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의 베트남 여행기 #3] 메콩델타 둘째날 (2004/10/14)
2004년 10월14일 - 메콩 델타 여행 제 2 일 - 쩌우덕에서 껀떠까지
어제 새벽까지 근 5-6 시간을 월남 소주 비슷한 이름 모를 독주하고 맥주를 섞어 마신 탓에
숙취를 걱정했으나, 웬일인지 머리도 별로 안 아프다.
( 나 월남 체질인가봐... )
아침에 메콩강에서 노젓는 보트를 타고, 수상 가옥을 구경함.
수상 가옥도 현지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캄보디아 난민들이 사는, 더 가난한 곳도 있다.
말이 좋아 수상 가옥이지, 난민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집도 없고, 땅도 없는 가난한 이들이 그냥 피난 온 배 위에서
고기를 잡거나 해서 삶을 이어간다.
( 정말 째지게 가난한 살림이 다 보인다. 달랑 배 하나 뿐... )
전날 어울렸던, 시클로 드라이버의 길위의 인생보다도
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
반면 베트남 사람들의 수상 가옥들은 조금은 더 좋아 보인다.
배 위에까지 전기가 들어온다. ( 물 위로 전신주가 가설되어 있음 )
메콩 강가에서는 물 위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주유소도 물위에 있고... ( 주유해 주는 배도 봤다. )
시장도 물위에, 집도 물 위에...
배에 전기도 들어오고, 전화도 있으며, TV 안테나도 있다.
심지어는 도둑을 막기 위한 개까지 배위에서 키운다.
(밤에 몰래 수영을 하거나, 작은 배를 이용하거나 해서
남의 보트에 몰래 접근해서 물건 훔쳐가는 도둑들을 막기 위함이라고...
이렇게 가난한 살림에도 훔쳐갈게 있다는게 놀랍다. )
흔들 흔들 흔들리는 배위에서 그물침대를 매달아 놓고,
아기들이 잠을 자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 어릴때부터 배위에서 크면 배멀미는 안하겠지? )
여기서 전날 나와 동행했던 아일랜드인 3 명 그룹은 캄보디아로 넘어가고,
캄보디아에서 넘어온 말레이지아 남자 2 명이 나와 합류.
3 명짜리 조촐한 그룹이 되었다.
다시 밴으로 돌아와서, 삼(SAM)산을 올라감.
메콩 델타 지역은 삼각주 평야 지역으로 산이 드물다.
200 미터 정도만 올라가도 일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
너른 평야 사이 사이를 흐르는 메콩강. 일년 사철 적당한 기온과 날씨...
쌀농사를 짓기에는 천혜의 조건이 다시 한 번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쌀 한톨을 아끼라고 가르치지 않던가...
여기는 어떨까? 궁금하다... )
얼마 올라간 것도 아닌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땀으로 셔츠가 흠뻑 젖었다.
내려오면서 가이드에게 팁을 따로 줘야 하나 무척 고민했는데,
( 원래 가이드는 59세 할배임. 당뇨도 있다고 한다. 등산은 무리.
삼 산 가이드는 45세의 정정한 아줌마가 해줬다.
이 아줌마는 땀도 안흘리더라고... )
다 내려와서, 3천동짜리 사이다 한 병 사먹으라고 할 뿐... ( 200 원 정도 )
사 먹는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다.
( 한국 여행사들 반성 많이 해야 한다... )
보살 쭈어쓰(Chua Xu) 사당도 방문.
뭐 엉터리 전설을 설명해 주는데, 나름대로 재미있다.
( 인사이드 베트남을 참고.
인사이드 베트남에는 40 명의 처녀라고 나와 있는데,
가이드 할배는 12 명의 처녀라고 함.
Dozens of 처녀라고 되어 있던게 변형되어 결국 Twelve 처녀가 된 것일까? )
호치민의 중국인 거리에서의 불상도 그렇고,
여기 불상도 그렇고,
한국의 그것들과는 웬지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한국의 불상들은 눈동자의 디테일한 표현은 생략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온화하고 인자한 표정과 미소를 잘 느낄 수 있다.
또한 재료의 원래 질감 하나를 그대로 살려서 불상을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 돌이나 나무 자체를 조각. 혹은 금박을 입힌다던지 해서.. )
반면, 여기 불상들은 겉에 페인트 칠을 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이 칠도 솔직히 세련되어 보인다고는 하기 힘든 것이,
표정이나 눈동자의 표현 디테일이 상당히 촌스러웠다. 색상 선택도 그렇고...
( 이건 문화적인 이질감에서 오는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다.
정말 촌스러움 그 자체...
중국제 싸구려 플라스틱 장난감을 보는 것 같다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
불상 뒤에 후광까지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하여튼 여러분들이 직접 가서 보시고 느껴보시길.... )
쭈어쓰 사당 옆의 현지 시장 골목도 방문.
캄보디아 국경이 가까워서인지, 물건 값이 싸다.
땀으로 젖은 티셔츠를 갈아 입으려고 값을 알아봄.
새 옷은 보통 1 만동에서 1.5 만동 정도를 부른다.
입던 옷을 깨끗이 빨아서 팔기도 하는데, 이건 5 천동.
5 천동짜리 면 티셔츠 하나 구입 ( 350 원! )
아랫쪽에 구멍이 나 있고, 이걸 다른 무늬 헝겊으로 스티치해서 기웠다.
예전엔 우리도 구멍난 양말 전구에 끼워서 꿰메고,
옷도 기워서 입었는데...
(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어렸을때 우리 반에서 옷 기워 입은 애가 나 밖에 없었다.
사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긴 팔 옷 소매가 좀 찢어져서 바느질해서 입은건데,
그때 선생님한테 칭찬들었던 생각이 갑자기 나더라고... )
껀떠(Cantho)까지 밴으로 여행함.
도중에 보트를 타고 황새 서식지(Vuon Co Bang Lang)을 들렸다.
대나무가 우거진 작은 지류를 타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작은 전망대 위로 가니까,
분지에 천 여마리의 황새들이 모여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메콩 강의 작은 지류들이 근방에 많아서,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듯...
가이드 말로는 94년부터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 사실 원래 코스 예정대로는 Thot Not 의 Stork Sanctary 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지만,
여기는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 1 인당 2 만동 정도였던가? -
가이드가 띵겨먹으려고 대신 공짜인 다른 곳을 방문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3 일 여행경비 $22 에는 입장료가 전부 포함된 것이라... )
껀떠로 가는 도중에, 처음으로 오토바이 사고 목격.
여기는 보험도 없다고 하는데...
다친 사람만 손해가 아닌가 싶다.
여기 사람들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 외국계 보험사들이 팔 상품 많겠더라...
껀떠에서는 Hau Giang A 호텔에 숙박.
호텔 내부에는 생수가 준비되어 있는데, 무료 제공인줄 알았으나,
다음날 체크아웃 할 때, 돈 내라고 하더라.
( 작은것 2 병 + 큰것 1 병에 2 만동.)
뭐 큰 돈은 아니지만 기분 나쁘다. 가격표라도 써 놓던지...
하지만 워낙 싸구려 호텔이었음을 생각하고 나자, 기분 곧 풀어짐.
몇불짜리 호텔에서 몇백불짜리 호텔의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되겠지....
껀떠는 메콩 델타의 중심 도시라고 한다. 인구는 30 여만명. 대학교까지 있다.
말레이지아 애들 2 명과 같이 3 명이서
인상 좋아보이는 시클로 기사한테 도시 투어를 부탁함.
기사가 괜찮아보여서 1 시간짜리 6 만동 불렀는데, 안 깎았음.
( 나중에 물어보니, 초등학교 선생이란다.
5 시까지는 애들 가르치고,
학교 끝나고 나면 시클로 끌고 나와서 밥벌이 한다고 한다.
선생님이라는데 감격해서 나중에 팁으로 2 만동을 더 주었다 ^^ )
1 시간 10 분동안 이곳 저곳 구경 다님.
여기도 빅토리아 호텔이 있었는데, - 쩌우덕 호텔과 같은 체인임 -
선생님이 이 앞에서 하룻밤에 100 불이라고 또 호들갑을 떤다...
비싼 호텔 앞에서 사진 찍으라고 하는데, 그만 두었음.
시내엔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름 붙은 경기장도 있다.
( 올림픽을 치를 수준은 분명 아니긴 한데,
언젠간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다는 열망의 한 표시가 아닐지...
여기 사람들은 축구 정말 좋아한다.
곳곳에서 축구 하는 애들이나,
식당 등에서 TV 축구 중계를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음.
월드컵때도 한국을 같이 응원했다고 들었다. )
껀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저녁을 길거리 식당에서 사 먹음.
껌승 ( 밥 + 숯불 돼지 바베큐 ) 하고 두유 1 병. 15,000 동 정도.
주인 아줌마가 나를 보면서 계속 웃는다. 신기한가봐...
여기서도 결혼했냐고 사람들이 계속 물어본다.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기념품 발견.
뭐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지만,
사도 괜찮겠군. 하는 정도였다.
가격이나 물어볼까고, 얼마냐 하니까 300,000 이라네.
2 만 이면 남을거 같은데, 지금 장난하나...
내가 상대도 안하니까, 그쪽에서 값을 알아서 내린다.
25 만, 15 만, 11만.
내가 지갑에 5 만 밖에 없다고 하니까, 그럼 5 만 달라고 하더라.
( 지갑에 2 만 밖에 없다고 했으면, 2 만 달라고 했을 것 같다. )
시장 거리 골목에서는 전파상 발견.
10 여명이서 망가진 TV, 라디오, 앰프, 리모컨 등을 땜질해서 수리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진짜 오래된 텔레비젼을 잘 만 사용하던데, ( 흑백 TV도 종종 보인다. )
바로 이렇게 고쳐서 쓰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선 거의 폐차 수준인 자동차들도 이런식으로 고쳐서 여기서 굴러다니겠구나...
이런 건 좀 배웠으면 좋겠다.
한국에선 자동차 오디오 잘 안 나오면, 그냥 통째로 버리고 새걸로 바꿔준다.
자동차 부품도 망가진 부분의 개별 교환이나 수리는 안되고,
보통은 어셈블리나 모듈 전체를 한꺼번에 교환한다.
( 하긴 수리하는 인건비가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
베트남에서는 하나 하나 고장난 부위를 찾아가면서 고쳐서 쓴다.
전파상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 사람들도 참 친절했다. )
일찍 호텔로 가서 쉬기로 했다.
( 전날 무리했던 것도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