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발리] 6. 우붓, 그래도 이런 길을 하이킹하면 마음이 말랑해진다.
우붓의 대표 액티비티중의 하나인 농로 탐방....
이른바 논길 트레킹 내지는 하이킹이라 불리는, 서정적인 느낌의 타박타박 걷기 액티비티...
사실 이 라이스테라스를 걷는건 서양인들에겐 대단히 특별한 감흥을 줄게 틀림이 없다. 그냥 논바닥도 그들한텐 생경한데 여기에다가 계단식이라는 것까지 붙으면 그 강도가 더 쎄지는듯하다.
그래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우붓의 시그니처 액티비티중의 하나인데, 이게 나이가 좀 있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들이 느끼는만큼의 열광적인 감흥은 솔직히 아닌거 같긴하다. 그리고 아름답고 다양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의 제주 올레길을 이미 수차례 경험해본 여행자라면... 이런 전경의 길은 크게 감흥이 몰아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빛이 주는 진정효과란게 있어서 이 농로길을 걷다보면 좋긴 좋다. 정말 풍경화의 한자락같은 모습도 눈앞에 샤라락 펼쳐지기도 하고 말이지. ^^
추수를 끝낸 논바닥에 오리들이 떼를 지어 와글와글하며 뒤뚱거리며 걸음걸이도 귀엽고해서 파하하 웃음을 터트렸는데, 이럴때면 마치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거 같은 착각도 잠깐 들 정도였다.
물론 땡볕에 걷는건 너무너무 힘든일이어서 한낮의 열을 정수리에 고스란히 받으면서 걷는건 힐링이고 나발이고 안되는거고, 어느 정도 기온이랑 상황을 봐가면서 하는 센스를 가져야할듯...
우붓 시내 거리
우리는 이번에 ‘잘란 라야 우붓’을 중심선으로 놓고 봤을때 북쪽에 있는 몇몇 농로길을 걸었는데, 사실 이길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더 끄적이고 말고 할것도 없고 우리도 우붓에 올때마다 걸어봤지만 그저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 슬쩍 끄적여 본다면...
일단 잘란 라야 우붓길을 타고 짬뿌안 다리 방향(서쪽)으로 걷다보면 진행방향 오른쪽에 위치한 paon 레스토랑과 뿌리 루키산 뮤지엄 사이의 좁은 개구멍에 아주 작은 푯말이 걸려있다.
그 푯말에는 바로 라이스 테라스 가는 길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비교적 짧은 루트였다.
이 좁고 후미진 구멍으로 들어가면 길은 자연스레 이어져서 어느새 푸르른 논이 펼쳐지고 논 사이의 길을 따라 직관력을 발휘해 걷다보면 까장 길, 그러니까 온통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보도블럭이 깔린 그 길로 다다르게 된다. 일단 그 길까지 오게되면 자연스레 잘란 라야 우붓까지 나오는거야 식은죽 먹기~~ 이 코스는 매우 짧은 코스라서 그냥 하이킹길의 에피타이져 버전이라 볼수도 있을듯....
뿌리루키산 박물관 바로 직전에 아주 좁은 골목이 있다. 입구에 라이스 필드 팻말이 걸려 있음
그리고 두번째 코스는 이 개구멍을 지나쳐서 계속 잘란 라야 우붓길을 타고 좀더 전진하다보면 ibha 리조트 전에서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골목이 보이는데 그 쪽으로 들어가서 좀 걷다보면 푸른 농로길이 시작이 된다.
군데 군데 푯말이 있긴한데 사실 길 초입에서는 신경을 좀 쓰면서 방향을 잡아야 될듯싶게 길 모양이 약간 헷갈리게 생겼다. 이건 나 같은 방향감각 상실자에겐 그러했고 대부분은 잘들 찾아가는 걸로 봐서 그다지 난이도가 있는거 같지는 않았다.
이길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오토바이와 이 하이킹길까지도 오토바이를 끌고 들어오는 서양인 여행자들때문에... 한갓지게 길을 걷다가도 마주오고 뒤따라오는 오토바이를 피해 몸을 좁은길 가장자리로 웅크리고 있어야 할때가 종종 있긴했다. 하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무드는 분명히 있었던길이었다. 하여튼 이 논길 위에는 숙소와 식당 그리고 잘 지어놓은 주택등등이 심심찮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일단 까페 pomegrante로 말할거 같으면...
오오~~~ 몇년전에 이 까페를 봤을때는 오픈한지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멋있는 파빌리온 형식의 순백색 천막이 푸르른 논의 전경과 잘 어우러져서 정말이지 무척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 세월동안 비 맞고 먼지 맞고 해서...
그 새하얀 천막이 완전히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다 되었다. 공중에 떠있는 넝마 꼬라지의 모양새이지만... 꼴은 그래도 그 천막 아래서 보는 전경은 괜찮은지라 서양인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다수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지나 좀더 걷다보면 나오는 sari organik 사리 올가닉 레스토랑...
이곳도 나름 유명한 곳인지 길을 걷다보니, 여기 위치를 묻는 웬 서양 아줌마도 만나곤 했다.
예전에 이 산책길을 완주했을때는 도랑을 건너고 논 사이의 길을 헤집고 찾아서 무사히 까장길로 빠져나오기까지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좀 길같지도 않은 길을 헤메면서 걷기도하고, 개울같은 수로 가장자리로 위태위태함을 느끼면서 지나오기도 하고... 그날 따라 비도 적잖이 오고 해서 인적도 없고 길도 잘 안보이고해서 둘이서 의지해가며 어쨌든 빠져나온 길이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는 이 트레킹코스의 끝까지 완주해서 까장길로 빠져나오진 않고, 그냥 사리 올가닉 식당에서 하이킹을 마치고 길을 되돌아 나오게 되었는데 하도 논바닥을 봐서 그런가 그다지 아쉬운 맘을 품지 않은채 후퇴할 수 있었다.
저 빨갛고 까만 화살표가 되어있는 아주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길...
이건 이바리조트 바로 근처에서 시작되는 길인데 이전의 길이 라이스테라스길과는 달리 약간 고지대의 탐방로이다. 이 길 초입에는 꽤나 규모가 있는 사원도 하나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런 골목안에 자리잡고 있는 사원치고는 그 덩치가 제법 컸다.
이길은 오후 시간이 되면 인도네시아 현지청년들이 떼로 놀러오기도 하고 데이트를 하는 현지인 커플들이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논바닥길과는 다르게 길이 명확하고 마치 도로시를 오즈의 마법사에게로 인도하는 ‘옐로브릭로드’처럼 보도블럭이 깔려있어서 걷기도 좋고... 양 옆으로 펼쳐진 수풀과 계곡의 모양이 훨씬 더 마음을 일렁이게한다. 개인적으론 논의 전경보다 이곳에서 보는 전경이 훨씬 더 맘을 움직였는데 이거야 뭐 개인차일듯...
하여튼 높은 지대의 수풀 사이를 걸을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때면 심정적으로 이곳이 폭풍의? 언덕같기도 하고....^^
이 길은 끝까지 걸어나가면 상당한 장거리라고 느껴지는데, 이 길을 걸을때 요왕의 새 슬리퍼가 발가락 사이를 옥죄는 바람에 우리는 한 1킬로정도만 전진하다가 돌아나오게 된다.
이번 여행에선 뭐든 끝까지 하는게 없구먼~ 크킄
어쨌든 이 세번째 하이킹 길은 우붓에서 잘란 비스마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인데...
다음에 또 언제 우붓에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요왕이나 나나 운동화끈을 단단히 쪼여매고 이길의 끝까지 걸어보고 싶기도 하다. ^^ 아니면 나 혼자서라도...
비스마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