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24.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스나루 Senaru. 왕복 7시간의 이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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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ast. 24.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 스나루 Senaru. 왕복 7시간의 이지라이…

명랑쾌활 1 2312
첫 라이딩에 잔뜩 고무된 나는 좀 더 먼 코스를 달려 보기로 했다.
드라이빙 자체가 좋다고는 해도, 목표 정도는 정해 줘야 달릴 맛이 난다.
롬복 섬 12시 지역에 있는 스나루 Senaru의 폭포를 목적지로 정했다.
편도로 서너시간, 길에 익숙한 현지인들도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달릴 길이 더 많아져서 좋다는 생각으로, 걱정된다는 현지인들의 시선을 떨치고 길을 나섰다.

속어로 패트롤 Petrol 이라 불리는 휘발유 구멍가게(?).
페트병에 기름 넣어서 팔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는 페트병이 아니라 앱솔루트 보드카 병에 넣어서 판다.
(왜 하필 앱솔루트 보드카인지는 모르겠다. -_-;)
한 병 당 1리터가 들어 있으며, 병 당 4천~6천 루피아 정도 한다.
그런고로 당연히 만땅은 없다.

가기 전에 일단 기름부터 꽉꽉 채운다.
달리다가도 기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어지간하면 아무데나 기름 넣는데 보이는 대로 넣는 것이 좋다.
길을 달리다 보면 저런 구멍가게가 여기저기 있는데, 대부분 초등학교 다닐 정도의 여자애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편견일 수도 있기에 그냥 의문으로 남겨둔다.)
사진 속의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도 아줌마가 아니라 여자애였다.

전편에 올렸던 해변도로 구간 사진은 생략한다.
전날은 몽키 포레스트 쪽으로 꺾어졌었는데, 이번에는 직진이다.
해변을 따라 달리던 도로도 딱 그곳을 기점으로 약간 내륙 쪽으로 길이 나있었다.

간만에 보이는 바다가 반갑다.

간간히 보이는 마을 머스짓 Mesjid (이슬람 회당)이 발리의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롬복 섬은 80% 정도가 무슬림, 15% 남짓의 발리 힌두교도, 그외 종교도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슬람 강성지역인 남쪽 꾸따 Kuta (롬복에도 꾸다가 있다)를 제외하고는 종교 간의 대립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아니, 꾸따 지역도 사실 종교 대립은 없다.
무슬림이 아니면 출입 조차도 삼가해야 정도로 배척하는 지역이라 타 종교인들이 아예 들어갈 엄두도 내지 않으니까.

문득 황량한 사막 같은 지형이 펼쳐져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런 길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달려줘야 그림 나올 거 같다.

그렇다면 저 차량은 카라반 정도일까?

참 시원시원한 크기의 축구장.
한낮이라 사람이 없을 뿐, 오후 늦무렵 선선해 질 즈음이면 어디선가 애들이 뿅뿅 나타나 축구를 한다.
일단 울타리부터 둘러치고, 어디어디 끝발 좋은 축구동호회 아니면 허락 받고 축구 한 번 하기도 송구스러운 한국과는 달리, 롬복 여기저기에 보이는 축구장들은 넉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의 모습

정신없이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폭포를 지나쳐 버렸다.
덕분에 란자니 Ranjani 산 진입로를 구경하게 되었다.
1박~3박 짜리 등반 코스가 있을 정도로 크고 높은 산이다.

다시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주욱 내려간다.
이런 경사길이 꽤 길게 직선으로 주욱 뻗어 있다.
개들도 우측통행을 준수하는 질서있는 마을이다.

이렇게 폭포 입구 주차장 표지판이 보인다.

주차장이래 봐야 별거 없다.
그냥 공터랑 후져보이는 가게 몇 개가 다다.
그래도 주차료 2천 루피아는 꼬박꼬박 받아간다. ㅋㅋ

주차하고 폭포 쪽으로 가는데, 가이드 해준다며 사람들이 따라 붙는다.
그깟 폭포 하나 보러 가는데 뭔 가이드?
물어봤더니, 폭포가 총 3개인데 가장 하류의 폭포는 가기 쉽지만, 나머지 상류의 폭포 두 개는 찾아가기 어렵고, 그 두 폭포가 훨씬 경관이 좋댄다.
상류 = 위쪽 = 등산해야 한다 -> 당연히 갈 생각이 없다.
맨 밑 폭포 하나만 볼 거라고 거절했다.

폭포 가는 길 입구.
입장료로 5천 루피아를 받는다.
지금껏 만난 매표소 직원 중에 가장 친절하고 밝은 미소를 가진 직원이었다.
단순히 인상이 그리 생겨서 그럴까?
아니다. 진심과 사심은 분명히 구분된다.
' 멀리서 왔구나? 여기 온걸 환영해. 여긴 좋은 곳이야. 좋은 구경 되길 바래.' 라는 마음이 분명히 느껴졌다.

아, 구눙 까위의 악몽이...
하류 = 내려간다 = 나중에 다시 올라와야 한다 -> 엿됐다.
한 계단을 내려간다는 것은 다시 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하며 길을 따라 내려갔다.
5분 정도를 내려가자 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다지 깊게 울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큰 낙차였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특이한 것은 개천 위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인데, 용소가 없었다.
아무리 수량이 적다해도 오랜 시간 물이 떨어졌으면 형성되었을 법도 한데...

보다시피 그냥 개천이다.

발목 조금 위까지 오는 개천은 맑고 시원했다.
인니에서 이렇게 깨끗한 개천은 처음 봤다. (대부분 탁하거나 흙탕물이다.)

특이한 구조 덕분에 걸어서 폭포 바로 밑까지 갈 수 있었고, 손으로 받아 볼 수도 있었다.

골짜기가 깊은 편이지만, 해가 거의 머리 꼭대기에 뜨는 적도의 나라라서, 폭포에 직접 볕이 들었다.
가만히 한 켠에 앉아 무지개를 물끄러미 보며 피우는 담배 한 대가 삼삼하다.

곁다리로 쏟아지는 밤톨만한 폭포들.
폭포 위 쪽의 광경도 궁금하다.

사람 발길이 단 한 번도 닿지 않았을 듯한 절벽과 밀림도 보인다.
(밀림... 국민학교 때 별명이 밀림이었던 녀석이 문득 떠오른다. 왜 밀림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는 하지 말자. 후후...)

이 지역 주민임이 분명해 보이는 애송이 연인들이 조근조근 데이트질을 하고 있다.
도시로 돈 벌러 가겠다는 철 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그냥 이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모쪼록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게 될 것 같아 보이는 공중화장실.

롬복에서 꽤 유명한 관광 포인트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무지 한산했다.
고적하니 좋아서 적당한 곳에 편히 앉아 물끄러미 구경하는데, 20여 분 정도 지났을까, 웨스턴 관광객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서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원래 한산한 곳이 아니라, 운 좋게도 마침 잠시 한산했을 때 와서 고적함을 누렸나 보다.
툭툭 털고 일어나 폭포를 떠났다.
이제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갈 시간이다. -_-;;

후훗~ 너네 올라 올 때 쯤이면 난 다 올라가서 쉬고 있겠지.
역시 매도 먼저 맞아야 맛이고, 주사도 먼저 맞는게 좋은 거다.

허덕허덕 계단을 오르다, 마침 다른 폭포 쪽 길로 빠지는 가이드와 웨스턴 관광객 일행을 봤다.
수풀 사이로 조그맣게 나 있는 소롯길이었다.
길 입구에 표지판 조차도 없는 것은 가이드 생계를 위해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하는 건 내가 너무 비뚤게 생각하는 걸까?

쓰레기 절대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던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수로.
산자락 길을 따라 길게 주욱 이어져 형성된 마을의 생활용수 (어쩌면 식수까지도)로 사용되는 중요한 물이다.

산을 파들어가기까지 해서 형성되었다.
이거 공사할 때 깨나 고생했을 것 같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게 궁금해서 들여다 봤는데,

마침 작은 불빛이 스윽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식겁해서 들여다 보는 건 관뒀다.
(사진에 보이는 굴 안쪽의 하얀 점)
아마도 반딧불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피터 파커는 거미한테 물려서 거미줄이라도 풍풍 쏴댔는데, 반딧불에게 물리면 궁둥이에 자체 발광이라도 하게 되는 걸까?
그딴 것 가지고는 지구를 지킬 수가 없다.
기껏 특수능력이라고 자랑질 했다가는 아무데나 궁둥이 까고 다니는 변태로나 찍히겠지.

주차장까지 가까스로 올라오니 미칠듯이 힘들다.
오토바이 주차한 곳 옆에 있던 노점에서 스프라이트 하나 사먹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폽미 Pop Mie (인니에서 가장 유명한 컵라면)도 사서 간단히 요기했다.
한국 입맛에도 잘 맞는다.

뚱한 표정이 무지 귀여웠던 노점상네 아기.
저 토실토실한 뺨 꼬집어 주고 싶은 거 참느라 힘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페트롤에 들려 기름을 채웠다.
인니말 하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수줍어하면서도 연신 자기들끼리 웃어대던 여자애들.
사진 찍어도 되냐니까 머뭇머뭇 그러라면서, 그 흔한 포즈도 못잡고 어정쩡 서 있는 모습이 순박해 보인다.

이런 아이들 중 적지 않은 비율의 아이들이 15살도 안되어서 시집 보내진다고 한다.
조혼 풍습 때문에 그러는데, 인니 정부에서는 불법이라 규정하고 근절하려 노력하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인니는 3월부터 9월까지가 건기다.
굳이 다리를 만든 것 보면, 우기가 되면 이 곳은 강이 되는 모양이다.

나도 나중에 범선이나 사서 타고 다녀야겠다.
역시 범선은 남자의 로망이다.
그리고 금발 비키니들을 가득 태운다면 로망의 완성이다. -ㅂ-

내 스쿠터에 해딩이라도 할 의도였는지, 정확한 타이밍으로 길을 건너 나를 식겁하게 만들었던 닭.
돌아서서 사진 찍으려 보니 다시 길을 건너고 있다.
이 녀석 상습범인가 보다.

소도 다닌다. 아하하...

해질 무렵 바닷가 옆 자연산 잔디구장. (요즘 한국에서는 자연산이 대세라며?)
아이들이 축구하는 한 켠에 소나 말이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롭고, 평화롭고, 평화롭다.

전날 낮에 지나쳤던 석양 보기 좋아 보이는 포인트에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다들 해 지는 풍경을 기다리고 있나 보다.
원래는 여기서 석양을 볼까했는데, 좀 번잡하기도 하고, 너무 주목 받는 것 같아 불편해서 (외국인은 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렌트 차량이 아니라 오토바이 타고 뚤레뚤레 혼자 온 거다.) 그냥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자리를 떳다.

승기기 시내 거의 다 와서 있었던 군옥수수 노점.
개당 3만 루피아로 여행 중 가장 양심적인 가격을 불렀다.
이번에는 버터에 매운 소스를 곁들인 걸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_+b

뒤편으로 줄에 매이지도 않은 소들이 여기저기 어슬렁어슬렁 다니면서 풀을 뜯고 있다.
지천이 풀이었는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먹는거 보면 좋아하는 풀이 따로 있나 보다.
편식이라면 나도 소싯적에 일가견 있었는데, 풀은 뜯어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 스쿠터는 대략 4리터 정도의 휘발유가 들어갑니다.
즉, 게이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두 병 정도 넣어주면 됩니다.
대게 영어도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지만, 말을 아예 안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저 손가락으로 기름병을 가리키고 손가락을 꼽아 보이면 됩니다.
가격도 손가락으로 꼽아서 보여주면, 천 단위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대략 한화로 리터 당 4~6백원 대.
인니 기름값이 싸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비싼 거죠. ㅎㅎ

** 오토바이로 롬복 일주도 제법 재미있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새벽부터 출발해서 죙일 달리면 하루에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런건 의미 없을테고, 2박 3일 정도로 잡으면 느긋하니 좋다고 현지인이 그러더군요.
특히 롬복섬 동쪽 방면은 아직 개발이 덜 되어서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지역은 헬멧 쓰고 얌전히 다니면 검문하거나 하지 않으므로 굳이 면허증이 없어도 되지만, 주도인 마따람은 단속이 제법 많으니 주의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남쪽 꾸따 지역은 이슬람 강성 지역인데, 외국인은 들어서기만 해도 해꼬지 당한다며 가지 말라고 여러 현지인들이 신신당부 하더군요.

*** 아, 중요한 사실 하나.
인니는 제네바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라서 국제면허증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발리는 특구라서 인정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워낙 많은 웨스턴들이 오토바이로 활보하고 다니는 것 보면 인정되는 거 같기도 하고... - 원칙적으로 인니에서 국제면허증은 무면허나 다름 없습니다.
하긴, 면허증이 있다 하더라도 어차피 잡혔다 하면 돈 5만~10만 루피아 정도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뜯기게 된다고 합니다. ㅎㅎ;
그나마 국제면허증이라도 있으면 좀 덜 뜯기는 거고, 아예 쯩이 없으면 옴팡 바가지 쓰게 됩니다.
로까 하우스의 구스티가 그러는데 무면허로 타다 걸려서 300 달러 뜯긴 외국인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자기네 나라에 국제면허증 통용 안된다는 사실 모르는 경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당당하게 국제면허증 내밀면, 일단 자기도 모르겠지만 쯩이니까 맞나보다 하는 거죠. ㅋㅋ
1 Comments
서툰새빛 2011.06.12 14:18  
ㅋㅋㅋ 재밌게 잘읽고 있습니다 반딧불이한테 물리면 그렇게 되는 거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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