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랑 싱가폴-빈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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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랑 싱가폴-빈탄 3.

지지퍼그 2 5848
10개월 윤수와 싱가폴-빈탄 3편, 아랍스트리트, 선택시티, 보타닉가든, 오차드로드
 
 
드디어 싱가폴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당.

호텔에서의 조식부페는 규모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었고 3일동안 같은 메뉴였던 것이 좀 흠이었습니다...윤수는 스크럼블에그와 볶음밥을 섞어 먹이거나 죽과 요플레, 빵을 먹게 하였어요. 뭐든지 잘먹는 아기여서 문제 없었지요.

아침을 먹고 방에 올라와서 잠시 쉬었습니다. 혹시라도 윤수가 어젯밤 비행에 피곤했을까봐 오전은 걍 방에서 재우려고 했죠. 그러나 웬걸, 아기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더니...내려놓기가 무섭게 새로운 세계(호텔방)에 대한 탐험에 들어가더만 가장 맘에 드는 물건을 하나 딱! 찜하고는 바로 연구에 착수하더만요. 바로 전화기. 이리 저리 굴려보고 버튼도 눌러보고 꼬불꼬불한 선을 당겨보고... 전화선을 뽑아주었더니 한참을 가지고 놀대요. 물론 고장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윤수가 얌전히 노는 편이라...^_^;

전화기를 한참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났는지 나가자고 애원하는 듯한 윤수의 눈빛.
좋다, 안자겠다 이거쥐이~ 그럼 출발이다! 안녕! 싱가폴!!!

더운 날씨였지만 첫날이라 겁도 없이 걸어서! 시내구경을 다니기로 맘먹고 나왔답니다. 우선 호텔 건너편의 아랍스트리트. 모스크 앞에서 사진찍고 동네 한바퀴 돌았지만 특이하게도 한복판에 있는 장의사 건물 위로 까마귀떼 날아다니는 것만 구경하고는 끝. 덥고 윤수가 배고파해서 아라빅한 특별한 볼거리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싱가폴의 길, 이층버스, 우거진 열대의 가로수에 넋을 잃고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지요.

래플즈 병원 앞으로 걸어나와 길거리 벤치에서 윤수에세 거버를 한병 먹였습니다. 래플즈 병원, 얼마전 한국 샴쌍둥이도 분리했고 그 방면으로 세계 제일이라 하더군요. 윤수는 싱가폴에 가더니 우유를 잘 안먹고 어른 음식만 먹으려해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침이랑 밤에 호텔방에서만 분유 먹고 낮동안은 거버나 어른 먹는 밥 간 없는 쪽으로 나누어서 같이먹고 준비해간 와코도 죽으로도 때우고 그랬답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기분이 좋은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잠들어버린 윤수, 때는 이때다, 하고 선택시티까지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까르푸에서 윤수 기저귀도 사야했고요.

선택시티 갈 때 육교를 하나 건너서 들어갔는데 참, 육교를 어찌 그리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는지...싱가폴의 작은 하나하나 까지 맘에 들어하면서 흥이난 퍼그, 앞장서 몰 안으로 들어가고...선택시티는 워낙 커서 다 돌아보는 건 포기하고 일단 아기 잠든 틈에 어른 여유롭게 밥먹자 하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름하야 스카이가든 레스토랑...이 근사항 식당가에는 한국 음식점도 있었답니다. 이상하게 손님이 없더만요, 잘 꾸며 놓긴 했던데...우리도 Pho House 라는 베트남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위기 조코~! 싱가폴에서 서양식, 베트남식, 태국식, 중국식, 인도네시안식 등등 많은 나라의 음식을 경험해 보자 했는데 첫 선택은 베트남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베트남 식당이 많이 생겼는데 가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의 첫번째 베트남 음식은 훌륭했습니다. 국수도 맛있고 돼지고기 스테이크도 맛있고 에그롤도...연유를 부어 마시는 특별한 베트남식 커피도...

까르푸에서 기저귀를 사고 (한국과는 달리 소량 포장) 태국에서도 지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반가운 왓슨에서 핸드워시도 너무나 싸게 사고...(백화점에서 보았던 동물만화 그려진 것, 단돈 2천원!!!) 아이쇼핑하다가 윤수가 깨어 엄마, 쇼핑몰은 시러시러~하길래 나와서 홉온버스를 탔어요. 기점이라 한참동안 손님들을 모아서 출발하더군요. 저희는 싱항공 보딩패스를 보여주면 공짜라고 들었는데 3불을 내라더군요. 속았어. 정말 다시 봐도 맘에 안드는 싱항공 패키지.

에어콘 빵빵하겠다...워낙 차타는 거 좋아하겠다...홉온버스 안에서 신이난 윤수는 바깥에 대고 연신 손을 흔들어줍디다. 뜻이나 알고 흔드는 손인지...사람들이 귀엽다고 같이 웃어주자 엄마 기분도 업! 버스 타고 지나가며 두리안 모양 스태디움도 보고 추석 앞둔 차이나타운 화려한 장식도 구경하고....보타닉가든에 가자 쫌 오래 정차하더군요. 우리는 거기서 내렸습니다.

무계획으로 나선 발걸음이라 어찌하다보니 보타닉가든에 당도하여 멋지고 멋진 정원 구경 잘했지만 다시 간다면 반드시 아침에 가렵니다. 어찌나 덥던지...정원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막 화가 났을겁니다. 보타닉, 동물원 등 야외에 시설된 화장실, 화장실마저도 예술이더군요. 자연친화적이고... 너무 더워서 다들 가보는 난공원은 못갔지만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었습니다. 하긴, 그 더위에 차려입고 나와 촬영하는 신랑신부도 있었던 것을 보면 첫날이라 날씨에 적응이 덜된 우리의 엄살이었는지 모르나...  보타닉가든을 나와 오차드로드의 아무 쇼핑몰이나 에어콘 나오는 건물 좀 제발 나타나라하고 기도하며 걷던 길은 불과 몇분거리인데도 무지 길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들어섰던 곳이 탱린 몰. 그 때는 몰랐는데 바로 우리가 마지막 묵었던 트래이더스 호텔에 연결되어있는 몰이더라구요. 이 몰 4층에는 짐보리가 있어서 그런지 아기들을 위한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유명한 포럼몰도 가보았지만 거기는 너무 비싼 브랜드만 있고 그중 반은 Toys R us 가 차지하고 있어서 별루더라구요. 탱린에는 유기농전문매장도 있어서 좋았구(윤수가 아토피라 가루이유식은 엄두도 못내고 다 유기농재료 사다가 만들어서 먹이는데 애엄마들은 알겠지만 매일 이유식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가끔 병이유식을 애용하는데요, 특히 외출시에는. 평소 엄마표 이유식에 완전하지 못했던 영양소까지 고려해서...거버 유기농이나...HIPP 이라고 독일산 유기농인데 이건 현대에서 무지 비싸요. 근데 탱린몰 유기농매장에서는 거버 유기농과 똑같은 가격! 지하에 가면 슈퍼에 거버를 파는데 그 종류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어요. 유기농만 해도 무척 많은 종류, 3차식도 많구요. 싱가폴에서 먹을 만큼 + 몇병 더 사서 한국에도 가지고 들어왔어요.)

더위에 지친 윤수에게 요플레를 하나 사먹이고 엄마빠도 과일쥬스 하나씩 마시고 오차드로드 유람 시작. 유명한 거리라 기대도 쪼금 했었지만 워낙 더위에 지친 터라 걍 휙휙 돌아보구...낼 부터는 반드시 계획을 잘 세워서 지치지 않게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했죠.

포럼몰에 가서 Toys R us 둘러보니 정말 많은 아기용품들이 있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윤수가 오로지 좋아하는 책들! 특히 윤수는 Ladybird 책들을 좋아하거든요.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고 값도 비싼데 여기는 종류도 무지 많고 값도 싸서 엄마 눈이 요리조리 바빴어요.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정말 싸더라구요. 애들 책 많이 읽으라고 그러는 건가...레고 장난감도 우리 나라에는 블럭 위주로 나와 있는데 돌 전 아기들 것 재미난 게 많았구요. 우리나라 아기 책들은 그림도 좋구 다 좋은데 너무나 정직한 <책>들이잖아요. 그런데 여기 책들은 음악나오는 책, 삑삑 소리나는 비닐 책, 들춰보는 까꿍 책, 딸랑이 달린 동그란 책, 아기 주먹만한 꽃 모양 책...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책들이 있어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예쁘고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책들이 많아 외국 책을 아기에게 사주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글로 된 재미난 책들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게 애타는 바램입니다. (관계자 중에 이 글 읽는 분 안계시나, 쩝.) 

저녁 6시쯤 되어 너무나 지친 나머지 택시를 탈까...여기는 도대체 어디서 택시를 잡는거여...밥은 어디서 먹나, 배도 고푸네...투덜거리고 있는데 웬 이쁘장한 아가씨가 나타나서 저희 부부에게 말을 걸더니 너무너무 오버하며 복권을 긁어보라 하더군요. 힘들고 지쳐서 아무 생각없이 긁었는데 뭐, 퍼그 것이 1등 당첨이라나...일년안에 동남아 어디를 가든 공짜 호텔권이 있다며 호텔 사진을 몇개 보여주고 난리를 뽀개는데....행운이라고 오버+오버하고 매니져 부르고...근데 한국 주소랑 뭐랑 잔뜩 쓰라고 그러고 자기네 쇼핑몰에서 쓸 수 있는 공짜 쿠폰이라며 선전하고....딱 보니 얄팍한 상술입니다. 피곤한 와중에도 일등이고 공짜라는 말에 혹해서 시간을 낭비...

윤수도 이 과정에서 드디어 오늘의 첫 울음을 터뜨리며 징징거리더니 잠들고...우리는 또 애 잠든 틈에 빨리 밥먹자고 아무데나 찾아 들어갔고...밥을 이런 식으로 먹으니 돈이 무척 많이 깨지더군요. 재빨리 조용한 곳에서 해결하려다 보니까...싸고 유명한 집 찾아다니는 재미는 엄두도 못내고...눈에 띄는 조용한 곳은 어찌 약속이나 한듯 다들 비싸던지...재빨리 해결하려다 보니 일단 들어간 곳에서는 걍 먹게 되고...딴 건 몰라도 애 땜시 밥값은 많이 들었답니다. TT

암튼 이차저차 하다보니 들어간 곳은 Reune Thai 라는 태국음식점. 니안시티에 있는 거요. 니안시티가 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특히 명품 상대하는 곳이더군요. 어째 밥값이 비싸더라.
그래도 양이 적고 직원이 자꾸 더 시키라고 귀찮게 해서 그렇지 음식맛은 좋았어요.  팟타이, 사태, 파인애플 볶음밥....그리고 싱하 생맥주!!! 하루종일 더위에 지친 터라 그랬는지 오랜만에 맛보는 싱하맥주여서 그랬는지, 걍 생맥주라서 그랬는지... 너무나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어서 도저히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맛. 정말 황홀했습니다.

식사해결하고 나오니 몰 앞마당에서는 공개방송을 하는지 소녀팬들이 연예인 볼라구 난리고 그 건너편에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로또 복권 살려구 줄을 주욱 서있고...여기가 한국 아닌가???

싱가폴에서 처음으로 몰 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안에 액정 화면도 있구 윤수가 어찌나 좋아하던지...에어콘 시원하고 장난감(택시 등받이에 신용카드 만들라고 걸려있는 거, 대나무 구슬로 된 시트 뒷자락 등...)이 많아서 그런지 윤수는 내내 택시만 타면 너무 좋아해서 데리고 다니기 정말 편했어요.

호텔에 돌아와 일찍 자려니 뭔가 빠진 것 같아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옳지, 싱가폴 맥주가 빠졌구려~ 우리는 진짜 피곤한 두다리를 다시한번 끌고 나와 젤 가까운 곳, 래플즈 병원 편의점에 가서 타이거맥주 6캔을 샀습니다. 프로모션으로 웬 가방도 하나 주더군요. 맥주 마시며 내일은 동물원 오전에 보구 차임스에서 점심 먹고 센토사섬 들어가서 신나게 놀자구 계획을 대충 세워놓구 잠들었습니다. 빠이~

 

 
2 Comments
정이맘 2003.09.27 21:33  
  저두 2년전에 아이들 7,8살짜리 데리고 갔다왔거든요. <br>
우리도 까루프 가서 장 많이 봤었는데....까루프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파는 컵에 담아 봉지끈으로 묶어주는 커피는 달지만 참 맛있었어요. <br>
덕투어도 재미있었구요. 그런데 아이들 데리고 너무 많이 걸어다니니 힘들더라구요.^^ <br>
까루프 마치는 시간쯤에는 그 앞에서 택시 잡기는 하늘에 별따기더라구요. 우리도 한시간이나 기다렸었는데 줄선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고...모두 콜택시만 와서...지친 아이들을 데리고 어떤 사람에게 부탁해서 핸드폰으로 콜 부탁해서 택시타고 온 기억이 생생하군요.
비듬 2003.10.05 00:11  
  어쩜 좋아...ㅋㅋㅋ 우리도 까르푸에서 장보고, 같은 푸드코트에서 밥 먹은 것 같아요... 까르푸 그 때 행사하느라, 무지 사람 많았었는데.... 아~~ 그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