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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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마사지

jaime 2 7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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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의 빈탄에서의 휴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사지였습니다. 우리 부부가 택한 패키지는 발 마사지와 두피 마사지 중 택1 + 부부 전용 파빌리언에서의 2시간 동안의 전신마사지가 중심이었고 거기에 숙소가 부록으로 끼어 있는 것이었죠. ((http://www.asmaraspas.com/ 아스마라스파)
 
일단 첫날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두피 마사지를 받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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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미장원처럼 꾸며 놓았지요. 인테리어나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 참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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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머리숱 자꾸 빠져가는 아내가 머리 다 빠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게 한 꼼꼼한, 하지만 이것저것 받느라고 정신 빠지게 되는 intensive한 두피 마사지에 넋이 나가버린 백동이.
그래도, 고3 때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 주셨던 두피 마사지 이후로 이렇게 간만에 머리를 꼼꼼히 쪼물락 거려지고 나니 아주 머릿속이 다 개운해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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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따뜻한 인도네시아 전통 차 한 잔으로-!
 
교육을 엄청 잘 받아 놨는지 한 손길, 한 손길마다 계속해서, 야 정말 정성스럽다 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극진한 마사지.
전신 마사지를 받은 것도 아닌데 배가 많이 고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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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남짓 머리 마사지를 받고 나오자 이미 밖은 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으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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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거무스름 어두워져 가는 바다가 아름다워 잠시 배고픔을 잊고 산책을 즐기다가 밥을 먹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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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간단히 수영장 옆에 있는 Poolside Restaurant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Coffee Shop에서 부페를 하고 있길래 잘 됐다 저기 가서 저녁을 먹자 하고 갔는데... 스리랑카에서 그렇게 피해 다녔던 카레를 주제로 카레로 만든 음식들로만 부페를 하고 있어서 기겁을 하고 도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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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킨 메뉴는 일단 해물피자. 생각 외로 참 맛있었습니다. 신선한 해물이 해물피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듬뿍 톱핑되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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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메뉴는 미고렝. 미는 말레이어로 국수란 뜻이지요. 옛날 학교 다닐 때 나시고렝이라고 약간 매콤한 볶음밥을 파는 집이 엄청 인기있었는데 나시는 쌀밥을 얘기하지요.
역시 해물이 담북이 들어간 미고렝 맛은 약간 짭짤한 것이 아주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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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탄에서의 2번째 날 밤에 남은 전신마사지를 받기로 합니다. 편리하게도 마사지샵은 우리 부부가 묵고 있는 빌라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앞서 글에서와 같이, 아스마라 스파는 이제 더 이상 니르와나리조트 체인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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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인 듯한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깔리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너무나 분위기 있게 꾸며놓은 샵. 처음에 들어서자 몇가지 설문서를 작성하게 합니다.
설문서 내용 중에,
"Are you expecting? (임신 중이십니까?)"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We're now in Bintan. Who knows? (우리 부부가 지금 빈탄에 있잖아염. 알게 뭐유?)"
라는 백동이 농담에 직원들 억지로 웃어주는 티 팍팍 나게 하하하 한판 웃어줌. 여튼 너무 친절들 하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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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 안은 편안하게 다음 차례를 기다릴 수 있게 여기저기 은은한 조명 아래 이쁜 장식을 갖추고 쿠션에 기대어 쉬고 있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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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다리는 여유로운 시간을 놓칠세라 한쪽 편엔 각종 허브향료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백동이와 아내도 빈탄에서 만들어졌다는 민트향 한병을 덜컥 사버렸지요. 감기 걸렸을 때 들이마시면 직빵이라는 말에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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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보라고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한국어 책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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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이상은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미리 예약해 놓고 가긴 했지만 아무 방에서나 받는다면 바로 받을 수 있지만 우리 패키지는 전신마사지를 커플 전용 파빌리온에 가서 받게 되어 있어서 그 곳이 준비되기까지 기다려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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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간이 되어 몸에 거의 달라붙는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어느 건장하고 넉넉한 몸집의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우리 부부는 커플전용 파빌리온으로 이동합니다. 밖을 나와 가는 길에 보이는 밤바다와 그 위에 넘실넘실 비추이는 달빛, 계속해서 들리우는 밀려오는 파도소리... 그렇게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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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징검다리는 놓은 식으로 놓여진 돌판으로 이뤄진, 역시 분위기 만점, 입구를 통해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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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이 곳이 바로 오늘 우리 부부가 거의 할딱 벗구(!) 마사지를 받을 커플 전용 마사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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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공간 옆으로는 돌로 만든 욕탕과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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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서 그리 덥지 않은 기온이지만 천장에선 선풍기가 계속해서 돌아가서 서늘한 느낌을 줍니다. 마사지 받는 사람이야 서늘하다지만 마사지 하는 분들은 무척 더울테니 꼭 선풍기가 있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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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부부 담당은 자그맣고 이쁘장하게 생긴 젊은 아가씨, 그리고 이 곳으로 안내해서 와 준 떡대 아줌마, 2인 1조입니다. 당연히 떡대 아줌마가 백동이, 젊은 아가씨가 이네 담당이지요.
일단 안내를 해 주고는 침대 위에 빤스 두개를 놓아 주고는 갈아 입으라고 하고는 저그덜은 잠깐 나가 있습니다.
 
이 빤스라는 게... 정말 입으나 마나 입니다. 머 진짜 빨게 벗구 마사지 받을 수야 없으니까, 나 이렇게 빤스라고 불리우는 쪼가리를 입었다우, 라고 생색내는 그런 기능 밖에 없는 그런... 무슨 종이로 만든 것 같은 그런... 야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머 그런 겁니다.
게다가 백동이가 입고 보니, 엉덩이는 그런 대로 가려 지는데, 무슨 빤스가 이러냐-! 앞으로는 줄 같은 것 하나 밖에 없는 게 꼬추가 거의 90% 이상 다 뻔히 보입니다-!
"여보! 무슨 빤스가 이래-!"
그랬더니 아내 당황해 하면서...
"이거 T자 빤스야... 당신 꺼꾸로 입었어..."
헉! 이거 초장부터 쪽 당할 뻔 했네~
 
우리 다 됐어염-! 다시 들어오는 아줌마는 괘않은데, 이네 담당하는 젊은 아가씨 앞에서 거의 다 벗고 있다 보니 쩜 신경이 쓰이지만... 중국에서 전신오일마사지 받았을 때 마음가짐으로, 이게 쪽팔리면 산부인과는 누가 가며 비뇨기과는 또 누가 갈 것이냐 하는 마인드로 나름 편히 누워 보려 합니다.
 
먼저 전신에 까실까실한 알갱이가 섞여 있는 요구르트를 골고루 발라줍니다. 그리곤 부드러운 헝겁으로 정성스레 온 몸 구석구석을 살살살 문질러 줍니다.
피부의 모든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라는 아주머니 말씀.
까실까실한 느낌이 간지럽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누가 씻겨주니 속이 출출해 지는 게... 팔뚝에 바른 요구르트 빨아 먹구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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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여분 그렇게 온 몸을 씻어 주었을까. 노곤노곤 물에 적신 스폰지 마냥 축 늘어진 우리 부부에게 옆에 샤워실에 가서 요구르트를 씻어 내라고 하십니다.
샤워실에는 물론 이쁜 항아리에 바디클렌져가 들어 있고 하얀 수건도 살포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다 씻고 나오자 예의 그 입으나 마나 한 빤스가 새삥으로 2개 또 준비 되어 있습니다. 한번 입어 본 경험이 있는 백동이, 이번엔 자신있게 똑바로 입습니다, 가는 쪽은 똥꼬 쪽으로, 펑퍼짐한 쪽은 가린다고 해도 다 비치고 다 튀어나오는 앞 쪽으로-!

이번엔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됩니다. 건초 향이 확 풍기는 오일을 가지고 조곤조곤 구석구석 온 기를 다 불어 넣는 듯한 열심으로 마사지를 해 주십니다.
그러다가 백동이의 28인치 이만기 다리를 힘겹게 만지시던 아줌마,
"Your leg is very...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STRONG..!"
히히 너무 굵지요? 제가 끌고 댕기기도 버겁답니다... ^^;;
 
초가지붕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 사이사이 비쳐 보이는 달빛, 별빛,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쉴새 없이 밀려오는 하지만 평화스럽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파도소리, 코끝을 설레이게 하는 짭조름한 해수내음..
이 속에서 향긋한 건초향기 나는 기름으로 누군가 내 온 몸을 어루만져 주고 있으니... 절로 정신이 혼미해 지면서 기분 좋은 졸음에 빠져듭니다.
 
정말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부드러이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 마사지가 다 끝났으니 이제 욕조에 들어가서 목욕을 즐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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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자고 있는 사이 어느새 꽃잎으로 흐드러지게 뿌려 놓은 욕조. 따뜻한 물엔 은은한 향의 입욕제까지 다 녹여 놓았습니다.
바닷가에서 밤하늘 달과 별 보며 꽃잎 속에서 목욕을 즐기다니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부부 간에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 있을까 싶고... 완죤 임마누엘 부인 완결편 찍누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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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질맨질 번들번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백동이. 씻고 나온 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너무 팍팍 나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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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마치고 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 샵으로 돌아오자 꺼내오는 시원한 Lemon Grass차 한잔. 정말 완벽한 궁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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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질맨질 번들번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아내. 들고 있는 건 선물꾸러미입니다. 이 패키지에 선물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종이가방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방식으로 만든 베게, 오늘 우리를 마사지 할 때 썼던 오일, 그리고 따로 구입한 민트 오일 1병이 들어 있지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숙소에 들어선 백동이와 이네는 눕자마자 바로 깊은 논렘수면의 단계로 직행.

2 Comments
가재미눈 2009.01.22 07:58  
그런데 요렇게 멋진곳에서 전신맛사지 받으시면, 어느정도 지불하셨나요? 물어도 돼요??
jaime 2009.01.22 10:31  
다른 글에 썼지만 이게 숙소랑 스파랑 다 합쳐서 패키지이어서 스파만의 금액은 모르겠습니다. 아스마라스파 사이트 들어가시면 아마 대략적인 금액 아실 수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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