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정글, 그 곳이 수마트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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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정글, 그 곳이 수마트라...2

빈&영 0 1480
부낏라왕은 내 어릴적 놀던 산골계곡과 닯았다.
사촌누님이 시집간 전북 진안 죽도계곡. 당시 그 곳은 다리가 놓이지도 않아 강 건너편에서 버스를 내리면 엉덩이까지 오는 50여미터의 강을 걸어서 건너 다시 경운기를 타고 30여분을 들어가야 했던 곳이다.
물론 나중에는 다리가 놓이고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마지막에는 용담댐으로 인해 수몰된 곳이기는 하지만 어린 기억에는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강 옆 자갈 밭에 돗자리와 천막을 치고 가족끼리 놀던 곳이다. 어린 나는 물에서 나올 줄을 모르고 다이빙을 하고, 고기도 잡으며 살이 벗겨지도록 태우곤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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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낏라왕은 그 시절 그 곳과 닮았다.
좁은 강 옆에 고생스럽게 길을 내어 오가게 했으며, 강가에 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만든 천막 아닌 천막에서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아이들은 타이어 튜브를 들고 상류로 올라와 튜빙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홧팅2
 
그 곳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낮에...하지만...
삐끼는 낮과 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상야릇한 장소에 내리게 된 우리.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곳이 부낏라왕의 공식 터미널이다.
하지만 예상하듯 아무것도 없다. 그냥 넓은 공터에 군데군데 현지인들이 모여 잡담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흔한 버스 한대 보이지 않았다.
나름 미니버스, 내가 느끼기에는 현지인버스에서 짐을 내려 메자마자 사람들이 몰린다.
 
삐끼1 : 어디 가? 내가 아는 숙소가자. 싸게 해줄께. 진짜 좋은 곳이야. 하루에 10만루피 어때?
삐끼2 : 강 바로 옆이야. 방에서 바로 다이빙 할 수도 있어. 나하고 가자.
삐끼3 : 정글 트래킹 할거지? 나하고 친한 오랑우탄 있어. 내가 해줄께...^^
 
요따우 말로 우리를 현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21세기를 강타한 중국 쓰촨 대지진을 뚫고 살아 남은, 인도 테러와 필핀 내전도 우습게 이겨낸, 인도 바라나시 그 수많은 삐끼들의 유혹도 이겨낸 강단 있는 부부가 아니던가...!!!   
무거워어부바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나: 예약한 숙소 있고, 거기서 트래킹도 할거야..
요 한마디면 다 끝날 줄 알았다. 그러면 유유히 베짝을 타고 숙소 앞까지 우아하게 타고 갈 요량이었다.
그런데...복병이 있었다...
 
삐끼 4: 아. 정글인. 너희가 예약한 애들이구나. 내가 안내할께...가자.
사실 우리는 이 양반이 정글인에서 나온 직원인줄 알았더랬다. 덕분에 베짝도 1만루피아에 가고 쉽게 숙소로 찾아가는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그 역시 삐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숙소 직원이 아닌 트래킹을 모집하는, 좋게 말하면 상담역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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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쨋든 그 덕분에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정글인까지 꾸역꾸역 잘 찾아가고(1편에서 언급한대로 내 배낭에는 무식하게도 맥주 12캔이 들어있었다. 적어도 5kg의 추가 무게가 내 어깨를 짖누르는 와중에 나는 20여분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정글인까지 가야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미친짓이었다. 인건비도안나오는...ㅜ.ㅜ) 짐을 풀 수 있었다.
 
약간 달건이 필이 충만한 숙소 매니저가 미리 메일로 예약한 우리에게 35만 루피아짜리 정글뷰 룸을 안내하고(이때는 몰랐다. 이 매니저놈이 룸 예약건으로 우리에게 모든 룸을 경험하게 할 줄은...) , 짐을 푸니 상담역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숙소 직원인 줄 알았던 것이다.
 
소근
나: 혹시 정글트래킹도 예약할 수 있어?
매니저: 물론. 저 사람하고 얘기하면 돼!
나: (고개를 돌리며 그때서야) 아~ 너가 트래킹 담당이야?
삐끼4 : 응. 나한테 예약하면 돼! ^^
그랬다. 그는 1인 30유로 이상하는 트래킹을 건지기 위해 그 먼 터미널에서 가장 끝 숙소인 정글인까지 우리를 안내한 것이다.
 
삐끼4:  몇 박 짜리 트래킹 할거야?
나: 걍 하루짜리. 얼마야?
삐끼4 : (트래킹 자료를 펼치며) 35유로. 아침 픽업하고, 점심 포함이고, 튜빙도 하는 가격이야. 싼거야.
 
나: 그런데 나 유로는 없고 달러뿐인데, 달러는 얼마야?
삐끼4 : 어? 달러? (급당황하며) 글쎄... 얼마나 하지? 사실, 환율을 잘 몰라서 말야...(고심하더니)...둘이서 120달러정도면 될까?
나: (역시나...ㅡ.ㅡ) 어이 친구. 유로로 35인데, 달러로 60이면 너무 쎄잖아.
삐끼4 : (계속 당황하며) 환율을 몰라서 그렇다니까... 잠깐만(아까 숙소 매니저에게 SOS를 보낸다)
매니저: 얼마라고? 60달러면 적당하네. 점심도 포함하고, 튜빙까지 하니까 그정도 해야해!
나: 아니. 너무 비싸. 그러면 안할래. 얼마전에 여기서 35불에 했다는 친구도 봤어(사실 보지는 못하고 듣기는 했다^^)
삐끼4, 매니저: (저들끼리 인도네시아말로 속닥속닥) 그러면 둘이서 85불에 하자. 이것도 싸게 한거야.
나: 오케이! 좋았어. 고마워. 그런데, 5불은 뭐니? 그냥 시원하게 80불로 하자. 그럼 당장 지불할께...
삐끼4, 매니저: (다시 저들끼리 인도네시아말로 속닥속닥) 그래. 그러자.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말하면 안돼! 알았지!
나: 오브 코스! 슈어지. 그럼 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고, 점심과 튜빙 포함으로 2인 80불이다!
그렇게 오랑우탄 찾기 정글트래킹, 정글헤매기는 계약이 성사되었다.
첨 가격에서 많이 내려간 가운데 즐거운 마음이 요동을 쳤었다. 이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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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낏라왕 하류쪽에는 식당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강 바로 옆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현지인들의 웃음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낏라왕의 전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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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부낏라왕 튜빙의 진정한 모습이다. 우리 부부 라오스 방비엥에서도 튜빙을 했지만 요렇게 줄줄이 비엔나로 이어서 튜빙하는 것은 첨 보았더랬다. 그런데 요게 은근히 재미있다. 혼자 하는 튜빙보다 안전하고 더 스릴있고, 앞 뒤로 급류를 타며 오르락 내리락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구 맨 앞과 맨 뒤에는 가이드가 타기 때문에 재미있는 급류타기나, 바위에 부딪히거나, 전복되는 일을 막아준다. 때문에 구명조끼가 없어도 충분히 안전하지 않을까...(순전히 내 생각이다. 위험하다 싶으면 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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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부낏라왕의 지도. 오른쪽 중간 밤색 직선 옆이 버스 스테이션이고, 밤색선따라 올라가 p자가 써있는 곳까지만 베짝이 운행한다. 그 위로는 걸어다녀야 하고,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그리고 강을 따라 쭉 늘어선 곳이 숙소와 식당들이다.
 
정글 트래킹은 반나절, 하루, 1박2일, 2박3일, 그 이상으로 나뉜다. 위에 쓴 대로 하루 35유로를 기준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된다. 트래킹 비용이 인도네시아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대부분의 돈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오랑우탄 보호구역으로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실제로 가이드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적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 물가에 비해서는 높은 금액이기에 가이드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는 젊은 친구들의 꿈이기도 하다.
 
반나절 코스는 (아마도) 마지막 숙소인 정글인에서 출발해 1시간여 걸어들어가 오랑우탄 Feeding Center에서 오랑우탄을 보고 다시 정글 언저리를 돌아나오는 코스이다. 가벼운 산책에서 조금 더 땀을 흘리는 수준으로 보면된다. 하지만 하루 이상되는 트래킹은 가이드마다 코스를 잡기 때문에 천차만별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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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인 건너편 정글의 모습. 말그대로 정글을 볼 수 있다. 나무는 기본으로 30미터 이상 자라고, 절벽과 새,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특히 원숭이(TV에서 많이 본, 나는 인도에서 많이 본 원숭이)는 그냥 길 가다 본다. 수시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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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가 정글인 레스토랑겸 라운지...
잠시 정글인 얘기 좀 하자.
정글인 숙소가 유명한 이유는 부낏라왕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즉,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이라는 얘기 되겠다. 하긴 시설이 좋기는 하다. 아주 넓고(쓸데없이 넓은 듯 하다는 느낌이 많다. 허니문 스위트의 경우 방에 10명은 잘 듯 하다) 시설이 깔끔하기는 하다. 하지만 시설 유지는 그닥...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우리는 정글인의 방 3개를 하루마다 옮겨다니며 체험하게 되었다.(우리는 정글뷰 2박, 허니문 스위트 2박을 요청했더랬다. 메일로...) 근데...
 
나: 어이~ 친구.. 와이프가 룸을 내일 바꾸고 싶다네. 원래 정글뷰 2박되었자나. 그걸 스위트 3박으로 바꿀 수 있겠어?
직원 2: (체크인 할 때의 직원은 다른 곳에 갔는지 없었다) 뭔 소리야? 너희들 정글뷰 3박이고 허니문은 마지막날로 되어 있는데?
나: 그게 뭔 소리야. 어제 분명히 정글뷰 2박에 허니문 2박으로 했는데...잘 살펴봐~
직원 2: (낄낄낄 웃으며-얘가 매니저같은데 진짜 웃는 소리가 기분나쁘다. 자기 딴에는 친한 척 웃는거겟지만 왠지 비웃는 듯한 웃음 소리다 ㅡ.ㅡ) 살펴볼 것도 없어. 정글뷰 3박에 허니문 1박이야. 글구 모레는 토요일이라 방 못바꿔... 낄낄낄~
하하
 
순간 열이 뻗치는 것을 감지한 나... 하지만 '참아야 되느니라...넌 여행을 온 것 아니겠느냐... 웃으며 넘어가거라'하는 그 분의 목소리가 귓 속을 울렸다.
나: 그래? 분명히 메일로 예약하고 체크인할 때 강조했는데 그렇게 된 모양이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와이프가 현재 방은 하수냄새가 나서 있기 싫다는데... 바꿀 수 없을까?
매니저(직원에서 매니저로 승격): 모레 토욜은 예약이 꽉차서 아예 안되고, 내일은 허니문 가능하네. 내일 허니문룸, 모레 다른 정글뷰..어떄?
나: 음...그 말은 나보고 매일 방을 옮기라는 소리구나... 귀찮기는 하지만 너희 사정이 그렇다니 그렇게 해야지...하지만...4박 예약 했던 거 하루 뺄께. 3박만 할께. 그래도 되겠지? 왜냐면 너희가 방이 없다고 하니까 말야...흐흐흐
솔직히 이 순간에는 정글뷰가 너무 싫었다. 특히 게이삘나는 저 매니저의 비웃는 듯한(다시 말하지만 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다른 분들에게는 친한 웃음으로 들렸을 수 있다) 웃음을 더 듣고 싶지도 않고, 차라리 메단가서 하루 편히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매니저: (얼굴 표정이 약간 바뀌며) 그래? 그래 그럼. 하지만 메단갈 때 여행자버스는 꼭 나한테 예약해. 다른 곳보다 잘 해 줄께...낄낄낄
나: 그래 생각해 볼께...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정글뷰 방 3개를 매일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방을 매일 바꾸면 귀찮기도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대게 이런 숙소에서는 매일 청소하지 않지만 방을 매일 바꾸면 어쩔 수 없이 매일 청소된 방을 쓰게 되는 거 아니겠는가...
 
방을 설명하면 식당 건너편 1층 바깥 방(아마도 7번방?)은 온수 안되고, 세면기 물 안나오고, 하수냄새가 많이 올라온다. 변기를 좌변기와 양변기 두개를 설치했는데(아직도 궁금하다. 왜 두개를 같이 설치했을까? 사이좋게 둘이 옆에서 얘기하며 큰일 보라고?)  하수구멍이 그대로 오픈되어 있어 냄새가 올라온다. 영은 중국여행 이후로 화장실 홀(Hole)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히 크다.
 
그리고 같은 정글뷰인 7번방 옆 1층방. 크기나 시설은 똑같지만 놀랍게도 온수가 나온다. 글구 세면대도 훌륭하고 화장실(욕실) 손잡이도 있더라. 정글뷰는 침대에 모두 모기장이 설치되어 있어 잘 때 편하게 잘 잔다. 가격은 모두 35만 루피아.
 
그리고 허니문 스위트. 가격은 우리돈으로 만원 차이인데 엄청난 시설 차이를 보인다. (어차피 정글인 갈 꺼면 첨부터 스위트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우선 방 크기가 두 배 정도이고, 나름 리빙룸과 베드룸이 구분되어 있다. 거기에 테라스에 해먹도 있고, 욕실에는 온수도 나오고 자쿠지도 있다. 거기에 작은 계곡과 통하여(정글인 리뷰에 많이 나오는 그 계곡이다)  프라이빗 놀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 모기장은 시늉만한다. 모기장 구실이 아니라 침대 천장에 설치된 캐노피라고 보면된다. 아무리 용을 써 보았지만 절대 모기장 구실을 못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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