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하롱베이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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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하롱베이 II

Moon 2 3103
하롱 내에 있는 국립공원인 갓빠는 단지 숙소만이 있는 조그마한 섬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큰 규모가 놀랍다. 배에서 숙박할 팀과 호텔에서 숙박할 팀을 나눈 후에 방을 배정받았다. 호텔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단지 식사는 조금 부실한 감이 없지 않았고 베트남-아메리칸인 두 쌍동이 남매중 여자아이는 방이 너무 후지고 TV 채널도 2개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입이 댓발이나 나와 불평이다.

그 동안 하노이의 대우호텔이나 소피텔 프라자 같은 특급호텔에서만 묵었으니 이해가 갈만도 하다. 하지만 다들 괜찮은 숙소이고 나중에 컸을 때 여기에서의 일들이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 했더니 더 이상의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김군과 갓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깨끗한 공원같은 느낌에다 불을 환히 밝혀 놓은 노천 까페들이 아름다운 바다와 섬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시간이 있으면 갓빠섬의 산악 트래킹도 할만 할 것 같다. 김군과 쌀국수를 먹기 위하여 현지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을 찾았다. ''''퍼보(쇠고기 쌀국수)''''를 먹고자 "퍼보"라고 하는데 그리 길지도 않은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잘 못 알아듣는다.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에 쌀국수를 가르키니 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닭을 가르키며, ''''이거 넣을까'''' 하는 시늉을 하길래, 아니라며 직접 소고기를 가르키니 "아, 퍼어보~"라며 아주머니가 신난다며 웃는다. 내 발음이나 아줌마 발음이랑 똑같은데 이상하지... 하긴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켜도 엉뚱한 발음을 하는 걸 보면 이해못 할 바도 아니다. 원하던 쌀국수가 나오고 아주머니가 옆에 앉아 소스며 야채 뜯어 넣어먹는 걸 알려주시며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얘네가 우리집 국수를 너무 맛있게 먹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시원스레 웃어재끼는 모습에 덩달아 우리도 즐겁다. 말은 안 통해도 손짓, 발짓하며 아주머니와 가이드북을 보며 수다(?)를 떨고 기념촬영까지 하니 꽤나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얼마냐고 하니, 각 각 10,000VND. 베트남에서 이상한 건 가격을 물으면 꼭 바로 대답해주는 게 아니라 잠시 고민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거다. 이 아주머니도 예외는 아니라서 그렇게 친하게 지냈으면 현지인들 가격으로 주시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서운하게시리... 그래도 정말 맛있는 쌀국수를 얻어 먹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법, 김군과 해산물집에 앉아 갓잡은 게 두마리를 안주삼아 Tiger 비어를 들으킨다. 휴가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알 수 없는 두통이 있어, 감기약을 먹었는데도 듣지를 않아 숙소 바깥으로 나왔더니 하롱베이를 안내한 가이드가 밖에 혼자 있다. 말동무나 하자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보다도 영어가 훨씬 능통한데 우리나라 오면 너 출세하겠다, 했더니만 살림살이가 그리 넉넉하지가 못하단다. 25살인 이 청년은 이렇게 가이드를 하면 3USD 가량을 받는데, 그나마 일주일 내내 일이 있는 건 아니란다. 장가를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간단다. 작년에 호치민에서 만난 미국이민을 준비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꽤나 관심을 갖는다. 둘이서 노천까페에서 사탕수수를 나눠마시며 서로의 궁금한 점을 묻는다. 한국 사람들이 왜 베트남에 투자를 하는 지, 베트남 여자들이 왜 한국 농촌 총각들에게 시집을 가는 지,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며 주변 강대국들 탓에 불우했던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이 것이 진정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날이 밝고 호텔에서 묵은 팀과 선상에서 묵은 팀이 다시 합쳤다. 선상에서 자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선상에서 잔 호주팀들 이야기로는 괜찮았다 한다. 깟바섬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중간에 어디도 들르지 않고 바로 나아갔다. 세계 문화 유산이라는 수 많은 섬들도 어제에 이어 다시 보니 큰 감흥이 들지 않는다. 모두들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누워 잠을 잤더니 비소리와 함께 어느덧 하롱베이에 도착해 있다. 갓빠섬의 추억도 좋았지만 약간의 시간낭비인 감도 없지 않아 1일 투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노이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였고,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저녁에 사파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리 봐둔 이탈리안 식당 ''''Al Presco''''로 향했다. 이 식당에서 Jumbo Ribs를 시키면 엄청난 양의 Rib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Jumbo Ribs와 Jumbo BBQ Platter를 주문했더니만, 종업원이 손사레를 치며, 우리 둘이서는 못 먹는다며, Jumbo BBQ Platter에 Rib이 있으니 이 것만 시키란다. 나온 음식을 보니 종업원이 손사레를 칠만 하다. 이렇게 알아서 주문양을 조절해주는 식당이 베트남에 있다니? 어찌보면 당연한 진데, 베트남에 대한 알지 못하는 불신이 이렇게 자리 잡았을 줄이야, 그 종업원이 고맙고 식당에 대한 이미지와 격이 한층 상승되는 것 같다.

좋은 저녁을 마치고 호안끼엠 호수를 끼고 돌아 하노이 대성당을 찾았다. 지도상에는 그리 멀지 않은 데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골목이 많아 방향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면 대부분 친절히도 알려준다.

밤에 보는 호안끼엠 호수는 낮의 그 것과는 또 다른 이미지다, 물위의 응옥썬사도 낮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살갑게 느껴진다. 호수 옆에 자리잡은 까페의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기에 자리를 잡았더니 아이스크림 하나에 40,000VND가 넘는다. 입이 쩍 벌어졌지만, "우리 오늘 돈G랄 한 번 해보자" 하며 김군과 하나씩 주문했다. 그냥 아이스크림 맛이다. 단지 우리와 다르다면, 더운 날씨 탓으로 빨리 녹는다는 거... 그래도 밤에 호수를 끼고 앉아 있으니 분위기도 좋고, 옆 테이블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애정이 간다.

화룡관 슈퍼에서 모기향을 사고 가방을 맡긴 신카페로 향한다. 이제는 라오카이행 야간열차를 타고 내일 아침이면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인 사파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예정되로 라면...


 
 
2 Comments
july 2005.08.22 01:10  
  베트남 여자들이 왜 한국 농촌 총각들에게 장가를 가는 지....라니요?! 물론 오타겠죠?
재밌네요 여행기....
Moon 2005.08.22 16:20  
  푸하하하하~ july님 오타 맞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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