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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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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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인형극이 워낙 유명하다기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기에 첫날 구시가지 도보여행 중 미리 예약을 했다.
역시 극장 앞에는 외국인들 2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저녁 공연은 자리가 다 차있어서 밤 9시15분 공연을 겨우 예약했다. B석 2만동, 여행책자의 소개와 달리 카메라 요금은 따로 받지 않았다.
또 J여행책자(2006년6월판)의 지도에는 극장 위치가 호수변 이면도로에 표시돼 있었지만 막상 가보니 호수 도로변에 있었다. 이것 말고도 틀린 곳이 아주 많았다. 2~3년 동안 인쇄만 거듭됐을 뿐 업데이트는 되지 않은 듯....

첫날 도보여행 일정중 또하나 가장 중요한 일은 하롱베이 1박2일 여행상품 예약이다.
구시가지 여기저기에는 수많은 cafe들이 있기 때문에 여행상품 예약은 정말 쉬운 일이다. 거의 대부분이 신카페고 그 유명한 ODC도 구시가지에 있다.

일단 무작정 들어가 하롱베이라고 말하면 사진이 곁들여진 메뉴판을 보여주며 청산유수 설명이 이어진다. 결국 중요한 건 가격. 설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가격을 물어보는 식으로 3곳을 들렀다. 39달러, 37달러, 32달러. 하도 카페들이 많고 소규모여서 믿음이 가지 않아 묵고 있는 호텔을 통해 예약을 하기로 했다.
카멜리아 호텔은 ODC와 제휴하고 있었고 다음날 호텔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까 37달러란다. 그래서 싼걸 원한다고 했더니 다른 회사인 '오픈투어'를 소개해줬다. 29달러, 내가 알아본 가격중에 제일 쌌기 때문에 그걸로 예약을 하고 당일 아침 7시30분 픽업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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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볼 곳은 호치민박물관과 전쟁박물관.
호치민 박물관은 나름 웅장하고 깨끗하며, 미술관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조형예술품이 많다.
1층에는 호치민의 소지품과 서적, 사진 등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고 이 사람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존경을 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패망하면서 해방을 맞았지만 베트남은 프랑스가 철수하지 않아 처절한 투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했다. 우리나라는 독립이 '도둑처럼' 찾아왔지만 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얻었다. 때문에 호치민이라는 진짜 영웅이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아 '국부'가 될 수 있었는데, 전쟁 없이 독립을 맞은 우리나라는 진짜 영웅을 선별할 기회를 잃은 채 가짜 영웅들이 결국 정권을 잡는 역사가 된 것이구나. 새삼 씁쓸했다.
베트남은 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남북으로 갈라놓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남쪽의 친미 정권을 무너뜨렸고, 안되겠다 싶은 미국은 무력으로 개입해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려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지만 잘 알고 있듯 패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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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박물관은 지도자를 존경하는 이곳 사람들 마음이 잘 표현된 박물관이며 이 곳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느낄 수 있다.
박물관에 설치된 예술품들은 매우 화려하면서도 현대적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들이 같는 획일적이고 식상한 느낌보다는 독창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베트남 근대사가 지나온 전쟁의 상처와 처절함을 느끼려면 호아로 수용소와 베트남 박물관을 봐야 한다.
호아로 수용소는 프랑스 식민지배 당시 단두대와 사진자료, 모형들이 수용소 현장에 그대로 전시돼 있어 참혹한 현장을 잘 보여준다.
관람객이 많지 않은 오후에 방문하다 보니 으시시한 분위기 마저 느껴졌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전시품들이 모두 실전에 사용된 '진품'이라는 것과 두꺼운 유리벽 같은 차단장치가 없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총과 포, 전투에서 직접 사용된 색바랜 일성홍기, 군복, 미군 전투기와 헬리콥터 잔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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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치고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에 젖어 있었던 것 같아 전쟁박물관 내에 있는 야외 레스토랑을 찾았다.

커다른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분위기 있는 탁자와 의자, 파라솔이 마련된 조용하고 넓은 가게다.
맥주는 2만동, 여기에서 둘이서 4병을 마셨건만 겨우 5천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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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수상인형극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2번 택시를 타면서 느낀 건, 많은 베트남 여행자들이 비난하는 택시바가지 요금의 진상을 조금 깨달았다는 것. 5분거리도 안되는데 2달러 정도를 냈으니 이곳 가격으로는 비싼 편이다.
택시들은 기본요금도, 시간 요금도 모두 다르다.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사기당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다른 매타기를 사용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나라 특성이겠거니 하고 이해는 하지만 싼 택시 회사 이름을 외워두고 골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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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인형극은 약 300석 정도되는 규모의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인형극은 역시 정교한 움직임과 인형에 달린 장치들을 감쪽같이 감추는게 묘미인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수상인형극은 어느 정도 성공한 작품이다.
나름대로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용의 부드러운 유영, 뱃놀이와 추격전 등 상당한 내공이 요구되는 연출이 돋보였다. 또 탁한 물을 이용해 장치들을 감추는 것 역시 다른 인형극의 낙시줄이나 얇은 막대, 인형 내부장치 등을 이용하는 것에 비추어 독창적인 기술이다.
극과 함께 공연되는 민속음악과 노래는 상당히 수준급이다. 우리나라 경기민요를 떠올리게 하는 고음의 노래가 훌륭한 기교로 깔끔하게 전달된다.
극의 내용을 사설로 알려주고 노래가 곁들여지는 것은 우리나라 판소리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예술적 수준에도 불구하고 어느나라든 전통 예술이 보통 그렇듯 수상극 역시 어느정도 재미없고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세계에 수상인형극은 하노이밖에 없고 여행자가 아니라면 접할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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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끼엠 호수에는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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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가 지나갔다. 하노이 여행, 특히 도보 여행은 힘이 든다.
때문에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특히 남자가 오자고 우겨서 온 경우라면 상대방의 불평을 듣기 쉬운 곳이다.
하노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와서 싸우고 따로 헤어져 귀국하는 불상사가 남일이 아닐수 도 있다.

하노이 여행 Tip

하노이에서 여자친구와 싸우지 않는 법

1. 여성을 배려하는 일정을 짜라.
2. 더위를 피하기 위해 때때로 휴식을 가져라.
3. 쾌적한 화장실을 찾는데 노력하라.
4. 길찾기에 여성을 참여시켜라.
5.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6. 쇼핑할 시간을 충분히 줘라.
7. 늘 안전을 보장하라.
8. 상대도 쉽게 짜증낼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라.
9. 필요하면 곧바로 솔직히 사과하라.
10. 꼭 해야할 둘만의 일이 있다면 성실히 수행하라.
4 Comments
hohoh 2006.09.05 22:22  
  잘읽고갑니다^^
ddd 2006.09.15 13:21  
  여성이 아니라 그냥 같은사람으로 생각하세요 ..여자들도 다 특성이 다릅니다 ..결론은 사람마다 다 틀리니까..여성이라해서 뭐 특별한 규칙을 세운다는게 좀 ..웃겨요 ..여성을 참여시켜라..?  사람마다 그때그때 틀리죠 ..아마도 자신의 여자친구얘기를 일반화시켜 이야기하면 안되죠 ..음 여자 남자 특성화시키지말고 ..그냥 인간이죠음 ..왜 내가 열받냐 하면 ..내 남자친구는 그냥 아무것도 안하는 스타일리라서 ..내가 다 알아서 하죠 ..? 아이러니인가? 아니죠 ..사람은 다 틀려요 ..연령 , 그 분위기 드등
이리듐 2006.09.16 14:02  
  DDD 님 말씀도 맞습니다만, , 만일 같은 남자끼리라면 강행군을 해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을테고, 길 찾을때도 서로 상의해서 찾을겁니다. 화장실 좀 지저분해도 소변볼때는 숨 한번 참고 보면되고...

그런점에서 볼때 1~10 가운데는 여성분을 배려한 내용이 많네요...

수원새댁 2007.01.10 15:28  
  잘 읽고 있어요.. 아프로님은 역사와 예술을 좋아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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