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미의 꿈을 그려간 14일간의 베트남-10편
10. 어유! 추워 온도계가 맞는 거야 그리고 땀꼭
훼 공항에 도착이 되고 다시 하노이의 숙소에 전화를 걸어 픽업시간을 알리고 공항내부를 보니 반바지 입은 사람은 바라미 혼자인가 봅니다. 예쁘게 단장한 아가씨는 외투에 털목도리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부조화입니까?
그리 큰 공항은 아니지만 외부환경도 깨끗하고 공항 내부도 깔끔합니다. 출국장으로 나가서 면세점에 들렀으나 휴게소 수준입니다. 이리저리 뒹굴뒹굴 하는데 갑자기 시간에 되기도 전에 예약승객이 다 도착됐는지 항공기 출발한답니다. 시간만 보고 화장실에 가서 호젓한 시간을 즐긴 여행객이 있었다면 어찌 됐을까?
어찌됐든 승객이 적다고 아예 돈을 돌려주기도 한다는데 기다리고 있는 입장에서야 조금이라도 다음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빨리 데려다 준다는데 누가 뭐라겠습니까?
하노이 공항에 도착이 되고 아 그 털목도리 그거 필요하네!
이거 순토벡터 얘가 왜이래 베트남에 와서 더위 먹은 거 아냐?
이 온도에 왜 이리 추워!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공항픽업을 받아 한적한 도시의 밤거리를 달려 어딘지 모를 곳에 내려 줍니다.
아니 뭐시어~요! 예약된 숙소에 방이 없다며 다른 곳에 가서 1박 하고 내일 오랍니다.
그래도 다른 숙소를 알아 놨나 봅니다. 까짓것 우선 잠만 자면 되지 뭐!
오늘 일정은 끝났고 잠만 자면 되는데 안내인을 따라가다 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어디로 데려 가는 거야. 이 몰골들을 어디 팔아먹을 데도 없을 건데 좌회전 우회전 낯선 거리를 이 밤에 이리 돌아가서 내일 어떻게 찾아오라고...
우여곡절 끝에 정한 숙소에 들어서니 겨울에도 덮어보지 않았던 그 두꺼운 이불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자고 난 담날 아침엔 두껍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날저녁 샨티샘부부는 이불 두 개 덮고 잤답니다.
애~효! 부러워라
아휴 발 시려 워라.
밤을 추위에 시달리다 아침에 들어가는 따뜻한“PHO”한 그릇은 너무 고마웠습니다.
“하노이 갈 땐 꼬~옥 여름에 가야지”
베트남에서 첨으로 긴 바지, 긴팔셔츠에 양말까지 입고 가을 점퍼까지 입고 닌빈 땀꼭투어(16$)를 나갑니다.
우 와 그래도 춥다! 체면에 티도 못 내고 있지만 바라미도 추운 건 어쩔 수 없죠
모판을 꾸미는 들판이 보이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비닐하우스로 추위를 막고 있습니다.
거 봐 추운거지
닌빈가는 차안에서 보이는 경치는 그리 아름답지 못합니다.
아마도 베트남의 건축열기에 아름다운 대리암으로 된 산들이 흉한 몰골로 변해 가고 있는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시골마을에 집을 짓기 위해서 주워온 게 아니라 파는 용도일거란 짐작을 해보며 이렇게 자연을 망가뜨리고 나면 누가 이곳을 찾을까 생각이 듭니다.
개발의 논리에 훼손되어가는 자연 이들은 반드시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들이 해온 일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매듭지어 보며 닌빈에 도착됩니다.
중국의 계림과 비슷하게 생긴 닌빈에 도착하자 마을 앞 수로위의 연꽃과 고기 잡는 어망이 우리를 맞습니다.
닌빈의 비슷비슷한 사찰들이 눈에 들어오고 시선은 사찰이 아니라 사찰과 사찰 사이에 보이는 석회암 산들의 모습과 시골 풍경이 어우러지는 동네입니다.
시골 아낙네는 1$의 요금을 내고 소를 타고 사진 찍어 보기를 권하지만 여행객들은 들은척도 하지않고 연신 셔터만 눌러댈 뿐 입니다.
추위에 몸이 움추러 들어 뭐 보고 말고 할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추위와 비슷비슷한 사찰 모습이 더욱 더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벡터”의 온도계는 14도를 가르치고 있었죠.
이거 온도계가 맞긴 맞는 거야!
구불구불한 비포장을 달려 이제는 땀곡으로 가는 가 봅니다.
땀꼭에 도착돼서는 점심식사부터 하고 일정이 시작됩니다.
울 성님 언제 챙겼는지 렘모이를 내어 놓습니다.
와! 추운데 잘 됐네. 식사와 함께한 렘모이 몇 잔에 바라미 말이 많아지고 얼굴이 불그레질 무렵 하나 둘 배에 오릅니다. 정해진 배가 없이 둘씩 짝을 맞춰 아무 배에나 오르면 그때가 일정 시작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저편 배에서 사진사인 듯한 젊은 녀석이 자꾸만 포즈를 취하라 합니다.
잠시 후 언제 포인트를 잡았는지 그럴싸한 사진 몇 장을 들고 와서 달러를 요구할 겁니다.
캄보디아 똔레샵 호수에서의 사진사들처럼...
바라미가 선수처서 먼저 사진 찍어 줍니다.
“헤이 원 달러”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셔터를 누르려다 바라미의 숨김 동작들에 이내 다른 팀에 눈길을 돌립니다.
많은 사진을 찍어둔 곳이었습니다. 어쩌면 하롱베이 보다 더 맘이 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하노이에서 하루의 시간을 주고 한 곳만 다녀오라면 주저 없이 닌빈, 땀꼭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흐르는 물에 침식돼 동굴이 되어버린 뱃길을 따라 노를 저어 동굴을 몇 개를 지나고 주위의 대리암으로 된 산의 풍경을 보며 뱃사공과 웃고, 함께 노를 저어보며 추억을 만드는 그런 곳입니다.
노를 저어 삯을 챙기고, 자그만 배에서 그들이 손수 만든 투박함마저 느껴지는 비단제품 등의 물건들을 팔아가며 살아갑니다.
그들과의 수다에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나오려다 바라미 초 긴장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점심때 물을 너무 마셨나? 아니면 렘모이가 나를...
으 으 윽 ... 프리즈 저 쪽에 파킹 아니 아...아니 뭐 셔
거시기 있짠~여 보트 스탑 저짝으로다가 프리즈" 랑게요
저그가 거급니다
아자씨 알겠다는 듯 피식 웃고는 수로 옆에 배를 데어 줍니다.
으 다다다 저그 소 메어 있는 거그가 적당하고만...
어깨를 한번 흔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주위를 돌아보며 나오는데 주위에 온통 소 응가 입니다.
이제 느긋하게 사공과 어울려 나오고 팁을 쥐어주고 배에서 내립니다.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 그 유명하다는 인형극을 보러 호안끼엠으로 나갑니다.
전에 직장동료에게 하노이에 가서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타보자 했던 그 말은 이젠 절대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이공에비하면 하노이 구시가지의 오토바이행렬은 거의 살인적입니다.
그러나 구 시가지를 벗어나면 신호등은 좀 지키는 것 같았지만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수상인형극을 예매를 하고난 뒤 호안끼엠 근처의 "COM"집에서 이것저것 되는대로 푸짐하게 시켜 저녁을(126,000동/4) 먹습니다. 그래도 먹을 만 했나? 아니면 배가 고팠나?
시래기국 같죠. 먹을 만 했답니다. 그리고 닭고기도 있고, 감자탕도 있고 돼지고기에 소고기 그리고 야채탕도 보이고..
하지만 이 저녁 식사 덕분에 이번여행에 대부분의 일정에서 보게 되는 한국젊은이들 만나 25$ 쯤 한다는 하롱베이 1일 투어를 15$에 예약했습니다. 어느 여행기에서 본 그 억세게 운 좋은 여행자에 낀 건가?
그리곤 수상인형극을 보러 극장으로 갑니다. 여기 와서야 첨으로 한글로 된 안내를 받아봅니다. 하지만 철자와 띄어쓰기가 엉망이어서 이것은 이렇게 고쳐야 되고 어쩌고 해가며 관리인과 손짓 발짓해가며 다시 바디~쥐를 다시 한번 해 봅니다.
인형극이 시작되고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나옵니다. 각 문화의 표현이겠죠.
어느새 극은 막을 내리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이번에도 네이션샘의 인도로 일사천리로 하노이의 밤거리를 거닙니다. 자! 넴모이를 사야지! 베트남 술이라는데 꼭 선물로 사야 한다며 시장을 뒤집니다.
환하게 불을 밝힌 이 밤 시장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들의 소란과 생동감속을 뒤지고 다녀도 봅니다.
자 이제 또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고 내일 하롱베이를 위해 준비해야할 시간입니다.
다시 한번 추위속에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옷을 입고 이부자리로 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