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브로모 사기꾼과 사물놀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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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브로모 사기꾼과 사물놀이(5)

subak 2 3425
2012년 1월 12일
이번 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브로모 화산을 향해 떠나는 날이다.
브로모 화산 투어 1박 2일 요금은 350000Rp에 예약을 했다.
요금에 포함된 조건은 족자에서 체모로 라왕까지 미니버스(12인승), Bromo Permai 호텔 숙박, 조식, 발리 덴파사르까지 에어컨 버스 제공이다.
옵션은 호텔에서 페난자칸 전망대와 브로모 화산 입구까지 타고 갈 지프차, 말 등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말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슬슬 걸어서 가도 별로 힘들지는 않더라고요.
 
아침 8시 30분에 소스로위자얀 여행자 거리에 있는 여행사 앞에서 다국적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서양인 3명, 동양인 5명이 하루 종일 운명을 같이할 멤버다.
운전기사는 운전석이 좁게 느껴질 만한 체구에 쪼리 슬리퍼를 신었는데 운전할 때는 슬리퍼를 벋고 맨발로 운전을 했다.
족자를 출발한 미니버스는 장장 4시간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 허름한 음식점 앞에 세웠다. 각자 알아서 점심을 사 먹어야 한다. 족자에서 출발 전에 볼일은 잘 해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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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버스는 좌석 상태와 공간이 넉넉한 편이라서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에어컨이 영 시원치 않아서 이동하는 내내 덥게 느껴졌다.
약 1시간 정도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또 달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3시간 만에 주유소에 정차한다. 기름도 넣고 화장실도 보고 물도 마시고. 일행 중 1명이 맛있게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1시간쯤 뒤에 급하게 운전기사한테 고통을 호소한다. 주유소 화장실 앞에 세워주니 거의 나오기 직전의 표정으로 달려간다. 그렇다. 설사다. 화근은 아마도 아이스크림일 것 같다. 어쨌든 그 사람 덕에 화장실도 보고 담배도 한 대 피고 국민체조로 스트레칭도 했다.
저녁 7시 30분쯤 프로볼링고 현지 여행사 앞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우고 온 차는 여기까지 운행하고 새로운 차로 바꿔 타야 한다.
우선 프로볼링고 현지 여행사 직원이 브로모 화산 일대를 설명한다. 그리고 지프차를 예약하도록 유도한다. 족자에서는 지프차가 1인당 80000Rp라고 했는데 여기오니 90000Rp라고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예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체모로 라왕에 있는 호텔까지 이동시켜줄 미니버스가 왔다. 8시쯤 출발해서 10분쯤 가니 슈퍼 앞에 차를 세우면서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한다.
뭔가 느낌이 조금씩 온다. 그리고 태사랑에서 읽은 여행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그 느끼한 기사가 이 기사인가 보다. 조심해야지. 8명이 물건을 다 살 때까지 큰 물병 하나 들고 실실 웃으면서 기다리다가 마지막 사람이 계산을 마치니 본인 물 값은 계산하지 않고 운전석으로 돌아온다. 물론 내가 보지 못했을 때 돈을 지불했을 수도 있다.
이번엔 5분쯤 가더니 마누라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태우면서 내일이 휴일이라서 가족 여행을 하기로 했단다.
이 기사의 문제는 운전하는 내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2학년쯤 보이는 아들이 옆에 있는데도, 손님이 8명이 타고 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첫 번째 손님을 체모로 라왕 초입에 있는 호텔에 내려 주고, 두 번째 손님을 Yoshis 호텔에 내려준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도 내리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가 브로모 호텔이냐고 물었더니 브로모 호텔보다 더 좋은 호텔이라고 하면서 무조건 내리란다. 얼떨결에 내린 우리는 도무지 여기가 어디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연 듯 태사랑에서 읽은 여행기가 생각난다.
 
나 : 여기가 브로모 호텔이냐?
기사 : 브로모 보다 더 좋은 호텔이다.
나 : 우리는 브로모 호텔을 예약했으니 그 호텔로 데려다 줘라.
기사 : 브로모 호텔은 예약이 풀이다.
나 : (핸드폰 꺼내서 전화하는 척 하면서) 시벌. 도그 자슥. 바우쳐 꺼내서 보여주면서 브로모 호텔로 데려다 줘라.
내 친구 : (역시 핸드폰 꺼내면서) 스발, 족자 여행사하고 기사하고 디졌어! 족자에 있는 여행사에 전화 걸어 상냥하게 이야기 한다. 사장님이 계세요? 퇴근하셨는데요. 네에, 브로모에 잘 도착했다고 전해주세요.
나 : 무조건 브로모 호텔 아니면 여기서 차 못 가게 두러 누울 거라고 협박.
기사 : 그래도 않 된다. 너희는 여기 호텔에서 자야 한다.
나 : (한국말로)욕의 강도를 높여 삿대질 까지 하면서 한글과 영어를 섞어서 고래 고래 소리 지른다.
기사 :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 여행사로 전화한다.
나 : (담배 한 대 피면서 기사를 향해 말한다.) 브로모 호텔에 가서 예약이 풀인지 확인하고 풀이면 내가 여기서 자마. 하지만 풀이 아니면 너하고 여행사하고 다 디졌어! 가 보자 브로모 호텔로!
기사 : 그럼 타.
약 10분 동안 깜깜한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사기를 당할 뻔한 상황이었다.
사기꾼 기사는 우리를 브로모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는 쏜살같이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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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운터에 바우쳐를 보여주고 룸을 배정 받고는 호텔방 예약 상황을 물어 보았다. 비수기에다 우기라서 룸이 천지로 남아돈다고 한다. 사기꾼 같은 기사 강아지!
아마도 지 마누라와 아들과 함께 내가 사용할 좋은 호텔은 지네가 쓰고 아래 동네에 있는 후진 호텔에 우리를 밀어 넣으려는 생각이었나 보다.
역시 태사랑에 있는 여행기를 탐독하고 간게 엄청 도움이 되는 장면이었다.
밤10시. 무려 13시간 30분 만에 호텔방에 도착했다. 배낭을 방에 두고 호텔에 있는 식당에 가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를 한 그릇 먹으니 속이 풀린다. 이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은 거다.
브로모 호텔방은 난방 시설은 없는 대신 상태가 양호한 침대와 두툼한 이불이 있으며, 양변기가 있고, 전기온수기를 사용하여 따뜻한 물을 실컷 사용할 수 있었다. 브로모 화산 바로 턱 밑에 있는 브로모 호텔은 고도가 높아서 바람도 불고 가랑비도 오고해서 추웠다. 씻고 자야하는데 얼굴만 고양이 세수하고, 빈땅 맥주 한잔 얼렁 마시고 침대 이불속으로 입장한다.
 
2012년 1월 13일
새벽 3시 30분에 알람이 울린다. 간단하게 세면을 마치고 옷을 단단히 입고 랜턴을 들고 호텔 앞으로 나갔다. 4시 10분쯤 어둠속에서 사람이 한 명 나타나더니 바우쳐를 보여 달란다. 바우쳐를 주니 잠깐 기다리면 지프차가 온다면서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뒤 지프차가 왔다. 앞좌석에는 운전기사 포함해서 3명이타고, 뒷좌석은 2명씩 서로 마주보고 4명이 탄다. 모두 7명이 정원인 지프차다.
지프차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더니 모두 내리란다. 여기부터는 위험해서 지프차가 갈 수 없어 걸어가야 한단다. 말잡이 아저씨들이 말 타고 올라가라고 하면서 집요하게 따라 붙는다. 무시하고 천천히 걸어가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려 페난자칸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깜깜한 밤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랜턴(소형)이 필요하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멋진 일출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도네시아식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시면서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하지만, 점점 안개가 더 많이 밀려오고 있다.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해는커녕 안개에 안개비까지 온다. 사람들이 슬슬 하산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친구와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에 중학생쯤 보이는 여학생이 “아저씨 여기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이해해 주실 수 있죠?”라고 묻는다. 허걱. 얼떨결에 좋다고 대답하면서 너 어디 학교에 다니냐고 물으니, 경기도에 있는 하바나 여행학교에 다니는데 지금 9개월째 해외여행을 하고 있노라고 답한다. 10개월 동안 2000만원의 여비로 세계 각국을 다니는 대안학교란다. 엄청 부럽다. 나도 로또만 되면 세계여행 다닐 수 있는데...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나기도 했지만, 각국을 다니면서 쌓은 내공이 묻어나는 사물놀이 공연이었다.
브로모 일출을 보려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일출은 못보고 사물놀이를 보았다.
너희들 대단하다. 지금처럼 훌륭하게 커서 나라의 큰 동량이 되길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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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못 보고 지프차를 다시 타고 브로모 화산을 향해 이동했다.
역시 여기도 안개 천지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내 여행운인가 보다.
브로모 화산쪽은 안개가 더 심해서 옆 사람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브로모 화산까지 올라가서 안개만 찍어 왔다. 다음에는 건기에 와서 멋진 일출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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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 이 여행기는 제 주관대로 작성되어 객관성이 결여된 부분이 있으며, 경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 정중히 양해 바랍니다.
2 Comments
티나터너 2012.03.16 02:09  
시리즈  완결판이네요~~재밌게  잘  봤습니다..근데  호텔하고  랜터카를  이용하셔서  돈이  꽤  들었을것 같은데 겟하우스와 버스 이용하면  싸게 다닐수  있겠져??^^브로모 화산이  별로라고 하는분도  있는데 안개땜시  잘은  안보였겠지만 느낌이  어떠셨나요???추천할만한  곳인가요??
아퍼로만 2013.07.28 12:17  
2013년7월28일 현재 발리짱구에 있읍니다 며칠전 보로모 화산을 보고왔읍니다
날씨도 좋았고요 그런데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관한 정보가 미약 한가봐요
외국인은 거의가 일출 전후에 화산이  터지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나는 일출을 찍어려고
준비하고 있어고요 결론은 일출 정말 별거 아니네요 다시보러 가지마요 나무에 간섭을 많이 받네요 잘모르겠지만 계절에 따라 해뜨는 방향이 바뀌는지 모르겠읍니다 암튼 동양인일부는 일출, 서양인은 화산 첫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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