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 여행 15일 째.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지요?
우리는 이제 쿤밍에서 시작한 윈난성 여행을 쿤밍에서 마칩니다.
오늘은 쿤밍에서 베트남 항공을 타고 다시 하노이로 들어갑니다.
윈난성 여행을 15일간 하면서 호도협에 있는 차마객잔에서 한가로이 머물고 있었던 오직 한 사람의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순수한 여행자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물론 스쳐 지나갔을지 몰라도....
그래도 외롭지 않습니다.
호랑이가 협곡을 뛰어넘었다는 호도협이라는 후타오샤에서 옛 차마고도를 따라 아찔한 절벽길을 트레킹하며
우리가 걸었던 절벽에 만든 하늘길의 식겁했던 옛 마방의 길을 함께 걸어 간 동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낮에 시간이 있어 울 마눌님이 마사지를 받고 싶으시단다.
맹인 안마라는 곳에서 30위안(5.400원)으로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전신 마사지....
중국 안마는 동남아시아와는 다르게 경혈을 짚어가며 하는 안마라 조금 다른 느낌이란다.
오후에는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다 1위안을 내고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일찍 서두른 탓에 출발시각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대기하다 제일 먼저 좌석표를 받는다.
미리 근무자에게 부탁하여 또 비상구 옆자리를 받았다.
그 자리가 넓어서 무척 편하기 때문이다.
쿤밍 공항 국제선은 국내선과 같은 청사이며 제일 왼편 구석에 있어 찾기조차 쉽지 않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는데 또 라이터를 빼앗는다.
다른 나라 공항은 그런 일이 없는데 중국에서만 라이터를 휴대하고 탑승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연 앞에 서면 귀퉁이에 있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띠끌이 인간일진데..... 참자...
그럼 佳人이 다이하드에 나오는 라이터로 장난치는 부르스 윌리스라도 된단 말인가?
어쭈구리~~ 이번에는 신발도 벗으란다. 젠장....
등산화를 신고 여행을 왔기에 신발 벗고 신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는데...
여행을 떠난 지 15일이 지났고 구순 포진 때문에 그동안 수염을 깍지 못해 덥수룩한 모습이 아마도 요주의
인물인 빈 라덴처럼 생겼단 말인가?
이렇게 순박하게 생긴 대한의 남자인 佳人을....
옴마니~~
오잉?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
그래도 대한민국의 사나이인데 5.000불이면 너무 싸다.
1.000배는 더 쓰셔야 제 값이지.....
모든 버스에 좌석벨트도 갖추지 않은 중국..... 그게 안전 불감증이 아닌가?
라이터를 가졌다고 누구나 비행기를 폭파한 부르스 윌리스가 되냐?
수염을 길렀다고 모든 사람이 빈 라덴이 되냐....
그럼 학우선을 들면 佳人이 제갈공명이 되겠네그려~~
이 사진인가?
이건 학우선이 아니고 그냥 부채인데?
비행기는 밤 9시 15분 출발이나 40분이나 늦게 10시가 다 되어 출발한다.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려면 막차시간 밤 10시 30분 전에 도착하여야 하는데....
그러나 비행기는 쿤밍 공항을 이륙하자 원래 비행시간 1시간 30분을 30분이나 단축하여서 한 시간 만에
노이바이 공항에 9시 50분에 도착을 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시차가 1시간으로 밤 10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같은 시각에 하노이에 도착했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과속을 한게야~~
뭐... 하늘에 교통경찰이 있어 스피드 건으로 단속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러다 보니 밥 먹고 입국신고서 작성할 시간도 없이 끝나버렸다.
일단 짐을 들고 거의 뛰다시피 제일 먼저 입국 심사대에 서서 통과를 하고 버스 정류장인 오른쪽으로 가니
다행스럽게도 롱비엔으로 가는 17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공항을 나서면 바로 앞에는 한국업체가 운행하는 버스도 보이고....
그러나 이 버스는 요금이 25.000동(공항에서 시내행) - 30.000동(시내에서 공항행)으로 조금 비싸고 또 운행
시간도 일정치 않다고 한다.
17번 버스는 5.000동으로 무척 저렴하며 배차시간도 15-20분 정도다.
우리는 4성조의 나라에서 6성조의 나라로 왔다.
10시 10분에 버스가 공항을 출발해 늦은 밤이라 1시간 만에 롱비엔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이제부터 여행자 거리로 들어가 숙소를 구해야 한다.
늦은 시간인데도 버스 정류장에도 걸어가는 길거리에도 삐끼들은 계속 붙어 다닌다.
그러나 우리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묵묵히 여행자 거리로 향한다.
작년에 며칠 묵었던 응옥 디엡에 가서 하루 8불에 묵기로 하고 짐을 푼다.
그 집 안주인과는 전에 왔을 때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이메일을 통하여 보내준 적이 있다.
그러니 아직 우리를 기억하고 웃음으로 맞이한다.
이제 습도가 높고 더운 것을 보니 베트남에 온 것을 체감하게 된다.
중국 윈난성은 습도도 낮고 무척 맑은 날씨에 쾌적했는데....
그래도 워낙 해발고도가 높아 빨리 걸어 다니는 게 힘은 들었다.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처럼 기후가 좋은 곳은 없는 듯하다.
이곳에서는 11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머무르다 18일 예정에도 없는 태국 방콕으로 넘어가야 한다.
처음 베트남에서의 계획은 라오까이(老街)로 올라가 사파를 구경하고 국경을 넘어 중국 허커우(河口)로
들어가 쿤밍에서부터 샹그릴라까지 가는 계획이었으나 저렴한 비행기는 편도만 Add on이 안 된다고 하여
결국 비행기로 왕복하고 사파를 포기하고 말았다.
하노이에서의 주요 일정은 사파가 취소되는 바람에 마이쩌우라는 곳에 1박 2일 투어로 다녀오고 香寺라는
퍼퓸 파고다를 1일 투어로 다녀온다.
그 밖에는 그냥 시내버스를 타고 실크 빌리지와 밧짱 도자기 마을과 하노이 시타델 등을 다녀올 예정이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햇빛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고 언덕 때문에 골짜기가 생깁니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고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화가 나고 재미가 없습니다.
사랑 때문에 미움이 생기고 욕심 때문에 괴로움이 쌓입니다.
여행하기가 짜증이 난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좋아하고 좀 더 낳은 조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여행을 무지무지하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때문에"가 아니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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