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3-2. 융, 위엔과 함께한 달랏에서의 하루.
어제 정들었던 베트남을 떠나 다시 방콕에 왔습니다.
지금 피씨방인데 서울에서 처음 방콕왔을 때 바로 이 피씨방에서 인터넷
했었거든요. 그땐 답답했는데 베트남에 있다 오니까 컴퓨터가 날라다닙니다.
크크크크크크킄
그리고 방콕 처음 왔을 때 신호등 없어서 좀 적응 안됐었거든요. 멈칫거리며
길 잘 못건너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베트남 있다 오니까 이건 뭐 애들 장난
입니다. 태국 운전자들 이렇게 밖에 못하나. 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
너무 재밌습니다 이거. 흐흐흐흐
왜 경험 많은 분들이 동남아 여행할 때 베트남부터 들르라고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네요. ^^; 혹시 이 글 보시는 분 중에 동남아 순회 계획하고 계신 분
반드시 베트남부터 가세요. 베트남은 여러분을 강한 여행객으로 만들어 줍니다.
태국은 관광 대국이라 태국부터 들리시면 베트남에서 힘들어져요. ㅋ
숙소에 책을 두고 와서리 확실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한도 내에서 달랏 얘기부터 시작해 볼께요.
달랏은 20세기 초반 파스퇴르의 제자인 '어떤 사람'(이름 까먹음)이 중부 내륙을
탐험하다 발견해서 처음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 도시 건설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물들이 죄다 유럽풍입니다. 확실히 베트남 전통 가옥들과는 차이가 크지요.
'작은 파리'라고 불리웠구요. 선선한 날씨 덕분에 유럽인들에게 인기있는 휴양지가
되었답니다.
달랏에 유달리 학교가 많은 이유는 에어컨이 없던 시대에 학생들이 땀흘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학교를 많이 지었다고 하네요.
베트남전때에는 암묵적인 합의 아래 북,남 어느쪽으로부터도 폭격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베트남 장교들이 사관학교에서 훈련받는 동안
그곳에서 멀지 않은 별장에서 북베트남 장교들이 휴가를 보내기도 했구요.
역사적인 배경에서도 참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도시 달랏.
달랏에서 두 밤을 보내고 세번째 날 아침 8시에 융을 만나기로 했는데 당일
아침 좀 늦게 나갔습니다. 한국인의 이미지가 달렸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마구 뛰어 갔습니다. --;
융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어디부터 갈까 했더니 사랑의 계곡부터 가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친구 한명을 더 불렀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제가 살이 너무 심하게 타서 썬그림을 하나 샀습니다. sunplay 45,000동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바가지도 흥정도 없이 깔금하게 물건을 샀습니다.
현지인과 함께 있으니 역시 좋습니다.
좀 있다 같은 한국학과 3학년 학생 위엔이 나타났습니다. 융은 굉장히 말랐고
베트남 여자치고는 약간 키가 큰 듯하며 긴 생머리의 소유자구요. 위엔은 전형적인
베트남 여자처럼 키는 좀 작고 인상은 약간 다부진 편이었습니다. 위엔과는 첫 만남
이었기에 인사를 하였지요.
나 : "안녕하세요."
위엔 : "안녕하세요."
나 : "반갑습니다."
위엔 :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오셨어요?"
나 : "한국에서 왔죠. ^^;"
위엔 : "아니 그게 아니라 어느 도시에서...."
나 : "아 서울에서 왔어요."
위엔 : "아 어쩐지...."
나 : "어쩐지 뭐요?"
위엔 : "어쩐지 배우처럼 잘 생기셨네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나: "서울이나 다른 도시나 사람 생긴 건 같아요 ^^;"
겉으론 이렇게 얘기했지만 속으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옳거니 내 얼굴이 베트남에서 먹히는 얼굴이구나~ 엄청 좋아하면서 달랏 관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배우와 그를 만나기 위해 독일에서 날라온 팬입니다.)
사랑의 계곡이 거리가 좀 된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갈까 얘기하다 제가 걷는거
좋아한다고 해서 걸었습니다. 새로 짓는 집들이 몇몇 보이구요. 역시 유럽풍.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죽 걸어서 사랑의 계곡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 엄청 많더군요. 대부분 현지인인 것 같습니다. 간혹 중국사람같아
보이는 사람 좀 있구요. 달랏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현지인 관광객이 참 많더군요.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버스 엄청 많이 봤습니다.
사랑의 계곡 가는 길에 한국인 선생님 한분 만났군요. 융과 위엔이 알려줘서
알았는데 자전거를 타고 계셨습니다. 거리가 멀어지길래 제가 "선생님~"이라고
엄청 크게 불러서 인사했습니다. 학생들 말로는 굉장히 잘 가르치시는 분인데
코이카로 달랏에 오신 분이라 10월에 떠난다고 많이 아쉬워들 하더군요.
사랑의 계곡은 걸어서 가기엔 좀 멀었습니다. 게다가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고
길 걷다 정자에 앉아서 쉬면서 얘기도 하다 보니까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더군요.
차를 타는 거였는데 잘못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꿈을 꾸는 언덕에 가기로 했는데
사랑의 계곡이랑 비슷한 분위기라고 해서 패스하고 자수센터(?) 들렀습니다.
(사랑의 계곡 안에 있는 호수가에 자리 잡은 카페. 작은 오두막이 테이블.)
(자수센타에서 본 작품 중 가장 땡겼던 작품. 입구에서 사진 찍으려 할 때
못찍게 해서 계속 안찍었는데 안쪽 들어와 보니 현지인은 다 사진 찍더군요.)
놀랍게도 개인 소유라고 하더군요.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레스트랑도 있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몇몇 흥미로운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수센타
에 가면 아오자이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여직원들이 모두 아오자이 입고 있더군요.
역시나 전날처럼 아침에 굉장히 더웠는데 융이 많이 더운 것 보니까 오후에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음.... 전날도 비왔는데 오늘도 비오면?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밥먹으러 갔습니다. 밥은 제가 어젠 싸고 맛있는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비싸고 맛있는거 먹어야 겠다고 해서 가격 좀 나가는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15만동인가. 베트남서 처음으로 10만동 넘어가는 음식 먹어봤습니다.
오른쪽 접시에 것은 해산물과 야채가 대부분이고 약간 시큼한
것이 양장피 삘나는 음식이었는데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라우는 우리나라 샤브샤브랑 비슷합니다. 대신 야채가 압도적으로 많
습니다. 그릇 안에 보이는 동글동글한 것은 어묵인데 맛있습니다.
전 야채랑 생선이랑 다 건져 먹고 나서 먹은 국물 맛이 좋더군요.
자극적인 음식 좋아하는 분껜 좀 밍숭맹숭할 것도 같지만 제겐 깔끔한
맛이 아주 맘에 들더군요. 태국에서나 베트남에서나 국물있는 음식은
별로라서 잘 안먹었는데 라우 국물에 밥 두 그릇 말아 먹었습니다.)
레스토랑 도착하고 나서 바로 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뭐지? 하고 지나쳤는데
밥 먹다 한번 더 들리고 좀 있다 펑 소리가 집단적으로 또 들리네요. 궁금해서
융과 위엔에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물수건 봉지 터트리는
소리더군요. 베트남 사람들 물수건 봉지를 뜯지 않고 손으로 펑하고 터트립니다.
여행기 첫회 보신 분 기억나시나요? "베트남은 어디나 시끄러워요"
세명이다 보니 이동할 땐 택시를 이용했구요. 달랏이 크지 않은 도시이다보니
택시값 얼마 안나오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융이 전화로 택시 계속 불러주니
너무 너무 편합니다. 그런데 융이 멀미가 심하더군요. 택시타고 한 10분 간거
같은데 멀미를 합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나오니 먹구름이 잔뜩 몰려옵니다. 아 ㅠ.ㅜ 제가 호수를 좋아
한다고 하니 다음 코스로 뚜일람 호수를 추천하더군요. 택시타고 어딘가로 이동
하니 캡 쩨오 타는 것이 나옵니다. 표를 사려고 했더니 점심시간. --; 참 애네들
점심시간 하나는 칼같습니다. 일인당 5만동인가 주고 사서 캡 쩨오를 타고 뚜일람
호수로 이동했습니다. 캡 쩨오에서 내려서도 좀 걸어야 하는데요. 캡 쩨오 타는
것에서부터 숲길 걸어서 뚜일람 호수까지 가는 코스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딱
데이트 코스더군요. 실제로 데이트 하는 커플 많았구요. 역시나 현지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무척 많았습니다.
(뚜 일람으로 가는 캡 쩨오 타는 곳에서 찍은 달랏 시내 전경.)
(작은 파리답게 에펠탑 모형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농가 쪽을 보고. 달랏은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과일과 채소의 생산지입니다. 딸기쨈과 와인이 아주 유명.)
(뚜 일람 호수 가는 길에서 찍은 베트남 대나무 쩨.
쩨는 대나무
쩨오 - 오를 내려야 함 - 는 끄는 것
쩨으 - 으를 내려야 함 - 은 먹는 것
베트남어 힘듭니다.)
나와서 달랏 시내에 있는 시장 들러서 팔찌 하나 샀습니다. 기념품으로 하나 사고
싶었는데 융과 위엔이 있으니 역시나 편하게 샀습니다.
(달랏 시내에 있는 3층짜리 시장 건물에서 산 팔찌.)
그런데 비가 옵니다. 오다 그치다 하네요. 아.... 야속한 하늘이여. 달랏에서 아쉬
운 점 딱 하나가 바로 날씨였습니다. 오전에 굉장히 햇볕이 따가왔구요. 낮엔 비가
왔어요. 그것도 이틀씩이나....
비가 오니 융과 위엔이 하는 말이 랑비양산과 프엔 폭포, 다탄라 폭포에 못가겠다고
하네요. 세 군데, 특히 랑비양산은 반드시 가야한다고 추천한 곳인데 말이죠.
랑비양산에서는 산 자체로도 볼만한게 있고 산 위에서 달랏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가는 길에 수오이 뱅도 들를 수 있구요.
결국 달랏 관광은 관광의 목적으로만 보면 매우 부실했습니다. --; 하지만 융과
위엔이 꼭 먹어야될 음식들 추천해 줘서 맛있게 먹었구요. 무엇보다도 베트남
한국학과 학생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것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요. 사소한게는 한국어 발음부터 몇가지 어휘의 뜻.
그리고 한국, 한국인의 특징 요런 것들에 대해서도 얘기 많이 했어요. 이런 대화
나눌 땐 정말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위엔 : "그런데 한국인은 화를 쉽게 내는 것 같아요."
태국관관청에서 나온 가이드북보고 이 쪽 동남아 분위기가 화를 잘 내지 않고 흥분하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에서 반드시 지키려는
수칙 중에 하나이기도 하구요.
나 : "네 한국인이 비교적 성질이 급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좀 심한
사람은 한국에서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요."
위엔 : "한국 드라마랑 한국 현실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나 : "당연하죠. 드라마는 픽션이니까요. 넌픽션 다큐멘타리가 아닌 이상 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하면 안되죠. 같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한 거 같네요. ^^;"
융 : "한국에서 사장님들은 부하 직원에게 막 대하지 않나요?"
(정확히 이 표현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쓰지 않는 표현이라 기억이 안나네요.
대충 비슷한 뜻의 표현이었습니다.)
나 : "그런 사장은 문제있는 사장이죠. 그런 회사는 한국에서도 오래 못가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막 대하면 대들어요. ㅋ"
아무래도 베트남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일하고 있으니 이런 저런 통로로 듣는
정보들이 있겠죠.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든 몇몇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서도 저런
식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위엔 : "포스코는 어떤 회사에요?"
나 :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 중에 하나에요."
위엔 : "이번에 졸업하는 선배들 몇명이 포스코에 입사하게 됐어요."
나 : "와 잘됐네요."
그 외에도 몇몇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에 한국학과 졸업생들이 꽤 취직을
했나 봅니다. 아 깜빡했는데 베트남은 여름부터 1학기구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한국학과 1회 졸업생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다행히도 졸업하
는 선배들이 좋은 회사에 많이 취직했다고 해요. 융과 위엔의 1년 선배들이죠.
위엔 : "선배들이 좋은 회사에 많이 취직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나 : "정말 잘된 일이죠. 그런데 취직한 선배들 어깨도 무거워요. 선배들이 잘
해줘야 후배들 계속 뽑아주죠. ^^;"
위엔 : "네 그러고 보니 선배들의 어깨가 무겁네요. 우리들도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대학생들 고민은....
지금까지 여행기는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식 형태였는데 이번 여행기는 내용의
특성상 좀 섞였습니다. 양해해 주시구요.
먹는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랑비양산과 두 폭포를 포기하니 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달랏 대학교 구경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시장에서 기념품을 산 직후가
되겠네요.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고 갑자기 시간도 널널해져 버리고 융이 멀미도
심하고 해서 걸었습니다. 가다가 갑자기 두 학생이 호들갑을 떨며 어느 식당으로
안내를 하더군요. 이걸 안먹으면 베트남에 안온거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빵 씨아오. 이걸 안먹으면 베트남에 안온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근데 전
맛 없더군요. --; 튀긴 음식인데 안에 콩나물이랑 새우 2마리 들어 있습니다.
옆에 있는 야채에 싸서 국물에 찍어 먹습니다. 국물은 약간 시큼한 것이
동치미 삘 납니다. 전체적으론 바삭 바삭한 부침개?)
(달랏 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빵 씨아오 가게.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간판이 없어서 가게 사진을 찍어 놨습니다.)
또 길을 가다가 이번엔 사람이 굉장히 북적대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과일 아이스
크림 가게인데 항상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처음 갔을 땐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새 자리 생깁니다. 잘 팔리고 좌석 회전율 좋은 대박 장사인 듯 싶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다닥 다닥 붙어서 접시에 코 밖고 아이스크림 먹는 분위기라 사진은
안찍었습니다.
(밖에서 가게만 입구만 찍었습니다. 빵 씨아오 가게에서 가깝습니다.)
달랏대학교로 향하는데 이틀전에 끔찍한 사건이 학교 앞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살인사건이 발생 했다는군요. 남2 여1 삼각관계인데 남2 중에 한명이 다른 한명을
칼로 찔러 죽였답니다. 5번 찔렀다더군요. 달랏대학 앞 오거리에서 달랏대학 정문
쪽으로 접어들면 인도와 인접해 있는 풀밭에 향들이 꼽혀져 있습니다. 길 가다
추모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보이구요. 바로 사건의 현장입니다.
달랏대학교 사진은 도서관 하나 밖에 찍지 않았습니다. 건물들이 낡아 보이고
허름합니다. 층수 제한이 있어서 건물은 3층 까지만 지을 수 있다고 하네요. 도서관
건물만 새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처럼 곳곳에
잔디밭이 있는게 아니라 큰 나무가 듬성 듬성 들어서 있습니다.
대학 정문이랑 과사무실이 모여 있는 건물 앞에선 우유마시기 캠페인인지 우유회사
광고인지 암튼 그런걸 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분유 광고 같기도 하고. 위엔도 분유
라고 생각했는지 대학에서 왜 분유광고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흐
(달랏 대학 정문. 첨에 모르고 광고판 찍을 뻔 했는데 융과 위엔이 펄쩍
뛰면서 그건 광고판이라고 알려주던군요. 힘들게 광고판 안나오게 정문만
찍었습니다. 광고판이 찍히는 것에 대해 융과 위엔이 몹시 마음 상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학과 사무실 앞에 메모판에 붙어 있던 안내문. 베트남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골든벨~. 재밌을 것 같네요. 4학년은 졸업이라 3학년이
나갈 것 같은데 융과 위엔은 안나간다고 하더군요.)
달랏 대학교 구경을 마치고 호수쪽으로 길을 걷는데 해가 지더군요. 그때 달랏은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됐었구요. 큰 식당 안에 있는 기다란 식탁 위엔 촛불이 줄줄이
들어서있고 촛불 아래에서 많은 사람이 밥을 먹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교민잡지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베트남은 전력난이 심하다고 합니다. 큰
도시에 있는 백화점이나 고급 카페 아니면 에어컨 구경하기 힘들죠.
베트남 사람들 키 작은 이유가,
전력난으로 일반 가정에 냉장고가 없음 -> 우유 보관을 못함 -> 우유를 안마심 ->
키 안큼 -> 그래서 대학에서 우유 캠페인 및 광고를 함
대충 이렇게 되는 걸까요?
위엔이 젊은 사람들이 쓰는 어휘나 최신 어휘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그 시작은
위엔이 건내 준 메모에 써 있는 '죽이다=good' 이런 메모였지요. 전 "대체 뭔말이
래요?" 요런 분위기였느데 잠시 지나 알아차렸습니다. 흔히 아주 좋은 물건을
보면 흔히 "와 죽인다.", "와, 죽이는데" 이런 표현들 쓰곤 하죠. 그런데 막상 처음
'죽이다=good'를 봤을 땐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ㅋ
너무 자연스럽게 쓰고 있어서 미쳐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외국인의 눈을 통해
인식하게 되네요.
그 외에 속담 몇가지도 알려주고 -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듯 하다 등등 -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쓰이고 있는 몇 가지 단어를 알려주고 가장 근래에 쓰이는 말
그대로 최신 어휘도 알려주었지요. 그것은 바로 '완전'과 '쩐다'.
'완전'은 원래는 동사 앞에 쓰일 수 없는 단어인데 근래 들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완전 좋아", "완전 재수없어"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쩐다'는 참 난감하더군요. 상황을 들어 설명하면 되긴 되는데.... 예를 들어 친구랑
같이 길을 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매우 심한 악취가 풍겨 나왔을 때,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아 냄새 쩐다 쩔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긴 했는데
사전적으로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주 심하게 좋거나 아주 심하게 나쁜 사물이나 현상, 상태 등을 접했을 때
쓰는 과장된 표현' 이렇게 설명했는데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녁은 쑤언 흐엉 호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었습니다. 거길 지나가면서 제가
어떤 식당이냐고 물었더니 비싸서 학생들은 못가는 곳이라고 하길래 데려갔습니다.
들어갈 때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나오더군요. --;
(쑤언 흐어 호수에 있는 비싼 레스토랑. 이름은 모름.)
드라마 잘 보지도 않고 아이돌 스타들 역시 안좋아하니 한류니 뭐니 이런 얘긴
제가 할 건덕지가 없었구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인생 선배로서 몇가지 얘기를
해줬습니다.
베트남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런 말부터 시작해서 베트남 사람들의 바가지, 서비스 정신 등을 돌려서
표현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자본주의 대한 설명, 자본주의는 정글과 같다.
약육강식이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해서도 대강 설명하고.
자본주의 설명하면서 한국 사람들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그래서 여유가 없다. 난 한국의 그런 점이 싫다. 자본주의는 극심한 경쟁을 피할
수가 없는 체제이다. 이런 얘기도 하고.
얘기 중에 어쩌다 물가 얘기가 나왔는데 베트남 경제가 지금 안좋죠. 쌀값이 2배가
올랐다고 합니다. 명색이 쌀 수출 2위 국가인데 쌀값이 2배가 오르다니.... 쌀값이
올라서 가장 힘든 사람이 자취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베트남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는 얘기도 하고.
베트남의 모델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사례도 얘기 하고. 신문에서 얻을 수 있는
이런 저런 얘기들을 죽 해줬습니다. 정말 거의 포탈사이트 기사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만 했는데 저보고 경제박사라고 하네요. 참 한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겠더군요. 그리고 베트남이 갈 길이 아주 멀다는 것도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전 베트남 음식 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이것 저것 시켜서
나눠 먹자고 했는데 이 처자들 딴거 먹으면 안된다고 하더니 스파게티를 시키더
군요. ㅋ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여자들은.... ^^; 전 베트남 음식 먹었구요.
(왼쪽 건 생선 튀김.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오른 쪽건 '짜 요' 라도 기억합니다. 튀긴 스프링롤.)
밥을 다 먹고 달랏 대학쪽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숙소인 방안 호텔에 도착하고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제가 미안할 정도로 융과 위엔이 아쉬워 하더군요.
다음날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하루 더 가이드 부탁했으면 아마 해줬을 거 같은데
너무 폐를 많이 끼치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디까지나 여행객.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지요. ^^;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운좋게 달랏에 체류 중인 한국 분을 만났는데 제가 학생들
가이드 해줘서 고마운데 뭐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그냥 돈 좀 쥐어주라고
하시더군요. 이 곳 아이들은 다 그렇다면서요.
그런데 전 절대 돈은 주기 싫어서 주소를 적어 왔습니다. 한국 도착하면 선물 보내
주려구요. 도서관에 한국어책 많냐고 물었을 때 얼마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책을 보내줄까 생각했었는데 부피 더 작은 걸로 이것 저것 여러개 보내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지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달랏에 이틀 정도 더 묶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들르고 싶은 도시는 많았기 때문에
고민 끝에 다음 날 아침 냐짱으로 이동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었죠. ㅋ
여행기 마지막회에 정리하면서 자세히 언급할 생각인데 지나고 보니 2주 만에
호치민-무이네-달랏-냐짱-호이안-후에-하노이가 무리한 일정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놓친 것이 더 많은 것 같네요.
다음 편은 냐장-욕렛(족렛) 해변을 오토바이로 구경한 여행기입니다.
방콕에서 컴퓨터 빠르다고 부주의 하다 2시간 쓴 여행기를 날려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베트남 같았으면 글 다 쓴 후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 5분이 걸리지만
메일로 보내 놓고 난 다음사진 업로드 하곤 해서 글을 날리진 않았는데....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