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의 베트남 여행기 #2] 메콩델타 첫날 (20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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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의 베트남 여행기 #2] 메콩델타 첫날 (2004/10/13)

스눕 4 3069

2004년 10 월 13일 - 메콩 델타 여행 제 1 일 - 호치민에서 쩌우덕까지


오늘은 메콩 델타를 가 보기로 한 날...

탄키호텔에서 데탐의 여행자 거리까지는 꽤 먼 거리라서
새벽 6시경 일어나서, 호텔 체크아웃하고, 여권 받고,
페스티발 택시로 데탐 신까페까지 이동.
( 밴인지 지프인지 비슷한 택시가 왔다. 이게 요금이 약간 비싸다고 들었음.
인원이 많고, 짐도 많다면 큰 택시를 부르는게 좋을 듯 하다.
63,000 동. 약 4,700원 정도 )

메콩델타를 과연 며칠 코스로 여행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일반적인 보통의 여행객이라면 그냥 하루짜리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보통 아침 8시 전후에 출발해서, 저녁 7시경에 돌아오는 1일 코스)

하지만 이번의 여행 목적과 내 성향을 곰곰 따져보니,
역시 조금 더 많이 보는 것이 좋을 듯 한 생각이 들었고,
캄보디아를 갈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쩌우덕(Chau Doc) 까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신까페 3일짜리 투어를 선택. ( US $22 )

신까페의 메콩델타 투어는 1일짜리부터, 2일, 3일, 4일, 5일 코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공급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 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겠지?
하루짜리보다는 뭔가가 더 볼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한 몫 한 듯 하다.

( 메콩 델타를 3일간 보고난 지금은, 3일 코스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


신까페의 3일짜리 $22 는 중간에 식사 3 번 제공. 숙박 2 회 제공이다.
무척이나 싼 가격...
하지만 3일 지나고 쓴 돈을 계산해보니, 모두 US$ 180 정도 지출.

( 결국은 마찬가지로 비용을 쓴 셈인데...
이 투어는 가이드와 각종 교통편이 미리 잘 준비되어 있고
짜임새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듯 하다. )


무거운 짐을 다 들고 메콩델타를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짐을 최소로 줄였다. 긴팔 옷만 여분으로 달랑 하나. 지갑에도 3일간 쓸 돈만 넣고,
나머지 짐과 여권, 돈을 가방에 넣고 비밀번호로 잠근 다음에,
신까페에 3일간 맡아 달라고 부탁.
( 신까페 2층 창고방에 짐을 넣고, 창고 문을 자물쇠로 또 잠궈주었다. 안심. )

-> 여권은 신까페에 창고에 맡기고, 대신 여권 사본을 주머니에 넣었다.
호텔 체크인 할때 여권 사본만 보여줄 생각...
실제로 다녀보니, 여권 없고 사본만 있어도 별 문제 없던 듯...

( 오히려 사본을 맡기는게, 나중에 호텔과 문제나 분쟁이 생겼을때
훨씬 유리해지게 되는 것 같다. )


07:30 AM 신까페 길건너 BAN MI ( 바게뜨 샌드위치 ) 파는 곳에서
참치 샌드위치 + 람부탄 쥬스로 아침 식사 해결.
( 1만동. 750 원 정도... 참치는 쪼끔 밖에 안 넣어주더라. )

07:45 AM 투어 버스 탑승 ( 현대 스타렉스, 꽤 깨끗하고 좋았다. )

신까페 메콩델타 투어는 1일짜리도 행선지가 2 가지이고,
2일짜리, 3일짜리, 메콩델타 경유해서 캄보디아로 가는 상품 등등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버스 탑승전에 어떤 상품인지 잘 살펴보고 물어서 타야 한다.

나는 첫날 쩌우덕(Chau Doc)까지 가는 3일짜리 상품이라서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사람들 ( 아일랜드 사람 3 명 ) 과 같이 탑승.
운전기사, 가이드, 그리고 여행객은 달랑 4 명. 12인승 스타렉스에 여유있게 자리를 잡음.

아이리쉬 3 명은 모두 1년간 서울에서 애들한테 영어를 가르쳐서 돈을 모았다고 한다.
취업비자는 아니었을텐데...
교육학이나 영어 교습법을 공부한 것도 아닐테고...

영어만 한다는 것 한가지로 무자격/무면허 외국인들을 마구 고용하는 현실에 약간 창피.
비싼 돈내고 강남의 영어학원에 애들 보내는 엄마들은 이런 사실 알기나 할런지?

( 1년이나 서울에서 지내면서,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밖에 못 배웠다고 한다.
그냥 돈 벌고 즐기면서 지내려는 족속들인듯...
한국을 보고 느끼려고 온 여행객이 아니라,
정말 돈벌이를 위한 경유지로 온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


스타렉스로 까이베 (Cai Be)로 가서,
목제 디젤엔진 보트로 갈아타고 Cai Be 수상 시장 구경.

보트 타기 직전에 베트남 모자 구입. ( 1만동 부르는 것 깎아서 9 천동에 샀다. )
여기 코스는 모자 / 썬글라스 / 썬크림 필수임.


중간 중간에 코코넛 캔디 만드는 곳, 쌀 뻥튀기 만드는 곳,
쌀 페이퍼 (라이스 페이퍼) 만드는 곳 등등을 방문.

이런 곳에서는 관광객들 상대로 각종 기념품도 팔고,
직접 만든 코코넛 캔디, 쌀 뻥튀기 등을 팔고 있다.

( 뻥튀기 과자 작은 것 한봉지에 US $1 정도. 한국 수준에 맞먹는 가격이다.
3일에 US $22 이란 싼 여행상품의 가격을, 이런 걸로 보상하는 듯.
하지만 한국 여행사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애교로 봐줄만 하다. )

시카고에 살고 있다는 미국 국적의 베트남 중년 여인 2명은
이런 쌀과자를 한 보따리나 샀음.
( 하긴 10 불만 주면 한 보따리 사니까, 싼거지...
베트남 전쟁때 미군 남편따라 미국으로 간 사람들일까 싶다. )


나무로 만든 작은 기념품을 살까하고, 목제 개구리를 골랐다.
( 나무 막대기가 옆에 달려 있는데, 개구리 등을 막대기로 문지르면
진짜 개구리 우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 )

가격표는 45,000 동. 3천원 정도 하는 가격. 말도 안되게 비싸다.
2 만동에 달라고 하니까 안된다고 함. 그럼 안산다고 했는데도, 잡지 않는다.
배짱이네... 열심히 깎아보았으나 4 만동 이하로 못 깎았음.
말도 안되는 바가지. 걍 안사고 말지...

관광객들 둘러보는 코스 말고, 거기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또 다른 상점들이 있는데, ( 역시 관광객 상대이긴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
여기는 같은 물건이 가격표 3만동이네? 황당.
2 만동에 달라고 하니까, 걍 그러라고 한다. 2 만동에 그냥 구입. ( 1500 원 )

역시 관광객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곳은 말도 안되는 바가지인듯.
아까 그 집에서 샀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음.


여기서 참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애들을 상대로 해서 각종 엽서 나부랑이를 팔게 하는 것...

차라리 얘들한테 한국에서 가져온 사탕이나 과자를 나눠주는게 낫지,
엽서를 사주고 싶진 않다.

( 한국도 전후엔 이랬을텐데 하는 생각 +

제 3 세계의 인권에 목소리를 높여 온,
특히나 미성년자 노동력 착취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미국 / 유럽 사람들은 이런 것 보고 왜 가만히 있을까? 하는 생각... )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로 애들을 찍어주면서,
액정 화면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무척이나 신기해 한다.
3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부터, 7-8 살 정도 되는 애들까지
서로 자기 찍어 달라고 난리 났음.

( 이런 식의 신기한(?) 경험이, 얘네들한테는 추억이나 자랑거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



코코넛 캔디 만드는 것이나,
쌀이나 옷수수를 뻥튀기하고, 물엿 등을 발라서 강정 만드는 과정 등등은
한국에서 온 내게는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

다른 관광객들이 열심히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 동안,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집 주변을 구경하기도 하고,
현지인들과 떠듬거리면서 이것 저것 물어봄.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까지 참 순박하고 착한 모습을 잃지 않은 듯 하다.
남자건 여자건 내가 눈을 마주치면 살짝 웃어 줌.
(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한국에서 길거리 아무나 보고 웃음짓다간 오해받기 딱 좋겠지?
웬지 한국 사람들이 점점 여유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점심을 먹으러 역시 보트로 이동.
식사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니 1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한다.

패키지에 포함된 무료 식사에는 밥, 돼지고기, 야채 약간, 스프링롤, 몽키바나나 등이 나왔다.
식사는 10 분만에 뚝닥 해치우고, 마을 구경을 하기로 함.


메콩 델타 유역은 정말 어딜가나 물이다.
도로가 발달한 것은 최근의 일로,
예전부터 물위로 이동하는게 주요 교통 수단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도 거미줄같은 메콩델타 유역의 한 부분으로,
마을이 작은 섬들로 이루어 진 것 같은 느낌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라도, 뱅뱅 돌아서 작은 다리들을 여럿 건너야 한다.


아주 작은 마을의 시장을 구경.
가게들은 정말 60 년대 초의 한국 골목 점방 수준이다.

시장 골목의 포장마차 위에 2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귀엽다.
아직은 낯을 가리는지 나를 보더니 울먹울먹 함.
옆 가게 가서 과자를 사서 주며 달래보았는데, 결국 울음을 터뜨렸음.


옆에는 오래된 교회와 학교가 있고,
학교안에선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창문으로 교실을 살짝 들여다 봄.
좋다고는 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이들이 주역이 되어 있을 20년, 30 년 후의 이곳 모습은
과연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학교 뒤쪽으로 돌아가니 화장실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보인다.
10 살 정도 되어 보임직한 또래들...

남/여 화장실 구분이 없고, 화장실이 거의 개방된 구조다.
쭈그리고 앉아서 엉덩이만 간신히 가릴 수 있는 정도로,
볼일을 보면 바로 메콩강으로 풍덩 ~~

남자애들이고 여자애들이고 서로 낯을 안가리고 볼일을 보는 모습도 내게는 신기...

외국인이 나타나니 모두 시끌벅적 모여듬.
여기서도 사진을 찍어주고 모습을 보여주니, 서로 자기 찍어달라고 난리났음.


아까 그 낡은 교회 앞으로 오니, 12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오라고 손짓.
가보니, 잠긴 교회의 나무문 한쪽으로 작은 구멍이 있다.
안으로 들여다 보라는 소리인 듯.
들여다보니 과연 교회 안이 보인다. ( 이 아이만의 비밀장소 였을까? )

답례로 줄 건 없고, 마침 주머니에 있던 안대 (잘때 착용하는 것. 비행기에서 받음 :)
주면서, 손짓, 몸짓으로 잘때 눈에 쓰는 거라고 일러줌.


얘는 왜 학교에 안 있는걸까?
가이드가 나중에 일러주길,
85 년인가? 그 이후부터 초등학교 의무 교육이 없어졌다고 한다.
가난한 시골 애들은 이제는 학교 못 보낸다고 함.

베트남이 문맹율이 무척이나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이드 왈 : 예전엔 의무교육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져서,
지금의 젊은 / 어린 애들의 문맹율은 자기 짐작에 대략 10% 정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식사를 다 마치고 빈롱 (Vinh Long)까지 보트를 타고 가면서
강가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함.

메콩델타 유역은 물이 넘쳐나지만 깨끗한 물은 없다.
짙은 황토색의 지저분한 물에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머리 감고, 볼일도 보고...
깨끗한 물이 필요하면 우기에 빗물을 받아서 사용한단다.

지저분한 강물이지만 그 안에서 수영하면서 노는 천진한 아이들은
가난해도 행복해 보인다.
( 나 어렸을적 홍제천 지저분한 물에서 놀던 이미지와 오버랩 )


빈롱(Vinh Long)에서 쩌우덕(Chau Doc)까지 다시 버스로 이동.
거의 5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 실제로는 200 km 정도 되는 거리일텐데,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이 동네에서 차로 이동하는건 평균 시속 40km 정도가 한계인 듯.

70 년대에 박정희씨가 - 날림이지만 - 경부고속도로를 놓은게
얼마나 잘한 일이었던가 !! )


5 시간의 차량 이동 중간 중간에 휴게소 같은 곳을 들렸는데,
진창 바닥에 간이 매점 / 식당 수준...

바나나 잎사귀에 싼 돼지고기는 발효 시키는 것인지? 썩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아리인지 참새인지, 작은 새를 통째로 기름에 튀겨서
팔고 있는 모습들이 신기해 보인다.


메콩 델타는 베트남의 곡창으로 1년에 3모작 가능한 축복받은 땅이다.

쌀 값이 제일 쌀 텐데도,
( 계산해보니 쌀 80kg 한가마에 1만원 남짓한 가격이다. )
70 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길거리에서 바게뜨 빵을 파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호텔에서도 아침마다 식사로 바게뜨를 주더라.)


여기선 곳곳에서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집 뒷마당이나 강가, 논에도 무덤(석관)이 보인다.
논에 놓여있는 무덤들을 보니,
죽은 조상들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서 자양분이 되는 모습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와 닿을 수가 없다.

(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용맹한 전사가 죽으면,
그 사람의 유골을 갈아서 나누어 마신다던데...
여기는 조상이 죽으면, 쌀로, 밥으로, 국수로 되어서 후손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인가? )


쩌우덕은 캄보디아와 면해있는 국경지방.
캄보디아가 이쪽 국경선을 개방한 이후,
쩌우덕은 호치민에서 캄보디아쪽으로 넘어가고 오는 코스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최근에 크게 발달한 듯 한 인상을 받았다.


저녁 늦게 Thanh Tra 호텔에 체크인 ( 신까페 지점이기도 함 ).
식사는 근방의 Bay Bong 으로 가이드가 안내함. 저녁 쌀국수 15,000 동 정도.


저녁 식사 끝나자마자 쩌우덕 시장 골목을 기웃기웃 거리며
가격 물어보고, 이것 저것 맛을 보기도 하고, 롱안 등의 열대과일도 사먹었다.
( 외국인인 내게 부른 가격이 롱안 1kg 에 4천동. 100 그램에 30원 수준.
1천동=75원어치 달라고 했는데, 많아서 결국 먹다가 남김. )


내가 젊어보이기 때문인지?
시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는데, 자꾸 나이를 물어보고, 결혼했냐 물어본다.
시장 골목의 한 총각은 옆에서 과일 다듬는 처녀들을 가리키며
쟤는 어떠냐, 또 쟤는 어떠냐 자꾸 물어봄.
처녀들은 관두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웬지 싫지 않은 듯 살짝 웃는다.
( 순박한 모습들이 참 좋다. )

대만이나 한국 등으로 시집을 가서 잘살게 된 처녀들의 이야기가
여기서는 코리언 드림 정도로 취급되는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 까페 2 군데를 들렀는데,
전부 windows XP 사용. 98 이면 hangulo.net 에서 어떻게 해볼텐데,
한글 폰트도 없고, 윈도우 XP 씨디도 준비된게 없어서 한글 설치도 실패.

( 베트남에서 인터넷 까페는 보통 시간당 3천 - 6천동. 한국보다도 훨씬 싸다.
이유인즉슨, ADSL 라인 하나로 피씨방 전체가 공유해서 쓰기 때문인 듯...

들렀던 피씨방 중 하나에서는, 네트웍 라인 하나에 NAT 연결 공유 후
이 라인 중 하나를 또 NAT 연결해서 쓰는 곳도 보았다.

피씨방에 사람이 적으면 속도는 참을만 한데,
사람 많은 시간엔 모뎀보다도 훨씬 느려진다.
거의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 )


쩌우적은 아주 작은 동네로, 해 떨어지면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거리가 한산해진다.
중심가의 Chau Phu 사당 주변으로
냉차, 음료수, 맥주 등을 파는 노점상에서 더운 날씨를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 노점상에게서 베트남올리브 절인것 얻어먹기도 하고,
이름 모르는 아이스케키도 사먹었다.
( 비닐 봉다리에 코코넛 쥬스? 같은걸 넣어서 반쯤 얼려서 준다.
봉다리 한쪽 끝을 잘라서, 쭈쭈바처럼 빨아먹음 )


호텔로 가는 길에 근처 골목을 어슬렁 거리면서 걸어봄.
여기 까페의 어느 분이 쓴 글에서 읽은 그대로,
큰 길에서 골목 하나만 접어들면,
바로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나도 여기 사람들을 구경하고, 골목의 사람들도 나를 신기한 듯 구경한다.

집도 넓지 않고, 날씨도 더워서인지 상당히 개방적인 구조.
밖에서 들여다봐도 집안의 모습, 사람들 사는 모습이 그대로 다 보인다.
"실례합니다~" 하고 들어가서, 하룻밤 신세지고 싶단 생각이 굴뚝같지만,
말이 안 통할 것이므로 패스...


조금 더 골목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니,
20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동네 패거리들이 몇몇 둘러 앉아서,
나무 책상같은 것 위에 늘어놓은 쥐포나 오징어포 등을 사먹고 있는 보습이 보인다.

쥐포는 아닐테고, 메콩 강가이니만큼 무슨 민물고기로 만든 포로 짐작되는데,
생긴 것이 정말 쥐포랑 똑같이 생겨서 신기해서 들여다보니
하나 먹어보겠냐고해서 달라고 했다.
( 500 동 부름. 바가지인거 알지만 걍 줬다. 35 원 )

맛도 쥐포랑 비슷하다. 미원을 듬뿍 뿌려서겠지 싶다...
( 여기 시장에선 미원을 가마니로 팔더라. 미원 선전도 곳곳에 많이 있다.
베트남 음식들이 글루타민산 나트륨으로 맛을 낼 수 있단 이야기는
한국 입맛에도 비슷한 음식들이란 이야기겠지? )


내가 먹는 모습에 얘들이 더 좋아한다.
외국인이 이런거 맛나게 먹는 모습 보니 신기한가?
다른 것도 먹어보겠냐고 해서 또 달라고 함.

옆에 있던 애가 쪼끄만 잔에 뭘 따라준다.
( 아마 월남소주인가? 아니면 다른 싸구려 술인가 모르겠다. )
나보고 먹으라고? 하니 먹으란다.

얘들 생각엔 독주니까 잘 못 먹는 모습을 기대했겠지?
한번에 쭈욱 들이키고, 내가 다시 잔을 돌리니 웃고 난리났다.
내가 잘 먹으니 또 따라 줌.

그래 좋다. 오늘 여기서 아예 판 벌리자.
나도 자리 깔고 골목에 그냥 앉아 버렸다.
쥐포 파는 애한테 이것저것 안주를 주문하고, 술도 더 가져오라고 시킴.

파는 애들이나 사 먹는 애들이나
거의 20 대 초반 정도로 보임. 다 이 동네 패거리겠지?
옆에 3륜 씨클로가 있는걸로 보아서, 아마 씨클로 등으로 먹고 사는 애들이 아닌가 싶다.

둘러 앉아서 잔돌리며 같이 술먹던 애들이 처음에 4 명 정도 되었는데,
외국인이 와서 같이 술먹는단 소문이 났는지,
곧 10 여명 정도로 불어남.

나는 베트남어 거의 못하고, 얘들은 영어 못하지만,
국제 공용어 ( 바디 랭귀지 = 손짓 발짓 )로 별 문제가 없다.

쥐포/오징어포 말고, 이들이 먹던 계란을 권한다.
말로만 듣던, 병아리 부화되다 만 거 삶은 계란.
정력에 무지 좋단 시늉을 해 보인다.

중간에 내 통역 역으로 불려나온 맛사지 걸 아줌마 (겉보기 나이 40대)는
이 병아리 잘만 먹더구만...

하긴 나도 껍질 벗긴 통닭을 보면 군침 흘리면서 닭다리 뜯어서 잘만 먹는데,
이런걸 징그럽다고 생각하는건 촌스럽다.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라고 해야겠지?


내 왼쪽에 웬 10 살정도 되는 애가 앉아서 같이 잔 돌리면서 술을 먹는다.
몇살이냐고 하니 15 살이라고 한다.
체구가 작은 베트남인들... 더구나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서 발육이 더딘 것일까?

얘 말고는 다들 18 - 29 살 정도였는데,
보아하니 대장 노릇 하는건 내 오른쪽에 앉은 22살짜리 청년인 듯.
( 나이 많은 사람이 대장하는건 아닌 것 같다. 배하고 팔에도 문신이 여기저기 많더만... )


이들과 한 3 시간 정도 어울려서 술먹고, 손짓 발짓 의사소통하고,
같이 기념 사진도 여러장 찍었음.
내일 아침에 또 일어나려면 일찍 자 둬야 겠지...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좌판 벌린 애한테
술값, 안주값으로 얼마 줘야 할지 모르겠는데, 걍 10 만동짜리 줬다.
( 나한테 이렇게 재미있게 해준 값으로는 너무 적다 싶지만... ^^ )


호텔로 걸어오는데 얘들이 시클로로 쩌우덕 동네 한바퀴 구경시켜준다고 한다.
사양하고 그냥 걸어가는데, 호텔 앞에까지 따라옴.

에라 모르겠다. 그래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고 시클로에 올라탐.
시클로 페달 밟는 애 1 명. 뒤에 탄 사람 나까지 4 명 ^^

자정이 넘은 시각의 쩌우덕은 조용했다.
4 명이 탄 시클로는 1 명이 끌기엔 무린가?
오르막 길에선 1 명이 내려서 뒤에서 밀어준다.
나도 덩달아 내려서 뒤에서 밀어주었더니, 박수치면서 웃는다.

하는 김에 나도 한번 시클로 드라이버 해보자고,
앞에서 페달 밟는 애한테 내리라고 했다.

근데 이거 자전거 타는거보다 훨씬 어렵다.
비틀비틀, 조향이 안되더라.
애들이 다 내려서 붙잡아주면서 응원해주지만, 얼마 못 가서 포기.
비싼 시클로 망가뜨릴까 겁나서 내렸다^^


오밤중에 시내 투어 계속....
빅토리아 호텔 소개시켜주면서, 1박에 US $100 이라고 기겁을 하면서 설명해준다.
얘들한테 동경 디즈니랜드 미라코스타 호텔 하버 뷰 룸
일주일 묵었던 숙박료 이야기 해주면 어떤 반응일까?

하긴 내가 버즈 알 아랍 호텔 이야기 하면서 호들갑 떠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이런걸로 가난하다고 그네들을 무시하거나 얕볼 수 있을까?


빅토리아 호텔 근처의 문 연 술집으로 다 같이 2차 갔다.
타이거 맥주와 게 요리 시켜서 먹음.
( 6 명이 배터지게 먹고도 남는 분량의 게가 나왔음. 총 19 만동.
여기선 동네 잘사는 형? 인가가 나와서 같이 합류.
걔가 돈 낸다고 하는걸 나와 실랑이... 이런 모습도 예전 한국과 똑같다. )

해산물을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기 게는 참 맛있다. 싱싱하기도 하고...
태국 음식은 입에 잘 안 맞는데, 베트남 음식은 내 입맛에 딱인 듯...
여행하면서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술집은 내가 보기엔 허름해 보이지만, 여기서는 비싼 집인듯..
웬지 좀 차려입은 듯한 애들이 많다.
옆 테이블에서는 그 비싼 삼성 카메라폰으로 내 모습을 신기한 듯 계속 찍어대고...

벽에는 송혜교, 지진희, 권상우, 배용준 등의 한국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 한국 배우들 사진만 있다. 다른 나라 배우들 없음 ^^ )


한국 배우 / 드라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베트남 TV 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대 인기라고 한다.
그런데, 자막처리를 하지 않고, 더빙을 하는데,
보통 여배우 혼자서 모든 대사를 더빙한단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 명이 모든 대사를 더빙한다니,
한국의 무성영화 상영하던 시절의 변사가 생각나지 않는가?

( 실제로 여기 와서 TV 를 보니까, 중국 드라마를 방영하는데,
모든 대사를 여자 1 명이 맡아서 하더만... )


2 차 끝내고 호텔 앞에서 그냥 빠이빠이 하기엔 웬지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혹시 호텔방에서 파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 베트남에서는 호텔방에 외국인과 현지인이 같이 들어가는건 금지되어 있다고 들었음 )

현지인들을 들여보내 주지도 않는다.
비싼 호텔도 아니고 $5 수준의 싸구려 호텔인데도...


아쉽지만 작별 인사...

나한테도 무척이나 좋은 추억이 되었지만,
얘들한테도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메콩델타의 첫 밤이 이렇게 깊어 갔다.



4 Comments
상쾌한아침 2005.04.02 03:18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미원계열의 화학 조미료는 동아시아권에서는 다들 많이 사용합니다.

보통 동양과 서양이 좋아하는 맛 성분이 2개 있는데... 그 중 한 계열에 저 미원이 속합니다. 동양인은 좋아하지만 서양인은 저 미원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온몸이 오그라들면서 소름이 돋는 매우 끔직한 느낌과 역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반대로 서양인이 좋아하는 화학조미료를 동양인이 먹으면 반대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떠나라~ 2006.01.13 15:30  
  자정이 넘어서도 술집을 하는군요..덩달아 저도 신나네요
선미네 2006.01.15 16:59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멋진 경험을 하셨군요.
읽으면서 내가 마치 어울리는듯이 즐거웠습니다.
부럽네요~~
이런것이 정말 여행의 참맛이 아닐런지..
이리듐 2006.03.20 15:07  
  단키호텔이면 혹 공항 부근의 팜반하이 쪽 아닌가요?
호텔이 좀 어두컴컴 했던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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