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작은 사막, 무이네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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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작은 사막, 무이네 사구

해롱이 4 5212

[베트남 여행기]달랏에서 무이네로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담요를 두겹으로 하고 자니 좀 덜 추운 것 같다.
커튼을 열어 젖히고 뒷 베란다로 나오니, 파릇한 채소밭과 함께 하늘이 새파랗다.
베트남 여행 중 이런 하늘을 보는게 쉽지는 않기에 더욱 기분이 맑아진다.

 

 

숙소 바로 옆 현지인 식당에서 쌀국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가까운데 있으면서도 시내쪽으로만 나가느라 별 관심도 없이 지냈는데
생각보다 크고 음식 맛도 괜찮네. 예지에게 한국에 가서 가장 먼저 먹고 싶은게 뭐냐고 하니
김치찌개라고 대뜸 말한다. 후후,,,나도 물론 너와 마찬가지야.
나오는 길에 물 한병 사들고 들어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여기도 파는 물이 있다는 표현을 하며
좀 서운해 한다. 몰라서 그랬지만 좀 미안하긴 하네.

 

 

우리가 체크아웃 하는 지금도 아직 아무 손님이 없다. 유일한 손님이 나가서인가?
좀 서운해 하는 주인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픽업 나온 짚차를 타고 숙소를 나선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 푸른 유니폼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학생들이 가득 나와 있다.
우리들 하는 운동장 조회를 하는 모습과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두어시간 산만 내려가면 더운 여름날씨 같을테니 옷을 가볍게 입고 버스에 오른다.
하얀 아오자이에 푸른 스웨터를 입고 자전거로 등교하는 여학생들이 물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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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산마루 간이 휴게소에 도착하니 더워지기 시작한다. 
4살짜리 여자아이가 가냘픈 목소리로 음료와 파인애플를 팔고 있다.
몇마디 밖에 모르는 필살영어지만 웬만한 남자어른보다 벌이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이렇게 싸고 맛있는 파인애플을 원없이 먹어 보겠나.

 

 

판랑 휴게소에 가까워지니 매우 무더워진다. 이 마을도 일찍 귀가하는 여학생들의 자전거 물결이
흰색 아오자이와 함께 물결을 이룬다. 바람에 날리는 아오자이 앞자락을 자전거 핸들에
살짝 부여잡고 종알거리며 집으로 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가 좋다.

 

 

이곳 판랑 휴게소에서 무이네로 갈 사람은 타고 온 버스를 내려, 미니버스에 갈아 탄다.
우리 빼고 모두가 서양인들이다. 예지가 어리다고 한 자리를 부족하게 가득 태웠다.
아직 판티엣까지 130Km를 더 가야 하는데, 좀 불편하지만 바짝 앉아서 가는 수밖에...

 

 

판티엣 바로 못 미쳐 엄청 큰 공동묘역을 끼고 샛길로 돌아서니, 
바닷가 외길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들이 줄을 이어 서 있다.
대체로 가까운 쪽은 고급리조트들이 많고 안쪽으로 갈수록 저렴한 호텔이 많이 보인다.
여행자가 원하는 호텔마다 버스가 서며 숙소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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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와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일단 바닷가에 풀장이 딸린 리조트를 몇 군데 알아본다.
사이공무이네리조트가 이 근처에서는 가장 잘 가꾸어지고 비싼 리조트인 것 같다.
그 동안의 숙소에 비해 많이 비싸긴 했지만, 한 이틀 여기서 호사?를 부리기로 한다.
동남아 여행에서는 엄청난 액수이지만, 10여만원에 우리나라 어디서 이런 호사를 누리랴...
방까지 짐을 들어다 주는 직원에게 몇 푼 안되지만 처음으로 팁도 주어본다.

 

 

별 3개짜리 리조트이지만 꽤 넓고 예쁘게 단장이 되어 있고, 
바닷가에 접한 이국적 풍경과 주렁주렁 코코넛이 매달린 야자수가 인상적이다.
벌써 예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장으로 달려간다. 몇 시간을 나올 줄을 모른다.
처음엔 몰랐지만 모래사장과 인접해 있는 수영장 옆 바에는 커피와 빵이 무료로 준비되어 있다.
공짜?인데 안 먹을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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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도 한국인 부녀가 수영장에 나왔다. 딸과 함께 둘이서 휴가를 왔다고 한다.
조용한 시간을 별로 방해 받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아하는 눈치라서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바닷가 모래를 거닐어 본다. 베트남 최고의 해변을 자랑하는 냐짱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베트남 해변 자체가 작년에 갔던 태국 꼬창의 해변과 바닷물처럼 맑고 투명한 바다는 아니지만,
조용한 휴식이 있는 무이네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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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리조트를 나와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잡아 타고
버스편도 알아볼 겸, 무이네 주변 코스도 알아볼 겸 TM 까페로 가 본다.
투어를 물어보니 3명이면 1인당 10$씩을 내라 한다. 그냥 아무말없이 여행사를 나와
타고 온 오토바이 기사에게 3$씩에 반나절 일정을 같이 하기로 하고 두 대를 약속해 놓았다.

 

 

돌아오며 달리는 길에 야자수 가로수 위로 새털구름에 물든 석양이 그만이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기사는 정식 회사 직원이라며, 오고 가며 길목에 있는 자기 집을
꽤나 자랑하고 싶어한다. 내일 새벽에 만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여유롭게 쉰다.

 

 

저녁식사와 맥주를 같이 한잔 하고 밤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
구름 한 점 없고 별들이 참 많기도 하다.
에어컨을 틀어야 잠을 잘 수 있겠다.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달랏과 이렇게 다르다니...
불을 끄고 누우니 곁의 바닷가 파도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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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무이네 사구

 

아직은 어두운 새벽, 깊이 잠든 예지만 더 자게 놔 두고 숙소를 나왔다.
어제 약속해 둔 오토바이가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그 기사는 회사 소속 기사라서 다른 오토바이를
두 대 소개해 주고는 돌아간다. 아마도 약간 소개비를 챙기고 이들을 불러 왔겠지.
(얼마 정도 하는지 확실히 몰라 3$씩 주기로 했지만, 2$정도만 해도 될 듯 싶다.)

 

 

무이네 마을 동쪽 끝으로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달린다.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새벽 바람이
제법 세게 와 닿는다. 어두운 거리를 30여분 달려 무이네 끝자락 사구(모래 언덕)에 도착하니
아직 해 뜨기 전인데도 어둠 속에서 부지런히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고,
시골 마을인데도 길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아직은 어두운 모래 언덕을 오르려니, 한 여자애가 재빨리 뛰어 와서 길을 안내하듯 따라온다.
12살이라는 여자애가 너무나 작아 보인다. 한 손에는 미끄럼 깔판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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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언덕에 올라서니 우리가 처음인가 보다. 우리밖에 없어 기분이 좋다.
조금씩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몇 무리의 여행객들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올라오는게 보인다.
동쪽 저편 수평선에 낮게 깔린 구름 위로 해가 삐죽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여행 때마다 몇 번씩은 보는 일출이지만, 언제나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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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붉은 기운이 좋다. 주위가 밝아지니 붉은 모래 언덕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마 무이네 전 지역이 사막화 되어 도로변의 집이고 호텔이고 모두 하얀 모래위에 지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이곳 사구만은 붉은 빛을 띤 모래밭이다. 
이런 곳에 사막?이 숨어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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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완전히 밝아지니 우리를 따라온 동네 아이들이 미끄럼판을 빌려 주며 타 보라고 종용한다.
처음 우리를 따라 나선 여자애한테 한 두 번 빌려 타 보고 2천동을 쥐어 주고는 주변을 걸어 본다.
한 낮에 오면 너무나 더울 것 같다. 잠은 덜 잤지만 지금 오길 잘 한 것 같다.

 

 

저 쪽 멀리 높다란 모래 언덕위에 어두울 적부터 개와 함께 앉아 있는 저 남자,
오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다. 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저리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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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를 나와 돌아오는 길목에 어촌마을(피싱 빌리지)을 들러 본다.
고깃배가 수백척 가득 들어서 있고, 배에서는 바구니배에 나눠 싣고 뭍으로 나르고 있다.
아낙네들이 모여 있다가 생선들을 나눠 받고 돌아간다. 대부분 멸치와 잡다한 물고기들이다.

 

 

어촌 마을 해변이 너무 지저분한 쓰레기장이다. 온통 개똥, 쇠똥에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별로 
없다. 워낙 잘 버리기는 해도 도시는 항상 청소원이 잘 치우고 다니지만, 여기까지는 청소부의
손길이 닿지 않거나, 청소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그들의 사는 모습인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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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붉은 시냇물(레드 스트림)과 언덕 등 한 두군데를 더 둘러 보고,
가정집에서 하는 '느억맘' 공장에 허락을 구하고 들어가 구경을 해 본다.
그 집 꼬마아이가 신기한 듯 유심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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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오토바이 기사가 모두 짧은 영어 한 마디도 안 통한다. 더 동네를 둘러 볼까 하다가
그냥 리조트로 돌아오니 아직도 예지는 잠에 취해 있다.
어제 수영을 너무 무리하게 했나 보네..
그런데도 아침식사를 하자마자 또 다시 풀장으로 뛰어 간다.
같이 수영을 하다 바닷가를 어정거리다가 하면 하루 시간을 보낸다.

 

 

따뜻한 남쪽 해변에서 여행의 막바지로 호사를 누리기 위해 북에서 남으로 일정을 정해
내려 왔지만, 여기서는 먹고 놀고 쉬는거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너무 느슨하게 풀어지니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무튼 한 겨울에 하는 선텐이 좋다.
시간도 여유 있고 해서 리조트를 천천히 둘러 보니, 구석 구석 깔끔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로비에는 커다란 분재화분에 카드 등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신년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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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bobo 2004.06.23 11:58  
  우와~ 사진이.. 정말... 예술이예요,
저는 사막에서 제목걸이 주구 미끄럼탔는데.. 생각나요.. 미끄럼 더타구 싶었는데.. ^^ 님의 예쁜사진과 글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네요~
위위 2004.08.26 11:00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렁게 좋은 길 일고, 배트남에 갈수 있다니...다음주면 배트남으로 떠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Moom 2005.06.30 00:30  
  해롱이님 여행기 잘 봤습니다, 작년에 베트남 남부를 돌았는데, 님 여행기를 통해 올해는 북부를 돌아볼 결심을 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
해롱이 2007.05.26 16:13  
  간만에 들어와 사라진 사진 수정해 놓았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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