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발리] 2.낮선 발리 신공항, 카드불통, 택시호객 속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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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발리] 2.낮선 발리 신공항, 카드불통, 택시호객 속의 우리들~

고구마 9 1629

 

[201511발리]

 

2.낮선 발리 신공항, 카드불통, 택시호객 속의 우리들~

 


나의 비육지탄~

나날이 두꺼워져가는 허벅지를 보고 탄식했다는 유비의 이야기는, 그 이유가 제법 멋있는 스토리이기라도 하지... 내게는 이미 익숙하고 새로울 것도 그닥없는 태국에서의 여행기간이 적잖히 길어지게되면서, 액티비티는 도통 안하고(사실 이젠 투어나 액티비티 대한 흥미자체가 사라졌다 -_-;;) 손쉬운 활동... 즉 먹을 것만 주로 찾아다니다보니 내 허벅지와 배둘레는... 상당히 민망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등짝마저도 살이 붙어서 마치 백립처럼 투실투실해지는듯한데 이건 단순히 기분탓이 아니고,

아흑~ 얼마전 태국에 입국했을때보다 실제로 X킬로가 더 늘어나버린 상태... 피부는 까매지고 살은 찌면 이거 제주도 흑돼지 같은거 아닌가?

낮에는 뇌수를 익힐듯이 내리쪼이는 땡볕을 피해 방에서 에어컨 틀어놓고있으니 자연스레 활동량이 줄고, 또 희안한게 사람이 일로 바쁘고하면 오히려 끼니도 자연스레 패스하고 배도 덜 고픈 법인데, 별일없이 사니까 관심사나 생각이 먹는것에 더 치중이 된다.

하지만 이젠 이런 잉여돋는 생활도 끝이야. 우리는 기대가 뭉게뭉게 돋아나는 아름다운 섬으로 오랜만에 갈거니까~~~ 아하하하~

 

정시에 돈므앙에서 출발한 에어아시아는 대략 4시간의 비행을 마친 후, 우리를 메가시티 방콕에서 적도 근처의 남반구 화산섬 발리로 가뿐하게 떨궈 주었다. 발리는 거친 파도 그리고 서핑으로 유명한 섬이니 당연히 비행기에는 젊은이가 훨씬 많을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비행기에는 서양노인네들의 비중이 상당했는데, 아마도 관절염과 피부건조증 도지는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려는 유럽인의 인파인가? 싶기도 하다.

 

착륙을 앞두고 바라본 발리의 하늘은...아아~ 순전히 기분탓인걸까? 왠지 대기가 좀 뿌연거같기도 했다. 기분탓일꺼야. 기분탓... -_-;;

 

우리는 이번방문에서 달라진 상황에 몇가지 직면하게 되었는데 나쁜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나는 그동안 전혀 몰랐었는데 발리 신공항이 오픈한게 벌써 2년전이란다. 풍문으로 듣자하니 에이펙 정상 회담을 개최하는것에 발맞춰서 도로도 정비하고 공항도 손보고 엄청 공사판을 벌렸다고 하는데... 하긴 3년전에 왔을때는 정말 꾸따고 우붓이고 도로 공사 하느라 다니기가 무척 불편했는데... 그게 다 에이펙 때문이었네...

아무튼 우리집이고 남의집이고 할거없이 일단 집에 손님이 와야 정리정돈 청소가 되는구먼... 나도 집에 손님 오는 날짜 잡히면 그때부터 쌓아놓은 재활용 버리기, 눈에 띄면 곤란한 물건 감추거나 버리기, 냉장고 청소 등등 집안을 뒤집고 정돈하는것처럼 말이다.

 

돈을 내야하는 도착비자 카운터를 한국인인 우리는 자연스레 무사패스하고 이미그레이션 앞에 섰다. 다행히도 입국심사는 상당히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줄이 lte 속도로 줄어들고있다.

이미그레이션 카드도 작성 안해도되고 오직 해야될건 가족당 한장의 세관 신고서뿐이었는데, 내가 알기로 동남아시아의 다른 몇몇나라들도 이 출입국카드작성이 사라진게 꽤 된단말이야.

근데 나름 관광대국인 태국은 언제쯤이면 그 절차를 없앨라나몰라요...

 

제일 먼저 할일은 루피화를 손에 거머쥐는것...

우리는 그동안 태국에서 늘상 쓰던 현금카드를 일말의 의심없이 공항 1층의 atm 기계안에 넣었다. 예금을 인출하기위해 화면에서 시키는데로 숫자를 꼭꼭 눌렀다.

결과는 실패!!!

살짝 후달리면서 비실거리며 옆의 다른기계에도 넣어봤다. 또 실패!!!

전에 발리방문때는 국제현금카드를 가져와서 인출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종류가 다른 현금카드를 가져왔더니 발리에서는 먹통이구만. 자연스레 땀이 난다.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손끝도 좀 떨리는거 같네...

아~ 이런 생경함 돋는 신입생 느낌 너무 좋아~~ 나의 만성저혈압이 자연스레 고혈압으로 되잖아~

 

영 안되면 몇장 꼬불쳐놓은 잔돈푼 달러라도 환전하면 오늘 먹고 잘 생활비정도는 퉁칠거 같고, 늘 그랬듯이 요왕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테지만... 어쨌든 2번의 실패를 경험한 이때의 우리는 좀 당황해져버렸다.

끊임없이 말을 붙이는 택시호객꾼들의 손짓을 헤치고는, 우리는 다른 atm을 찾아내기위해서 공항 3층에도 올라갔는데, 낮선 시설이라 우리가 못찾는건지 아니면 정말 없는건지 하여튼 기계 코빼기도 못보고 다시금 쳐진 어깨를 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200만 루피(약 17만원돈)를 손에 쥐었다.

기계가 돈을 뱉는 타타타타 소리 들으면서 찌르러졌던 우리 얼굴도 같이 타타타타 꽃처럼 활짝 펴진다. 이렇게 받은 현금서비스는 곧바로 인터넷뱅킹으로 선결제를 하면 이자가 붙지 않으니 선결제하는 수고만 감수하면 편리하고 경제적이란 말이지~~

 

돈도 손에 쥐었겠다 이제는 꾸따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건데, 아~ 아까 올라가본 3층이 출국장이었지. 그리고 수많은 택시들이 발리를 떠날 손님을 마구 내려주고 있었잖아.

오~ 그럼 일층에서 타지말고 3층으로 가볼까? 거긴 어떤 상황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3층으로 다시금 올라갔다. 그제서야 공항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발리 공항이 정말 상당히 아름답게 변해있었다. 마치 렛미인의 성형 후 미녀들처럼 말이다. 예전의 그 구질구질했던 행색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는데, 신공항은 발리의 전통적인 건축물양식인 탑을 수직으로 쪼개어서 별려놓은 모양을 재현해놓은데다가 그 크기도 웅장한 편이어서 도착하자마자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이 들게끔 해놨다.

 

사실 그때까지도 화산재 폭발로 인한 상황이 완전히 진정된건 아니어서, 전광판에는 캔슬된 비행기편명이 상당했는데, 여전히 공항 안에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빼곡히 바닥에 앉아있다. 자기나라로 돌아가지 못해서 일터에다가 상황설명해가면 눈치보면 발을 동동 굴렀을 사람들 생각하니 우리 상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처럼 느껴진다.

 

바로 직전에 한번 올라와봤다고 뭐 크게 두리번 거릴것도 없이 시선을 밖으로 향하고 그냥 걸어나오는데, 오모낫~ 이 출국장에도 택시 호객꾼이 있잖아. 우리같은 양반들이 좀 올라오는 모양이구만. 익숙하게 걸으려했지만 결국은 숨길수없는 내 멍한 걸음걸이와 불안한 눈빛과 무거운 배낭은 마치 미끼처럼 호객꾼을 끌어들이나보다.

 

- 헬로헬로~ 어디가요? 꾸따? 꾸따? 노멀 프라이스에요.

= -_-;; (1차 대꾸 안함)

- 헬로 진짜 노멀 프라이스, 노 익스펜시브 어디가요?

= (동공이 흔들리면서...) 가격 괜찮으면 그냥 이 아저씨 따라갈까?

 

사실 이런류의 호객행위치고 제대로 된 가격을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궁금해서 한번 물어나봤다.

꾸따의 비치워크 쇼핑몰까지 얼마냐고요?

십만 루피란다. 내 이럴줄 알았어. 괜히 물어봤구먼.

우리의 등짝을 향해 7만까지 해주겠다는 아저씨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마침 손님 내려주는 택시 속으로 답싹 몸을 집어넣고 비치워크로 향했는데,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7만에 비치워크까지는 꽤 괜찮은 합당한 가격이었다.

우리가 올라탄 택시는 기본 7천루피부터 시작하는 미터기도 제대로 누르고 길도 돌아가지않고 곧장 제대로 가긴갔다. 그런데 잘란 판타이 꾸따(꾸따 해변 도로)까지 오니 뭣 모르는 내눈에도 꽤나 도로정체가 되고있는게 감지가 된다. 택시아저씨가 한숨을 쉬면서 비치워크까지 들어가길 좀 꺼려하는 뉘앙스까지 넉넉하게 풍겨주고 말이지.

뭐...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맘도 안편하고 여기서 내려도 우리의 목표인 뽀삐스2 골목까지는 배낭을 메고서라도 걸어갈만하니까 원하는데로 하차해주기로 했다.

이때 미터는 34,000 루피였는데 우리는 십만루피를 주면서

- 60,000 루피만 주세요.

라고 나름 나긋하게 말했는데, 이 기사 왠지 똥마려운 표정을 짓는다. 이거 안좋은 징조인데...

우울한 상상은 틀리는 법이 없듯이 택시 기사 왈. 잔돈이 없단다. 뒤적거리면서 5만루피 밖에 없으니 그것만 받고 사라지면 안되겠냐고 하는데, 5만 낼거같으면 뭐하러 우리가 여기서 내리냐? 그럼 원래 목적지인 비치워크 쇼핑몰까지 gogo 했더니, 트래픽 쨈이라서 곤란하대요.

 

우리가 5만루피만 받고 꺼져줄 기미가 도통 안보이자 택시기사는 어느 구석을 들쑤셔서 은색동전을 뒤적뒤적거려 손바닥에 올려놓기 시작하는데, 거기 새겨진 숫자 보니까 100, 200이다. 그걸로 어떻게 만몇천에 이르는 잔돈을 맞추겠다고 이런 빈약한 연기력으로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지...

결국 우리는 근처에 보이는 써클 케이 편의점로 가서는, 내가 음료수 몇병 사고 잔돈을 바꾼후 4만루피를 기사에게 건네는걸로 끝을 냈다.

 

 


 초저녁 꽉 막힌 르기안 거리

 

 

 우리가 택시에서 내린 판따이꾸따-르기안 사거리

 


 

아... 드디어 바다를 보게 되네~

빵빵거리며 서행하는 푸른 택시들의 즐비한 행렬과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오토바이, 수년전과는 다르게 훨씬 많아진 편의점들,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나사빠진듯한 표정의 서양 젊은이들, 인도네시아 특유의 향기...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새끼의 반질한 눈알까지...

이 모든 상황이 섞여서 우리는 왠지 방콕보다 더한 카오스로 떨어진거 같은 느낌이 아주 잠깐이나마 들었다.

 

뽀삐스 갱 2에서 우리가 찾아간 숙소는 원래 예약을 걸었놨다가, 공항폐쇄로 인해 취소하고 환불 받을 ‘예정’인 바로 그곳이였다. 헤헤~

뭐 딱이 별다른 준비도 안해왔으니 그냥 그곳에 자연스레 들리는 여행자인척 방문해봐야지~

환불해준게 고마우니까 보은의 의미도 있고 말이야.

골목 중앙에서 좀 들어간곳에 위치한데다가 아직 마무리 공사중인 좀 어수선한 곳이었는데, 예약 에이젼시를 통한 가격은 일박에 21만루피였건만 우리가 직접와서 물어보니 16만이란다.

이건 뭐 기분이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고... -_-;;

이미 해는 저물어가고 얼굴은 물광으로 반질거리는게 아니라 개기름으로 번질거리는 행색이어서 더는 숙소를 찾아다니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다. 짐을 방에 대충 부려놓고는 우리는 해변가의 멋들어진 쇼핑센타와 식당으로 신나게 달려갔다.

 

 뱀부 코너에서 먹은 첫끼

닭고기 튀김밥




 소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 볶음밥


 

 르기안 거리의 밤





9 Comments
PH0yongCafe 2015.11.10 20:17  
뱀부의 테이블보 ㅠ
저거좀 바꾸면 안될까요 ㅋ
칠개월 전하고 똑같어요 ㅠ
삼일에 한번먹었던 저 스테끼 ㅋ
생각나네요..값도 젤샀고...
고구마님
문장쓰시는게 굉장하세요..^^
고구마 2015.11.10 23:12  
저 테이블보로 말할거 같으면 제가 앉은 자리의 그것은 축축하기까지해서... 팔을 대기도 좀 꺼려지더라고요. 테이블보 없는게 더 관리하기도 쉽고 깔끔한건데 장식하느라고 저런건가봐요. ^^
필리핀 2015.11.10 20:56  
오호! 하루에 여행기를 3개씩이나!

느무느무 좋네요~ ^^

그나저나 발리에 신공항이 생겼다니...

얼른 가보고 싶네요... ㅎㅎ
고구마 2015.11.10 23:13  
헤헤. 마나님이랑 같이 행차하셔서 므흣한 시간 보내시길요.
참새하루 2015.11.10 21:04  
발리는 가본적도 없지만
고구마님 여행기를 읽다보니 마치 저도
함께 걷고 있는듯 합니다
중간 중간 에피소드와 의성태어들...  실감 만점에
필력 왕짱이십니다
현지 생중계 여행기인듯 한데
하루에 세편씩이나...
무리하지 마시고
요왕님과 길이 길이 남을  영화  한편 찍고 오세요
고구마 2015.11.10 23:16  
발리는 호주사람들에게는 정말 유명해서 입국자순위 1위를 차지하던데, 이 인도네샤섬이 미국에서는 어느정도의 유명세일까요...^^
하긴 미국은 나라안에 모든게 다 있어서.... 애써 국외로 안나가도 되는게 정말 부러워보였어요.

나중에 연이 닿으시면 꼭 한번 와보세요.
남자분들보다 여성들이 발리를 훨씬 좋아하는거 같은데, 마나님이 좋아하실지도용. ^^
후니니 2015.11.11 18:19  
실시간 여행기로 보니 침이 꼴깍넘어갑니다

11월에 인도네샤 계획을 다 세웠다가

피붙이들의 재롱에 넘어가 거기보다 더 먼

남반부 최대의 땅덩어리로 갑니다

다녀와서 가까운 시간에 꼭 가야겠습니다

5년전 수마트라섬 종단후 족자,우붓,발리는 늘 방문 명단에 올렸건만...

접시 귀퉁이깨진 것 보니 화교식당이 아닌가 싶네요

중국사람들 멀쩡한 접시는 꼭 저렇게 귀퉁이를을 깬다는 데

장사가 잘되는 증표라고 하기도 하고

그 그릇으로 음식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풍습도 있다는 군요

부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고구마 2015.11.12 20:21  
후니니님 호주로 가시는가봐요.
오...정말 좋으시겠어요.
5년전에 수마트라섬을 종단하셨다니...아아~ 저는 정말 도전해볼 생각도 못해본 여행지네요.
인도네시아에서 비교적 여행인프라가 잘 갖춰진 발리도 때론 힘든일이 생기는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후니니님도 계획하신 여행 즐겁게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슬로우트레블 2015.11.22 18:22  
연말에 발리 롬복 갈 예정인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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