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줌마 베트남가다. 5
이젠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두어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니 4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오늘이면 아들과의 즐거운 여행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짐을 정리하는 손길이 무겁기만 하다....
밖으로 나가 보니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저멀리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바다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떠 다니고 있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림이 내 눈앞에 펼쳐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에 잘 담아두었는데 사진을 올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아~~ 떠나기 싫다. 므이네는 나짱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 발길을 붙잡는다.
나만의 아침산책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더니 알람시계가 엄청난 소리로 울리고 있다. 물론~~ 울아들은 아무생각 없이 잘 잔다. 얘는 노래방에서도 자는 애니까 뭐..... 아들을 깨워 아침을 먹고 8시에 호텔 로비로 갔다. 지프 투어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므이네에 왔는데 그 유명한 샌듄을 안보면 섭섭할 것 같아서.... 지프는 처음 타본건데 너무 무섭다. 문이 없다??? 손잡이를 너무 세게 잡아서 나중에는 손이 저려왔다. 지엄마는 무서워 죽겠는데 아들은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좋아라한다... 쟤가 내 아들 맞아???
처음 도착한 곳은 피싱빌리지.. 그닥 볼건 없지만..(새벽에 가면 정말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 하세요) 그래도 기념 사진은 한장!!! 다음은 화이트샌듄! 화이트샌듄까지 가는 길이 참 예쁘다.. 중간 중간에 기사에게 내려 달라고 해서 사진도 찍고 넓은 초원(?)에서 풀 뜯어 먹는 한가로운 소떼들도 구경하고.... 그룹투어로 온 사람들은 화이트샌듄 입구에 버스를 세우고 걸어가는데 우리는 그냥 지프를 타고 샌듄 한가운데까지 쭉~~ 올라갔다. 기사가 일부러 그런건지 너무 험하게 차를 몰아서 난 떨어질뻔 했다. 그래도 스릴 만점 아주 아찔한 경험이었다.... 듣던대로 꼬마아이들이 비닐포대 한장씩 들고 썰매를 타라고 꼬드긴다. 난 무서워서 눈썰매도 못타는데 그걸 어떻게 타니??
"나 무서워서 못 탄다.." "같이 타줄께. 하나도 안 무서워"
아무리 꼬드겨 봐라... 울아들도 겁이 나는지 못타겠다고 한다. 그룹으로 온 듯한 사람들은 저 아래 낮은 곳에서 썰매를 타는데 난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거냐구... 우린 그저 남들 썰매타는 거 구경만하고 그 뜨거운 모래위를 산책하다가 내려왔다.
리틀그래드캐년... 날도 더운데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사진빨 죽이게 받는다.... 이곳에서 왠 꼬마애들 5~6명이 따라붙으면서 자기들이 가이드를 해 주겠다고 한다. 아무리 필요 없다고 말해도 애들이 도무지 포기할 생각을 안한다... 어디서 배웠는지 "미녀" "미남" 소리까지 해가면서 사진도 찍어주며 끝까지 따라다녔다.
"너희들 학교 안가니??? " "오늘 일요일인데..." 에궁!! 밖에 나오니 날짜 개념도 없어졌구나.. 볼거 다 보고 내려가는 길에 아이들중에 젤 큰 애가 나보고 돈을 달란다. 내가 왜??? 니들이 따라 온 거잖아.... 끈질기게 돈을 요구하는데 정말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지프 기사에게 아이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거냐고 물어 봤더니 "No" 랜다. 들었지??
"라이터, 라이터...." 이건 뭔 소리야??? 아~~볼펜... 그 사이에 아이들은 내 가방에 꽂혀 있던 볼펜 두자루를 모두 뽑아가 버렸다.. 짜식들!! 가져가라고 말도 안했는데... (혹시 아이들에게 둘러싸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다른 물건들도 가져 간다고 합니다....)
레드샌듄은 화이트샌듄에 비해 규모가 작았는데 사람은 훨~~씬 많았다. 화이트샌듄에 비해 감흥도 별루..... 여기서도 역시 꼬마애들이 썰매를 타라고 꼬신다. "공짜~" 라고 유혹하는 애도 있다. "내가 속을 줄 알고!! 나중에 바가지 씌우는거 다 알고 왔거든..." 여기 경사가 좀 낮은 듯해서 아들한테 썰매를 타보라고 했는데 싫단다.... 너무 더워서 움직이기 싫은가보다..
요정의 샘이 오늘의 마지막 코스다.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을 따라서 걸어 보라고 책에 나와 있었는데.... 어째? 이상하다??? 흙탕물이다.... 흙탕물을 따라 걸어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거든.... 아~ 실망... 호텔로 돌아가 수영하면서 놀고 싶다는 아들 성화에 못이겨 오늘 투어는 여기서 끝. 사실 나도 쉬고 싶었다.(아이를 동반한 경우엔 좀 비싸더라도 개인투어가 좋아요.. 아이스케쥴에 맞추어 좀 일찍 끝내거나 더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호텔로 돌아오니 10시 30분쯤 되었는데 울아들은 마르지도 않은 수영복을 잽싸게 입고 수영장으로 go go. 얘는 이 호텔을 아주 맘에 들어했다.. 수영장에서 놀면서 바다도 볼 수 있고 방갈로 형태의 숙소 모양이 동화책에 나오는 것 같다나 뭐라나???
어제 저녁을 먹은 바는 너무 비싸서 점심을 먹기에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길을 건너 5분쯤 걸으니 "MELLOW" 라는 간판이 보였다. 숙소겸 식당을 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동해안의 민박집처럼 되어 있다. 시멘트 건물에 방만 일자로 쭉 연결되어 있는거... 가격이 착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변가에 위치한 바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울아들 스프링롤 한접시 시켜 먹고 모자란다고 한접시 추가했다. 종업원들이 자꾸만 쳐다본다. 울아들이 많이 먹는거 아니거든??? 여기 음식이 양이 적은거야... 여기서 난 "아이스" 란 한마디를 빼먹는 바람에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만 했다. ㅋ ㅋ
2시가 좀 넘으니 어제 내가 예약한 오픈버스가 호텔로 왔다. P7 이라고 써있는데 버스 좋다... 어제의 한까페 버스에 비하면 한수 위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고속버스다. 기내용 파란 담요도 제공된다. 아싸!! 그런데 외국인은 우리뿐이다. 참 민망하지만 뭐... 내가 공짜로 탄것도 아닌데... 버스 좋다고 신나라 했는데 그것도 잠시... 가다가 고장났다. 난 정말 버스 운이 없나보다... 호치민까지 4시간이면 간다는데 5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뿐만 아니다. 버스에선 베트남의 무슨 코미디 프로인것 같은데 그럴 계속 봐야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가는귀가 먹었는지 TV를 엄청 크게 틀어놓는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이 버스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거라 그런지 아무데서나 세워주기도 한다. 휴계소도 아닌것 같은데 세워주기에 왜 세웠나 밖을 내다보니 남자들이 길거리에서 일렬로 줄서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눈 버렸네... 호치민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3번정도 중간중간에 손님을 내려주기도 했다. 난 이 버스가 데땀거리가 아닌 호치민의 다른 곳으로 가는줄 알고 쫄았다.... 내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밖을 살피고 있으니 뒤에 앉은 착한 베트남 청년이 영어로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어디를 찾고 있는데요? 도와 드릴까요?"
"저 데땀거리 가는데... 사람들이 자꾸 내려서 저도 내려야 하나요??"
"아니예요... 이버스는 데땀거리에서 멈춰요..." 아휴 괜히 걱정했네..
"정말 고마워요. 참 친절하시네요..." 좀 편한 버스 타고 가려다가 맘 고생 바가지로 했다.
7시 30분이 넘어서야 데땀거리에 도착한 나는 리멤버에 짐을 맡기고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신까페 있는 거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 울아들은 닭고기 무슨 밥을 시켰는데 역시나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난 쌀국수 몇젓가락만.... 호치민 시내를 둘러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어차피 선생님한테 찍힌거 그냥 볼거 다보고 갈걸 그랬나??? 다음엔 아들 방학 하자마자 한달짜리 티켓을 끊고 와야지... 근처 가게에서 간단한 기념품 몇가지를 사고 나니 비행기 탈 시간이 되어버렸다.... 안녕~~ 베트남!!!내년에 꼭 다시 올께~~~
이이와 단 둘이 겁도 없이 해외 여행을~~~ 주변 사람들은 제가 엄청나게 영어 잘하고 배짱도 두둑한줄 압니다. But... 영어 잘 못해요. 내가 필요한 말은 단어만 정확하게 얘기할 뿐입니니다. 배짱??? 없어요.. 저 엄청 소심해서 운전도 가던길 아니면 못갈 정도구요 남하고 싸우지도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건 여행준비 기간동안의 설레임과 아이와의 또다른 공감대를 형성하는것이 너무 좋아서.... 전 공부 잘하는 아이보단 많은 경험과 추억을 간직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랍니다.
지프투어 20$
점심식사 58,000 동(스프링롤 2, 샌드위치1, 립톤, 커피)
음료,간식 31,000 동
저녁 68,000 동
선물 14$ (커피, 가방... ..)
공항까지 택시 5$
요건 TIP
"윈드챔프"에는 한국말 엄청 잘하는 직원이 있어요. 남편이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몇년 살았다고 합니다. 정말 친절하구요, 제가 한국인이거 알고부턴 볼때마다 불편한거 없는지 물어보고 본인이 먼저 고객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사실 잠자리가 좀 불편했는데, 그직원 덕분에 좋은 기억만 간직하게 되었다니까요...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그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