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욕망을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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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델타 투어를 마치고 리멤버호텔로 돌아왔다. 짐을 챙겨 사이공 핑크호텔로 숙소를 옮기고는 벤탄 시장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카메라를 메고 나서는데 사장님이 극구 만류한다. 벤탄 야시장에 관광객이 카메라를 들고 돌아 다니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투숙객 중 한 명이 카메라를 잃어 버렸다네. 결국 최대한 몸에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호텔을 나섰다.
이것 때문에 많이 후회하게 될 줄이야,,,, 호치민의 밤거리를 헤메고 다니고도 사진이 한 장도 안 남은 까닭이다.
벤탄 야시장은 커다란 용광로 같았다. 절반 쯤의 서양인과 절반 쯤의 동양인들이 어울려 함께 녹아 내리고 있었다. 길거리 노점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떠들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들의 융화가 빚어내는 열기는 사람을 들뜨게 하는 취기를 머금고 있었다. 조그마한 바다가재 두 마리에 소주를 각각 한 병쯤 마셨는데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맥주바가 몰려 있다는 하이바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층은 스탠드바, 이층은 당구대 하나에 테이블 하나 만 있는 이상한 구조의 바였다. 타이거 비어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외려 조금씩 주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도시 전체가 큰 노점상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호치민에서 실내에 들어 앉아 있으니 외려 기분이 이상하다. 친구랑 맥주 한 병씩 만 마시고는 근처 KFC에서 안주거리를 좀 사서는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근처 노점상에 현지인들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생수를 사러 한군데 노점상에 들렀는데, 술을 마시던 현지인 중 하나가 나에게 머라고 말을 건넨다. 대충 짐작으로 어디서 왔느냐는 말이다.
-프롬 코리아
- 항꿔 !
- #$%^&*!
이러다가 갑자기 술잔을 건넨다. 얼떨결에 받아 마시고는 한 잔 따라 다시 건넸더니 머라머라 떠들며 웃으며 즐거워 한다. 호치민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그네들과 둘러 앉아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네들이 건네 주는 술( nep moi ?) 을 마시다가 호텔에서 우리 소주를 가져다가 마셨다.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술 잔을 돌려가며 홀짝홀짝 잘 들 마신다. 자기들은 자기나라 말로 얘기하고 우리는 우리 말로 얘기한다. 그런데도 서로 열심히 머라고 얘기를 주고 받으며 술을 마신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알겠다. 거침없이 몰려오는 주기에 마침내 노래까지 같이 불렀다. 문득 베트남이 아니라 제주 성산포 바닷가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술을 마실 때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 ‘성산포에서’ –이생진-
그네들이 바다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소리가 파도처럼 들렸다. 바라보고 들리는 것만으로도 친화가 이루어지는 교감의 취한 바다가 우리였다. 파도처럼 서로 철썩이다가 그렇게 부딪치며 즐거워하다가 우리는 헤어졌다. 꼭 다시 만나자고 손가락을 몇 번 씩 이나 걸었다가 풀며 그렇게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다음 날 호치민 시내 투어는 대략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뉴월드 호텔 – 벤탄시장- 퍼2000 – 껨박당- 렉스호텔- 인민위원회 청사- 오페라 하우스- 노틀담 성당 – 중앙우체국- 통일궁- 꽌안응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