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16. 발리 Bali 우붓 Ubud. 고아 가자 Goa Gajah, 구눙 까위 Gunung Kawi, 띠르타 움뿔 Tirta Umpul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인니
여행기

Go East. 16. 발리 Bali 우붓 Ubud. 고아 가자 Goa Gajah, 구눙 까위 Gunung Kawi, 띠르타 …

명랑쾌활 0 2640
구스띠 Gusti 에게 오토바이를 빌렸다.

오늘은 드라이브도 할겸 주변의 유명한 사원들을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에서 고아 가자 Goa Gajah (Goa는 사원, Gajah는 코끼리라는 뜻) 가 괜찮다고 하여 일단 거기를 가기로 하고, 나머지 두 군데는 구스띠와 집주인 아줌마의 추천을 받았다.

야자 나무만 아니라면 한국 여느 시골의 풍경과 같다.

고아 가자 앞에 도착하자 마자 들러붙은 행상이 내민 물건.
소뼈로 만든 조각이라고 한다.
짐이 많아 살 수 없다고 하니까, 한 장 사진 찍어다 다른 한국 사람에게 소개해 달랜다.
나중에 한국 사람이 사러 오면 싸게 해주겠다나. (당연히 믿거나 말거나다 ㅋㅋ)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기념품 가게들을 지나치지 않으면 입구로 갈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난 자와보다 발리가 좋다.

입구의 매표소.
가운데 두 아줌마는 짧은 하의를 입고 와서 허리에 두를 싸룽 Sarung을 빌려 둘렀다.
그런데 대여용 치고는 무늬가 예쁘다.
역시 예술의 섬 발리답다.

내려가는 길에 이런 샛길이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화장실이다.
뭘 보게 될지 두려워서 확인하러 가보진 않았다.

사원 내라고 해도 역시나 주전부리 파는 행상은 있다.

뭔가 행운을 주거나 하는 물일듯 싶다.

바위를 깎아 들어가 만든 동굴 안에 신들이 모셔져 있다.

동굴 내부 벽은 이렇게 수도 없이 정으로 쳐서 깎아낸 흔적이 남아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내부는 T자형의 구조다.
그 정면에 하나 양쪽 끝에 하나씩 신이 모셔져 있다.
흔히 생각하듯 동굴이 시원하지 않고, 향 연기로 부옇고 답답했다.

사원 뒷편으로 돌아가보니 논이 있다.
한국은 땅만 있으면 건물을 지으려고 하고, 발리는 땅이 있으면 논을 만드나 보다.

그 한편으로는 조각물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있다.

그 상점 사이에 조그마한 샛길이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길레 올라가 봤다.

그 윗쪽에는 현대식 가옥을 짓고 있었다.
관광지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주거 목적의 건물이다.

다시 내려와 기념품 상점길을 따라 내려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무려 장글! (Jangle)이랜다.
하긴, 인생은 장글이다, 장글.
가볼까 하다가 왠지 정글보다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관뒀다.

오른 쪽 길로 내려오니 이런 정원 비스무리 한 곳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사원이 나온다.

사원을 나서니 들어갈 때는 못봤던 아자씨 한 분이 입구 근처를 돌아 다닌다.
저 아자씨 몸에 걸쳐 있는 것은 가방 끈이 아니라 뱜이다. ㅎㄷㄷ
사진 찍는거 들키면 돈 달라고 뱜 들이댈까봐 무서워서 뒤에서 몰래 소심하게 찍었다.
아자씨가 좀 쾌활하게 웃으면서 다니면 사람들이 모일지도 모르겠는데, 뱜보다 더 살벌한 표정으로 다녀서 아무도 근처에 가지 않았다.
음... 컨셉인가?

두 번째 목적지인 구눙 까위 Gunung Kawi (Gunung은 산, Kawi는 산 이름인데 뭔 뜻인지는 모르겠음)로 다시 오토바이를 달렸다.
한국 말로는 까위산 사원 정도 되나 보다.
두어 번 정도 길을 물어가며 갔는데, 다들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사원이 있다는 길로 들어 서려고 하는데, 누군가 제지하면서 오토바이는 길 입구의 이 주차장에 세워두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물론 돈 받는다.;;

오토바이는 세워두고 걸어 내려간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오토바이 잘도 타고 다닌다.
그래도 호객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오토바이 세워둘 공간도 넉넉하다.
나처럼 오토바이로 직접 오는 사람이 그다지 없는데도 통제하는 이유는 뭘까?
뭐 알듯도 하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문이 사원으로 가는 길 입구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이 입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져 계속 이어진다.
아마도 마을이 있나보다.

두둥! 끝없는 내리막의 향연을 보는 순간 뇌리를 때리는 생각, 엿!됐!다!
뜨악해서 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부른다.

사원에 들어가려면 허리띠를 해야 한댄다.
그런데 아줌마가 당최 불친절하다.
이거 이름이 뭐냐, 왜 매는 거냐 물어보는데, 별 대답도 없이 기부함을 툭툭 친다.
잔말 말고 돈이나 내라는 소리겠지. 쳇~
얼굴도 참 못되게 생겼다.
기부금 내는데도 고맙다는 소리를 어찌그리 퉁명스럽게 하는지 흉내도 못내겠다.
아줌마 모시는 신이 참 흡족해 하겠수.

가는 길 내내 참 신기한 경치의 연속이라 좋았다.
내리막길만 아니라면... -_-;

개 한 마리가 수줍게 숨어서 자고 있다.
정말 은밀하게 숨어있어서 어지간하면 발견 못할 것 같아 보인다.

드디어 사원 입구가 보인다.
양쪽의 큰 바위 사이로 길이 나있다.
없는 길 뚫어서 만든 거야 아니겠지만, 이렇게 다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 놀라운 조각탑!
커다란 바위 한 면을 파서 만들었다.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사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골짜기를 찍는데 마침 홀랑 벗고 목욕하는 사람이 포착됬다.
일단 잽싸게 한 컷 찍었다. ㅋ
그러고서 눈이 마주쳤는데,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젓는다.
사진 찍은 거 들켰으면 곱게 죽이진 않았을 것 같은 눈초리였다. ㅎㄷㄷ

골짜기 넘어 본 사원에 해당하는 지역.
바위를 깎아 들어간 방 같은 것이 보인다.
뭐가 나올지 몰라 들어가 보진 않았다.
...겁 많다고 해도 할 말 없다.
하지만 공포영화 보면 이런데 촐싹 촐싹 들어갔다가 뭐에 물리고 좀비나 괴물 되어서 민폐 끼치더라. -ㅂ-

사원 전경

한 켠으로 TV와 벽시계가 참신하다.
그렇다. 이 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운영되고 그 안에서 생활도 하는 진짜 사원인 것이다.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다고 쓰여있는 어떤 입구.
그러면 더 들어가보고 싶어지지만... 한국인 망신을 시킬수야 없다.
쓰미마셍 하면서 들어가 볼까?

아까 봤던 조각탑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조각탑들.

그 한 쪽 구석으로 저렇게 물이 나오고 있었는데, 성수라며 절대 손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조각탑 옆에 야자를 깎아 조각품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
슬금슬금 가봤는데, 한창 조각하고 있던 저 청년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저 공방 겸 상점 뒷편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요 계단을 내려가면 아까 홀랑 벗고 목욕하던 곳이 나온다.
이쪽에서 보니, 절대 보이지도, 알 수도 없게 생긴 구조다.

멀찍이 기념품이나 음료 따위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오른 쪽에 파란 싸룽을 입고 있는 사람 근처가 사원 입구다.
즉, 저 가게는 사원 안에 있으며, 물건도 팔고 사람도 산다는 얘기다.

내려온 길을 올라갈 생각을 하니 불현듯 인생에 대해 대오각성 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 인생이란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거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간다는 것.
어둠이 있어야 빛을 인식하는 법이고, 흐린 날이 있어야 맑은 날이 싱그러운 거다.
만 명의 가난한 사람이 있어야 한 명의 부자가 있는 거고, 결국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남들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야하게 입고 다니면서 자기 다리나 가슴골 쳐다보는 남자 짐승 보듯 경멸하는 여자가, " 남을 위해 입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자기만족이다." 라고 강변한다.
그 여자, 하루 동안 지나쳤던 삼백 마흔 여섯명의 남자들 모두가 자신을 정말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면 기분 참 삼삼하겠다.
봐 주지도 않는 미니 스커트와 가슴 패인 상의만큼 공허한 존재도 없다.
뭔 소리냐면... 그냥 엿됐다는 소리다. -ㅂ-;
길을 오르는데 문득, 군대에서 고참이 총기 분해 가르치면서 했던 명언이 떠오른다.
결합은 분해의 역순이다!

느무느무 힘들어서 도로 입구까지 다 올라와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마침 점심 먹을 때도 됐다.
볶음밥 3만7천 루피아, 달달한 냉차 만2천 루피아.
다른 데에 비해서 세 배가 넘는 가격이지만, 경치나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비싼 편은 아니다.
바람도 솔솔, 빽빽히 펼쳐진 밀림 사이로 계단식으로 펼쳐진 논들이 보인다.
한국 같으면 이런 곳에서 식사와 음료가 6천원이 가당키나 한 얘긴가.
개미가 많다는 것이 좀 흠이다.

마지막 목적지인 띠르따 음뿔 Tirta Empul (Tirta은 물, Empul은 흔들리다, 물결치다라는 뜻)로 향했다.
로까 하우스 주인 아줌마가 꼭꼭 가보라고 적극 추천한, 일명 물의 사원이라는 유명한 곳이다.
구눙 까위 사원에서부터는 꽤 먼 거리에 있었다.

유명한 사원답게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많다.
오토바이도 2천 루피아의 주차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다.
입구에서는 역시 허리에 묶는 천이나 싸룽을 대여하는 곳이 있었는데, 친절하고 기부금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사원 입구에서 반기는 석상.
물의 사원이니까 물의 신 정도 되나보다.
어딘가 인터넷에서 이게 비슈누라고도 했다.

여기도 사원 내부인데도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념품 가게 앞의 요 연못도 범상한 곳은 아니었다.

진정한 물반 고기반 퍼포먼스를 보여준 부비부비 잉어 일동.

한국의 여행지 소개 프로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곳이다.
로까 하우스 아줌마가 왜 수영복 챙겨가라고 했는지 뒤늦게 이해되었다.
아줌마가 그러길, 여기서 저 물로 몸을 적시면 복이 온다고 한다.
특히, 솔로는 금방 커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의 어떤 투숙객도 여기 몸 담그러 와서 여자친구 만났다고 하는데... 쳇, 난 외롭지 않다.
벌써 몸에 사리가 10개, 좀 있으면 우화등선하실 몸이다.
(근데 왜 후회의 쓰나미가... -_-;;)

목욕탕(?) 한 켠에 닫힌 곳에서는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는 주민이 보인다.

이 계단 위쪽에 보이는 현대식 건물에는 높으신 분이 사는 모양인지, 못 들어가게 통제되고 있었다.
왕이라도 사는가 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니, 저런 실생활의 풍경도 보인다.
역시 이곳도 실제로 사림이 살고 운영되는 곳이었다.

한켠에 이런 사다리가 보인다.
도저히 안보고 넘어갈 수가 없다.

별거 없었다. -_-;
그냥 공양물 담는 그릇 버리는 곳이었다.

저 멀리 왕(?)이 사는 건물이 보인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는데, 여기는 일반인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구역이랜다.

그 구역 밖에서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저 멀리 앉아 계신 분이 여기 관리하는 성직자 비슷한 사람인 모양인데, 들어가면 안된다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 친절함이 고맙기도 했다.
건드리면 무슨 신성모독이라도 되는 양 지롤하고, 그 지롤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기 신앙심이 깊다는 척도라도 되는 양 길길이 날뛰는 모종교인들이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신은 홀로 완벽한 존재, 미천한 인간 따위가 보호해야 유지되는 불완전한 신성 따위라면 대단할 것도 없다.

이 연못은 신기하게도 바닥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이른바 용천수였다.

성스러운 연못이니 동전 던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하긴, 종교적으로 가장 신성한 곳에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을 던지는 행위 만큼 삿된 것도 없겠다.
비유는 좀 요상하지만, 여친 생일 선물로 돈 주면 퍽이나 좋아하겠다. (음... 좋아할 수도... -_-;)

헌금만큼 상찬 받는 행위도 없다는 것이 요즘 세태다.
허나, 그 분은 헌신과 흠숭에 기뻐했을 뿐, 돈을 바랬던 적이 없던 분이었다.
또 다른 분은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라고 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로.
그 시절 바리새인들이 어땠을까를 2천년 후인 지금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은행도 만들겠단다.

뜬금없이 스님 한 분이 보인다.
동남아 소승불교 쪽인듯 한데, 힌두교와는 밀접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원과는 달리, 중국 관광객들이 무척 많았다.

사원 한 켠에 위치한 큰 건물.
아마도 큰 종교행사가 있을 때 쓰이는 모양이다.

사원 뒷편으로 돌아가니 이런 후줄그레한 건물이 보인다.
탈의실 겸 샤워장이다.
옛적에 지어진 사원보다 훨씬 허름하고 볼품 없는 건물이 옛 발리 왕국의 영화가 속절없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원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길레 올라가본다.
손바닥 만한 논 옆으로 난 길에 뜬금없이 빤스 두 장이 곱게 잘 펴져 사이좋게 널려있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보아하니 흰 것은 여자꺼, 푸른 것은 남자꺼 같은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의문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거 손 대면 위에서 그물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응?)

뒷산에 오르니 논과 마을이 펼쳐졌다.
즉, 이리로 오면 입장료 안내고 들어올 수 있단 소리다.

뒷산 중심이라고 할 만한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사원.
뿌라 Pura는 사원, 쁘굴링안 Pegulingan은 (데굴데굴) 구르다의 명사형, 데사 Desa는 마을, 촌락, 아닷 Adat은 풍습, 관습, 그리고 바상암부 Basangambu는 마을 이름이다.
바상암부 마을의 전통 행사 등을 하는 마을 사원인 모양이다.

사원 담벼락에 거위들이 데굴데굴(?).

사원 안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탑이 하나 있었다.
보로부두르 꼭대기 부분과 닮았다.

돌아오는 길에 왠 강당 같은 곳에서 애들이 수업을 받고 있길레 가만히 보고 있었다.
좀 있다 쉬는 시간인지 애들이 우루루 이쪽으로 오더니 사진을 찍어 달랜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주고 가려는데, 돈을 달랜다. 0_0;;
당혹스러움을 웃음으로 감추고 고개를 저으며 갈 길 가는데 뒷편에서 계속 돈 달라고 소리친다.
나중에는 울먹울먹 처량한 목소리까지 흉내 내며 달라고 하는데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건물 밖으로 나오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아마도 고아원인 모양이다.

다시 들어왔던 사원 입구로 가는데 출구 표시가 떡하니 있다.
안속는다.

길 끝 편에 이어진 지옥의 기념품 가게 코스 입구가 빼꼼히 보인다.
인니에서 출구 표시는 곧 기념품 가게 표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열대지방답게 쏟아졌다 하면 와장창 쏟아진다.
할 수 없이 근처 도로변 가게로 들어 갔다.

비를 피했던 가게.

가게 생긴 이래 외국인은 처음 왔나 보다.
먼저 비를 피하고 있던 할머니 한 분, 어디 시내라도 가는지 전통복장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 두 명이 신기한듯 쳐다본다.
거기다 인니어까지 하니 더 신기해 보이는 모양이다. ㅋㅋ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며, 주인 아줌마에게 이것저것 묻는데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아마도 발리어만 할 줄 알고, 인니어는 잘 못하는 모양이다.

오토바이 혼자 비 쫄쫄 맞고 있다.

어느정도 빗발이 약해지자, 비를 피하던 할머니도 공물 쟁반을 머리에 이고 가고, 아가씨 둘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완전히 그치려면 어느정도 걸릴듯 하여, 나도 그냥 따라 나섰다.
차 한 잔 가격은 3천 루피아. 인니에서 이 가격에 차 마셔보긴 처음이다.

한 5분 정도 달리니, 비 한 방울 안왔는지 마른 길로 접어 들었다.
숙소에 들어와 30여 분 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구름이 쫓아온 모양이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쉬는데, 체온이 보통 때보다 높다.
하긴 젖은 채로 오토바이를 달렸으니 체열이 얼마나 날아갔을까.
따듯한 물로 샤워만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싼 숙소는 당연히 핫샤워가 안된다.
그렇게 감기에 걸려, 롬복에 갈 때까지 내내 고생해야 했다.


* 순수한 제 의견입니다만, 고아 가자는 별롭니다.
우붓에서 가장 가깝기는 한데, 그다지 특색이나 볼거리가 없습니다.
구눙 까위는 풍광은 멋지긴 한데, 상업적인 때가 탄 듯하여 약간 기분이 상하는 곳이었습니다.
풍광만 생각한다면 가볼 만한 곳입니다.
특히,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차나 식사 정도는 하시길 적극 권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띠르따 음뿔은 꼭 한 번 가보세요.
관광지로서의 사원이면서 동시에, 실제로 발리인들이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살아있는 사원의 그 독특한 분위기를 보시면, 제가 발리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그 '발리에서 종교는 곧 생활이다' 라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각 사원의 입장료는 만5천 루피아로 같습니다.
싸룽이나 허리끈을 빌려야 하는데, 기부는 강제가 아니니 굳이 안내셔도 됩니다.

*** 오토바이 탈 줄 아신다면 오토바이로 다니는거 강추합니다.
천천히 조심해서 타신다면 전혀 위험하지 않고, 우붓 근처라면 길도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여상스런 마을의 경치도 너무너무 좋구요.
기름도 무지 쌉니다. (리터당 6천 루피아 정도. 하긴, 한국이 세계적으로 무지 비싼 나라죠.)
구스띠가 그러는데, 띠르따 음뿔 넘어 북쪽 지역은 경찰들이 극성이라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면허증이 있어도 트집 잡아서 돈 뜯고, 면허증도 없으면 몇 십만원 정도 뜯기게 된다고 합니다.
남쪽 지역은 괜찮습니다.
헬멧 쓰고 얌전히 다니면 안잡습니다.

**** 로까 하우스에 묵는다면 오토바이를 구스띠가 3만 루피아에 빌려 줍니다.
로까 하우스 것이 아니라, 구스띠가 따로 그 장사를 하는 모양이더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구스띠가 말하길, 전에는 시세가 하루 3만 루피아도 가능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시세는 아주 싸도 5만 루피아 이하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기가 무지 싸게 해주는 거라네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4만 루피아까지는 흥정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기로 빌리면 3만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정말로 다른 데는 절대로 5만 이하로 빌려주지 않는다면, 절반 가까운 가격인 3만에 해줄 리가 없겠죠.
불신이 곧 현명해 진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이곳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절 이렇게 만드는군요. ㅎ...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