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토끼의 베트남 중북부 여행기(길어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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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토끼의 베트남 중북부 여행기(길어서 죄송)

이쁜 토끼 11 4037
7/21 (목)

아침 6시 30분. 다행히도 몸이 가쁜하다. 신랑이 출근하는 길에 광화문까지 차로 태워줬다. 희정은 중간에 픽업.  광화문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니 공항버스가 온다. 이런..카드라고는 신한카드 달랑 한 장인데 국민카드밖에 안 된단다. 아차! 맞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 귀한 현금 7,000원을 냈다. 흑흑흑.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9시도 안 됐다. 아싸~ 늘 공항가는 길이 에피소드였던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다. 순조롭게 그것도 넉넉한 시간 여유라. 우후후~~먼저 보딩부터 하는데,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김해에 들렀다가 온다고 한다. 아마 1시간 늦게 뜰 것 같다나? 슬펐다. 면세점을 둘러 봤다. 배낭여행의 짐을 줄이고자 이번에는 면제점 근처도 가지 않았다. 심지어 필요한 화장품이 있었는 데도 말이다. 혹시나 알아보니 클리니크 선블럭이 3개 묶음에 5십 몇 달러. 인터넷이서 2만5천원에 무지 싸게 팔아서 고민하다 끝내 못샀는데 역시 여기가 더 싸다. 예쁜 시계가 10$이다. 시계없이 산지도 벌써 몇 년. 사고 싶은 맘은 굴뚝같았으나 짐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꾹 참는다. 어머머. 얼마 구경 안 했는데도 이미 시간이 훌쩍. 달려서 게이트로 갔더니 직원이 빨리 타라고 손짓한다. 희정이 산 샌드위치는 기내에서 먹어야 겠다.

비행기 안이 텅텅 비였다. 웬일이니~~ 샌드위치 먹고 또 기내식 먹고(정말 기내식은 맛이 없다.) 론리 플래닛 읽고...그래도 할 일이 없다. 며칠 전부터 여행 준비 차원에서 많이 먹고 많이 잤더니 아무리 먹어도 잠 하나 안 온다. 물론 여행에 대한 부픈 마음도 한 몫 했겠지만. 정말이지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그것도 단 둘이 해 보는 여행은 처음이다. 때거지로 하는 MT나 온갖 수련회, 가족 여행과는 사뭇 다른 이 기분. 신랑과 민주한테는 미안하지만, 정말 좋았다.  정말 혼자서 (희정이가 있기는 하지만) 잘 할 수 있을까...신랑도 없는데. 약간의 두려움도 들었다. 그러나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 조차도 나를 흥분시켰다.

기내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열심히 보고나니 한 시간 뒤에 도착이란다. 탈 때 직원의 손짓에 뛰느라 정신이 없어 시간 확인을 못했는데 아마도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어쨌든 현지 시간으로 오후1시 30분 우리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푸하하하.

엉? 짐을 찾고 나온 공항의 모습이란... 김해 공항보다 못한 휑한 곳. 순간 움찔했다. 그래도 뭐...하는 마음으로 화장실부터. 흑흑흑. 대구 버스 터미널이 이보다 깨끗할 것이다. 엄마야~ 나는 이제 화장실 다 갔다.

공항을 나온 우리는 달달 외운 정보에 따라 눈을 오른쪽으로 들어 고가다리 밑을 보았다. 왼쪽에도 고가다리가 있어 순간 혼란스러웠지만, 오른쪽으로 직진. 역시 14번 버스가 있었다. 영어 설명 하나 없는 버스. 그래도 꿋꿋이 탔다. 다들 우리를 힐끗 본다. 아~ 반가운 이 버스란 다름 아닌 내가 몇 년 전까지 서울에서 타던 그 버스와 같은 기종이 아닌가. 완전이 똑같은 실내 모습에 헤헤헤, 긴장이 풀린다. 뒷문 뒤쪽의 오른쪽 좌석에 앉았다. 요금은 5,000동. 알고 갔던 것보다 2배 비쌌으나 그래도 우리돈 350원 정도. 이정도는 내 줄 수 있다. 역시나 35분 정도 가다 보니 버스 정류장의 노선 안내판에 7번 이라는 게 보인다. 히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7번 버스를 기다린다. 으악! 엄청난 먼지와 매연. 게다가 땀까지 줄줄줄. 가난한(미안, 순간의 생각) 나라에 왔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떨 때에는 눈도 못 뜰 정도였다. 20~30분 정도 기다리니 7번 버스가 온다. 버스비는 3,000동. 버스마다 남자 안내원이 있었는데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으면 이들이 와서 돈을 받고 티켓을 준다. 이곳 사람들 중에는 어떤 증같은 것을 보이며 그냥 타기도 했다. 7번 버스 안내원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여 내리는 것도 도와주었다. 종점. 보호 거리. 옆으로 호수가 보인다. 드디어 온 것이다.

숙소를 먼저 잡아야 한다. 정보에 의하여 올드 쿼터 호텔을 찾아 갔다. 뜨거운 물이 나오고 에어컨이 있는 트원 베드 룸. 8$에 묵기로 했다. 외국에서 호텔이 아닌 곳(?)에 처음으로 묵어 본다.  넓고 깨끗했지만 젊은(?) 여자 둘이서 이런 곳에서 자야 한다니 조금 겁도 났다.

점심을 123,000동에 해결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너무 습해서 얼굴이 끈적이고 따갑다. 흐르는 땀에 매연이 달라와 앉는 기분이다. 피부 다 상하겠다. 현기증도 난다. 좋기는 한데 머리가 어지러우니까 힘들다. 늙었나 보다. 정신력으로 버티자.

쌀국수를 한 그릇에 10,000동으로 해결. 다들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역시 나는 맛이 없다. 예전에 캄보디아 씨엠립의 부페에서 먹었던 쌀국수를 제외하고는 늘 끝까지 먹어본 적이 없다. 오늘처럼.

쌀국수를 대충 먹고 수상인형극을 봤다. 40,000동. 에어컨이 나온다. 행복하다. 내용은 그러그러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맘에 든다. 물을 이용한 인형극이라니. 희정이가 자더라도 깨우지 마라해서 그냥 자는 애를 냅둔다.

내일은 하룽베이를 간다. 별로라고 하던데...베트남에 가서 하룽베이를 안 보면 다들 의아해 할까봐 예의상 간다. 나의 허식이란. 

숙소에서 자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 온다. 어떤 한국인이 우리를 보잔 단다. 내려가 보니 웬 건장한 체구의 키큰 남자가 시커먼 얼굴을 하고 의자에 앉자 있다. 그에게서 약간의 정보와 신라면 1개와 8절 김 여러 개를 얻었다. 오늘 밤 비행기로 서울에 간단다. 주는 음식물을 속으로는 기쁘지 않게 받았으나 이후 이들은 큰 활약을 하게 된다. 고마운 총각이다.


7/22(금)

아침을 먹어야 한다. 씻자마자 밥을 사 먹으러 나갔다.

우와~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더니 이건 상상 이상이다. 완전히 대낮 같은 분위기이다. 꼭 중림동 새벽 시장같다.

한불럭 돌아 나가니 웬 아줌마가 하얀 밥을 광주리에서 푸고 있다.가서 나도 하나 달라고 했다. 길고 큰 잎사귀에 땅콩이 들어간 밥을 주걱으로 퍼 넣더니 이상한 무언가를 뿌리고 (제발 넣지 마세요~) 더 이상한 실같은 반찬을 올려 준다. (나는 이제 죽었다.) 3,000동을 주고 산 이 깜찍한(끔찍한?) 도시락을 들고 와 먹으려는데 이게 웬 일이니. 너무너무 맛있다. 쫀득한 찹쌀밥에 가끔 씹히는 땅콩의 아삭하면서도 고소한 맛. 이상한 가루는 깨가루였고 이상한 실뭉치는 말린 오징이 채같은 거였다. 실처럼 가늘어서 더 맛있었다. 집에가서 꼭 해먹어야지. 도시락으로 딱이야. 행복 충전~~

하룽베이는 하노이에서 3시간 걸려 도착했다. 베트남 퓨전(?, 약간 중국식) 음식을 점심으로 먹는데 큰 테이블에 프랑스 여자2, 알수 없는 럭셔리 3(남2, 여1), 중국인 남녀 2명과 함께 했다. 럭려시 3의 한 남자가 밥을 우리를 포함한 여자들에게 큰 그릇에서 퍼 주었다. 그는 매우 럭셔리해서 정채를 쉽게 알 수 없었다. 또 다른 우리의 일행은 다른 테이블에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백인이라 그런지 영어로 뭐라뭐라 하면 웃고 즐긴다. 콜라 캔도 하나씩, 백주 병도 보인다. 부럽다. 우리는 이렇게 머쓱한 분위기 인데. 프랑스 여자 2는 아예 고개를 숙이고 먹더니 다 먹기가 무섭게 나간다. 까칠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남은 동양인들끼리 눈이 마주치면 가끔 눈웃음 짓다가 럭셔리 3의 그나마 덜 럭셔리한 또 다른 남자가 큰 물을 사와서 우리에게 따라주었다. 자연스레 동양인만 남게 되자 우리는 조금씩 말을 잇기 시작했다. 럭셔리 3은 호치민에 있는 투자외사 직원(베트남사람이다.)들로서 회사 ???끝나고 하룽베이 관광차 들린 사람들이었다. 럭셔리 3의 여자는 매우 예쁘고 지적인 인상으로 영어에 능했는데 35살에 9살 짜리 딸이 있다고 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룽베이는 역시 소문대로 별로였다. 일일관광을 한 것은 정말 잘 한 짓이다. 사실 나는 하룽베이를 가고 싶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베트남에 가서 하룽베이도 안 보고 뭐했냐고 물어볼 것이 두려워(?) 넣은 코스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특히 거제도와 고수동굴을 갔다와본 분이라면 부탁이다. 제발 가지 말 것을.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휴게소. 배가 고프다. 휴게소 안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없어 뒷편의 민가(?)로 갔더니 기름에 바싹 튀긴 두부를 팔고 있었다. 한 봉지 사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그맛이 일품. 두부 부침을 좋아하는 신랑이 생각났다.

하노이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우리는 카운터에 우리의 사파 일정을 얘기하고 돌아올 날의 방을 예약했다. 물론 짐도 맡기고.

하노이역에서 사파까지는 밤기차이다. 두번째로 좋은 기차의 소프트 슬리퍼. 맞은편에는 노르웨이 아줌마와 그의 아들이 있다. 락을 좋아하는 그녀의 아들은 하노이에서 산 싸구려 씨디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아줌마는 노르웨이로 입양되는 한국아이들을 얘기했다. 외지에서 기껏 듣게 되는 고국이야기가 이따위밖에 안 된다니...슬픈 현실이다.

7/23(토)

아침이다. 기차의 창 너머로 강원도 산골의 어느 정경이 들어온다. 라오까이역에 내리니 역시나 많은 호객군들. 웬 착해 보이는 아줌마가 '사파사파'를 외친다. 두사람에 5,000동 하니까 바로 예스한다. (깍았어야 하나?) 미니버스는 한 줄에 4명씩, 원래는 3명 타는 의자인데 꽉꽉 채워서 꼬불한 산길을 험하게 간다. 두번째로 만난 한국인. 대학생으로 여겨지는 두 여학생이 우리 앞 줄에 앉아있다. 이런 그들은 차비로 6,000동을 내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나의 실수. '어머, 5,000동이에요.우리는 5,000동 냈어요.' 그러자 발끈한 두 여학생이 돈 걷는 사내에게 뭐라뭐라 했다. 그래도 이미 끝난 일.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도 다 5,000동을 낸다. 두 여학생은 항의했지만 결국 받아내지 못하고 기분만 상하게 되었다. (말해주지 말걸...미안해라...)

버스가 어떤 호텔 앞에 섰다. 사파란다. 우리는 바로 고개를 돌려 호텔에서 나와 막 걸어갔다. 잘못하면 원하지 않는 숙소에 머물 것 같아서였다. 여기서 두번째 실수. 뒤의 학생들도 막 나오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마 우리가 함께 해주길 바랬을 수도 있는데. 미안하다.

조금 헤매다가 그린밤부호텔에 거처를 정했다. 10$..그 호텔에서 가장 나쁜 위치였으나 워낙 괜찮은  호텔이라 그런지 깨끗했다. 호텔까지 오면서 사온 찹쌀도넛 같은 것을 대충 먹은 후 씻고 잠부터 잤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재채기가 나온다. 자고 나니 또 다시 아름다운 세상...희정이가 자는 동안 호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유럽식의 예쁜 호텔이다. 잠에서 깬 희정이와 이탈리아식 식당(보기에는 별로인)에서 피자 등을 먹었다. 그리고 사파 시장을 구경한 뒤 전망대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가다보니 입장료를 내는 곳이 있다. 어라? 정보에서는 보지 못한 것인데? 그냥 전망대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입장료를 사서 올라가보니 예쁜 정원들과 볼거리가 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꼭대기가 바로 코앞인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도 약간 어둑해지고 해서 그냥 내려왔다.

내일 투어를 예약하려고 하니 이런..다 매진이다. 박하투어을 위해 온 먼 길인데. 마음에 급하다. 깔린게 여행사인데 다 매진이라니. 3번째 여행사를 갔을 때 아까 봤던 여학생들을 또 봤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또 그녀들을 외면한 채 다른 여행사로 달려간다. 아이씨..이제는 진짜 미안하다. 하필 이렇게 다급한 순간에 만나게 되다니. 다행히 4번째 여행사에서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하고 골목으로 나와 두리번 거려보지만 그 여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일 박하가면 만날 수 있을거야. 희정이와 나는 또 만나면 진짜 잘해주자고 약속까지 했다

마을 어귀 교회 앞에 고산족의 자판이 들어서 있고 맞은편 공터에는 야시장같은 작은 포장마차가 바글바글하다. 포장마차라고 해봐야 작은 연탄 화덕위에 꼬치, 고구마, 달걀 따위를 구워 파는 아줌마가 파라솔 하나 의지하고 있는 모습니다. 사파에서만 볼수있는 이색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앉아서 고구마, 계란을 각각 하나씩 사먹었다. 고구마 맛은 정말 별로였지만 구은 달걀은 맥반석달걀처럼 맛있었는데 짜지 않을 뿐이었다. 하나에 2,000동씩.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그래도 비싼 거다. 달걀을 2개 더 사서 숙소로 왔다. 컵라면과 먹으니 역시 죽이는 그맛. 이렇게 사파에서의 밤은 깊어만 간다. 

7/24(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모두 챙겨 호텔을 빠져 나왔다. 시간이 촉박해서 술빵같이 생긴 것을 싸서 미니버스에 올랐다. 이런 우리를 포함해서 6명이다. 지난번 하룽베이 투어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소그룹, 대그룹 투어는 정말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때 그때 모이는 사람의 수가 투어의 크기를 정하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먼저 아는 체를 한다. '한국분이시죠? 버스쪽으로 걸어 오실 때부터 어찌나 반갑던지... ' 한국인이 고픈 두 여학생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한 것이다. 아마 그렇게 고생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영화가 따로 없다.

기대는 실망의 주요한 변수이다.

박하시장은 별로였다. 진흙이 밟히는 시골 장터. 돼지와 말을 판다는 점을 빼면 평범한 모습니다. 파인애플을 싸게 사먹고 돌아다닌다. 웬 총각이 '한국분이시죠? 반갑습니다.'하면 지나 간다. 우리도 인사만 한다.

라오까이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잠시 섰다. 강 건너편이 중국이란다. 그래서 그런가...집모양도 다르고. 어쩐지 사파에 중국인들이 많더라니.

기차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는 펍이나 까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운치있는 한 때을 생각했으나 오로지 밥집만 있었다.  전신마사지도 받고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가한 시간이었다. 라오까이는 정말로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먹을 곳도.

7/25(월)

드디어 하노이 입성. 새벽 5시의 하노이는 첫 날의 느낌과 다르게 시원하다. 새벽이라 그런가?

오토바이를 흥정하여 10,000동에 탔다. 물론 희정이랑 둘이. 깎는 것이 참 고역이다. 구시가지에 도착하니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많다. 하늘이 아직 다 환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예상대로 호텔 문은 잠겨 있었다. (많은 분들이 여행기에서 쓴 대로 말이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몸을 좀 눕히고 싶었다. 길에서 바나나를 사서 먹었다. 드디어 호텔 문이 열리고 들어가보니 예약해 좋은 우리방 키가 가운터에 이미 올려져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방에서 샤워를 하니 몸이 가뿐하다. 짐도 다시 정리하고 세탁물을 맡겼다. 오늘은 오후4시에 다낭행 비행기를 탄다. 드디어 중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서둘러 론리에 나온 대로 구시가지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 우리 맘에 쏙 드는 프랑스식 빵집이 나왔다. 배는 별로 안 고프지만 그래도 있을 때 먹어야 한다. 원하는 식당을 적절한 시기에 찾는 것이 낮선 곳에서는 쉽지 않기 떄문이다. 역시나...시킨 커피도 빵과 조각 케익도 다 맛있었다. 치즈케익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었다. 내 사랑 치즈케익...도장을 파는 곳에서 도장도 파고 옷가게에서 옷도 샀다. 짧은 시간이지만 쇼핑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런 시간이 촉박하다. 얼릉 숙소로 가서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택시를 불렀다. 물론 세탁물도 찾고. 바로 이 다급한 시간에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거금 40$를 잃어 버린 것이다. 서울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테이블과 벽 사이에 낀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말고.

택시 운전기사는 우리의 상황을 잘 이해한 듯 온갖 새치기를 다 해가며 공항으로 갔다. 정말 대단한 기사였다. 1$라도 팁을 주고는 싶었으나 그럴 여유돈이 없었다.

국내선 비행기라 그런지 수월하게 다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1시간 10분 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았다. 기내에서 준 햄버거를 다 먹으니 바로 내릴 시간이란다. 맛있는 햄버거. 두 개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봄, 제주도행 아시아나에서 먹었던  케찹 범벅의 햄버거랑 비교된다. 

다낭에 내리니 석양에 물이 든다. 휑한 곳이다. 많은 택시간 우리에게 호객 행위를 한다. 짜증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으나 8$에 호이안으로 가는 것으로 했다. 택시 기사들끼리 서로 아는 사이라 그런지 우리가 꼭 주고받는 짐짝이 된 기분이었다. 이들만 뺀다면 호이안은 정말 완벽한 곳이다.

역시나. 이 택시 기사는 외진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다 주었다. 내림과 동시에 로비에서 나오는 예쁜 여자들. 건물이 드문드문 있어 무섭기도 했지만 우리는 잰 걸음으로 그들을 뒤로 하고 막 걸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최초의 무서운 상황이었다. 호텔 직원들이 계속 쫒아오지만 그래봤자 같은 여자들이고 호텔 직원이다. 무시하고 막 갔다. 거로수가 있는 곳에서 지도를 펼쳐 보았으나 지도에 이런 곳은 없었다. 여기가 어디지? 레스토랑에서 히히덕 거리고 있는 늙은 서양 남자에게 시내쪽을 물어보니 아까 그 호텔 반대쪽, 즉 우리가 그들을 피해 가고 있는 방향을 가리킨다. 다행이었다. 그의 지시래로 가다보니 낮익은 이름의 호텔이 보인다. 론리에서 미리 봐두었던 시내 외곽은 한 호텔이었다. 이런...시내에서 먼 곳에 우리를 내려 주다니. 시내로 계속  걸었다. 그리고 중심가의 호텔을 알아봤다. 워낙 규모가 작은 소읍이라 외진 곳이 싫었다. 특히 오자마자 안 좋은 기억도 있고 이미 밤이 되었기 때문이다. 탕빈3 호텔. 중국식의 고급호텔이다. 방아 딱 하나 남긴 했는데 좋은 방이란다. 스위트룸 다음으로 좋은 방인 것 같았다. 원래는 35$인데 25$까지 해 준단다. 비쌌지만 묵기로 했다. 왜냐하면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호텔 안은 와우!! 드디어 제대로 된 숙소에 머문 것 같은 기분이다. 욕식에는 내가 누워도 될 만큼 크고 좋은 욕조가 있었고 베란다도 수영장이 정면으로 보였다. 보아하니 다른 라인의 방들은 사람이 찬 것 같으나 우리 옆방만 빈 것 같았다. 비싼 방이기는 한 가보다.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였다.

배가 고프다. 기내에서의 햄버거가 마지막 식사이다. 뜨거운 물을 부탁해서 컵라면을 먹었다. 박하에서 사온 오이도 먹었다.(참으로 긴 사간 우리와 함께 한 오이. 노각과 같은 품종 같은데 파란 상태,  노란 상태 둘 다 판다. 씨 부위가 상대적으로 적어 박하에서는 사람들이 과일처럼 간식처럼 먹는 것을 많이 봤다.)

수영장이 예뻐서 참을 수가 없다. 내일 또 일찍 떠나야 하는데 수영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고 해서 수영복으로 얼릉 갈아입은 후 입수...푸하하하 시원한 이 기분이란. 정말 좋다. 천국이 따로 없다. 서양인 남녀가 조용히 수영을 즐긴다. 중년의 이 남녀는 너무 조용해서 내가 다 미안할 정도였다.

잠자기 아까운 밤이다. 나는 tv를 켜서 mtv를 본다. 희정은 이미 잠든 지 오래다. 북부와 다른 이 기분. 여유롭다

7/26(화)

아침이다. 베란다를 활짝 열고 보니 이런, 아름다운 호텔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1박 더 하고 싶은 곳이다. 길거리가 보이는 1층 식당에 내려가 아침을 먹는다. 우리가 묵은 숙소 중 유일하게 아침이 있는 것이다. (그 외의 호텔에서는 돈을 깍느라고 아침을 불포함시켰다.)

바게트에 버터를 발라서 블랙커피랑 먹는 맛이란.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과일도 마음껏 먹는다. 행복한 아침이다.

훼로 가는 버스가 오후2시에 있다고 한다. 헉...시간이 부족하다.

훼는 걸어서 구경하면 되는 작은 마을이다. 우리는 처음에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고 막 걷기만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호텔 맞은 편의 그 거리들이 유네스코 지정 옛길이었던 것이다. 마음을 여유롭게 먹고 고개를 드니 작고 아담한 2층짜리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전적인 자세로 이런 마을에서 볼 것을 찾아 헤매니 이런 소박한 아름다움이 보일리 없었다.

과거 베트남에서는 2층짜리 집까지만 건축이 허용되었다. 임금님이 계신 궁궐보다 높이 집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호이안의 이 거리에는 2층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호이안의 쇼핑의 천국이라고 한다. 온갖 상가가 즐비하다. 기념품의 물가도 하노이보다 싸다. 그덕에 나는 많은 물건을 샀다.

벌써 11시이다. 호텔로 돌아가서 희정이는 씻고 나는 수영을 잠시.  어제 밤에 짐을 미리 싸 놓고 잔 덕분에 금세 정리를 할 수 있었다. 12시에 30분에 체크아웃하고...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가 픽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서 선크림도 바르고. 잠시 물건도 사러 나갔다 오고.

이런. 점심을 못먹었다. 먹을 것도 못샀는데. 버스에서 하나 남은 컵라면을 꺼내서 희정과 나누어 먹는다. 희정이는 사탕도 꺼내 먹는다. 배가 고프다. 흑흑흑.

버스는 3시간 정도 걸려 훼에 도착했다. 우리는 먼저 만다린 카페를 찾아갔다.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만다린 카페에서 하노이행 기차표를 사려고 했더니 역으로 직접 가라고 한다. 이런, 친절한 곳이라고 하던데. 그게 뻥이었나??  직원은 역까지 가는 길을 상세히 알려줬다. 걸어서 15~20분 정도란다.

역세서 기차표를 끊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람은 10명도 채 안되는데 이것들이 새치기를 하는 바람에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10분 만에 표를 끊을 수 있었다. 3번째로 좋은 기차의 소프트슬리퍼. 26$. 하노이 신카페에서 36$를 제시했던 생각이 났다. 그놈의 커미션이란.

기차표까지 끊고 나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곳 역시 작은 도시라서 밤이 되니 무섭다. 남다린카페 근처의 뒤탕호텔을 10$에 묵기로 하고 분보후에를 먹으러 갔다. 죽이는 맛이라고 하던데, 역시나 쌀국수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 호텔 옆의 인도음식점에서 탄두리치킨과 커리, 인도빵을 시켜 먹었다. 입맛에 딱이다. 커리는 맵지도 않았다. 빵도 맛있고.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참 커리 색은 완두콩 빛깔이다. 노랗지 않았다. 거참 희안하네~

7/27(수)
 

도심 한 복판의 호텔이라 그런지 약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늘 조용한 호텔에 묶었던 우리로서는 이것도 이채로운 관경이다.

짐을 다 싸서 만다린 카페로 갔다. 유명하다고 하는 바나나 팬케익과 스팀 라이스를 시켰다. 팬케익이 너무 맛있어 하나 더 시키기까지 했다. 주인장 '끄씨'는 손님들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불편한 것이 없는지 도와주었다. 우리는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와 크로와상, 스팀 라이스를 샀다. 끄씨에게 김을 선물로 줬다. 어제 귀찮게 표를 사게 한 것도 결국은 우리에게 싼 값에 표를 살 수 있는 기회와 외국에서도 기차표를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받은 셈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모로 만다린 카페에 감사했다. 다른 까페와 달리 진심으로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표정이 고마웠다. 왜 카페에 음식 손님이 바글대는지 왜 종업원들이 바쁜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다.

여유있는 아침을 나 먹고 나니 오토바이 두 대가 와서 우리를 선착장으로 인도했다. 우리는 기차 시간 때문에 배 한 척을 빌렸다. 10$라는 거금이 들었으나 우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배는 여행자를 위한 상업용이면서 동시에 배 주인의 안락한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한 켠에 부엌으로 여겨지는 장소가 쪽방처럼 있다. 그래도 말끔하여 얼핏보면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주인여자는 뭐 그리 사라고 하는 게 많은지. 손님이 달랑 우리 둘이다보니 그녀의 관심은 온통 우리이다. 무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배를 타고 30분쯤 가니 유명한 탑 하나가 보인다. 훼의 상징물처럼 되어버린 탐, 티엔무사이다. 배에서 내려 40분 정도의 시간의 할애받고 사원의 이곳저곳을 구견한다. 예쁘다. 베트남에서 처음보는 광경이다. 물 늘 그런 식이었지만. 나라가 워낙 길다보니 위아래로 루트를 짠 우리로서는 음식, 거리 풍경, 사람들 등의 모든 것이 갈 때마다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으로 친다면 백두산, 서울, 경주...이런 식인 셈이다. 같은 쌀국수도 맛이 다를 수밖에.

배는 이런 식으로 우리를 또 다른 사원으로 인도했다. 강바람은 참으로 시원하여 우리 나라 5월 말 정도와 유사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어떤 사원 앞에 내렸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흥정이 잘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흥정이 잘 되지 않았다. 희정과 나는 이미 흥정이 안 되면 그냥 카페같은 곳에서 차를 마시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굳이 흥정하려 하지 않았다. 흥정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약간의 바가지는 모르는 체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관광지(베트남에서도 관광지 중의 관광지인 훼) 에서의 터무니 없는 바가지는 정말 짜증난다.

3,000동에 커피가 한 잔이란다. 비치 위자에  않아서 강바람을 맞으며 먹는 커피란. 아까의 오토바이가 와서 뭐라고 한다. 싸게 해줄테니 타라는 눈치이다. 우리는 무시하고 강바랑을 즐겼다. 이미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굳이 가고 싶지도 않았다. 후딱 시간이 지나간다. 아쉬울 뿐이다.

매는 우리를 역 근처의 선착장에 내려 주었다. 오늘은 그 흔한 보슬비(잠깐 내리는) 조차 없었다. 정말 여행하기 딱인 날씨이다.

역으로 가는 길에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들어가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습한 날씨도 아니였는데 뜻밖의 거센 빗줄기를 베트남에서 처음 보았다. 스콜같은 비였다. 약간의 음식을 시켜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교대로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화장실은 넓고 깨끗했다. 샤위기로 발도 닦고 팔도 씻고..  밥을 다 먹을 때쯤에 비가 말끔히 그쳤다. 이런 것이 천우신조?

기분이 좋은 대다가 화장실을 쓴 것이 미안한 우리는 음식값이 23,000동이었는제 2,000동을 얹어서 25,000동을 주인에게 주었다. 주인은 어찌나 고마워하는지 가는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역에 도착하여 15분 정도 기다리니 기차가 온다. 손발이 척척 맞는 것 같은 날이다. 플랫폼에서 풍채 좋은 부자를 만났다. 그들에게 이 기차가 하노이행인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아버지는 사업 차 한국에 와본 적이 있다고 한다. 매우 친절한 그들은 뜻밖에 베트남인이었다. 호치민에 산다고 한다. 지난번 하룽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호치만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부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았다. 여유있는 외모에 지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우리가 지나치며 만난 북부 사람들이 장사치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므로 당연히 거칠거나 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만난 남부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지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기차는 아들만 탔다. 우리와 같은 칸이기까지 했다. 영어에 서툰 아들은 우리에게 매우 관심있어 하여  말을 계속 걸어왔다. 기차에서 주는 저녁 도시락을 먹을 때에는 오리꼬치까지 사 주었다. 맛은 맛없는 닭꼬치 말라비틀어진 맛이었으나 먹을만하였다. 참고로 기차에서 준 도시락의 음식은 비위가 맞지 않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꼬치가 먹을 수 있는 현지식이었다.

세번째로 좋은 이 기차의 소프트슬리퍼 매트리스는 패브릭천 위에 하얀 천를 깔고 자야 했는데 습한 페브릭의 느낌이 기분은 나빴으나  천을 깔고 나니  괜찮았다. 에어컨이 잘 나오므로 공기는 습한 줄 모르겠다. 가위바위보에 진 내가 2층에서 자게 됐다. 14시간이라...시간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 밤기차 아닌가. 내일밤이면 이제 베트남도 안녕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마음이 좀 그렇다.

7/28(목)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아침 햇살이 차창밖에서 쏟아져 내린다. 나는 2층침대에서 눈을 부시시 뜨며 차창을 내려다 본다. '오늘이 마지막하구나' 여러 생각이 교차된다.

하노이역에서 오토바이와 흥정을 하고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올드 쿼터 호텔은 예상대로 아직 문이 안 열렸다. 쪼그려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셔터가 올라가고 사람이 나온다. 예약하고 가지 않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었는데 역시나 방이 없단다. 8시가 되면 방이 나온고는 하나 지금 너무 피곤해서 2시간이라는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 희정이가 여기저기 찾아 보러 갔으나 마땅한 방이 없어 우리는 먼저 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했다. A TO Z SALUTE 전에 가보니 깨끗하고 음식맛도 좋은 집이었다. 마침 아침문을 열고 청소를 하는 중이어서 들어가 식사를 했다. 음식이 역시난 입에 맞는다. 밥을 먹고 다시 호텔로 가니 작고 깨끗한 방을 보여준다. 비록 에어컨은 없는 방이지만 온수는 나온다. 5$짜리 방이다. 샤워만 할 방이므로  괜찮다.

씻고 호치민 박물관으로 갔다. 역시나 많은 한국사람. 이렇게 한국사람이 많은 곳을 이곳 베트남에서 본 적이 없다. 역시 패키지가 가는 곳은 따로 있나 보다.

박물관을 줄러 보고는 다시 구시가지로 왔다. 배가 고프다. 날도 더워 현기증이 난다. 최악의 몸상태이다.  대충 식사를 한 뒤 화룡관 건물 꼭대기 스카이비유카페로 갔다. 커피와 쥬스, 프렌치후라이를 시켰다. 아까 집에서 맛이 없는 관계로 대충 먹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살 것 같다.

건물 4층에 맛사지샾이 있어 가보니 7$란다. 깍아주지는 않는다고 했으나 이미 내가 받아본 발맛사지 중에서 제일 싼 관계로 들어갔다. 넓고 시원한 방에 마주한 의자 두 줄이 각각4개씩, 벽을 등지고 마주보게 되어 있었다. 정복을 입은 맛사지사가 들어왔고 핫팩을 무릎 위와 어께 뒤쪽에 올려 놓았다. 뜨거운 기운이 시원하게 근육을 자극한다. 맛사지사도 힘을 줘가면서 꾹꾹 눌러준다.

내 맞은편에는 한국인 남자가 있다. 치마입고 있는데....우이씨. 아무리 치마를 중간중간에 고쳐 놓아도 반대편에서 보이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 끝에 가지고 있던 작은 종이로 그냥 얼굴에 뒤짚어 썼다. 차라리 이편이 속 편할 것 같다.

맛사지가 어찌나 시원한지 우리는 각각 10,000동씩을 주인 몰래 팁으로 주었다. 서울에서는 버스요금 값이지만 들에게는 쌀국수 2그릇 값이다.

몸이 가볍다. 다시 쇼핑을 하며 구시가지 활보하다가 근사해 보이는 집에서 화려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역시나 진짜진짜 앗있는 집 발견. 우리는 시킨 음식을 다 먹고도 하나 더 시켰다. 3접시라...배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우리돈 만 원 정도밖에 안 드니. 푸하하하 식당 점원은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데 배우 화사한 낮빛으로 우리를 대해 줬다.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어찌나 좋아하던지. 간만에 만난 친절한 하노이 사람이었다.

이렇게 저멱 만찬은 기분 좋게 끝나고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짐을 꾸려 공항리무진이 있다는 호수 남쪽의 베트남 에어라인 근처로 갔다. 리무지은 무슨 리무진. 미니버스이다. 22,000동이란다. 그런데 1시간 뒤에나 떠난다나? 택시를 타라고 한다. 태울 사람이 있는데 함께 타면 된다고 5$ 달란다. 기껏 탔는데 운전수가 핸드폰으로 뭐라뭐라 하더니 다시 원위치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는 미니버스 타란다. 아마 타기로 한 사람이 취소를 한 모양이다. 미니버스 기사가 오더니 가격을 높게 부른다. 씌여진 금액은 내국인용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우리는 웃돈을 주고 미니버스를 탔는데 5분 있다가 바로 출발했다. 아까 1시간 뒤라는 말은 거짓인가 보다. 택시를 태우려는 수작이었던 것이다. 미니버스는 어찌나 늦게 가는지 모든 차드의 새치기를 다 봐주는 것이었다. 정말 느린 버스. 티가 나도 팍팍 났다. 화가 났지만 마지막 베트남의 밤이다. 참고 공항에 도착하니 짐도 안 내려다 준다. 지난번 택시 기사랑 너무 비교된다. 짜증이 확~~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동네 아이들로 보이는 애들도 많았다. 화장실에서 손도 씻고 고개를 돌려가면 구경을 한다. 막 뛰기도 하고. 정신없다. 보딩을 하고 들어가려는데 웬 한국 아저씨가 할머니 두 분을 우리에게 부탁한다. 들어가서 비행기 타는 것만 도와잘라고.  나중에 알고보니 두 할머니는 사둔지간으로 그 아저씨는 한 분의 사위이지 또 다른 한 분의 아들로, 여행 중반에 두 어른을 먼저 한국으로 보내 드리는 거였다.  직업은 교사란다.

막상 비행기티켓을 들고 출입국심사대쪽으로 가려다 보니 이런. 그 많은 사람들은 여행객이 아니라 배웅나온 사람들. 헤어지는 가족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정작 공항심사대에는 10명 가량의 사람만 줄 안 서고도 들어갈 수 있었고 누군가 손을 한 번 들고 인사를 하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화답을 하며 울음까지 보이는 것이었다. 하기사. 공무원 한 달 월급보다 비싼 비행기삯을 충당할 베트남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온 가족이 울며 배웅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게다.

이렇게 베트남에서의 일정은 서서히 끝을 보이며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곳시간 0시35분. 한국은 새벽 2시35분. 시계를 돌려놓으니 갑자기 더 피곤해진다. 갈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꾸겨진 신문지 마냥 불쌍하게 잠이 들었다

# 아듀...베트남

호아저씨의 베트남 여행은 순수한 의미에서 첫 배낭여행이다. 가족이 아닌 친구와 단 둘이하는 첫 여행이기도 했다. 당연히 설렐 수밖에. 그 흥분은 아이가 엄마 손을 놓고 첫 걸음을 띄는 것과 같았다. 무서움과 흥미로움이 꽉찬 도전 그 자체였다

 

여행은 마치 퍼즐같았다. 미리 한국에서 열심히 살펴본 조각을 베트남에서 끼우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정확히 맞아떨아질 때의 희열이란. 물론 뜻밖의 횡재도 기분이 좋지만 말이다. 여행은 공부하는 순간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지도를 펼처놓고 루트를 짜보고, 다른 이의 여행기를 보며 루트를 수정하거나 자잘한 정보를 메모하고. 또 고치고. 하도 읽어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외어진 여러 이름과 사실들. 이제 그것들을 추억으로 내보내려고 하니 아쉽고 섭섭하다. 그래도  나의 신이 늘 그러했듯  살만한 이유와 더 좋은 기회를 내게 허락할테니 아쉬워 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이번 여행에서 짧은 일정이지만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다닌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베트남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 곳은 크게 라오까이-사파-박하 일대, 하노이, 호이안-훼로 나눌 수 있다. 사파 일대는 고산족과 어울어지는 산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중국과의 국경이 가까워서인지 중국 관광객이 많았다. 시장의 모습은 정겨운 우리네 고향의 시장같았다. 날씨도 서늘하여 나시 원피스가 춥게 여겨질 정도였다. 겨울보다 지금이 여행가기 좋을 것 같았다. 에어컨이 있는 방을 찾는 우리에게 사파의 호텔을 다 뒤져봐도 에어컨이 있는 방을 없을 거라던 어느 호텔 직원의 말이 생각난다.

하노이는 말 그대로 도시이다. 만약 여행 일정을 빡빡한 사람이라면 굳이 안 봐도 될 곳이 하노이이다. 물론 쇼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사실 쇼핑도 호이안이 더 낫다. 하노이의 구시가지 도보여행은 을지로 뒷골목에서 남대문까지 걷는 기분이다. 온갖 가게가 바글바글하다. 우아한 아주머니라면 10분도 안 되서 짜증을 낼 수도 있다.'이 덥고 습한 날씨에 땡볕에서 이게 뭐람~' 사실 하노이는 매우 습하다. 땀이 줄줄 흐르는데 마를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이럴 때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봐라. 하노이는 한 때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이기도 했으므로 맛난 빵집이 간혹 있다. 우아한 분위기를 원하는 당신에게 딱이다.

하룽베이는 별로이다. 하룽베이를 가느니 차라리 거제도를 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울의 하룽은 멋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간 날은 너무 화창해서 평범했지만 안개라도 낀 을씨년스러운 날씨라면 숨막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이다. 섬이 주는 신비가 화창한 날씨에 가려버렸다.

호이안은 시집  하나가 필요한 도시이다. 우리는 바바나맆이라는 프로방스식의 예쁜 카페에서 레몬줏주스와 화이트로즈(호이안 대표식)를 맛나게 먹었는데 그냥 있어도 행복했다. 시간과 시집이 있었으면 한 나절은 그냥 충분히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간만에 조용하고 안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작은 아을이었다.

훼는 예쁜 사원들이 향강을 따라 구성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의 느낌이 다 색다르다. 한문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중간중간의 글귀들을 읽게 되었는데 유교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좋은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문화재의 입장료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달리 받았는데 정말 비쌌다. 그래도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또 베트남을 여행할 계기가 생긴다면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지방을 꼭 들러보고 싶다. 그러면 또다른 모습으로 인해 깜짝 놀라겠지. 내가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호아저씨.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을 아저씨라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고 하지만 정작 베트남을 다녀 온 나로서는 호치민 박물관의 웅장함은 감흥이 없다. 오히려 나무 태우는 냄새와 석양이 아름다운 사파의 저녁이, 호이안의 그 거리가 더욱 그립다. 여기에 커피 한 잔까지? 

11 Comments
악소리나는핸썸보이 2005.08.02 20:15  
  ㅎㅎ 글 잘읽었어여~ 그김 그나마 아쉬운대로 먹을만하죠^^ 그리고 결혼하셧다고 나오는데...
제가 볼땐 23-22 진짜로 그나이로 보았어여
그때 나보고 학생이신가봐요 할때 나보다 나이가 적어보이는댕 그랬는댕 저의 착각인가요 저도 낼모래면 30인디^^* 그리고 얼굴이까맣턴가요 흑흑 ㅡㅡ;; 
선탠을 너무 많이했나...호이안 끄어다이해변에서
2틀동안한것인댕! 어째든 태사랑에서 뵈어서 방가워구요. 신랑분이랑 오래 행복하게 사세용~~~~
서기 2005.08.03 13:17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즐겁고 무난한 여행이었을 것 같네요.
하노이에서 다낭 가는 비행기값은 얼마였나요? 출발시간도 좀 알려주세요~ ^^ 비행기 예약을 미리 하고 가셨는지, 아니면 현지에서 직접 표를 사셨는지도 궁금하네요.
2주 후에 갈 예정인데 좀 알려주세요~~~
이쁜 토끼 2005.08.03 14:15  
  서기님께 : 하노이- 다낭 행 비행기 삯 : 54$ 신카페에서 출발일 3일전에 구입(베트남 에어라인 사무실이 호수 주변에 여러 개 있어 한 곳에서 문의하니 54$라고 하더군요. 같은 가격이면 신카페에서 다른 거 계약하면서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했어요)
이쁜 토끼 2005.08.03 14:18  
  출발 시간은 까먹었습니다. 죄송..저희는 4시 비행기였고요, 그 전에 2번 더 있습니다.(매일 3번 운항)

악소리나는핸썸보이님께 :  호호호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이쁜 토끼 2005.08.03 14:47  
  제가 누나뻘이네요. 저희는 이미 3학년?반인데. 호호호.
그 때 주신 김과 라면. 두고두고 잘 먹어습니다. 심지어 만다린 카페 주인에게 감사의 선물로 줄 정도로. 여행 중에 한국인 만나는 거 되게 싫어하는 성격인에 악~님 덕분에 그 생각 바꿨어요. 진짜 감사드려요.
악소리나는핸썸보이 2005.08.03 21:35  
  ^^* 고맙게 드셧다니 저도 기쁘내여
그런데 진짜 동안이시내여 두분다 와~~~~
난중에 타국서 김.라면 .고추장 같은거 남으면 한국분들 드리고 오세용~한국사람말고 또 누가 그런거 주겠습니까 ^^*
서기 2005.08.04 00:30  
  이쁜토끼님 감사합니다~ ^^
glico 2005.08.07 16:54  
  여행기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저도 하롱베이는 안갔어요. 주위에서 하노이갔으면서 왜 하롱베이 안갔냐구 하는데 그냥 사진만 딱 봐도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노이바이 공항에서 패키지로 오신 아주머니 말씀이 안가길 잘했다구,
아주머니 고향 (어디 남해인가..?)이 하롱베이보다 훨씬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

참. 전 오늘 호치민에서 돌아왔는데요, 호치민은 2번째인데 두번째라 그런지 맘도 더 편하고 정말 좋았어요.
쎄옴기사들과도 즐겁게 얘기했고 (타진않았는데 말걸고, 길도 가르쳐주고 하더라구요)
버스 기다리면 사람들이 와서 목적지 물어보고, 버스도 잡아주고
바글바글 버스타니 현지인이 자리양보까지 하려고 하더라구요. 나 젊은데 -_-

담에도 이번처럼 준비잘하셔서 남부 꼭 가보세요.
참. 버스비는 호치민과 하노이가 달랐던것 같아요.. 기억이 잘안나는데.. 호치민 버스비가 바뀐것인지;; 하여튼 작년과 달랐던것 같아요. :)

잡설이 너무 길었네요. 죄송 ^^
Gon 2005.08.27 12:26  
  재밋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_____^
디럽디 2006.10.19 16:02  
  s너무깍쟁이 같이 혼자서만 돌아댕기지말고 ,,여유를 갖고 한국사람만나면 좀 아는척도 하고 말도 하고 그러셔..물론 일해이 있다고 아는척도 않하던 한국인들 종종 좀 짜증나더라구요 일부러 피한느 한국인도 있구
앨리즈맘 2007.09.14 23:50  
  윗분말씀에 어느정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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