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 Way from/to S'pore 05: Quick Scan on 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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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ise Way from/to S'pore 05: Quick Scan on 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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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쿠알라룸푸르도 잠시 들린다고 하니 그곳 출장을 다녀온 사무실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쿠알라룸푸르 가면 서울보다 더 서울 같다, 느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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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쿠알라룸푸르 어떤 지역을 다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업무상 출장 간 것이니 아무래도 뻔쩍뻔쩍한 금융가를 거닐었을 것이고 밤에는 또 고객과 함께 으리으리한 쇼핑몰과 고급식당을 다녀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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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말씀에 많이 기대했던 곳, 특별히 대도시에서 더 힘을 얻는 편인 우리 부부로선 정신 없는 곳이라는 말에 더 기대했었는데... 반나절 그야말로 quick scan으로 훑은 뒤에 총론이라니, 별 가치가 없을 지언정 말씀드리자면... 뭐랄까, 좀 널널한 싱가폴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여간, 감질맛만 잔뜩 뒤집어 쓰고 온 기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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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크루즈 2일차인 화요일 새벽, 여행 와서 잠자는 시간이 제일 아까운 아빠, 새벽에 일어나 하릴없이 갑판을 거닙니다. 아직 어둑한 새벽하늘에 말레이시아 해안에 늘어선 접안시설과 항만터미널이 줄지어 환히 주변 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24시간 불 밝히고 있을 곳임을 뻔히 알면서도 새벽이 주는 생동의 기운 (또는 기분?) 때문인지 골리앗크레인 꼭대기에 반짝이는 빨간 불빛마저 건실하고 잘생긴 동남아 청년의 윤기나는 갈색 얼굴 소리없는 미소처럼 느껴져 실없이 들뜬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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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예정대로 아침 7시 Port Kelang에 도착했습니다. 구글맵 상으로 보니 쿠알라룸푸르 서쪽으로 1-2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딱 우리나라 인천 같은 곳이겠다 싶었는데, 접안시설 같은 것은 훌륭하게 구비된 곳 같은데 산업시설 외에는 허허벌판 휑뎅그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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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한구멍을 통해서 상륙작전을 펼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한나절 정박한다고 해도 오며가며 시간 따지면 정작 KL에서 주어진 시간은 대여섯시간도 안될텐데, 배에서 빠져나간다고 시간 다 버리는 것 아니야, 조바심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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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사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업으로 삼고 있는 크루즈 선사에서 노하우가 하루이틀 쌓였겠습니까. 각 투어별 및 배정 버스 별로 각 승객들에게 숫자 스티커를 붙여줘서 아무 개념없는(^^;;) 승객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고 안내해 줍니다.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꼭 동서울터미널 탑승대에 줄지어 서 있는 고속버스들처럼 열 맞추어 부릉부릉 공회전하며 쭈욱 미리 대기하고 있는 버스까지 쏘옥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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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클랑에서 KL로 가는 길은 딱히 봐 줄만한 경치는 없습니다. 게다가 하늘에선 슬금슬금 초벌비도 내리기 시작하니 비맞고 다녀야 하나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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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량 달리니 모르긴 해도 KL 요금소를 지나 KL 땅으로 들어섭니다. 평일 아침시간이라 가이드가 겁줬던 교통체증을 약간 겪으며 시내로, 시내로 진입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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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의 종류는 대부분 시내관광 위주이고 KL 근교 명소인 바투동굴에 갔다가 점심도 먹고 다시 시내관광을 조금 하는 투어도 있었습니다. 쇼핑만 하기에도 모자란 이 짧은 시간, 가이드 따라다닐 시간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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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가족이 선택한 투어는 KL 중심부까지 교통편만 제공하며 오며가는 시간 동안 가이드가 KL과 말레이시아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듣는 수준인, 'Kuala Lumpur On Your Own' 라는 투어입니다. 아이들은 3살 미만이라 공짜, 어른 둘 비용이 미화 80불에 가까운 금액. 하지만 포트클랑에서 택시를 대절하면 왕복 비용이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도 있다니, 그럭저럭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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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천국 부킷빈땅 구역의 최심장부, Bukit Bintang Monorail 역에 우리를 내려 준 9호차 버스. 버스 안에서 가이드께서 열심히 설명도 해 주시고 상세한 시내 지도도 받아 들었지만 대부분 서양분들이었던 우리 팀 승객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들인데도  같이 모여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저기 끼어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부킷빈땅에서 1km 남짓 떨어져 있는 쌍둥이 빌딩으로 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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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후다다닥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하고 오후 3시까지 9호 버스로 안착해야 하는 우리 가족의 오늘 스케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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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호 버스 하차하자마자 택시 타고 Petronas Twin Towers(http://www.petronastwintowers.com.my)로 이동
 
→ Suria KLCC 1층(GL/Ground Level)에서 관광객 쇼핑카드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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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다니는 석유방울을 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Petosains 관람
 
→ 늘 자기정체성만 디자이너인 엄마를 위해 Petronas Art Gallery(http://www.galeripetronas.com.my/) 관람
 
→ 수리야 내 푸드코트에서 점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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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야 내에서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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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킷빈땅으로 다시 택시로 이동, 많고 많은 쇼핑몰 중 3군데만 딱 찍어서 동선상 붙어 있는 Sungei Wang Plaza와 Bukit Bintang Plaza에서 아울렛 쇼핑, 필요한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KL Plaza 한군데만 더 찍고 9호차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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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과 에듀테인먼트,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숨가쁜 일정 과연 가능할 것인가, 살짜쿵 고민해 주려는 순간, 사진에서만 보던 쌍둥이 빌딩이 보이고 그 아래로 반가운 다에우(대우를 이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는 것 같구만요.) 간판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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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la Lumpur City Centre 공원을 가운데 놓고 서 있는 쌍둥이 빌딩 아래에 위치한 Suria KLCC 쇼핑몰(http://www.suriaklcc.com.my). 웬만한 브랜드들 쇼핑과 식당, 극장, 전시관 등등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깔쌈한 공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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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1층(Ground Level)에 위치한 콘씨어지 데스크로 달려가 관광객용 쇼핑카드(Tourist Privilege Card)를 여권을 보여주고 만듭니다. 간단한 인적사항등만 기입하고 간단하게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 주네요. 이 안에서 돈낼 일 있으면 무조건 이 카드를 먼저 들이밀리라. 그런데 정말 이 카드로 5~10%씩 할인 받고 많이 쏠쏠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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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osains(www.petrosains.com.my)는 이 곳의 건물쥔장인 Petronas 정유사에서 아이들 교육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과학교실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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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전망대(두 개 빌딩을 중간에서 잇는 Skybridge)에 오르는 꽁짜표는 아침 일찍 매진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여기 Petrosains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넘 다채로운 내용을 흥미로운 구성으로 잘 꾸며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과 꼭 가보기로 한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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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그렇게 재미나고 좋은 곳이라면, 여기 겨울방학도 시작한 시점이라는데 현지 아이들로 바글바글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군요. 이미 당일 선착순 예약이 오후 1시까지 완료라고 합니다! 1시에 투어를 한다면 그냥 쭉 순서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2시간 걸린다는 Petrosains를 다 봤다간 이거 우리 9호차 시간도 맞추지 못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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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Petrosain은 포기하고 그 옆으로 함께 붙어 있는 음악교육관, Muzika를 가기로 합니다. 아내는 이곳 페트로세인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며 자기가 쇼핑을 포기할테니 오후 1시 타임을 보자고 했지만... 나중에 두 눈이 활활 타올라서 옷을 골라담고 1분이라도 더 쇼핑할 시간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우리는 페트로세인 관람을 위해 쇼핑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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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ka의 입장료는 성인이 Petrosain의 절반값인 6링깃. 비록 기대했던 Petrosain이 아니고 있는지도 몰랐던 전시관을 관람하게 된 것이지만, 2천원돈으로 음악과 소리를 주제 삼아 참 알차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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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많은 호감과 관심을 쏟아 부어 주시는 매표소 언니와 안내원 언니들의 환대 속에 Muzika에 들어서면 이 커다란 지구본이 놓여 있고 진공청소기 빨대 같은 것을 대륙 곳곳에 표시된 흰색 작은 원 안에 갖다 대면 헤드폰에서 그 지역 민속음악이 흘러나오는 전시물. 우리나라에도 갖다 대면 민요가 흘러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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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악기 욕심이 많아서 배우고 싶은 악기들이 참 많았는데 걔 중 하나가 하프였습니다. 저희가 어렸을 때 크로마하프라고 가슴에 딱 들어오는 현악기인데 아주머니들 그거 연주단 만들어서 댕기는 게 유행이 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하프 사줄 돈 없으니까 나중에 애들 크면 흰 블라우스에 검정치마 입고 크로마하프연주단이나 들어가라고 그랬었죠. 이곳에 전자 하프라는 게 있어서 무지 신기하게 아이들과 엄마가 엉터리 연주를 해 봅니다. 줄이 없지만 손을 갖다 대면 인식을 하고 하프 소리를 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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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기하고 재밌었던 코너. 특수장갑을 끼고 모니터를 바라보면 모니터 안의 내 앞에 전자기타가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신나게 치면 짜자자앙~ 디스토션된 후련한 기타 스트록 소리가 쫙 울려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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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게 Petrosain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찾게 된 생각지도 않게 훌륭한 장소, Muzika 였습니다. 과학과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를, 걔 중엔 억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약간 있었지만, 정말 훌륭하고 깔끔하고 다채롭고 흥미롭게, 잘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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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Petrosain, 저기가 얼마나 재미나길래 저렇게 예약 만땅인지, 다음에 쿠알라룸푸르를 기점으로 타만네가라 국립공원을 훑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 때에는 반드시 수리야 푸드코트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우리집 이눔아들에게 구경을 시켜줘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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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이런 부모의 맹모삼천지교와 같은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Muzika 입구 앞으로 놓여 있는 동전 넣고 타는 빠방이 아저씨를 더 좋아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거 절대 동전 안 넣어 주죠. 하지만 아이들은 앞뒤로 겨우 몇센티씩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걸 재미라고 한참을 타다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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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ka에서 넘 잼께 놀다보니... 이런! 시간 완죤 오바.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와 보기 힘들 KL 최고 쇼핑몰 중 하나라는 수리야. Tourist Privilege Card도 만들었는데 floor plan을 보고 층별 브랜드 2-3개씩만 찝어서 후딱 둘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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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Ground Fl.)에 웬 매장이 이렇게 바글바글하나 봤더니 바로 말로만 듣던, 말레이시아의 찰스앤키스라는 Vincci. 싸고 예쁘고 질좋은 구두들이 많았지만 생각 외로 가지고 있는 옷과 매칭하기엔 묘하게 삔또가 어긋나서 무난한 것 한개만 사가지고 나오는데, "야 이거 3만원이면 거저야 거저!" 등의 반가운 한국말이 터져나오는 미시족 팀이 아마 두팀 정도는 되는 듯. 아, 그렇지, 11월 말이지만, 싱가폴보다 훨씬 앞서서, 크리스마스세일에 벌써 돌입한 K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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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에 관광객카드로 할인도 되니 아기들 있는 집 부모들이 지하의 토이저러스를 지나칠 순 없죠. 선물 꾸러미를 받아 든 큰아이는 Thumb Up! 아무렇게나 꾸겨 넣은 카드 영수증들로 지갑이 불룩해져만 가는 아빠는 Thumb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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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야KLCC 앞은 넓은 공원. 방학이라지만 어디 견학수업을 가는지 히잡을 둘러 쓴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공원 가로질러 어디론가 가는 무척 무덥지만 평화로운 11월 어느날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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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총리가 일부러 일본과 한국의 경쟁심리를 이용해서 양쪽 중 하나씩 맡아서 경쟁적으로 쌓게 했다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이렇게 짧게 쇼핑몰만 훑어보고 다시 부킷빈땅으로 돌아가는 택시에 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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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지역답게 크고 작은, 오래된 세련된, 갖가지 쇼핑몰이 넘쳐 나는 부킷빈땅 지역에서 서로 맞붙어 있고 FOS(Factory Outlet Shop)이 있는 Sungei Wang과 Bukit Bintang Plaza로 일단 직행. 먼저 눈에 띄는 대로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1분이라도 빨리 먹으면 그 만큼 티 한장이라도 더 건지는 거닷! 맥에서 주문한 메뉴는 고향의 맛(?) 빅맥과 말레이시아에서만 판다고 생각되는 Properity Burger. 시커먼 통후추가 듬뿍 뿌려져서 은근 매콤한 맛이 중독성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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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ia KLCC까지 그리 크지 않은 몰 총 4군데를 돌았을 뿐이지만 크리스마스세일과 맞물려서 그런지... 살 것은 많고 시간은 없다. 특히 가격이 쇼핑의 첫째 기준인 아빠는 FOS에 갔을 때 아주 신났습니다. Dorothy Perkins, Topshop 같은 영국 패스트패션 브랜드부터 Gap이나 Banana Republic 같이 친숙하고 오래된 아이템들을 정말 저렴하게 팔고 있었고 이름모를 동남아 브랜드 제품들도 가격, 디자인, 품질 나무랄 데 없는 것들을 팔고 있어서 그냥 눈에 띄는 대로 유모차에 치렁치렁 일단 걸어놓고 나중에 정말 필요할만한 건들만 솎아내는, VJ 특공대에 나오는 창고대방출세일에서 아주머니들이 곧잘 하는 식으로 쇼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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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9호차 떠날 시간이 다 되어서 과자나 쥬스, 맥주 등 주전부리 몇가지를 슈퍼마켓에서 급히 챙기고 타만네가라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또 말레이시아 항공 사용하다 보면 스탑오버할 기회도 있겠지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픽업 약속 장소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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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우리 일행 중 우리 가족과 함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중국 여자분 두 분이 약속 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습니다. 그 분들 제외하곤 전원이 약속시간에 딱 나타나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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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영어도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순간, 우리의 소인배적인 생각... 그 사람들 우리랑 같이 안 가면 어떻게 항구까지 가려고 그래!? 하는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고, 이 시간에 구두 한켤레를 사도 더 샀겠다 싶은 아쉬움. -_-;; 쉰들러리스트 마지막에 나오는, 쉰들러가 한명의 유대인이라도 더 구해내지 못한 회환에 차서 내뱉는, 아빠가 너무나 좋아하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I could've got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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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중국언니 두분은 내버려 두고 화창한 날씨 속 KL 근교를 지나 포트클랑으로 가는 고속도로 속으로 버스는 떠납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그 아가씨들 어떻게 잘 찾아서 올 수 있을까 맘 한구석 걱정인데, 호주 젊은이들 몇명을 빼곤 모두 유럽사람들이었던 우리 차 멤버들, 아죠 야멸참돠. 버스가 출발하고 한동안 버스 안은 그 언니들 성토장. 우리가 걔네 때매 더운데 얼마나 밖에서 기둘렸냐며... Serves them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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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클랑에 거의 다 왔을 때 좋은 소식 하나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내버려두고 온 그 중국 언니들, 택시 타고 우리보다 더 빨리 배에 도착했더랍니다... 쩝. 양손에 그리고 유모차에 전리품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배로 돌아가는 우리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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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선장님의 승객들 환영리셉션이 있는 날입니다. 캐빈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저녁무렵 갑판을 살짝 산책하며 리셉션 시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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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 참석을 위해 라운지(Anchors Aweigh Lounge)에 도착하자 노르웨이 출신이시라는 노년의 선장님과 악수를 하기 위한 승객들의 줄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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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우리 생각이라면, 뭐 저분이 훌륭하신 분 같긴 하지만, 평소부터 흠모해 온 분도 아니고 뭘 악수를 하려고 이렇게 줄을 서? 복날에 삼계탕집 가도 줄 길면 그냥 나오는데... ← 이게 맞는 것이지만 향후 최소 5년 안에 크루즈 여행은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분위기에 휩쓸려 줄도 서고 우아하게(ㅋ;;) 악수도 하며 아임글래투씨유 한판 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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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양식으로 성장하신, 그리고 간혹 한복, 기모노라든가 사리 같은 것 입으신 분들(인도 단체 손님들이 있었더랬습니다)로 바글바글한 라운지에서의 리셉션 하일라이트, 각국 승객들 소개하기 시간! (선장 할아버지 인사말과 각국 승객 소개가 순서의 다라서 하일라이트랄 것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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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중국, 호주 손님들이 많은 편이고, 한국, 일본 손님들도 꽤 되었습니다. 하여 총 27개국 출신 손님들 2300여명이 한배에 타고 있었군요. 승무원들의 출신까지 하면 어떤 면에선 이 배가 작은 지구이군요. 우리 가족의 저녁 정찬 테이블 담당만 해도 수석은 터키 출신 보조는 중국 연변 출신, 우리 막내 봐 주러 오셨던 식당 총괄 담당자는 포루투갈 출신... 이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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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각국 승객 소개시 가장 환호성이 크고 시끄러웠던 나라는 중국! 가장 쪽수 많았던 싱가폴 승객들의 환호성은 상대적으로 작고 점잖았던 편. 가장 쿨하고 젊고 깔끔해 보였던 건 가재는 게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 역시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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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 파티에서 샴페인과 까나뻬를 알딸딸해지도록 신나게 먹었지만 그래도 오늘 로미오와 줄리엣(정찬 식당)은 또 무슨 요리를 했을까나 궁금해서 전채를 주문합니다. 씨저샐러드와 랍스터비스크, 그리고 닭육수를 이용한 중국식 옥수수 슾. 무난하고 깔끔했지만 랍스터비스크는 꽃게탕 국물마냥 좀 많이 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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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은 자연산송로버섯(메뉴에 자연산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올린 링귀니, 모짜렐라 치즈 올린 가지찜 (eggplant tower), 농어구이입니다. (← 메뉴 이름은 기억이 안나서 요리된 모습을 기억 더듬어 풀어서 적습니다, 쩝) 모두 간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았고 메뉴들도 딱 우리 가족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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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크림 얹은 익힌 체리, 바닐라 수플레. 특히 바닐라 수플레는 우리 테이블 수석 웨이터가 꼭 맛보길 추천했던 만큼, 부드런 계란과 바닐라 맛의 조화가 알찼습니다. 하지만, 야근 하기 전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꼭 광화문 고려쇼핑(지금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들려서 월드콘으로 입가심을 해야 하는 촌놈 아빠는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머 깨운하고 아사삭 씨원한 거 없수? 해서 샤베트 하나를 받아 들고 만족스레 목젖 뒤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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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도 즐겁고 기대되는 저녁 정찬시간이지만, 함께 앉은 유쾌한 한 테이블 식구들로 인해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오는 음식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사람 따라선 신경 쓰일 수 있는 일인데 더군다나 사람들한테 카메라를 함부로 들이댈 수 없는지라 마지막날 단체컷 하나 밖에 찍지 못한, 우리 테이블, 중년의 싱가폴 커플 두쌍. 서로 친구 사이라는 이 부부들. 애들 다 키우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두 분 다 건설업계에서 매니저급으로 종사. 특히 한분은 저 유명한 싱가폴 마리나 샌즈 공사에 참여 중.) 친한 친구 부부가 어울려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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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분들, 오늘 포트클랑에선 KL까지 가지도 않고 그냥 그 근처를 걸어 다니고 말았다네요. 터미널 말곤 별 볼 것도 없는 곳이었는데... 뭐하러 그렇게 지루하게 시간을 보냈대요? 내뱉고 보니 앗차, 돈 아낄라고들 그러신 것 아니야!? (←우리 부부 수준의 발상이란, 겨우 이 정도...!!) 싶어서 실례를 했나 싶었는데, (돈 아끼려고라니 말도 안돼... 이 분들은 예사로 이름모를 와인들을 팍팍 주문해 드시는 분들이건만) 알고 보니 이 곳은 이 분들이 젊었을 적 자기 손으로 직접 공사에 참여한, 추억의 장소였던 것. 수십년전 고생 끝에 제 손으로 쌓아 올린 곳을 커다란 크루즈를 타고 돌아오다니,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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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이 분들 얘기를 통해 내 눈에 시덥잖고 같잖아 보여도 또 다른 사람에겐 무한정 값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여행자의 기본자세,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애기 둘 데리고 땀을 뻘뻘 흘리는 우리 부부를 귀엽게 봐 주시며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신 싱가폴 어른들과 즐거운 저녁 식사로 어느새 밤 10시, 내일 푸켓 상륙을 위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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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롤러캣 2020.12.19 13:13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린애 둘에 유모차까지 챙기고도 충분히 편하고 즐거운 여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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