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사파의 첫날-가이드 SOU에 대하여...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베트남
여행기

Moon's Story - 사파의 첫날-가이드 SOU에 대하여...

애니타임 1 2595

안녕하세요~
문님의 여행기 잼있게 보고있읍니다.
저와 비슷한 코스로 여행을 하셨나봐요
특히
깟깟호텔과 가이드 수우에 관해서는 비슷하내요
답글을 다는 이유는
제가 영어가 거의 짚신수준이라서
내년쯤 사파에 다시 들릴예정인데
가이드 수우와 연락을 해야겟거든요
저는 집사람과 같이 배낭여행을 갔었는데
제 집사람이 수우를 찾고 싶어해서요
사진을 첨부해 볼테니 맞으면 연락처 좀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제송합니다 괜한 부탁이 될거같지만
도와주시면 ㄳ



>호텔에서 준 '식사쿠폰'을 들고 호텔 식당을 찾았다. 하롱베이 투어에서 부실한 식단이 떠오르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 곳은 달랐다. 심지어는 몇 가지 메뉴중에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었으니 금상첨화다, 생각해보니 원래대로라면 8시에 호텔에 도착해야 했는데,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으니 어지간히 배도 고팠다, 엄지 손가락 두 개를 번쩍 세워준다.
>
>오후에는 숙소에서 가까운 "Cat Cat"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곳은 'Sou'라는 고산마을의 몽족(H'mong) 아가씨가 안내해주기로 하였다. 가이드와 김군과 둘. 단란하고 한껏 여유롭다. 이 Sou라는 아가씨는 18살인데 알고 보니 이미 2년전에 결혼을 한 아줌마란다. 나는 서양 나이로 33이고 낼 모레가 생일이니까 34이 되는데, 아직도 싱글이라 하니, 유쾌한 목소리로 걱정 말란다. 솔로이니까 자유스럽고 이렇게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니 얼마나 좋냐는 거다. 김군에게는 이 참에 여기서 몽족의 예쁜 아가씨랑 선이라도 보고 가라며 한 술 더 뜬다. 나이는 어리지만 말하는 폼이 제법 강단이 느껴지는 어른의 테가 난다.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고 했더니만, 자신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단다. 관광객에게서 영어를 배웠다는데, 길을 막고 물어봐도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 한다. 게다가 베트남어는 물론 자신의 고유 언어는 기본이고, 불어와 약간의 중국어와 일어도 가능하단다. 나와 김군은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국어, 한국어, 조선말, 연변어, 북한말, Korean 등을  잘 하는데 왠지 자랑같지는 않아 보인다.
>
>Sou는 농담을 던지면 먼저 크게 웃으며 화답을 하는데, 아주 유쾌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그리 많이 들르지는 않는데 앞으로 많이 올테니까 한국말을 알아야 한다면 "안녕하세요"를 알려주니, 내내 혼자 중얼 거린다. 나도 몽족말을 배웠는데, "처무이찌"가 우리네 '안녕하세요'에 해당된다는데 발음이 어려워 "쳐먹었지"를 연상시켜 외웠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처무이찌"가 바른 말인지는 전혀 자신이 없다.
>
>깟깟마을에 들어서자 아주 옛날 우리네 시골에 온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유년시절 우리 시골은 초가지붕에 싸리로 엮어 만든 울타리에다 비라도 오면 질퍽거리는 바닥과 돼지, 닭, 개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놀던 시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걸음마를 막 뗀 애들도 고추 내놓고 아무데나 비비고 다니는 폼도 꼭 내 어린 시절 그대로다.
>
>이 곳 사람들은 입고 있는 자켓으로 Black H'mong, Flower H'mong, White H'mong, Green H'mong족 등으로 나뉜다는데 사파 일대는 이 몽족 사람들과 자오(Dao)족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팔에 두꺼운 천을 둘러 입고 있어서 얼마나 더울까 싶었는데, Sou가 갈대보다는 곧고 단단한 푸른 줄기 뭉치를 가르키며 "마리화나"라 알려준다. 마리화나? 라고 놀래니, 자기 옷을 가르키며 이 옷을 저 것으로 만든다 한다. 아, 삼베... 긴 팔을 입고 다녀도 시원하겠다. 그리고 Black H'mong 족을 나타내는 검은 색을 염색한다는 Indigo blue 염료로 보여준다. 집집마다 이 삼베를 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깟깟마을의 끝인 폭포까지 내려오니, 그리 길지 않은 거리인데도 다리에 힘이 빠진다, 운동부족. 도시 사람들은 이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짝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 곳에 오는 동안 간간히 기념품을 사라는 동네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폭포아래에서는 절정을 이루웠다. 온 동네 애들은 다 모여 그만그만한 물건들을 내밀며 자기 것을 사달란다. 너무 많이들 몰려드니 누구 것은 사주고 누구 것은 안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대략 난감하다. 미안하다며 사양해도 살 거면 자기한테 사라고 옆에 붙는 아이들. 그래도 그 아이들이 그리 싫지 않다.
>
>깟깟마을은 그리 크지 않아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끝나 버렸다. 올 때는 내리막길이었는데, 갈 때는 오르막길이니 3km 남짓한 거리가 30km처럼 느껴진다. 별 거부감 없이 모토를 10,000VND씩 주고 세 대에 나눠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Sou에게는 오늘 하루 고마웠다며 20,000VND를 주자 안 받겠다 하기에 우리 성의니까 받아달라고 하니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며 내일 다시 보자 한다. 끝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Sou.
>
>시간이 많이 남아 사파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사파 시내도 건성이나마 둘러보았다. 풍경도 좋지만, 고산족 사람들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다. 김군은 은팔찌를 13USD를 주고 샀다. 그 전에 서양여자는 똑같은 걸 15USD에 사갔다. 내가 보기에 10USD로 비싸 보이던데, 깍아주지 않았다. 행운을 불러 온다는 2USD 지폐를 10USD에 판매하고 있었다. 잔돈은 꼭 2USD로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후후후...
>사파는 어떻게 보면 정리가 안 된 듯하기도 하고, 노련한 관광객들을 상대하기에는 어딘가 어설퍼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도 번잡한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감이 여기 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파시장에 들러 과일을 샀다. 난, 청포도, 람부탄, 자두, 한 뭉치씩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조금씩만 샀는데도 2봉지다. 그래봐야 30,000VND을 넘지 않을 것 같은데 아가씨가 50,000VND를 내란다. 놀라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니다 깍아달라고 했더니만, 계속 "베트남, 베트남"만 외친다. 아니 베트남이 뭐 어떻다고? 아마도 베트남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라는 이야기인 듯. 겨우 드래곤 프루트 하나 더 얻는 걸로 비싼 감은 있지만 50,000VND을 다 지불했다. 그 흥정과정이 재미있었으므로 유효!
>
>숙소에서 씻고 예의 식권을 꼭 들고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아침에 난리 블루스를 쳤던 건 어느새 싹 잊어버리고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
>사파에서는 밤에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데, 근처 호텔에서 가라오케를 열었는지 낯 익은 신나는 팝송이며, 우리 노래들을 베트남어인지 중국어인지 모르게 귀를 간지른다. 다른 때 같았더라면 짜증날 법도 싶은데 너그러운 곳에 와서 너그러운 사람들을 만나니, 너그러운 마음이 어느 새 내 안에 들어왔는  지 한결 너그러워진다. 하롱에서는 TV 채널이 2개밖에 안 잡혔는데, 여기는 무려 3개나 잡힌다.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
>
>그렇게 사파의 첫 날밤이 져물어 갔다. 내일은 고산족 마을 종일 투어를 갈 예정이다.
>
>
>
>
1 Comments
Moon 2006.04.25 13:58  
  오랜만에 태사랑에 들렀는데, 게시판 맨머리에 제 게시물 제목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
제 가이드 했던 친구는 "소우"였구요, 말씀하신 '수우'는 얼굴이 틀리네요. 소우는 Moon's Story - 에필로그에 사진이 있습니다.
가이드 한 소우와 개인적으로 연락하시기는 힘드실 것 같구요, 혹시 묵으셨던 깟깟호텔측에 문의하시면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키엠호텔에 묵어서, 소우랑 같이 찍은 사진을 키엠호텔로 보냈답니다. 아직까지 사진이 반송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제대로 전달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