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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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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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호텔 앞에 온 픽업봉고차를 타고 하롱시로 떠났다. 1박2일 일정동안 짐은 호텔에 맡겼다.
국내 항공사 광고 촬영지의 이미지를 갖고 출발하는 하롱베이. 과연 실제 모습에서 실망은 없을까?
둘째날 소나기가 한차례 있었고 날씨가 계속 흐리더니 하노이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날씨가 더 흐려지면 경치 감상이 어려울 텐데.., 가는 날이 장날인가?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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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봉고차에는 베트남 가족 3명 외에 모두 서양인들이었다. 대부분 2명이서 짝을 이뤄 여행하는 사람들이었고 우수에 찬 표정의 말수가 적은 청년은 혼자였다. 이어폰을 꽂은 채 계속 창밖만 봤다. 완전 실연여행 분위기다.
3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달려 하롱시에 도착할 즈음. 이름모를 큰다리를 건너는데 그 광고 영상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섬들이 길다랗게 흘러가는 좁은 해협에 열지어 선 모습이 잠깐 창밖에 스쳤다. 바다뿐 아니라 들판에도 공기밥을 엎어 놓은 모양의 작은 산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바다의 비경은 바로 이런 엠보싱 지형이 반쯤 물에 잠기면서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 12시께 하롱베이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날씨는 급변했다. 하늘이 뽀개지는 청둥소리와 번개와 함께 폭우가 무섭게 쏟아졌다. 배가 뜰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는데, 가이드는 태연하게 미리 준비한 우산을 꺼내들더니 선착장으로 안내한다.
비는 계속됐다. 흐린 날씨에 안개까지... 저 멀리 남쪽에서는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아 배는 일정대로 항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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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선착장에는 족히 50척은 될 듯한 관광배들이 운집해 있었다.
아주 낡고 오래된 배부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져 광택이 나는 것까지.. 일부 대형 여행사는 배에 여행사 마크를 붙인 것으로 봐서 전용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탄 배는 중하급 정도였다.
반쯤 산에 둘러싸인 항구를 떠나 한쪽이 툭터진 넓은 바다를 향해 배들이 서서히 출발했다.
바로 옆에 정박해 있던 배들이 점차 멀어지고 또 하나의 풍경이 될 즘 식사가 나왔다.
배는 두층짜리에 옥상이 있는 구조였는데, 1층은 침실. 2층은 객실 겸 식당이었다. 식탁에 앉아 여행을 하는 셈이다.
식단은 밥과 생선, 여러 가지 반찬들이었는데 베트남 고유식이라기 보다는 글로벌하면서도 무난한 식단이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식사는 아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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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경이라 했으니 이제 창밖을 감상할 차례다. 비가 아직 멈추지 않아 실내에 앉아 좁은 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배는 둥근 봉우리들 사이사이를 돌아 쉼 없이 앞으로 잔잔한 물결을 저어 나갔다. 바다 위에 점점이 자리 잡은 군도들 사이로 배가 들어가자 멀리 보이던 그림속의 섬들이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다.
양 옆은 물론이 먼 섬들이 가까이 다가와 뱃전을 스치듯 멀어져 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온통 비슷한 듯 다른 고만고만한 섬들이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있다.
흐린 날씨에 먼 경치는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 수가 얼마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하롱베이를 여행하실 분들은 꼭 날씨를 감안해서 일정을 잡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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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가 정박한 도착한 곳은 그 유명한 동굴. 돔구장을 연상시키는 넓은 광장이 이 섬안에 들어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여행객들로 꽉 들어차 풍경을 조용히 감상할 여유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볼거리다.
여행을 모두 마치고 든 생각인데 하롱베이 여행은 천혜의 경치라는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소프웨어가 부족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이 동굴 코스가 없었다면 아마 손바닥만한 해변, 1박한 바닷가에서의 자유수영 정도 외엔 별다른 즐길거리가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르신들이 먹고 보는 관광에는 제격일 듯하다.
사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그날 밤에 정박한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여유로운 시간, 아름다운 경치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밤이었다. 단하나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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