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쌍마을엔 도착하지도 못하고 끝난 보쌍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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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룽족의 일상탈출 6> 보쌍마을엔 도착하지도 못하고 끝난 보쌍 투어

따라구룽 0 866
좀 자고 일어나도 몸은 여전히 찌뿌둥.
생각같아선 계속 자고 싶은 맘이 굴뚝!
하지만 1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이젠 일어나야지.

나이스 아파트먼트의 가장 큰 장점은 타패 문 바로 앞이라 해자 안을 돌아다닐 때도,
야시장에 갈 때도 가볍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점 같다. 썽태우를 타고 내릴 때도 좋고.
남콩에서 있을 때, 야시장에 갈 때는 가까웠지만 대신 골목길이 어두워서 혼자 다니기 약간 그랬고
타패문 안을 돌아다니려고 하면 꽤 멀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숙소를 빠져나와 거리를 잠시 배회하다 숙소로 되돌아왔다.
그 사이 뚝뚝 아저씨는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쌍마을은 2004년부터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못가봤다.
이번에도 결국 그 마을에는 못 들어가봤다.
entendu님의 글에서 예쁜 우산들로 만들어진 마을 입구를 보았지만
나는 도대체 그게 어디 붙어있는 것인지 볼 수가 없었다. 엉엉~~

아저씨는 나를 태우고 열심히 달렸다.
빗방울은 계속 굵어졌고 기온은 뚝 떨어지는 느낌.
좀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홱 꺾어 커다란 건물 앞에 세운다.
“벌써 보쌍에 도착했나요?”
“여기서부터 오늘 투어 시작입니다. 구경하고 와요.”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어둡던 매장에 불이 들어오자 각종 은제품으로 가득한 전시장이 펼쳐진다. --;
대략 난감.
그리고 한 젊은 남성이 계산기를 들고 나를 안내한다.
“이리 와서 구경하세요”

[image]s_IMG_0033.JPG[/image]
은제품 매장

그냥 홱 나가기 미안해서(불켜며 부산 떨던 사람들이 기분 나쁠 것도 같고)
구경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슬쩍 보는 척하면 계산기를 든 남성이 바로바로 그 부스 안으로 들어와 선다.
‘이런...’
걸음을 빨리 옮겨 휙휙 돌았다.

매장 반쯤을 돌았을 때야 이 직원은 내가 살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성의없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감사!
매장을 나서는데 참 기분이 요상했다.
이 투어가 원래 이런 건가??

그 다음엔 왼쪽으로 홱~ 틀더니 가죽공예 매장에 내려준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이건 아니야. 아닐 거야’

매장에 들어서자 마찬가지 상황들 반복.
매장내 유일한 외국인 관광객인 나는 가죽냄새 물씬 풍겨오는 매장에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후딱 나왔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모르긴 해도 머리카락 위로 연기도 스물스물 기어나왔을 듯.

“얘기 좀 합시다”
눈 뚱그래지는 아저씨.
“나는 여기 우산 만드는 거 보러 왔거든요. 근데 이게 뭐예요? 왜 은제품, 가죽제품 매장에 데리고 와요?”
“우산? 우산 만드는 데로 데려다 줄께요.”
아저씨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서 타라고 한다.

그리고 .... 우산 만드는 데로 가기는 했다.
보쌍 마을이 아니라 역시 길가의 매장 가운데 하나로 쌩~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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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산 만드는 과정은 볼 수 있었다.

옷이나 가방에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한 번 그리는데 50밧.
그림 견본도 보여주었다. 꽃과 나비 모양이 많았다.

카메라 케이스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도 작은데 40밧 합시다”
그림 그리는 언니는 잠깐 삐진 듯 하더니 알았다며 그리기 시작.
검은 케이스에 파란 나비모양은 멋있었다.
[image]s_IMG_0051.JPG[/image]

이쁜 면바지를 입고 갔더라면 바지에도 그림을 그렸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조금 흐뭇해져서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아저씨는 계속 다른 매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실크 매장, 칠기 매장, 카펫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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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를 만드는 과정

[image]s_IMG_0053.JPG[/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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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매장

하지만... 내가 태국까지 와서 뭔 카펫??
게다가 몸은 계속 무겁고 머리는 찌끈거리는데.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쌍마을로 가자고 했다.
“우산으로 마을 입구가 치장된 사진을 분명히 봤다구요. 거기로 데려다 주세요.”
“아까 우산 만드는 거 봤잖아요?”
“거기는 보쌍 마을 아니잖아요.”
“오케이. 알았어요.”

난 정말 아저씨가 데려다 줄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우산 만드는 샵으로 데려갔다.
화가 났다. 혹시 이 아저씨는 길을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냥 보고 나오자.
더워서 그런지 힘도 들었다.
아저씨도 지쳐 보였다.
“아저씨 시원한 음료수 먹으러 가요.”
매장 옆 가게에 들어가 아저씨는 박카스 같은 드링크를, 나는 생수를 골랐다.
아저씨는 자기 것도 사준다는 것에 좀 놀란 듯 싶었다.
어쨌거나 후덥지근한 날에 서로 고생하는 처지에 나만 먹을 순 없잖은가.

“여기 지나오면서 고산족 물품 파는 곳을 봤어요. 거기 가요.”
“그럼 거기 갔다가 다른 곳 데려가 줄께요.”
‘으악~ 아저씨 좀 참아주세요!’

고산족들이 직접 만든 물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고 물건을 사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았지만 해자 안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보다는 비쌌다.
게다가 숙박비를 계산하고 나서 돈이 없었다. --;
구경을 열심히 하고 그냥 나오는데 좀 실망한 듯 사고 싶은 게 없더냐며 한마디 한다.
에구, 미안해요.
 
아저씨는 내가 비싼 물건 쇼핑에는 별 취미 없는 사람이란 걸 느꼈나 보다.
그래서였는지 좋은 곳이 있다며 나를 데려간 곳은 저가의 기념품 판매상의 가게.
그러나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내 코를 찌르는 곰팡내와 축축한 습기.
내겐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아저씨 그만 숙소로 데려다 주세요.”
시간은 벌써 3시간 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숙소에 내려주면서 아저씨는 다시 물었다.
“정말 코끼리 안 탈 거예요?”
“안 탈 거예요. 그냥 해자 안에서 사원이나 돌아다닐래요.”
“에이, 그러면 재미없어요.”
“괜찮아요. 전 재미있어요. 오늘 수고하셨어요. 여기 100밧입니다.”

방에 들어와 샤워를 했다.
머리는 계속 지끈거렸고, 두통약을 먹은 후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밤 11시.
점심 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배는 심하게 툴툴거렸지만 그냥 계속 자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보쌍마을 입구에도 가지 못하고 어이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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