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25.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숙소나 노는 곳 등 이것 저것
아주 비싸거나 저렴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 같은 롬복에도 중저가는 있다.
과연 50만 루피아를 중저가라 볼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중저가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냥 가서 달라면 그 가격에 주는 것은 아니고, 롬복 유일의 한국식당 예전을 통해 구할 수 있는 프로모시 가격이다.
원래는 20만 루피아 이상 짜리 방에는 묵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하루 묵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잘한 결정이었다.
발리 꾸따에서 걸린 배탈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여서 몸이 무겁고 배도 싸르르 했는데,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있었더니 대번에 나았다!
그러고 보니 따듯한 욕조에 몸 담가 본 게 얼마만이던가.
인니는 열대지방 답게 저렴한 곳을 택한다면 더운 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애초에 온수 시스템 없이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인니인들도 찬물로 샤워하는 것은 꺼린다.
인니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보면, 인니의 문화 중 하나가 만디 (Mandi 물을 끼얹어 몸을 씻다)라고 하며, 인니인들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세 번 이상 씻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그리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
땡볕에 오른 지열이 급격히 떨어지는 -그래봤자 열대야지만- 저녁 7시 이후가 되면 찬물로 씻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데워서 씻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씻기 위해 물을 데우는데 기름이나 가스를 쓴다는 건 어려운 형편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대충 닦거나 그냥 잔다. -_-;
물론 잘 산다고 할 수 없는 계층의 경우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계층이 인니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인니의 빈부격차는 거의 계급사회 수준이며 부의 편중이 심하다.)
그런걸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싶다.
내 생각에는 한국이 차라리 인니보다 더 잘 씻는다고 생각한다.
으달달 추워도 씻고 싶다고 억지로라도 씻으니까.
아, 자고 일어나서 만디를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꼭 하는 모양이다.
일어났는데 세수만 하는 것은 아직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덜 된 것으로 간주할 정도의 인식은 있다.
그리고, 어딜 가던 간단히 물을 끼얹어 씻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걸 보면 만디 문화 있다고 볼 수는 있겠다.
요는 차가워도 씻어야 할 때는 꾹 참고 씻는 편인 한국과 더운 나라라 씻기는 자주 씻지만 조금만 추워도 씻기 싫어하는 인니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라 하겠다.
한국식당 사장님께서 허니문 풀빌라 사진 촬영하는데 꼽사리로 붙어 가서 찍은 사진들.
신혼여행지로 새롭게 뜨고 있는 롬복에서 신혼여행객들을 겨냥해서 구색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난 이런 곳을 보면, 신혼여행 딱 도착한 신혼부부 중 남편이 아내를 번쩍 들어 침대에 던졌더니 아내가 몸을 꼬며 신음 소리를 내길레, 섹시하게 유혹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돌침대라서 아파서 그런 거였더라... 하는 얘기가 생각날까? -ㅂ-
그래서 혹시 몰라 침대를 확인해 봤는데 물침대 아니었다.
안심하고 던지고 용감히 몸을 날려 덥쳐도 좋다.
그래봤자 신부가 엉겁결에 무릎 세우고 몸 웅크리면 (인간 본능이다) 엿되는 거지만. ㅋㅋ
풀빌라라는게 그렇듯 (그런가?), 방에 딸린 작은 풀장을 벽으로 둘러쳐 있어서 완벽하게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그런 구조가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은 엄마에게 물어보도록. (내가 그랬다고는 하지 말고)
꽃으로 덮힌 욕조.
그런다고 꽃같이 예뻐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쳇~
샤워장 안에서 풀장 쪽으로 찍은 사진.
신혼부부를 타겟으로 삼은 풀빌라 답게 유리로 된 샤워장부터 욕조, 침대, 그 너머로 풀장까지가 창문만 다 열어 둔다면 다 보인다.
반대편에서 풀장을 등지고 찍은 사진.
저 안쪽의 유리로 된 샤워장까지 다 보인다.
왜 이런 구조인지 당최 모르겠는 사람에게는, 아기는 황새나 팰리컨이 물어 오는 것이 아니라고만 해두겠다.
그렇잖아도 이런 구조를 십분 활용하여 천인공노할 닭살놀이를 벌일 신혼부부들을 생각하면 염장이 부글거린다.
내가 묵었던 방에는 없었던 액체모기향.
돈의 위력을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비행기와 숙박업소라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쳇, 그깟 액체 모기향 얼마나 한다고...
그러나 난 준비된 배낭여행자 답게 피우는 모기향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부럽지 않았다.
산토사 리조트의 조식을 제공하는 식당
흡족했던 부페 음식들.
육류를 사랑하는 사람답게 풀쪼가리 따위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나의 선택.
쏘세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인니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한국 입맛에 비춰 봤을 때, 쏘세지가 그럭저럭이라는 얘기는 상당히 괜찮은 축이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쏘세지가 형편없다.
그에 비해 과일은 덜익은 것들이라 별로였다.
설마 매일 이딴걸 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조트 수영장.
수영장에서 바다가 보인다.
앞에 멀쩡한 바다 놔두고 뭔 짓인가 싶겠지만, 롬복도 겉보기로는 파도가 잔잔해 보이지만 물 밑에서는 끌어 당기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바다 수영은 그다지 맞지 않다.
바닷가로 통하는 후문.
투숙객이 아닌 현지인은 입장할 수 없는 룰이 있기 때문에 통로가 저렇게 트여 있어도 현지인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외국인은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단, 투숙객이 마사지 받겠다고 부르면 들어올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 지나치며 불러주지 않을까 은근히 눈을 맞추려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담 너머에서의 호객마저도 못하게 하나 보다.
낮지만 빈부의 격차를 극명하게 가르는 경계선이라 할 수 있겠다.
담이 낮아 건너편이 훤히 보이니 오히려 더 골이 깊게 느껴졌다.
솔직히 그렇게 통제하기 때문에 쾌적하긴 한데, 원주민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데 외지인은 마음대로 다녀도 된다는 모순된 상황에 마음 한 구석이 찔리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계급을 인정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하에서는 분명히 계급이 존재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일시하고 맹신하는 인간들은 생각 좀 해 볼 문제다.
(좌익이니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는 소리 주워섬기는 인간들이 보통 그렇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통제해줘서 좋다. ㅎ;;
누차 얘기하지만 인니인들 호객은 상대 안가리고 일단 찔러나 보자는 식이기 때문에 무지 지친다.
담 너머 비치발리볼 코트에서 게임에 한창인 현지인 청년들.
한켠에서는 다른 팀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한국의 동네 농구장 같은 풍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 수준이 제법 높았다.
그나저나 평일 낮에 저러고 놀아도 되는 건가?
매일 저러고 있던데.
혹시 리조트 쪽에서 소정의 댓가라도 받나?
승기기 쁘라마 여행사 건너편에 있는 리나 Lina 호텔 겸 레스토랑.
(좌측의 빨간 간판이 쁘라마 여행사, 그 길 건너편의 하얀 간판이 리나)
산토사 리조트에서 묵었던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여기에 묵었다.
참고로 좌측 사진 잘린 부분께에 오토바이 렌탈업소가 있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방 사정이 널널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방들은 더 저렴하겠지만, 산토사 리조트에서 하룻밤에 간땡이가 불어 버렸다.
(1박 1인 23만 루피아, 2인 25만 루피아)
나보다 먼저부터 묵고 있었던 서양인들은 바다가 보이는 이 좋은 방을 두고, 다들 안쪽의 보다 좁아 보이는 방에 묵고 있었다.
서양인들은 확실히, 합리적이어야 할 때는 분명하게 합리적인 것 같다.
깔끔하고 넓고 에어컨도 있다.
방 안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침대에 모로 누워서 밖을 봐도 바다가 보인다.
저 울타리가 없었다면 더 잘 보였을테지만... 그럼 아마도 호객꾼들이 몰려들었을 것이다. ㄷㄷㄷ
새벽 동 틀 무렵의 숙소 앞 바다.
승기기가 롬복 서쪽 해변에 있기 때문에 해돋이는 볼 수 없다.
대신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
숙소에서 겸하고 있는 식당.
이게 있어서 그런지 조식 제공을 하지 않는다. (사먹으란 소리다.)
경치도 좋고, 탁 트여서 분위기도 좋지만... 해변 바로 옆 쪽 자리에서 한 번 식사 해본 사람은 대부분 다시 앉기를 꺼리게 된다.
엄청난 호객 러쉬에 짜증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이 곳도 역시 울타리 안쪽으로는 들어올 수 없지만, 울타리 밖에서 호객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래서 지나가는 행상마다 다 한 번 씩 호객을 하는데, 심하다 싶을 정도다.
바다 보고 있는데 그 시선 앞을 알짱알짱 지나가며 눈을 마주쳐 호객을 하는 건 그나마 예의있는 거다.
귀찮아서 고개 푹 수그리고 꾸역꾸역 식사하고 있는데 부르기까지 한다.
어떤 개떡같은 그지 색히는 일부러 시선 안마주치고 식사만 하고 있으려니, 그 바로 앞의 울타리에 척하니 팔꿈치를 얹어 기대고는 담배를!! 피우며 눈 마주치기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_-;
식사 하는데 담배연기 풀풀 풍길때는 진짜 죽통 한 방 날리고 싶었다.
눈이 똘망똘망 착해보이지 않능가?
음흉맞던 행상인 중 하나였을 뿐이다.
식사하고 있는데 일본사람이냐 한국사람이냐 물어보며 접근하더니, 한국말이 배우고 싶댄다.
기특한 마음에 간단한 몇 마디 가르쳐주었는데, 그건 그냥 호객의 수법 중에 하나였다.
기껏 열심히 가르쳐줬는데 다음날 다시 오더니 한 마디도 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방에서 목걸이 공예품을 꺼내 파는 것이었다. -_-;;
속풀이가 될까 싶어 먹어본 미 아얌 (Mie 면, Ayam 닭. 닭고기 면).
한국처럼 푹 곤 것이 아니기 땜시 닝닝했다. 비추
볶음밥은 그냥 그럭저럭.
같이 나온 닭튀김은 껍질이 바삭바삭 잘 튀겨져 정말 맛있었다. (인니에서 먹어본 중에 최고)
이 닭튀김에 얽힌 얘기 한 토막.
그 일반 닭튀김이 너무너무 맛있길레 먹을까 했는데 메뉴에는 없었고, 무슨무슨 버터 소스 닭튀김만 있었다.
그래서 약간 건들건들 건방져 보이는 아저씨(써빙이라기 보다는 지배인으로 보였다)를 불렀다.
" 낮에 먹었던 스페샬 볶음밥에 같이 나왔던 닭 튀김이 정말 맛있었는데 메뉴에 없다."
" 그건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튀긴 거다. 거기에 버터 소스를 곁들어 요리하는 이 닭튀김이 더 맛있다."
" 그래도 난 그게 참 맛있었다. 가능하냐?"
" 가능하다."
" 좋다. 그런데 이 버터 소스 닭튀김도 먹어보고 싶다. 혹시 귀찮지 않다면, 반은 버터 뭐시기 발라서 하고 반은 그냥으로 줄 수 있겠냐?"
" 귀찮다."
두둥!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결국 그냥 전부 일반 닭튀김으로 달라고 해서 먹었다.
그나마 너무 냉각되어서 따르니 살얼음 지던 맥주가 분노를 식혀 주었다.
원래 이런 컨셉이 아니라, 냉장고 구석에 짱 박혀 있던거 나온거다.
다른 에피소드.
저 건방진 지배인 녀석, 나중에 낮에 볶음밥 시켜 먹고 있는데,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붙인다.
" 맛있냐?"
" 맛있다."
" 우리 가게 음식은 싸고 맛있다." (어째 고마워하라는 말투다. -_-;)
" 그런거 같다."
" 그런데 왜 볶음밥만 먹냐. 다른 것도 맛있다." (볶음밥이 가장 싸다. 즉 더 비싼 거 좀 시켜먹으라는 소리다.)
" 난 인니 음식 중에 볶음밥이 제일 맛있다. 여기까지 여행오는 동안 들른 곳마다 다 먹어봤다."
" 그러냐."
그러고는 뭔가 고깝다는 표정으로 다른 데로 간다. -_-;;
또 다른 에피소드.
체크인 하면서 오토바이 렌탈을 물어봤다.
반응 작살이다. 언제 빌릴 거냐, 말만 하면 바로 갖다 준다... 눈이 반짝 거린다.
문제는 그때부터 내 얼굴만 봤다 하면 종업원마다 오토바이 언제 빌릴 거냐고 묻는다.
그러다 드디어 빌리던 날, 아줌마 종업원에게 오늘 빌릴테니 이따가 30분 쯤 뒤에 갖다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나갈 채비하느라 샤워하고 있는데, 문을 계속 두드려댄다.
왜 벌써 왔냐, 샤워 중이니 이따 오라고 하니, 지금 업자가 오토바이를 가져왔으니 빨리 나와야 한댄다. -_-;
일단 샤워하던거는 마저 끝내고 나가 봤더니, 왜 바로 안나와서 기다리게 했냐는 눈치다. 허걱...
그래서 일단 대여 수속을 마치고 다시 들어가서 나갈 채비를 해야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느냐 하면, 커미션 때문이다.
일단 먼저 소개해주는 사람이 장땡인지라, 내가 뭐라하던 말던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봐, 냉큼 가서 대려온 거였다. -_-;;
(대여하는 가게는 숙소에서 30초도 안걸릴 거리에 있었다.)
호텔 리나. 가격 대비 시설은 괜찮은데, 서비스는 정말 별로다.
종업원들 접객 태도만 신경 끊으면, 묵을만 하다.
수건 갖다 달라는데 안주는 것도 아니고, 일단 기본적인 건 하니까.
싸구려 호텔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게 잘못된거다. ㅋㅋ
다음에 또 간다면 또 여기에 묵을 것 같다.
숙소로 찾아 온 또께 Tokek.
찌짝 Cicak 보다 더 큰 종류로, 찌짝보다 더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라 이렇게 직접 보는건 제법 드문 경우다.
찌짝은 그냥 유익한 동물이라면, 또께는 길한 동물로 취급된다.
또께~또께~ 소리를 낸다고 해서 또께인데, 밤에 그 소리가 들리면 그걸로 간단한 점을 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꽃잎 따면서 그가 나를 사랑한다, 안한다 사랑점 치는 것처럼 소리에 맞춰 한다, 안한다를 생각하다가 멈추는 것으로 점을 친다.
모기 같은 거 잡아먹고, 전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줍은 녀석이니, 혹여 섬세한 공주분들이 이 녀석을 보게 되면 꺅꺅 소리를 지르거나 죽이네 살리네 광분하지 말고, 부디 적당히 좇아 보내길 권한다.
참고로 이 녀석에게 해꼬지를 하면 큰 불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한국식당에서 마셨던 롬복 브럼 Brem(인니 막걸리. 막걸리와 맛이 비슷.)
란자니 Ranjani 산에 사는 고산족들이 만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술이라고 한다.
제법 각별한 별미가 있는데다 다음날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 않으니 한 번 쯤 마셔보길 권한다.
파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사장님께서 특별히 내어 주신 거라...
롬복 유일의 한국식당은 한국이나 인니 여타지역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음식이 맛이 없다면 그걸로 뭐라 할 지언정, 비싸다고 타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비싼 데에는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정 배알이 뒤틀리면 안가면 그만이다.
안가서 안팔아 주는게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어필이다.
한국인이 얼마나 그악스럽던가.
손님 수가 뻔하기 때문에, 근처에 동종 가게 내는 것은 손님 빼았아서 망하게 하겠다는 거나 다름 없는 짓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하는게 한국인의 독한 정서다.
그곳이 재료 값에 비해 이윤이 터무니 없이 많은 거라면 벌써 한국식당 생겨도 몇 군데는 생겼을 것이다.
비싸서 싫으면 안 가면 그만 아닌가?
그저 선택권이 넓어졌을 뿐, 피해준 것도 없는데 왜 욕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가게 들어와서 자리 잡고 앉았다가 메뉴판 펴보고는 음식 비싸다고 도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면 서로 뻘쭘할텐데, 남탓(비싼 탓)이라고 화를 냄으로 자기 체면 세우려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그런 손님들이 종종 있어서 아예 가게 앞에 메뉴판을 설치해 두셨다고 한다.
그 외딴 곳에 한국식당이 있다는게 고마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사장님은 선량하신 분이라, 굳이 손님이 아니더라도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덕택에 롬복에 있는 동안에는 마음이 안정되고 든든했다. :)
한국식당 (2층에 있다) 에서 내려다 본 거리.
요근처가 승기기에서 그나마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한국식당 사장님 덕분에 알게된 숨은 명소, 까페 알베르토 Alberto.
사장이 이탈리아인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피자가 끝내준다는 거다! +_+
정통 방식으로 화덕에서 구워 나오는 피자는, 옛날 유럽 여행 때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 맛 그대로였다.
(옛날 유럽 배낭여행 때 진짜 이태리 피자 직접 먹어본 1人의 추천!!)
여기 피자 먹으면 어디가서 정통 이태리 피자 먹었다고 자랑해도 된다.
기름기 없이 담백한 도우는 적당히 구워져 바삭바삭하다.
보통 피자 가장자리는 안먹고 남기는 사람도 여기 피자는 그럴 수 없을 거다.
고소하고 바삭한 것이 프랑스 바게뜨와 비슷한 맛이다.
(한국의 일반 빵집에서 파는 바게뜨는 모양만 바게뜨다. 진짜 프랑스 바게뜨는 끝내주게 맛있다.)
한켠의 비치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앞을 보면 검게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모래사장에 놓인 테이블에는 각국에서 온 가족, 혹은 연인들이 앉아 잔잔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바글바글한 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사진기가 후져서 별은 찍을 수 없었지만, 하여간 저 하늘에 별들이 바글바글했다.)
이때 봤던 은하수는 이번 여행 최고의 경험 중 하나다.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옆으로는 아락 한 잔.
천국이 따로 없다.
아락 칵테일.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공업용 기름 냄새 같은 뒷맛이 남는 특이하고 화끈한 술이다.
다음 날 그렇게까지 머리가 아프진 않은 것 보면 안좋은 건 안들었나 보다.
(하긴, 술 자체가 그리 좋은건 아니지만... ^^;)
승기기 밤거리.
다른 관광지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낙후되진 않았다.
대충 있을건 다 있다.
승기기 거리에 있는 사설 머니체인저.
어지간한 국가가 다 있는데 한국은 없다.
한국이 제법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자랑스러워 할지언정 우쭐대진 말자.
아직 갈 길이 멀다.
승기기에서 가장 큰 클럽 겸 가라오케라는 리안 승기기 클럽 Lian Senggigi Club.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승기기 근처에만 10여 곳 이상의 가라오케(단란주점 비슷한 시스템)가 있다.
다들 현지인 대상 업소라고 한다.
하긴, 롬복이라는 관광지의 특성 상, 여기까지 와서 가라오케를 찾는 외국인이 있을까 모르겠다.
소규모 가라오케.
간판도 없다.
현지인 대상 클럽인 Cafe69.
클럽(디스코 텍)은 외국인 상대 업소도 있다.
이 근처에서 침 좀 뱉는 젊은 애들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들어가 봤는데, 인니어 못한다면 호기심에라도 들어 갈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니, 인니어를 할 수 있더라도 어지간하면 가지 말길 권한다.
들어가는 순간 나한테 집중되던 그 번들번들한 시선... ㄷㄷㄷ
마치, ' 뭐야, 저 외국인 새끼는? 똥오줌 못가리는 모양이네?' 같은 분위기였다.
자욱한 드라이아이스 연기 속에서 테크노 음악에 맞춰 요상하게 촌스러우면서도 등신스럽게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술 보다는 약에 취한 거 같아 보였다.
버진 피나콜라다 칵테일 한 잔 시켜 들고 적당히 한 구석에 앉아 조용히 구경했다.
내가 인니어를 할 줄 아는 것으로 보이니, 적대적인 기색이 약간 덜해진 느낌이다.
적당히 구경하다 태연한 척 밖으로 나가는데, 속으로는 후덜덜했다.
내 오버일 수도 있겠지만, 별 탈 없이 나온게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가 요상했다.
칵테일은 그럭저럭 마실 만은 했지만, 역시나 다음 날 머리가 뽀개질듯 아팠다.
(숙취와 느낌이 다르다.)
가짜 술 안파는 데 찾는게 더 어려운 인니인데, 저런 곳에서 진짜를 팔 리가 없다.
오토바이 드라이브 중 목격했던 요상한 장면.
일가족으로 보이는 인니인들이 바닷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놀고 있는데...
그중 딸로 보이는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빨개벗고 놀고 있었다. -_-;;;
그러나 그 가족 주변이나 내가 있던 곳 근처에서 바다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걸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비정상인건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이것 참, 정말 알면 알 수록 모르겠는 나라다.
* 승기기도 저렴한 여행 가능합니다.
발리보다는 좀 그악스런 편이지만, 그래도 본토에 비하면 순박한 편입니다.
발리와 롬복의 차이는 종교일 뿐인데 (발리는 힌두교, 롬복은 대다수가 이슬람교), 발리보다 본토에서 더 먼 곳에 있고, 아직도 발리보다 훨씬 덜 개발된 롬복이 약간이지만 더 그악스러운 걸 보면, 아마도 그런 품성이 종교와 연관이 있는 모양이네요.
어쨌든 한국 정서에 허용범위 안이니까, 괜찮은 여행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볼 만 한 건 자연 뿐이라, 차분한 여행에 적당합니다.
** 한국식당 <예전> 사장님 전화번호 : 037-069-3059
블로그 주소 : http://blog.daum.net/lomboktour/
친절하고 좋은 분이시니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만, 배낭여행자 수준의 저렴한 분야는, 사장님께서 하시는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그냥 시간이 되시면 순수한 친절로 도움 주시는 겁니다.
그런 곳의 시세를 묻는다면 아는 한도에서는 알려주시겠지만, 예약을 부탁 드리는 건 폐가 되는 일이겠죠.
어차피 싸구려(?) 숙소는 예약도 안되요. ^^;
당연하다는 듯이 부탁하는 행동은 삼가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