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하노이3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프론트에 가서 먹지도 않은 물 값 청구에 대해서 물으러 갔다.
내가 호텔마다 물을 2병씩 그냥 제공하지 않으냐. 그런데 왜 물 값을 청구하느냐? 고 따지니
이 아가씨 “자기 호텔도 물 두병을 무료로 제공한다. 화장실에 있는 물은 무료고 방 테이블에 있는 물은 돈을 내야 한다. 그건 테이블에 있는 물 두병 값이다.”
“우리가 호텔에 왔을 때는 화장실 청소도 안 되어 있었고, 무료로 제공하는 물도 없었으며, 청구한 물도 냉장고에 넣어 두었지 아직 마시지도 않았다”고 하며 “내가 먹지도 않은 물 값을 왜 내야 하느냐?” 고 따졌지만 “자기는 그건 모르겠고 밖에서 사온 물을 다시 넣어 두어도 그 물 값은 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밖에서 물을 사온게 아니다. 그 물은 호텔에서 무료 제공하는 물인줄 알고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마시지도 않았다.” 이 아가씨 자긴 그건 모르겠고 무조건 청구된 물 값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해도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만 하고 해서 그래 그냥 팁이다 생각하고 낸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체크아웃할 때 그냥 주고 나왔다. (물 값으로 2불 주고 왔슴다. 만동 거슬러 받고요.)
그런데 은희는 내가 프론트에서 열심히 따지고 있는 동안 배앓이를 하는지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씨티투어 가이드가 우리를 데리러 왔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느라 가이드를 좀 기다리게 합니다.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는 하노이 구시가를 한바퀴 돌아서 버스를 한 차 가득 채운 뒤 호치민 묘로 출발합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베트남 가족 4명, 말레이시아 부부 2팀, 스위스 부부, 오스트리아 남자 1, 우리 2 등등 다양한 언어들이 버스를 채웁니다.
호치민 묘지는 정말 아침부터 줄을 좌악~ 서있더군요.
땡볕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정말 다양한 세계의 언어들을 들으면서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말이 들리더군요. 딱, 내 타입의 남자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한국 패키지 팀의 가이드 인 듯! 아, 저 팀에 들어갔으면 군침만 흘리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베트남 가이드의 영어 설명을 들으면서 따라다니려니, 차라리 패키지로 와도 좋겠단 생각이 잠시 머리에서 50m 달리기를 합니다.
아, 베트남 사람들의 유창한 영어는 도통 알아먹기가 힘들었는데요, 그게 베트남 말에 알파벳의 2글자에 해당하는 글자가 없어서 그렇답니다. 내 귀가 이상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말이죠.
호치민 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물병을 압수당하고, 긴 줄을 따라 호 아저씨의 방부 처리된 시체를 보러갑니다.
밖은 정말 더운 반면 안은 좀 춥더군요. 경찰도 대개 많고, 말도 못하게 합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호아저씨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죽으면서 나를 방부처리 하지 말라고 유언까지 했다는데도 방부 처리해 놓고 참배를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호 아저씨 옆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군인아저씨들은 더 대단합니다. 여섯 시간마다 교대를 한다고 하지만 정말 미동도 않더군요. 시체 옆에서.
난 갠적으로 죽어서 그러고 누워서 사람들의 참배를 받는 것도 참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이승과의 인연을 끊고 홀가분하게 떠나야 하는데.....
호치민 박물관에 가니 정말 베트남 사람들이 호 아저씨를 좋아하는 것 같고 그의 일관된 독립의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다더니 프랑스 화가의 작품도 있고 그렇더군요. 물론 가이드의 영어 설명은 못 알아듣고, 영어 자료들도 시간관계상 다 보진 못했지만(시간만 있었어도 다 읽고 오는 건데, 단체다 보니 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관계로다가...)
밖은 한 여름이고, 안은 에어컨이 빵빵,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우와, 땡볕에 돌아다니니 금방 지칩니다. 구경도 좋지만 사람 잡겠습니다.
민속박물관에 갔다가 점심 먹으러 간다는 가이드의 말에 사람들 조금 기운을 차립니다.
민속박물관은 우리의 LG에서 대형 스크린을 기증했더군요. 하노이에선 LG마크가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마트에도 계속 LG광고가 나오고 LG죽염치약도 있더군요. 베트남에서 만든.
민속박물관은 소수민족들의 사진 자료들과 민속품들, 베트남이 도이모이 정책을 펴기 전 전후 배급받던 시절의 유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경도 좋지만 호치민 묘에서 너무 진을 빼서 그런지 앉을 자리밖에 눈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아줌마들로 그렇더군요. ㅋㅋㅋ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유명한 베트남의 자수 작품 판매장을 들렀다 간답니다.
큰 작품의 경우 3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는데 작품을 만드는 걸 보니 원본을 옆에 두고 밑그림을 그려서 원본 대조해 가면서 수를 놓고 있더군요. 3개월 이상 걸린 작품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더군요. 250~300불정도 하는 것 같았는데 판매마진 30%정도 빼고 표구비도 빼고, 기타 등등, 인건비가 70%도 다 되진 안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이 한달 내 열심히 수놓아서 버는 돈은 70불도 채 안 될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더군요. 이 직업병.....
드디어 점심시간입니다.
다들 잘 먹습니다. 내 옆에 앉은 말레이시아 아저씨는 따로 볶음밥을 주문하더군요. 눈치도 없이 한 숟갈 얻어먹었습니다. 역시, 돈 주고 먹는 것이 더 맛있습니다. 이 말레이시아 아줌마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영어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군요. 어쩐지 영어가 유창하시다했더니, 서로 자기 나라에 놀러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지만 과연 메일이나 올까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때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즐거웠는걸요.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죠.ㅋㅋㅋ
내 앞에 앉은 베트남 아주머닌 호치민에 사는데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버스일주 가족 여행을 했는데 어제 밤에 훼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더군요, 훼에서 하노이 까지 버스로 12시간이나 걸렸고, 중간에 화장실 가기위해 차가 세 번이나 섰답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씨티투어에 나섰으니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오전 투어를 끝으로 호텔로 가서 쉬어야겠다고 합니다. 그리곤 하롱베이 근처에 있는 시댁으로 고고~ 정말 대단한 가족입니다.
오후에는 문묘에 갔습니다. 공자님 묘가 베트남에 있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중국역사를 좀 알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으니 당연하겠지요. 알고 보면 베트남도 우리 역사랑 비슷합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독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베트남은 우리나라만큼 잘사는 게 목표라고 하더군요.
베트남은 한국은 우리보다 훨씬 살았는데 지금 저렇게 잘 살고 있다. 우리도 한국처럼 살 수 있다. 우리가 일본 따라잡기에 나선 것처럼 이들도 한국 따라잡기에 나섰습니다.
문묘는 옛날 대학교 역할도 했다고 한다. 문묘 안쪽으로 들어가니 베트남 전통 악기 공연을 한다. 대나무로 만든 각종 악기들을 연주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음악이 참 듣기 좋다. 연주가 끝나고 나니 연주 테입이나 기념품을 사라고 하더군요. 뭐, 사진 않았지만 여행 일정이 더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하나쯤 사가지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문묘를 나와서 보니 은희가 혼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좀 있으니 우리 투어 팀이 은희 주위를 빙 둘러싸고 질문을 퍼 부어대고 있다. 여자 둘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궁금한 것이 많은가 보다. 은희의 당황스런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난다. ㅋㅋㅋ
문묘를 마지막으로 씨티투어 일정이 끝나고 신까페로 돌아왔다. 라오까이 행 저녁 기차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빈방 키를 받아 샤워를 하러 올라갔다.
생각보다 방이 깨끗하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아침이야 좀 부실하겠지만 이런 미니 호텔도 괜찮은 것 같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구시가 섭렵에 나섰다.
가방가게에 들어갔는데 가방이 너무 이쁘다. 가격도 착하고.
사파에서 돌아오면 사야지 하고 나왔다. 다른 가방가게에서 내가 사파 갔다 와서 사라고 말렸지만 은희는 그냥 사서 들고 다니겠다며 은희가 가방 하나를 18$에 샀다. 새로 오픈한 가게이고 주인이 없으니 가격협상이 전혀 되질 않아서 붙어 있는 가격을 다 주고 샀다. 대신 개업 기념품울 주겠다며 작은 손지갑을 준다.
대성당 앞에 있는 Moca Cafe에서 은희는 햄버거를, 나는 과일 주스를 시켜먹었다. 이 까페는 현지인들은 거의 없고 외국인들만 버글거린다.
더위에 지친 몸을 어제 갔던 마사지샵을 찾아 나섰다. 화룡관 앞을 지나는데 잘생긴 총각이 맛사지하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어제 본 화룡관 맞은편 맛사지 가게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발맛사지 7불이란다. 2불 비싸네. 속으로 생각하고 전신은 얼마냐고 물어보니 똑같이 7불이란다. 그럼 1불 싸네. 차도 한잔 준단다. 혹해서 얼른 따라 올라갔다. 은희가 남자한테는 절대 안 받을 거라고 해서 여자 맛사지사를 불러달라고 했다. 여자 맛사지사가 한 명 밖에 없다고 해서 “ 럼 내가 여자할테니 니는 남한테 해라” 은희 펄쩍 뛴다.
남자가 해 주니까 힘이 좋아서 더 쉬원하구만. 어제 그 언니보다 훨 났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오니 해가 진 거리는 활기를 띤다.
아쉽다. 첫날은 피곤해서, 둘째 날은 시간이 없어서, 돌아오는 날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하노이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가 없다니....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서 돌아오니 우릴 기다렸다면서 의자에 앉아있던 호주아줌마랑 애 둘이 우리를 빤히 본다. 택시에 짐을 싣고 신까페에서 하노이 역까지 큰 택시가 16,000동이 나온다.
하노이 역에서 기차표를 받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라오까이 행 기차에 올라 탔다. 어라 그런데 침대칸의 자리가 하나는 아래 칸인데 하나는 윗 칸이다.
그러나 잠시 뒤 나타난 베트남 커플이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지들이 위 칸을 쓸 테니 우리보고 자리를 바꾸잖다. 당연히 OK, Thank you다.
연애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모두 빛이 난다. 꼭 자리를 바꿔줘서 그런 게 아니라 베트남의 선남선녀 커플인 것이다. 두 커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일찍 잤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