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강 끼고 놀기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있는 부기스역은 Bugis Junction이라는 쇼핑몰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정말 낮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붐빕니다.
쇼핑 아케이드로 들어가기 전 만날 수 있는 Bugis Square에는 이렇게 춤추는 분수가 있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분수랑 같이 자기들도 신나서 춤을 추고 그럽니다. 종종 보는 광경이련만 싱가포르 시민들도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여러 볼거리 즐길 거리가 몰려 있는 싱가포르강에 가기 위해 부기스정션을 지나 부기스역에서 MRT를 탑니다.
래플즈플레이스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게 되면 과거 우체국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호텔, 플러튼(Fullerton Hotel)을 만나게 됩니다.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플러튼. 잠 한번 잘 여유는 없지만 구경은 공짜. 지붕의 유리를 통해 환한 햇빛이 들어오는 아트리움 천정을 입 헤 벌리고 올려다보는 백동이.
오후 시간인지라 Afternoon Tea를 즐기는 사람들이 로비 카페에 많이 보였습니다. (www.fullertonhotel.com)
플러튼호텔 앞에서 싱가포르강을 가로질러 건너는 자그마한 다리 카베나를 지나,
서울의 중랑천 같은 싱가포르강을 오버해서 지켜주듯 쭉쭉 뻗은 마천루를 등지고 건너가면,
아시아문명박물관(Asia Civilsations Museum)을 만날 수 있습니다. (www.nhb.gov.sg/acm)
백동이가 섹쉬하게 이네 것까지 붙인 빨간색 뽀인뜨가 바로 아시아문명박물관의 입장권.
유물이라든가 천하명품이 많이 있다던가 그렇진 않습니다. 전시품 중에는 모작도 많은 것 같구요. 하지만 그 전시하는 방식은 깔끔하고 신선한 것이 보는 사람 기분 참 좋게 하는군요.
관람 방향에 맞춰서 천정에서 스크린을 드리워 자연스럽게 해당 전시관 성격에 맞는 동영상을 보여 주며 그 분위기에 젖게 한다든지, 위에서 조명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방향을 커다랗게 처리했다든지 하는 기발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내용은 싱가포르의 기원, 주변국들과의 관계, 그 관계의 끈 속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 유물들이 주입니다.
캐나다에 있을 때 Multi-Cultural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싱가포르야말로 온갖 문화를 뒤섞어 열대의 작렬하는 태양열로 녹여 다양한 문화의 도가니로 흘러 내려 모이게 하는 그런 곳이 아닐까요. 이 가운데에서 잊혀져 가는 동양의 미덕을 지켜내 가는 것이 싱가포르의 어르신들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고민이 이렇게 '孝'를 주제로 한 박물관의 특별전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도 들고.
창밖으로 환한 햇살이 부시게 들어오는 박물관 건물은 싱가포르강을 전경으로 한, 꼭 전시관 관람만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기에도 썩 괜찮은, 그런 곳인 것 같습니다.
아시아 문명 박물관을 나서서 싱가포르강가를 살살 거닐어 보기로 합니다.
강이라고 해봐야 우리 한강하고는 그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되죠. 강변에 있는, 과거 이 곳에서 있었음직한 우마차 지나가는 장면.
왠지 기이하기도 하고, 묘한 아름다움과 낭만이 느껴지기도 하는 도시의 풍경. 바로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엔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스카이라인, 다른 한 쪽은 아시아 문명 박물관을 비롯한 나즈막하고 이쁘장한 건물들.
이런 모습에 은근히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 괜히 마음이 설레어 옵니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영국사람으로 보이는 서양인과 중국인이 뭐라고 얘기 중이길래 요 대화장면을 포착, 사이에 살짝 끼어서 뭘 좀 아는 듯, 듣는 척 해 봅니다.
보트키(Boat Quay)에서 클락키(Clarke Quay)로 이어지는 길 양 옆으론 이렇게 레스토랑과 바,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아직 밥 때가 아닌데도 아줌마들이 길가까지 나와서 총각 잘 해 줄게 들어와 들어와 하는 모습은 예나 한국이나 또옥같군요!
클락키로 가는 길목에서 커피빈 발견. 한잔 들이키러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 스페셜 케잌도 하나 주문합니다. 설탕으로 만들어진 루돌프사슴이 뛰어 노는 점점이 하얀 눈이 박힌, 혀끝에서 살살 녹아뻔지는 쵸코케잌.
참... 부부가 이렇게 같이 카페에 온 게 얼마만인지...? 결혼한 다음 둘이서만 카페에 간 것은 아마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돈 아깝다 이거죠.
하... 근데 어둑어둑해지는 싱가포르강과 다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쌉싸름한 커피에 곁들인 달콤한 케잌 한조각을 곁들이다 보니 마치 대학 시절 토스트 무제한 주던 안암동 아카펠라에서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허허야 호호야 웃고 떠들던 그 때로 돌아간 듯. 그렇게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지만 실은 서로에게 해 주고 싶어도 단지 바쁜 일상에 묻혀 그러지 못했던 수많은 얘기들을 깊은 마음 속 주머니에서 하나하나 꺼내어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 가끔 카페를 가자-!
싱가포르강 유람선 Traditional Bumboat Tour.
말이 유람선이지 말 그대로 범보트,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통통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경유 타는 냄새가 아주 짱입니다요-!
카베나다리를 지나면,
은은한 조명이 받쳐 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플러튼호텔이 두 눈 가득히 웅장하게 다가 옵니다.
범보트 투어는 반수반어(半獸半魚), 사자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통을 가진,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아이콘인 멀라이언(Merlion)상이 물을 뿜고 있는 멀라이언 공원을 찍고 뒤로 돌아이-갓! 합니다.
여기 배경으로 한방 찍어야 싱가포르 갔다온 것 믿어주겠지? 찰칵-!
울퉁불퉁한 두리안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는 다목적 문화공간 에스플레네이드를 지나서,
다리 밑을 지나
클락키에 접어들자 어느새 싱가포르강엔 어둠이 내리고 강변에 꽉 들어찬 식당, 카페들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불빛을 강물에 비추어 내면서 싱가포르강은 물경 흐릿한 유화 한점이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은 관계로 범보트에서 내려 하릴없이 산책을 즐깁니다.
낮의 한산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복작복작한, 마치 아파트 공터에 팔도야시장 가끔 들어섰을 때 가보면 들떠있는 분위기처럼 들떠있는, 강 주위를 부부가 손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봅니다.
뜨건 태양도 바다 저편으로 사라진 데다가 강변인지라 가끔짝 강바람이 땀으로 젖은 등짝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가긴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더운 열대의 나라이지만 곳곳에 트리와 산타클로즈가 포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눈물겹게 자아내고 있습니다.
남녀화장실을 각각 표현한 것. 원래 자그맣게 표시하는 화장실 사인을 멋지게 대형 사이즈로 붙여놓은 당당함이 즐겁습니다.
배가 슬슬 고파오는 백동과 아내. 싱가포르 명물인 칠리크랩을 먹기로 합니다.
매콤새콤달콤한 소스를 이용한 게 찜요리를 주문하고 싱가포르 슬링을 식전에 한잔씩 시켰습니다.
식당은 맛은 몰라도 분위기는 꽤 괜찮은 Quayside Seafood Restaurant. 비록 원조인 래플즈호텔 롱바에서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짙은 분홍빛 색깔로 눈이 즐겁고 차가운 잔의 감촉으로 손이 즐겁고 달콤하고 시원한 목넘김에 입이 즐거웠던 한잔 타임.
이 게는 어디서 잡은 거냐고 묻자 스리랑카에서 잡은 거랍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정작 많이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여기 와서 비싼 값에 먹네.
게살만 발라 먹어도 둘이 배가 부를 만큼 속이 꽉 찬 데다가 범벅을 해 놓은 칠리소스도 한국사람 입맛에 그만인 듯.
원래 게를 먹으면 살 다 발라 먹고 난 후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어야 제 맛. 안남미일지언정 꼭 공기를 하나 추가해서 그 짓을 해 봐야지.
헉 근데 이 음식에 고수(향채)가 숨어 있었던 것! 으웩! 동남아 음식, 중국 음식... 폭넓게 쓰이는 이 퐁퐁 냄새나는 풀이 우리 부부는 왜 이리 싫은지...!?
넘 맛있게 먹다가 마지막에 고수 땜시 입맛 다 베맀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