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무이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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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무이네 투어

Moon 1 4117
밤새 뒤척이며 깊은 잠을 자지 못하였다. 베트남에 온 뒤로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자리가 영 신통치 않다.
어제는 10시 무렵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참 자다 눈을 떠보니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시계를 보니 11:30, 어제 메인등을 끄고도 보조등이 너무 밝아 일어나 보조등마저 끄고 잤으니 분명 소등을 했는데, 메인등은 물론이거니와 보조등마저 켜져있다. 문은 닫혀져는 있어도 잠겨있지는 않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 지갑과 카메라 등을 먼저 챙기고 없어진 물품이 있나 살펴보니 다행히 그대로다. 사람이 방을 잘못 찾아들어왔을까? 귀신의 짓일까?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덕분에 오래도록 잠을 설쳐 새벽 5시에 투어가 시작인데 일어나지 못해 모토기사가 직접 와서 깨웠다.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이 친구 조금 삐친 듯 하다.

모토를 타고 아직 여명이 밝지 않은 Red Sanddunes으로 향했다. 아직 아무도 나와 있지 않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 사막이 있을 줄이야. 동네 꼬마 녀석 둘이 일찌감치 장판 비슷한 것을 들고 따라 붙는다. 나 보고 "미남"이라며 아는 한국어를 모두 풀어 놓고 사진도 포즈까지 잡아주며 찍어주고, 안마도 해주고 난리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사막 위에 발자국을 찍는 일이 그리도 설레이는 일 일 줄이야, 사막 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부푼 가슴으로 안고 모래언덕으로 내려가자니 꼬맹이가 장판을 들이민다. 장판의 용도는 언억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용도였다. 어렸을 때 비료자루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는 기분 그대로였다. 두 녀석에게 2000동씩 주려니 안 받는다, 작다는 뜻이다. 괘심하기는 하나 이른 새벽부터 나온 수고가 가상스러워 큰 놈은 1USD, 작은 놈은 2000동을 주었다. 어서 가서 다른 관광객들도 태우라고 밀어도 큰 길까지 따라와 손을 흔들어 준다.

두 번째 목적지는 White Lake, 숙소에서 35km나 떨어져 있어 좀 망설였지만 강행키로 했다. 군데 군데 비포장 도로로 나오고 꽤나 먼 거리였다. 하지만 이 곳을 그냥 지나쳤더라면 큰 후회로 남을 뻔 했다. 모래 사막 한가운데서 짙푸른 호수를 만날 줄 어찌 알았을까...
그 동안 보아온 흙빛 바다, 흙빛 강물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오아시스, 그래 이 곳이 오아시스였다. 눈 앞에 펼쳐진 사막과 하늘과 맞닿을 듯한 호수. 그 광경은 카메라 각도를 아무리 맞추어도 담을 수 없었다. 깊은 호흡으로 오아시스를 느껴본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 가는 꼬마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인사하고 손을 흔들어 준다. 아침 일찍부터 길을 닦던 현지인들도 내가 지나가면 일손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본다. 새삼 내가 여기에서는 외국인임을 느낀다. 소를 모는 목동들을 뒤로 하고 온 길을 되돌아 가니 Red Rock Canyon이 나온다. 인적이 없는 협곡을 따라 걸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리하는 듯한 이가 좋은 위치를 알려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 찾아간 곳은 이 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Fishing Village, 까이물이라 불리우는 동그란 바구니 모양의 배에서 고기를 잡아 바로 바닷가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장 풍경, 삶의 현장, 이 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여행이 아니었던가. 짭짜란 젓갈냄새마저 정겹다.

멀지 않은 곳에 "요정의 시내"라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분명 알려준 길로 왔는데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시냇물이 그다지 깊지 않아 발을 담그고 거슬러 올라갔는데, 그 것이 바로 길이었다. 좁다란 시내를 따라 한 쪽에는 열대우림이 반대 편에는 협곡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이 시내의 끝에는 폭포가 있다하였는데 아무리 봐도 끝이 보이지 않아 협곡으로 올라가 보았다. 좁은 시내가 뱀처럼 흐르는데 그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인적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니 멀리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프랑스 여성 2과 길을 안내하는 동네꼬마 3녀석이 노래를 부르며 시내를 거슬러오고 있다. 서로 아는 척을 하고 그렇게 1km쯤 걸었을까, 조그만 폭포가 나온다. 한 3m? 이 걸 보자고 그 먼 길을 왔나 싶을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오는 길의 멋진 풍경들 덕분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오는 길은 협곡 위로 해서 왔는데, 발을 잘못 디뎌 구덩이에 빠지는 바람에 다리를 선인장 가시에 몽창 긁히고 말았다.

4시간의 가량의 짧은 투어였지만 정말 기억에 남을 만큼 좋은 추억이 되었다.

오는 길에 모토를 어찌나 빨리 모는지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 주으려 오토바이에서 내리다 그만 종아리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여행하다 보니 비슷한 위치에 화상을 입은 외국인을 몇 봤는데 아마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나중에 보니 현지인들도 비슷한 위치에 화상의 흉터를 많이 갖고 있었다.

모토 기사에게 약속한 90000동에다 10000동을 더 얹어 100000동을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안한다. 시원한 물을 사서 건내도 안 마신다니, 아침에 삐치기는 정말 삐쳤나? 겨우 10분 남짓 늦은 것 가지고 삐치기는...

1시경에 어제 예약한 오픈 버스가 숙소로 왔다. 버스는 올 때처럼 사람들을 숙소마다 내려주고 나짱으로 향했다. 안내하는 사람은 친절하게 가격대별로 숙소를 소개해주고 방이 마음에 드는 지 확인할 시간까지 기다려주니까 예약 없이 와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무이네에서 버스로 대여섯 시간 걸려 도착한 이곳은 나짱, 영어로는 Nah Thrang 나뜨랑이라고 읽는데, 영어식으로 하면 현지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TM Brothers에서 내일 있을 Boat Trip을 6UDS에 예약하고 나니 또 숙소가 걱정이 된다. 궁하면 통하는 법, 조금 서성이자니 삐끼가 접근한다. 내심 반가우면서도도 짐짓 모른 체 표정관리를 한다. 10USD, 지은 지 얼마안돼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보다 훨씬 좋다.

여장을 풀고 나들이 삼아 해변쪽에 있는 일식당을 찾아 가는데, 분명 있어야 할 식당이 없다. 가이드북을 집어던지고 싶다. 거리에서 시간을 조금 보낸 후 제법 큰 식당을 찾아, 나짱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한다는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을 시켰는데, 역시나 바닷가인데다 인심도 후해서 새우를 실컷 먹었다.

새벽부터 바쁜 일정을 보낸 탓인지 조금 피곤하다. TV에서는 아리랑 TV가 방영된다. 국내에 있으면 안 보지만 외국에 나가면 반가운 아리랑 TV...
 




1 Comments
나이등 2017.07.30 16:35  
코스별로 기록을 해서 일정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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