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하노이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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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하노이 입성

Moon 0 3334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100USD를 환전하니 꽤나 두툼한 돈 뭉치를 손에 쥐고 보니 부자가 된 것 같다. 시간은 어느덧 10시 30분을 넘어가고, 막 비가 온 듯 주위는 흠뻑 젖어 있었다. 숙소로 생각하고 있는 호안끼엠 호수까지 택시를 타고 갈 것인가, 공항 미니버스를 이용할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 미니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 것도 부르는 것이 값이라 혹시 더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전 정보대로 1인당 2USD로 낙찰. 이 버스는 승객이 모두 차야 이동을 시작한다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장 첫 손님이었고 한참을 버스가 차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택시로 숙소까지 10USD 정도라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택시로 이동할 것을... 버스가 차기까지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비로소 버스는 출발했다. 내린 비 탓인지 동남아 특유의 더운 기운은 느껴지지 아니 한다. 하지만 나와 생김새가 다른 이들이 주위에 가득찬 것으로 지금 외국에 와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김군이 앞자리에 앉은 베트남인의 핸드폰이 한글로 되어 있다기에 아마도 우리 중고 핸드폰을 산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있다 보니 이 사람이 유창한 한국말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정확한 문법과 정확한 발음을 외국인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 신기하다. 잠시 아는 척을 하였더니만, 한국에서 3년 반정도 체류한 경험이 있었고, 지금은 인천 남동공단에 본사가 있는 회사의 베트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며, 혹시 여행중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주라며 자신의 명함과 자기 회사 사장의 명함을 건내준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감동이 밀려온다. 2USD에 이 차를 탔는데 현지인은 얼마를 내고 타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외국인과 현지인에게 차별적인 가격을 적용하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 개의치 말라고 했는데도 그리 비싸지 않은 돈을 낸것이다라고만 말할 뿐, 끝까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현지인은 22,000VND를 받았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가격적용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고 어느정도는 감당하리라 각오도 했으나 기분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한 시간여쯤을 가니 어느덧 버스 종점이 다가온다. 사전 정보로는 버스 종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숙소가 위치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숙소 근처인 구시장에도 정차를 한다기에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포터 비슷한 베트남인이 어디에서 묵을 것이냐 묻기에 "79 Prince Hotel II"이라고 말하니 거기까지 데려다 주겠다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왔냐며 "박지성"선수를 이야기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근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 선수를 먼저 말한다. 그의 인기를 머나 먼 이국에서 확인하게 될 줄이야... 베트남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실로 대단해서 어디를 가나 축구를 화제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2003년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에 패해서 한국이 뒤집어진 이야기며 그 때 골을 넣은 베트남 선수가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는 대화까지 이어졌다. 패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은근히 심사가 뒤틀리는 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 친구曰, 다음에는 결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반전시켜준다.

느낌상 숙소가 가까워졌다고 느낄 무렵, 이 친구가 우리가 묵겠다는 숙소 이야기를 한다. 이 호텔이 몇 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고 그 중의 한 곳으로 안내를 하겠단다. 이 게 웬 횡재냐 싶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전하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엉뚱한 호텔이었고, 우리가 말한 호텔의 명함을 보여주며 같은 곳이니 이 곳에서 묵을 것을 강요한다. 아무리 봐도 전혀 다른 호텔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공항택시를 이용했을 때 똑같은 사기를 당한 사례들을 자주 접했기에 두 말 없이 싫다며 나왔다. 몇 걸음 가니 버스 안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그 친구가 노상에서 맥주를 주문하다 우리를 보더니 같이 한 잔 하자고 한다. 우리가 숙소를 찾아야 된다고 하니 얼굴이 조금 굳으며 같은 호텔이니 거기서 묵지 그러냐고 거듭 이야기 한다. '됐네~ 이 사람아, 너 같으면 네 말을 다시 믿겠냐?', 어쨌든 고맙다며 인사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갑자기 비마저 내리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 지 알 수도 없어, 일찌감치 지도는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모토 기사들이 몰려와 우리 숙소는 멀기 때문에 모토를 이용하라고 부축인다. 1인당 10,000VND, 분명 바가지임을 잘 알고 있으나 그의 표정은 이미 '나 말고 다른 대안있어?'라는 표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 거리는 인적이 드문 대신 그 자리를 짙은 어둠이 뼛속까지 대신 채우고 있었으므로 깊게 생각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대체 어디에 내려준 것일까. 한참을 달려 구시장 내 Hang bac 거리에 도착했다. 태국의 카오산 수준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장통이고 여행자들이 몰려 있다고 하는데, 어두운 정막과 함께 어디서라도 불시에 복면을 한 강도가 튀어나오거나 머리를 산발한 처녀귀신이 목을 조른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모든 호텔들과 여행사는 이미 모두 닫혀 있다. 복잡한 골목들 사이에서 지도는 역시 있으나 마나... 조금 헤매다 보니 원하던 79 Prince Hotel II를 찾았으나 근접할 수 없는 철옹성마냥 굳게 자물쇠마저 채워져 있다. 이 호텔을 기준으로 그 골목에서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유명한 호텔들의 간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으나 12시가 채 안된 시간에 다른 호텔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삐끼를 따라 문을 닫지 않은 호텔로 들어섰다. 처음 들른 곳은 너무 허름하고 깨끗하지도 않은데다 결정적으로 창문이 없어 싫다고 했더니만 처음 10USD였던 숙박비가 6USD까지 떨어진다. 그래도 하노이의 첫날밤인데 제대로 된 데서 자자고 나와서 다른 삐끼를 찾았는데 커다란 창과 발코니가 있고, A/C마저 빵빵한 것이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20USD인데 18USD를 지불하고 다음 날, 창이 있는 조금 싼 방(9USD)으로 옮겨줄 수 있냐고 주문하였더니 흔쾌히 약속을 한다. 더블 침대가 하나 있었으나 친절한 종업원이 매트리스를 하나 더 갖다 주고 침대 시트도 깨끗이 갈아준다. 그 동안의 선례에 비춰 조금 비싼 감은 없지 않았지만 오느라 지친 몸을 뉘이기에는 만족스럽다(다음 날, 이 것이 비극의 씨앗이 될 줄 어찌 알았으랴...).

드디어 하노이에 입성하여 하룻밤을 보낸다. 공항에서 도착해서 이 곳까지 오기까지의 짧은 시간들을 통해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번 여행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고는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잠시 스친다.

날이 밝으면 하노이 시내투어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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