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하노이 2006 여름-5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아프로]하노이 2006 여름-5

아프로 2 4086

하노이는 밤문화가 없다는 말을 들었고 첫날 밤의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그 말을 실감했다. 하지만 둘째날부터 발품을 팔아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제법 술맛 나는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날 하롱베이 여행을 앞두고 있었기에 과음은 못할 상황이었지만 호텔 근처 맥주집에 가서 밤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비아호이는 하노이에서 가장 흔하고 외국인들의 취향에 잘 맞는 맥주체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은 길거리 일반 맥주가게보다 비싸지만 제법 깔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가게 안 자리를 마다하고 길거리에 나와 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자니 이틀동안 쌓인 피로가 제법 풀리는 것 같았다.

1111111111111111468.jpg

한국에서 사온 육포를 슬쩍 꺼내놓고 안주삼아 먹었는데 다행히 종업원들이 뭐라 하진 않았다.
이곳 거리의 특성상 외국손님이 많았다. 내 뒤에는 20대 후반의 백인 남녀가 꽤 과음 중이었고 내 앞 건너 자리에는 40대 백인아저씨가 혼자 와서 자작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과 노닥거리는 모양이 아주 자연스러운 걸로 봐서 이곳에 머문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맥주를 한 두잔 마셨을 즘, 백인아저씨는 자기가 먹던 안주를 종업원을 통해 우리 테이블로 보내왔다.
뜻하지 않은 호의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맥주 몇잔의 취기에 힘입어 나는 백인아저씨의 성의에 보답하려고 천원짜리 한국돈 한 장을 건넸다.
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기념선물이라고 나름대로 설명했지만 한사코 거절을 하더니 지폐를 받는 대신 같이 술을 마시잔다.
낯선 서양인, 말도잘 통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게 한참동안 술잔을 기울였는데 알고보니 그는 덴마크에서 온 NGO단체 직원이었다. 태국을 거쳐 베트남에 와서 식목사업을 하고 있다는 그 양반은 베트남에 온지 벌써 1년이 됐다고 했다.
고작 이틀 머문 내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줬고 그 정보중 으뜸은 구시가지에서 가장 유명한 쌀국수집.
그 양반말로는 아침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고 탁자도 나무로 돼있다고 했다. 위치도 카멜리아3호텔 바로 앞 사거리 비아오이에서 5m정도 건너편에 있었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7시에 그곳에서 만나 아침을 같이 먹기로 하고 헤어졌지만 결국 그 아저씨는 과음 때문인지 약속을 펑크 내고 우리둘만 아침을 먹었다.
맛은 역시 칼칼하고 개운했다. 다른 쌀국수 집보다 기름기가 적었고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앞다퉈 음식을 시키고 있었다. 그 바로 옆 쌀국수집은 개점휴업상태였는데 말이다.

7777777777777777226.jpg3333333333333333227.jpg--

두 번째, 밤 술자리의 기억은 하노이를 떠나기 바로 전날.
화룡관 건물 뒷쪽으로 방향을 잡고 술 먹을 곳을 찾던 중 익숙한 풍경하나를 만났다.
문닫은 상가들 앞 인도에 차린 노상 주점, 백열등 아래 게, 조개구이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꼬막, 조개를 삶는 모습도 보였다.

17171717171717171717171717171717399.jpg-13131313131313131313131313131313406.jpg
고민할 것 없이 자리를 잡고 일단 게 구이와 조개를 시켜먹었다. 익숙하고 간단한 요리법이니 한국에서 먹던 입맛과 다를리 없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소주가 없다는 것.
그때 연인으로 보이는 청춘남녀가 우리 옆자리에 앉아 투명한 병에 들어있는 무색 액체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 데 그게 바로 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하노이 보드카’란다. 양해를 구하고 술병을 들어 도수를 확인한 결과 34도! 다시말해 원조 소주급 술이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 아저씨는 내게 한잔 권하며 먹어보라 한다. 자기네가 시킨 꼬막 안주도 우리 접시 가득 덜어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인다.
자기네 음식을 자랑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속으로 ‘어디 벌교 겨울 꼬막만 할라구’하며 맛을 보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산 꼬막보다는 확실히 맛이 좋았고 ‘하노이 브드카’와 곁들여 먹으었더니 ‘카~’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 독한 느낌도 들지 않아 이곳 음식과 잘 어울렸다. 우리는 당장 한병을 시켰다. 물론, 그날 술자리는 과음으로 이어졌다.

16161616161616161616161616161616403.jpg

10101010101010101010101010101010408.jpg

2 Comments
ㄹㄹ 2006.10.22 11:46  
  보기좋은 상세한 그림과 글 ..
수원새댁 2007.01.10 15:34  
  전 사진이 안보이네요.. 에고 아시워라..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