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루(花樓)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호아루
11월 20일 여행 21일 째.
어제 저녁에 신청한 투어버스를 아침 8시에 숙소 앞에서 기다리다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태운 미니 버스가 구 시가지 호텔을 30분간 빙글 빙글 돌면서 예약 승객을 태운다.
8시 30분이 되어서야 호아루를 향하여 출발한다.
우리 미니 버스에는 우리부부 포함 모두 8명이다.
여러나라 사람들로 국적이 모두 다른 국제버스다.
우리 부부 2명, 독일인 남자 1명, 프랑스 여자 1명, 네덜란드 부부 2명, 그리고 수상한 스위스 커플 한 쌍.
모두 젊은 사람들이고 네델란드 부부는 우리처럼 연식이 조금 지난 구형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자기 소개 하란다.
네델란드 남자는 한 사람씩 소개 될 때 마다 그 나라 말로 인사를 한다.
"굿텐 모르겐" "봉쥬르" 그러다가 佳人 차례에 유창한 인사가 스톱~~~
자신의 어학 실력을 자랑하다 佳人의 소개 때 태클에 걸려 팍~자빠진다.
"니 하오?... 곰 방와?..."
동양인은 일본인이나 중국인만 있는게 아니네.... 이 사람아...
" 안녕하세요닷~~~ 마"
물끄러미 쳐다보며 " 안뇽....? 마?"
"임마가 기분 나쁘게 임마 점마 하지 말고 마는 빼라~"
"안 녕 하 세 요" 또박 또박 말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즐겁게 여행길에 나선다.
그런데 독일 남자만 멀뚱거리고 프랑스, 스위스커플 그리고 네델란드 부부는 코로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들리는 프랑스어로 떠들며 간다.
지들이 하는 말 佳人이 알아 들어도 관심없네~~.
출발해서 1시간 정도 지나니 휴게소라고 세운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냥 눈요기나 한다.
꽃 파는 베트남 꽃순이들...
너는 왜 이곳에 있니?
저 배 위 선수에 올라 양팔 벌리고 달려봐?
그러면 佳人이 정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되는겨?
1번 고속도로다.
오토바이, 자전거, 트럭, 버스가 사이좋게 함께 달리는 평등한 국가...
그래.... 그냥 가는거야~~
통행료는 차량만 낸다.
그런데 왜 통행료를 받는 곳에는 꼭 두 사람이 근무를 하는지...
표 파는 사람과 바로 몇 m 앞에서 다시 확인하는 사람....
믿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일까?
과거 동독이 패망하기전 식당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하루에 10명도 오지 않는 식당에 근무하는 사람들만 25명이었단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우리들의 눈으로는 절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다.
다시 달려 1시간쯤 호아루라는 곳에 도착한다.
호아루는 한자로 화루(花樓)를 말한다.
1.000여년전 비엣족의 첫 통일 국가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는 천여년간 중국의 지배하에서 지냈다.
베트남인들에게는 이곳이 성지와도 같은 곳이리라.....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중남부 지방에 강력한 참족의 참파왕국이 있을 때라 비엣족은 북부지방에 근거를
둔 그 세력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나라는 고려가 건국되었을 시기다.
중국의 구천이 세운 월나라의 월족이 곧 비엣남(vietman)의 비엣(越)과 같은 민족이란다.
중국인들은 이 월나라 사람이면서 광동, 광서 이남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을 남월사람들이라
불렀단다.
베트남은 광동, 광서지역과 베트남 북부지역에 뿌리를 두고 명맥을 유지하였으나 결국 중국에 영향아래
있다가 한무제가 한반도에 한사군을 설치할 때 마찬가지로 중국에 복속되었다.
한무제는 광동, 광서에 4군을 설치하고 기원전 111년에 홍강 델타지역에 3군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월남 지배는 당나라가 멸망할 때인 938년까지 1천여년을 지속한다.
그래서 베트남이 중국과의 1.000년 전쟁을 하며 지킨 나라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예전 왕궁터였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유적만 남아있다.
호아루의 중요성은 최초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베트남 왕조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후 李太祖라는 리 따이 또가 탕롱이라는 하노이에 1.010년 수도를 정하며 강력한 리왕조를 연다.
입구에 차를 내리니 물소 탄 노인이 있다.
한 번 타고 사진찍으라는 이야기지...
당시에 저렇게 물소 타고 전쟁했다고?
이곳의 지리적 잇점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방어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당시의 규모는 알 수 없고 지금 이곳에는 두 왕을 섬기는 사당만 있을 뿐이지 별로 볼만한 가치가 없으나
땀꼭 가는 길목에 있어 끼워 팔기하는 관광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딱 하루 코스가 되니까....
그래도 왔으나 보고는 가자.
사당 입구를 들어서니 타이빈(太平)이라는 글자가 있는 커다란 깃발이 걸려 있다.
태평이라는 말은 970년 처음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건국을 선포하고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정한 연호다,
사당이 두개 있다
하나는 최초 이곳에 터를 잡은 딘(丁) 왕조의 딘 띠엔 황(丁先皇, 정씨 왕조의 선왕이라는 의미)이라는
왕을 모신 사당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부하장수로 있던 레 다이 한이라는 사람이 하극상의 극치인 딘왕을 죽이고 레(黎)왕조를
연 왕을 위한 사당이다.
딘왕 옆으로 두 아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그 옆으로는 그의 부인이 탐욕스런 모습으로 앉아있다.
딘왕은 편안한 얼굴로 묘사를 하였고
레왕은 날카로운 눈매로 표현을 하였다.
사찰이라기 보다 마치 무당집 같다는 생각이다.
선과 악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선이 이긴다고요?
이기는 자가 선이다.
아마츄어는 남을 상대로 싸우지만 푸로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싸운단다.
보통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휩쓸릴 것이고 시대의 영웅은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이다.
왕권만 찬탈한게 아니라 왕비까지 차지 했단다.
花樓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호아루에서 佳人이 들은 이야기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그래도 역사는 승자의 역사다.
사진이나 더 보고 다음 관광지로 간다.
사당 입구에 앉아 전통 악기라는 아쟁처럼 생긴 악기로 연주 한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늘 이곳에서 하염없이 연주를 하며 세월을 보낸다고 한다.
용 문양이 세파에 찌들었나?
닦기라도 하지....
우리들과 함께 한 일행들이다.
가운데 빨간 쉐타를 입은 사람이 우리 여행의 영어 가이드다.
佳人은 가서 들어봐야 알 수 없어 혼자 사진이나 찍고 주위를 맴돌며 놀고 있다.
사당 앞으로 보이는 남산이다.
저리로 올라가면 이 지역을 다 내려다 볼 수 있겠다.
이곳은 이렇게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그야말로 천연의 요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면적으로 보아 수도로써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 그렇게 넓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이곳은 후대에 세워진 사당으로 역사 속에만 남아있는 그런 곳으로 유적이라고는 별로 없는 곳이다.
보여줄 것도 볼 곳도 없는 그런 곳인 듯 하다.
호아루.... 花樓라는 곳... 그냥 이름만 아름다운 그런 곳이다.
그럼 왜 갔느냐고?
차를 타고 가다가 내리라고 해서 그냥 얼떨결에 내렸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야만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으로 느끼고 영혼으로 즐기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일진데.....
내가 귀가 멀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벙어리가 되는게 세상 이치다.
아~~ 그래서 佳人은 아직도 초보 여행중이다.
글쓴이 : 佳人
사진도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게 닫힌 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초보의 여행은 아직도 닫힌 문만 바라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