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27. 롬복 Lombok -> 자카르타 Jakarta. 다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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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ast. 27. 롬복 Lombok -> 자카르타 Jakarta. 다시 일상으로

명랑쾌활 0 2588
원래대로라면 최소한 숨바와 Sumbawa 섬(롬복에서 다시 동쪽에 있다)까지는 갈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기간이 다 됐다.
(발리 우붓에서 열흘 있었던 것이 컸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비행기다.
왔던 여정을 돌이켜 보면 생각하고 자시고가 없다.

롬복의 주도 마따람 Mataram에 있는 롬복 공항 바깥 지역.
공항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박한 곳이다.

대합실 역시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 마냥 소박하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비롯하여 몇 대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손님이 가득했을 때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
멀쩡히 앉아 있다가 인니 아줌마가 궁뎅이 슬쩍 들이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리에서 밀려나는 독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줌마는 만국 공통인가...?

수상비행기도 보인다.
저런 거 하나 사서 금발 비키니... 아, 좁구나.

밤톨만한 크기 답게 일반 유조차가 와서 기름을 넣는다.

무려 두 시간 연착.
운이 좋은 건지 지금껏 연착 겪어 본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경험해 봤다.
일단 연착 표시 뜨고 나면 얼마나 연착될 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분 별로였다.

왔다. 그 흔한 차량 따위도 없다.
비행기도 지나다니고 하는 아스팔트 위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무슨 전쟁 피난민 같다.

참 소박한 롬복 공항.

불타오르는 듯한 환상적인 석양을 배경으로 멀리 란자니 산이 보인다.
꼭 다시 오라는 듯, 멋진 광경으로 배웅해 주었다.

족자-프로볼링고 11시간 - 자와항구 7시간 - 발리항구 2시간 - 덴파사르 3시간 - 길리마눅 1.5시간 - 롬복 3시간 - 마따람 1시간 = 총 28시간 반.
대기시간 다 빼고 순수 이동 시간만 28시간 반 걸린 거리를 딱 두 시간 만에 왔다.
(그나마 자카르타-족자 거리는 뺐다. 이거 기차로 치면 11시간 추가다)
참 좋은 세상이다.
물론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겠지만.
르바란 명절 때 귀경하는 현지인들 중에는 가는데만 7~8일 걸려서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롬복까지도 2~3일 걸린다고 한다.
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다.

자카르타의 숨이 턱턱 막히는 후덥지근한 매연 섞인 공기를 마시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새삼 든다.
택시를 타니 피곤이 밀려온다.
세 군데 내야할 고속도로 통행료를 미리 주고 잠을 청했다.

자카르타 내의 장거리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각각 구간별로 회사가 다른 민자 고속도로다.
그래서 구간이 바뀌는 곳마다 요금소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승객에게 요구한다.
그게 귀찮기도 하고, 총 금액을 알기 때문에 한꺼번에 준 거다.

잠들었다 문득 깨보니 이게 왠걸, 일반도로로 달리고 있다.
이런 개%^$$%%*&#, 미리 준 고속도로 요금 삥땅치겠다는 수작이다.
이미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가기엔 무의미한 곳까지 왔다.
미터기에 찍힌 요금을 보니 고속도로로 왔다면 벌써 도착했을 요금이다.
이 개떡같은 놈이 내게 자카르타에 왔으니 정신 다시 똑바로 차리라고 확실히 교육을 시켜준다.

그렇다. 난 이런 자카르타에 돌아왔다.
항상 주의하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의식해야 하는, 일상이 이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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