 조금 저렴한
50불과 15불에 해 주겠단다.
OK! 그렇지 않아도 호안끼엠 호수 가까이 숙소를 정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숙박과 투어를 모두 하기로 했다.
사실 베트남에서의 투어란 가격이 얼마냐 보다는 어떤 팀을 따라가느냐에 달렸다.
그들은 투어 티켓만 팔고 그런 사람을 모아서 행사를 하는 것은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따지고 할 때는 아는 곳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일단 짐을 나중에 옮기기로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쏘이 엔이라는 식당으로 간다.
동남아시아의 쌀은 우리와는 달라 끈기가 없어 불면 모두 날아간다.
아래 사진 건너편에 보이는 식당이 쏘이 엔이라는 밥집이다.
그러나 이 집은 찹쌀로 밥을 지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쏘이라는 말이 찹쌀밥이라는 말이란다.
작년에 왔을 때 이 집의 밥을 처음 먹어보고 하노이에 오면 이곳에서 밥을 먹겠다고 생각했다.
그 집은 여행자 거리에 있어 찾기가 쉽다.
역시 식당에는 사람이 많다.
돈을 많이 벌었나 보다.... 작년에 비해 식당을 넓혀 놓았다.
이제는 목욕탕 의자처럼 생긴 나지막한 의자에 앉아서 먹는 일이 무척 자연스럽다.
주문을 하고 밥을 먹는데 뭔가 이상하다.
계산서를 가져오는데 우리가 암산으로 한 31.000동 보다 많은 50.000동이 나왔다.
직원을 불러 잘못됐다고 말하니 겸연쩍게 웃으며 48.000동으로 고쳐온다.
그래도 그게 아니다.
다시 불러 차근차근 우리가 주문한 것을 설명한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주문을 받은 아가씨가 야단을 맞는다.
다른 남자직원이 다가와 우리에게 죄송하다며 우리가 계산한 금액대로 지불하란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그 집의 계산이 맞는 듯하다.
다만, 문제는 우리는 밥 한 가지에 반찬 하나씩 각각 주문을 했는데 그 아가씨가 밥에 반찬을 한 가지씩이
아니라 두 가지씩 모두 넣어온 듯하다.
틀림없이 손으로 가리키며 밥 하나에 반찬을 집어가며 하나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나 사진을 확인한 것은 귀국 후의 일이라 지금 다시 돈을 더 주기 위해 하노이로 갈 수 없는 노릇이고...
밥은 그때 다 먹고 빈 그릇만 남았는데 어쩌란 말이냐~~
계산은 밥이 7.000동이고 반찬이 각각 4.000동과 13.000동으로 우리가 주문한 내용은 밥 두 개 14.000동에
반찬이 17.000동으로 합이 31.000동인데 반찬을 모두 넣어왔으니 17.000동이 추가된 48.000동이 되었다.
이럴 때 늘 하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다.
바로 "배 째라~ 배 째란 말이야~~"다.
이미 음식은 모두 배속에 다 들어갔는데 어쩌란 말이냐~~
바가지로 악명이 높다는 베트남에서 우리 부부는 오히려 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온 셈이다.
무식하면 이런 억지가 통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 원 참 !!!
여행이란 이렇게 실수를 저지르고 나중에 잘못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정당한 요구와 그에 따른 시정은 오히려 베트남의 관광문화에도 도움이 되며 한국인의 정당한 권리며
여행자의 덕목이다.
그것은 쫀쫀한 게 아니고 여행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당당한 요구 사항이다.
좌우지간 식사를 마치고 짐을 프린스로 옮긴 다음 호안끼엠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한다.
짱띠엔 백화점에도 들려 물도 사고 인스탄트 베트남 커피도 한 통 산다.
베트남 커피는 맛이 구수한 게 입맛에 잘 맞는다.
신또라는 것을 먹어보기 위해 또띡거리로 간다.
또띡거리는 호안끼엠 북단에 있는 화룡관 건물에서 서쪽으로 직진하면 바로 그곳에 있다.
신또는 여러 가지 과일에 연유를 넣은 것으로 한꺼번에 여러 가지 과일과 독특한 베트남만의 과일탕을 맛볼 수
있고 더운 곳에서 하나만 먹어도 더위를 잠시 식힐 수 있다.
베트남에서 꼭 먹어볼 음식 중 하나다.
큰 유리잔에 여러 가지 과일을 넣어 두고 주문을 하면 그곳에 연유를 부어 준다.
그러면 함께 제공되는 얼음을 넣어 긴 숟가락으로 들쑤시면 금방 녹아버려 퍼먹으면 된다.
물론 플라스틱에 포장하여 들고 다니며 먹어도 꽁안이 잡아가지 않는다.
얼음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면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아무 탈이 없었다.
다 먹은 후 함께 제공되는 물로 입가심까지 하면 더운 곳에서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신또는 우리나라의 빙수와 같은 것이나 여러 가지 생과일에 얼음을 넣어 먹는다는 것이 다르다.
하노이...
거리를 달리는 오토바이.... 우리가 평생에 볼 오토바이를 단 몇 분에 볼 수 있는 나라....
그러나 달리는 오토바이보다 세워놓은 오토바이가 훨씬 더 많다.
가만히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면 무질서 속에서도 그들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그 질서를 모르는 이방인은 당연히 혼란스럽다.
아무리 많은 오토바이가 다녀도 모든 사람이 건너다닐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도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들처럼 눈을 맞추며 편안한 마음으로 건너다닌다.
여행 중에 현지인과 눈 높이를 맞춘다는 일....
베트남에서는 길을 건널 때 오토바이 운전자와 눈을 맞추는 일부터 시작한다.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더라도 안전에 대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사랑이란 강하고 격정적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격정적이고 화려한 사랑은 우선 보기에는 좋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늘 옆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고
서로 지켜가는 사랑만큼 빛나고 아름다운 사랑은 없습니다.
장작불같이 한순간에 타오르는 열정보다 은은하게 상대의 얼굴을 밤새도록 말없이
비추어 주는 호롱불 같은 사랑이 더 아름답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시간은 오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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