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14.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2/2 야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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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ast. 14.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2/2 야간행사

명랑쾌활 0 2160
아무 생각 없이 오고오고 퍼레이드 Ogoh-Ogoh 를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깨나 피곤한 모양이었다.
들어와서 샤워 한 판 하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깜빡 잠들어 버렸다.
일어났을 땐, 이미 창 밖으로 사위가 컴컴해져 있었다.
그래도 어렴풋이 밖에서 음악 소리, 발표하는 소리가 들린다.
숙소인 로까 하우스 Loka House는 멍키 포레스트 운동장과 가깝다.

밤에 조명을 받은 조형물들은 낮보다 더 분위기가 있었다.

어디어디 중학교의 가믈란 Gamelan (인니 전통 악기 합주공연, 합주단, 혹은 그 음악을 뜻한다) 팀이 공연하고 있었다.
학생들이라고는 해도 정말 수준 높았다.
인니 전통 음악 중 유명한 것은,
까라위탄 자와 Karawitan Jawa : 자와 족의 전통 예술 공연. 꼭 가믈란 만을 한정하여 지칭하진 않고, 춤이나 노래까지 모든 자와 전통 공연 문화를 아우르는 단어다.
가믈란 발리 Gamelan Bali : 발리어로 다른 명칭이 있는데 가물가물하다. 그냥 발리 가믈란이라고 하면 다들 안다.
앙끌룽 Angklung : 순다 족의 전통 악기, 혹은 그 전통 공연. 대나무로 만들어진 Angklung이라는 악기가 주축이다. (앙끌룽에 대한 것은 Bandung ~Saung Angklung Udjo~ 1/2, Bandung ~Saung Angklung Udjo~ 2/2 참조)
이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발리 가믈란은 매우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어서, 처음 접해 생소하게 느끼는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흥겹고 인상적이다.
보통 가믈란이라고 하면 발리 가믈란을 떠올리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때, 본 공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학교에서 하는 특별수업 가믈란을 배우고 있는데, 자와 가믈란이다.
발리 가믈란과는 아주아주 많이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발리 가믈란이 더 재미있으나, 인니의 주류가 자와족이라서 그런지 학교에서는 발리 가믈란 수업이 없다. -ㅂ-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등장한 무용인.
아마 이 지역에서는 매우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다.
부채춤이지만, 남자였다.
한국의 부채춤은 활짝 펼쳐 그 화려한 면을 시각적으로 활용한다면, 발리 부채춤은 펼친 채로 팔랑팔랑 나비같은 효과를 주는 것과, 마치 중국 부채춤처럼 촥 폈다가 촥 접었다 하면서 역동적인 소리와 동작을 활용하는 특징이 있었다.

라마야나 공연에서도 본 적이 있는, 의상 한 편을 활짝 폈다 접었다 하는 효과도 있다.
옷이 참... 비싸 보였다. -ㅂ-


그 공연 동영상.

꼬마애들이 나와 공연을 한다.
그래도 사뭇 진지하고, 수준이 높다.


한국은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면, 발리 춤은 정중동이다.
힌두 문화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인도의 춤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재미있던 것은, 그렇게 한창 공연하고 있는 운동장 반대편에서는 커다란 멀티비전으로 월드컵 중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하는 국제적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긴, 월드컵은 4년마다 한 번 하는 행사이던가? ㅋ)
공연 보고 싶은 사람은 공연 보고, 축구 보고 싶은 사람은 축구 보고.
충돌이 일어날 것도 없고, 혼잡도 없다.
사람마다 느낌이 틀리겠지만, 적어도 내겐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어느 정도 공연을 보다 보니 허기가 돈다.
베벡 븡길에 가서 맥주에 간단한 안주로 끼니나 떼워볼까 했는데... 간단한 안주가 없다! -_-;
그냥 맥주로 배채웠다. ㄷㄷㄷ

11시 쯤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데, 운동장 쪽에서는 아직도 음악이 들리고 있다.
어라, 아직 안끝났나?
게다가 음악도 왠지 좀더 속된 것 같았다. (정말, 느낌이 그랬다.)
호기심에 운동장 쪽에 가보니, 무대에는 불이 꺼져 있는데, 무대 바로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잔뜩 모여 가끔 웃음도 터져나온다.

정말 끝내주는 구경이었다.
비가 와서 질척해진 바닥 위에 천막재를 깔고 왠 여자 무희와 관람객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가믈란 반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 춤이 여간 야한게 아니다.
몸에 손을 대어서는 안되는 룰이 있는지 신체 접촉은 없었지만, 누가봐도 뭘 뜻하는지 알 정도로 노골적인 부비부비였다.
한국에 부비부비 좀 한다는 클러비들, 여기다 대면 진짜 쨉도 안돼 보였다.

상대는 아무나 무작위로 무희가 데리고 나온다.
주변에서 얘 데리고 가라고 추천하면 와서 데리고 가기도 하고.
사진처럼 서양 아가씨도 나와서 같이 춘다.
뭔가 발레도 아니고, 일반 댄스도 아닌 요상한 춤을 추는데, 그 진지함 만은 대단해 보였다.
서양 사람들 보면 은근 이렇게 용감한 사람들이 많다.

사진이 요상하게 나와서 무슨 흑인 같아 보이는데, 현지인 고삐리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였다.
그래도 되냐고? 여긴 그래도 되나 보다.
다들 그냥 깔깔거리고 웃는다.
대신 무희가 수위 조절을 해서, 너무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 정서로 봤을 때는 충분히 강하다!)

어슬렁어슬렁 못 이기는 척 끌려 나오더니, 의외의 반전을 보여준 현지인 아자씨.
한국의 나이트 댄스에도 몇 가지 공식(?)이 있듯이 이 춤에도 공식이 있는듯, 무희 아가씨와 맞춘 듯이 맞아 떨어지는 장면들이 꽤 나왔다.
아마도 소싯적에 좀 놀아본 한량이었던듯. ㅋㅋ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준 다른 아자씨.
저 한 쪽 손은 올리고 다른 한 쪽 손은 내리며, 다리를 게처럼 벌려 살짝 굽힌 저 자세가 기본 자세다.
어디가서 저런 모션 한 번 보여주면, 인니 아가씨들 자지러진다.
(어딘지는 묻지 말고... 경험이다. -ㅂ-;)
이 아저씨는 나중 부분에서는 너무 불타오른 나머지 무희의 허리띠를 잡아채는 시늉을 하다 진짜로 잡아 채버렸다는... -_-;
굉장히 멋적은 표정으로 돌려주며 사과하고는 황급히 사라지는 것을 보니 본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다 마을 사람들인데, 섯불리 그럴수야 있겠나. 소문 쫙 퍼질텐데.


발레도 아닌 요상한 자아도취 요정춤을 추던 서양 아가씨


못 이기는 척 나와서 범상치 않은 포스를 보여준 아자씨.
나름 형식이 있어 보였다.
남자는 음충맞게 수작 걸고, 여자는 도망치다 유혹하다 또 도망치고... 그럼 남자는 또 은근슬쩍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마지막으로 단독으로 춤 한 번 추고 퇴장하고, 다시 다른 무희가 나오는 식이다.
한국 춤에서와는 다른 부채의 활용을 볼 수 있다.


아직 중고생 정도나 될까한 참가자와.
나오는 척 하다 멋적어서 도망가는 참가자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즉홍이기 때문에, 의외로 무희의 임기응변이 돋보였다.


뭔가 어설픈 참가자들.
허리도 열심히 튕겨보고 하는데, 소싯적에 놀았던 아자씨들에 비하면 확실히 어색하다.


뭔가 아는 아자씨 중 사고쳤던 아자씨의 춤.
엉덩이도 툭툭툭 치고, 참 음충 맞아서... 머, 멋져 보였다. +_+b
불한당 한량이라면 저래야 한다.
자꾸 가까이 붙으면 무희가 도망가고, 그러다 모르는 척 하면 무희가 저쪽에서 또 허리를 돌려대고, 그럼 또 심기일전 춤 추면서 다가가고...
대충 이런 형식인듯 하다.
나도 열심히 저 모션을 갈고 닦아,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나가서 한국 한량의 멋진 음충맞음을 널리 알려 볼까 한다.
관객들 반응 안좋으면 아리가또~ 라고 인사 하면 될 일이고...

무희들은 한 명 씩 교대로 나와 몇 명을 상대하고 들어갔다.
상대의 어떤 짖궂은 모션이나 도발에도 전통 무용의 형식으로 대응하고 피한다.
보고 있자니, 왠지 옛날 시골 마을에서 축제가 있으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큰 행사가 있으면 공연단을 부르고, 행사 후 뒷풀이로 저런 여흥을 벌이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 보고 참가하고 즐기고.
좀더 비약시켜 보자면, 그러다 눈 맞아서 숲으로 사라지는 교제의 장이라던가, 마을의 높은 사람에게 접대를 했다던가, 아니면 그렇게 교감이 맞는 무희에게 댓가를 지불하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이곳은 열대지방, 성에 대해선 개방적인데다 섬이었으니까.

우붓 페스티발은 이 하루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다.
전야제까지 합쳐 일주일간 계속되는 행사다.
아쉽게도 그 뒷풀이 서민 즉석 댄스 행사는 오늘 하루로 끝났지만, 다음 날에도 밤이면 계속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꼭 전통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특이한 공연들도 있었다.
사진의 공연은 선생님과 학생이 교실에서 하는 여러 행동을 박자화 한 퍼포먼스 공연이었다.


난타 공연 본 땄네... 이런 얘긴 하지 말자.
난타도 사실 최초는 아니고 다른 해외 공연에서 아이디어 차용한 것이다.

인니인들은 얼어죽을 걱정 없고 먹고 살 걱정이 없어서 그런지 예술에 대한 소질이 뛰어나다.
특히, 타악기에 대한 재능과 박자감이 뛰어난데, 한국의 사물놀이와 비교해봐도 재미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에서의 타악기의 조합은, 같은 종류의 타악기는 같은 박자를, 그리고 다른 종류의 타악기와 박자 섞기라고 한다면, 인니의 타악기는 같은 종류의 타악기도 다른 박자를 쳐서 섞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한 사람이 낼 수 없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박자를 낼 수 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가믈란에서 북 파트를 치는데, 처음에 혼자 칠 때는 이게 뭔가 싶었으나, 가르치는 강사가 옆에서 다른 북을 치는 순간, 내가 치던 박자와 섞여 전혀 새로운 박자가 나와 정말 신기했었다.
그러다 꼬여서 엉망이 되는 일이 잦았지만. -_-;
내가 치던 것은 완전한 박자에서 분리된 일부였던 것이다.
그나마도 쉬운 것이라 그 강사가 혼자서 칠 수 있어서 치는 것을 봤을 때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드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다채롭고 빠른 손놀림이었다.
우붓에는 타악기를 가르치는 강습소도 여기저기 눈에 띄였는데,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배워보고 싶었다.

입장료나 VIP석 따위는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거드름이나 지루한 연설 따위도 없고, 이래라 저래라 호각 물고 왔다갔다 하는 통제 인원도 없다.
저렇게 설치된 간이의자들에는 누구든 앉을 수 있다, 먼저 오기만 한다면.
흠이 있다면 운동장 상태다.
조리 신고 걸어 들어갔다가, 땅에게 신발 뺏길 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결국 맨발로 다녔다.
그러다 병뚜껑이나 플라스틱 포크 같은 것도 밟고... ㅎㄷㄷ

국제 행사가 그게 뭐냐고, 후진적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 후원입네 하지도 않고, 스폰서라고 광고 도배해 놓은 꼴도 볼 수 없었다.
보수를 받는지,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공연에서는 그냥 순수함이 느껴질 뿐, 상업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며칠 간의 페스티발을 보고 느낀 점은,
와, 이 사람들 진짜로 자기네 문화를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구나!
였다.
적어도 발리의 전통문화는 과거의 '전통' 문화가 아니라, 현재하는 '현대'문화였다.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 시킨다...라고들 하는데, 그 한계가 느껴졌다.
문화의 소비주체는 결국 사람이고 그게 곧 저변이다.
그 속에서 다시 자연스러운 재생산이 이루어져야 그게 곧 계승과 발전이다.
이미 저변이 돈이 되지 않는다, 존경을 받을 수 없다, 과거의 것이다 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어찌할 수 있을까.
목적을 가지고 육성하지 않으면 점차 사라져 갈, 이미 일부들 만의 문화가 되어버린 한국 전통 문화의 현재와 미래가 보이는 듯 하여 입맛이 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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