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섬의 숲 하롱베이...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베트남
여행기

[베트남 여행기]섬의 숲 하롱베이...

해롱이 1 5965

 

[베트남 여행기]섬의 숲 하롱베이

하롱베이로 떠나는 날이다. 킴까페에 미리 1박2일로 예약을 해 놓았다. 

아침 일찍 거리로 나와 아침식사를 하고 투어버스를 기다린다. 
대나무 작대기 양쪽에 장사할 물건들을 가득 싣고 어깨에 걸터 메고 걷는 아낙네들의 절묘한 균형과 리듬을 보면 작은 탄성이 절로 난다.

아침에는 엄청난 무게로 작대기가 휘청이며 출렁이지만, 저녁이면 텅빈 한쪽에 돌멩이 몇 개로 균형을 잡고 여유롭게 돌아가곤 한다.

여행사 직원이 큰길가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몇몇 우리 일행을 픽업해 간다. 
버스에 탔다 내렸다, 짐을 내렸다 실었다 꽤나 혼돈스럽게 한다.
와중에 혹시나 버스를 놓칠까봐 경이 조급해 하니 더 신경이 쓰인다. 
여기 저기서 온 일행들을 모두 태우고 나서 미니버스를 꽉 채워 출발한다.
1시간 쯤 고속도로를 달린다. 곳곳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휴게소

중간에 커다란 휴게소에서 30분 쯤 정차하는데, 항상 들르는 곳인가 보다. 
하롱베이로 가는 거의 모든 투어버스가 모여 있다. 직접 수공예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나오는 특산품은 전부 다 있는 것 같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다. 보아 두기만 하고 마지막에 호치민에서 사야 되겠다. 시클로 모형이 마음에 든다.

버스 안에서 몹시도 떠들던 프랑스인들이 빨리 안 간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프랑스인들은 과거 식민지였던 이곳 베트남에 오면 뭔가 좀 우월한 감을 느끼기라도 하는가?
급한 성격 탓인가....잠시도 조용히 있질 못 한다.

하롱베이 가는길

하이퐁을 거쳐 1시간 반쯤 걸려 하롱에 가까와지니 바다 쪽으로 카르스트 지형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도로 상태가 매우 좋고, 넓은 갯벌도 보이며, 언덕 쪽으로는 유럽풍의 건물과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하노이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베트남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선착장에 하루 투어를 신청한 여행자들을 내려 주고,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한다. 몇몇 일본 아이들이 물건도 잘 사고 잘 떠들고 하지만, 우리 옆에 항상 같이 다니던 혼자 온 일본 여자는 일본인끼리 어울리지도 않고 늘 외로운 여행을 한다. 나중에 배에서 알고 보니 영어 선생님이라는데, 미안하지만 내 귀에도 발음이 영 아닌 듯 싶다.

일본 아이들은 여전히 쇼핑에 관심이 많고, 중국인 단체객들은 무지하게도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프랑스인들은 다음 배를 기다리는 몇 분을 참지 못하고, 온갖 신경질을 내며 소리 지르더니 결국은 표를 뺏어 들고 앞 배로 휭하니 가 버린다. 
참 어지간히도 조급증 환자들이다.

드디어 용머리 배를 타고 출항..... 
어느 항공사의 멋들어진 광고를 보고 올해에는 이곳 하롱베이를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부산에서 온 신혼부부, 편안한 휴양지를 놔 두고 이 곳으로 자유여행을 온 것만도 대단하다. 그렇지만 허니문과는 좀 거리가 있어선지 신부는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다. 

생각보다 베트남이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 한다.(사실 볼거리라면 앙코르왓이나 타지마할, 만리장성에 비교하면 뭐 볼 게 있겠나,,,여행 자체가 그 즐거움의 하나지. 신혼이야 다르겠지만...)

하롱 선착장

 

 

천천히 배가 바다섬 숲으로 전진한다. 
일행들이 참 다양하고, 배의 윗층에선 여전히 서양인들이 선텐을 즐기고 있다.
배 앞머리에는 이태리 커플이 차지하고 끝없는 애정표현, 타이타닉 한 장면을 연출한다.
신혼부부는 이것 저것 먹여 주고 담소하며 애정표현,

근데 그 앞에 혼자 앉은 일본인 여자, 감기로 너무 몸이 안 좋아 외롭다기보다 차라리 불쌍해? 보일 정도다. 아무래도 지금 느낌은 하롱베이는 여행 친구가 있는게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일본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데,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영어와 일본어가 짧아 긴 대화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 귀국하는 길에 서울에서 이틀을 묵고 일본으로 돌아 간다고 한다.
갑판 위의 중국 여자와 다른 애들은 서양애들과 말도 잘 통하고 쉽사리 친구처럼 지내고 하는 것 같지만, 이 일본 아가씨는 영 그러질 못 할 것만 같아 우리 가족이 좀더 가까이 지내기로 했다. 

ha31.jpg
갑판 위의 서양인들

그 옛날 용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외적을 물리치고 얻은 보석들이 변해 섬이 되었다고도 하고, 그 용들이 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바닷속에 살아서 부리는 용트림이 수 많은 섬을 만들어 냈다고도 하는 하롱베이...

말 그대로 보석 한 자루를 바다 위에 쏟아 놓은 듯,
몇 시간을 나아가는 대로 가지가지 모양의 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누구는 중국의 계림을 옮겨 놓았다고도 하고 누구는 아름다운 섬의 숲이라고도 한다. 
너무나 멀어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저 옛날, 
바다 위로 솟아 올라와 서서히 침식을 거쳐 바람에 깎이고 물에 녹아 만들어졌을 2000여개의 섬들과 동굴들...... 
온 세월을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상처난 이 땅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ha25.jpg
ha52.jpg

섬들 사이사이로 배가 미끄러지며 중간 쯤 섬으로 둘러 싸인 만에 정박한다.
여기저기에 커다란 종유동굴들.

기기묘묘한 종유석에 유치하지 않을 정도로 조명을 해 놓은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관리하는 아가씨에게 동굴 이름을 물으니 항 승솟(승솟 동굴)이라 하고, 가이드 하는 베트남인에게 물으니 써프라이즈 케이브(어메이징 케이브)라고 한다. 말처럼 정말 장관이다. 묘한 모습의 종유석을 보고 낄낄 거리기도 하고....

ha13.jpg
ha19.jpg

동굴을 나와 다시 배를 타고 계속 섬의 숲을 항해한다. 
날은 좋지만 약간은 뿌연 느낌의 바다 날씨가 만드는 섬들의 실루엣이 더 보기 좋다. 
석양이 진다. 역광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섬들의 숲이 정말 기분이 좋다. 
중간 중간 바다위에 사는 사람들이 작은 배를 붙들어 매고 같이 나아가며 이것 저것 해산물을 팔기도 한다. 넓은 바다로 나오니 제법 파도가 출렁이고 해가 지자 피부에 와 닿는 바닷 바람이 쌀쌀하다.

ha67.jpg

출발한지 4시간 쯤 지나 깟바섬에 도착하면, 보트에서 자기로 한 여행자는 보트로 가고, 다들 여행사가 정한 숙소로 미니버스를 타고 가서 휴식을 취한다. 
투어 비용도 가지가지인 모양이다. 신혼부부는 30$에, 어떤이는 50$에 왔다는 이도 있다. 그럼 우리는 14$에 왔으니 그 중 싸게 온 편인 모양이다. 

비싼 만큼 좋은 곳에서 자겠지 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미니버스를 타고 작은 고개를 넘어 깟바섬 중심부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꽤 큰 섬이다. 호텔도 매우 많고, 산 꼭대기까지 조명으로 밝혀 놓았다.

방을 정하고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제법 괜찮다. 겨우 14$에 이틀동안이나 먹여 주고, 태워 주고, 재워 주기까지......정말 해 볼 만한 투어가 아닐 수 없다.(물론 남는게 있으니까 하는 장사겠지만.)

깟바섬
깟바섬

앞방의 나이살 먹은 서양인과 젊은 베트남 총각이 항상 붙어 다닌다.
아무래도 호모 냄새가 난다. 좀 느끼~~~~~

호텔을 나와 섬의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다가, 호텔에서 인터넷을 하려니 한글이 깔린게 없다. 다운 받아 깔아 보려 했지만 너무 속도가 느려 포기하고, 좀 일찍 쉬기로 하자.
밤기차에서 내려 바로 이곳에 왔으니 피곤하기도 하겠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선착장 주변을 거닐다가 빵과 커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보트를 타기 위해 체크 아웃, 오늘은 예지 운동화를 버리기로 했다.

이젠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을 없을게다. 이것도 역시나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몰라 한쪽켠에 가지런히 내 놓고 샌들로 갈아 신는다.
호텔 앞에서는 이제 막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게 엽서 한장이라도 더 팔아 보려고 아이들이 애를 쓴다.

어제는 사람이 적어 자리가 한가하더니 오늘은 배에 여행자가 많다.
날씨가 너무 좋아 갑판 위로 올라가 편하게 앉아 사진을 찍으며, CD로 음악을 듣기도 하며 한가로이 섬구경을 한다. 예지는 혼자 공기놀이도 하고 게임기도 두들기고 사진도 찍어보고 하면서제 나름대로 재미있게 잘 보낸다.

수상마을
ha83.jpg

작은 배로 매달려 해산물을 팔던 사람들이 사는 수상마을이 작은 섬들과 함께 바다 위에 떠 있다. 마치 낚시터 방갈로가 주욱 묶여 있는 것처럼 바다 위에 떠서 생활을 한다.
수상마을 사람들도 연탄불에 요리도 하고 TV를 보며 배로 학교에 통학하기도 한다.

어딘가 캄보디아 똔레삽에서 본 수상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늘이 내려준 이 아름다운 풍광을 아름답다고 느낄 여유는 가지고 사는 걸까?
매일 매일 끝없이 드나드는 (주로) 서양인들을 보면서..

 

 

ha72.jpg

갑판에서 만난 부산에서 온 두 아가씨. 
어? 론리 한국어판을 가지고 있다. 좀 일찍 나올 것이지.
빌려서 좀 보며 이 얘기 저 얘기. 역시나 종종 여행지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다. (베트남은 여행 코스가 남북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좀 단조롭기도 하고, 거의 모든 여행자가 가는 길이 비슷하게 마련이다.)

돌아오는 뱃길은 단조한 속도로 약간 일찍 하롱 선착장에 도착한다.
홍가이 호텔에서 역시 점심식사를 한다. 아침을 빵으로 간단히 해서 배가 고팠는데 여기서 배가 터지게 먹었다. 서양인들이 젓가락질을 배우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그래도 열심히 해 보려 하는게 재미 있다.

누구는 하롱베이가 소문보다 볼 것이 없다고도 하고, 2,3일 동안 보기에는 지루하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당일 투어로 하기에는 이동거리가 있어 힘이 들기도 하다.

섬의 숲을 헤치며 수많은 섬의 실루엣 사이로 잔잔한 바닷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이 말없이 좋았지만,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자연이 준 이 엄청난 선물을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혼부부에게 좋은 여행 하기를 빌어주며 헤어지니, 바로 얼마전 헤어졌던 학생들을 또 만났다.
오늘 3일간의 하롱베이 투어를 시작한다고 한다. 여행 일정이 길고 젊은 시절의 여행이 부럽다. 하긴 20년 전에야 이런 배낭여행을 꿈이나 꿨겠냐만......
반갑게 인사하고 또 어디선가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킴까페 버스를 타니 우리말로 된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한글을 써 붙이고 다니는 걸 자랑으로 여기나 보다. 
새로 차에 써 놓은 한글이 재미 있다.
틀린 철자법과 아예 '부산호텔'은 거꾸로 붙어 있는게 웃음을 자아낸다.

ha10.jpg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하노이로 돌아간다. 
길가 논에서는 건조한 땅을 뒤엎고 물소를 이용해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하고 있다. 양쪽에 끈은 매단 양동이를 두 사람이 잡고 수로의 물을 퍼 올리는 동작이 매우 익숙하고 리드미컬해 보인다.
중간에 휴식하는 휴게소가 너무 비싸다. 이 베트남 장사꾼넘들은 여행자만 보면 비싸게 받아 먹으려 애를 써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진걸 머.... 
너무 아둥바둥 하지도 말고 적당히 바가지 쓰며 다니는 수 밖에...

하노이 구시가에 도착하니 채 4시가 안 된다.
항베 거리에 내려 달라고 해 조금 걸어서 항박 거리의 Prince 79에 방을 정했다. 
10$ 달라는걸 깎아서 8$에 있기로 하고 체크인. 
카운터와 대화는 매우 어려웠지만 방이 깨끗하고 냄새가 없어 좋다.
근데 앞방의 한국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다. 우리 말이라선지 더 귀에 잘 들어온다. 

둘은 먼저 씻고 좀 쉬게 하고, 혼자 거리로 나온다. 지난 번에는 한참 찾았는데 호텔 바로 옆이 환전소이다. 우선 환전을 좀 하고 거리 구경을 다닌다. 디카 용량이 부족할 것 같아 CD로 굽기로 하고 찾아 보니, 생각보다 CD를 굽는 곳이 많지는 않다. 한장 굽는데 25,000동을 주고 케이스를 달라고 하니 꼬박 케이스 값으로 2천동을 더 받는다. 서비스로 달라고 해도 죽어도 안 해 주더니, 그 아가씨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웃어는 준다.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는 현지인 식당 '분짜'를 찾아가 보았지만, 
벌써 그날 재료가 떨어져 마감하고 문 닫으면서 미안하다고 내일 오라고 하네? 근처에 있는 '하노이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먹어볼까 하다가 인형극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다시 걸어서 극장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식사.

쉐이크집이 문을 닫아 예지가 너무 서운해 한다.

수상인형극 극장

 

 

극장으로 시간 맞추어 가니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한국 여행객들이 꽤 많다.
극을 안내하는 말이 베트남어와 영어, 불어, 중국어로 나온다.
역시 이 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들인게다.
전통 음악과 함께 내려진 천막 뒤에서 배우들이 긴 막대기로 물 밑에서 인형들을 움직이는데,
말은 잘 모르지만 베트남인들의 생활상을 코믹한 동작과 함께 1시간 쯤 보여주는 것이 볼 만하다.
오히려 세계에 잘 알려진 하노이의 대표적인 구경거리고 문화유산이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는 하지만, 굳이 촬영을 막지는 않는다.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는게 실내 촬영에 더 좋을 것 같은데도 연신 플래쉬가 터진다

수상인형극

인형극이 끝나고 거리에서 열대 과일들을 사 들고 돌아온다.
단맛이 전에 한국에서 먹어본 망고 맛과 전혀 다르다. 
틈나는 대로 열대 과일을 많이 사 먹어 보자.
내가 좋아하는 파인애플을 신물나게 먹어본다. 
여기서는 4-5백원이면 한통 사먹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어디 이렇게 먹어 보겠어?



 

1 Comments
주향 2004.04.14 13:04  
  저도 4월21일 한달간 베트남종주합니다. 무척 기대되고 떨리는 하루하루지만 행복한 여행이됐으면 합니다.
베트남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어서인지 여기싸이트가
가장 도움이되어요.
늘 감사합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