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13.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1/2 전야제,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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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ast. 13.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1/2 전야제, 퍼레이드

명랑쾌활 0 2109
밤산책 다니는데 공터 여기저기서 저런 장면이 가끔 눈에 띄었다.
대나무로 창살처럼 엮은 것을 들고 지위자의 구령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밤 늦은 시간인데 꼬마들도 깃발 들고 이리저리 구령에 맞춰 흔들어 대고...

로까 하우스 뒷골목에서는 요런걸 만들고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뭔가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200명은 안되도 100명은 족히 넘을 인원들이 우아아~~ 소리 지르며 우르르 몰려왔다 몰려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가는 여행자들이나 젊은 현지인 연인들도 옹기종기 앉아 연습을 구경하고 있다.
그나저나 뭔 행사야?

드디어 전야제 날.
화려한 조명 속에 행사가 시작됐다.
한국같았으면 빡빡하게 통제했을텐데, 그냥 널널하다.
자기 앉고 싶은데 앉고, 슬금슬금 앞으로 비집고 나가서 앉아도 뭐라 안하고...
그래도 불미스러운 전혀 없었다.
하긴, 한국인 성질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싸움이 나도 한참은 났겠지. ㅋㅋ
이런 면에서는 한국인 만큼 사나운 사람들도 없다.

축제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는건 인니도 마찬가지다.
저 북새통 속에서도 외국인에게는 다만 얼마라도 바가지 씌우는 것은 잊지 않는다.
제 가격을 안다면 깎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군옥수수의 경우, 현지인들은 2천~3천 루피아에 사먹는데, 외국인에게는 5천 루피아를 부른다.
로까 하우스 주인 아줌마에게 가격을 듣고, 2천 루피아로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비싸냐 했더니, 씨익 웃으며 축제라서 재료 값이 좀 비싸서 그렇다며 천 루피아 깎아 준다. (물론 개뻥이다.)
인니에서 정찰제가 아닌 곳에서는 외국인에게 99% 바가지 씌운다.

수백명 떼거리 공연 막바지에 그 가마 같은 것을 화려하게 불살라 주신다.

이쯤 구경했으니 출출하다 싶어, 축구장 바로 옆 물담배 카페에 가서 맥주 마시며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왠지 귀에 익은 인니 가요들이 들린다.
에이, 설마 진짜 그 가수가 온건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이게 왠걸, 정말 그 가수가 왔었댄다.


기타 구타와 Gita Gutawa - 하르모니 찐타 Harmoni Cinta

뮤지컬 스타일의 독특한 노래들을 부르는 이 가수는 인니 최고 인기 가수 중의 하나다.
못 본 것이 너무 아쉽다. ㅠ_ㅠ
이쯤 되니 슬슬 흔한 행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다음 날 낮 3시 쯤, 아무 생각 없이 늦은 점심 먹으러 나섰다.
어제 하얗게 불태웠던 흔적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어디 가서 먹을 까나... 잠시 고민하다 바비 굴링 Babi Guling 이나 먹을까 하며 이부 오까 Ibu Oka 식당으로 향했다.

어라라, 왕궁 앞 거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몽키 포레스트 거리도, 시장 방향도 모두 차량 통제다.
난 정말로 이 때까지도 몰랐다.

오늘이 매년 한 차례 개최되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행사인, 2010 우붓 페스티발 Ubud Festival 의 개막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거대조형물 퍼레이드인 오고오고 Ogoh-Ogoh 행사 막 시작한다는 것을.
정말 순전히 우연이었고 행운이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오토바이 빌려서 근처 사원이나 다니려고 했었다.

어차피 좋은 목은 다 차지해서, 아예 시작지점 너머로 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니는 행사의 통제가 느슨한 편이다.
아주 깽판치며 다니는 거 아닌 이상 그냥 내버려 두는데, 그래도 질서는 유지된다.

꼬꼬마 고적대를 선두로...

약간 더 큰 꼬마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줄지어 서있다.
나중에 요 앙증맞은 것들이 춤은 또 얼마나 귀엽게 잘 추던지...
저런 딸 낳고 싶어서 결혼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결혼 상대가 없어서 망정이지... 아우... ㅠ_ㅠ

그 뒤로는 좀더 큰 꼬마들이다.
귀여운 때는 다 지났다.
아, 귀여움의 무상함이여...
자식 효도는 꼬마 때 다 한다는 말이 이런 건가 보다. (안낳아봐서 모르겠지만...)
한국 같으면, 이때 쯤이면 이쁜 짓은 점점 줄고 용돈 달라는 소리는 늘어가겠지. -ㅂ-

선두 조형물.
아마도 라마야나 내용에서 테마를 따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참 육질 좋게 생긴 흑돈이다.

방송국에서 취재도 나왔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둘 다 낮이 좀 익다.

왠지 범상치 않은 포스의 등판을 소유한 어떤 할아버지.

대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꼬마애들 표정이 점점 시큰둥 해진다.
그래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저 앞 출발 지점에서는 높으신 분들의 축사가 한창이다.
그런게 세상이다.

오, 시작됐다. 줄줄이 나가기 시작한다.
여기는 출발 지점 전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하다.

옹케 제대로 한 장 건진 사진.
예술의 도시답게 화려한 색상의 의상은 사진 결과물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사진을 의도대로 얼마든지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뒤로 악대가 따른다.
인니 전통 음악의 특색 중 하나가 변신합체 및 분리다.
저 악기들을 무대에 앉아서 연주할 때는 주욱 늘어놓고 한 사람이 연주하지만, 이렇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는 여러 사람이 각자 한 두개의 음악 파트를 나누어 들고, 자기 해당 음에 두드리는 식으로 연주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니인들은 기본적으로 박자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다.
(엇박, 정박에도 속으로 박자 세다가 자기 부분만 정확하게 두드린다고 생각해 보라...)
북 같은 경우도, 세 명이서 서로 겹쳐 두드리다, 나눠 두드리다, 한 분절을 다른 북은 세 분절로 나누어 두드리기도 하고... 엄청나게 신기하다.

예쁘게 차려입은 처자들의 행렬이 지나고...

드디어 거대 조형물의 등장!
이로서 이전에 뭘 만들고 뭘 연습한 거였는지, 수수께끼가 풀렸다.

퀄리티도 높을 뿐더러 생각보다 상당히 다이다믹하다.

그냥 들고 줄줄이 가는 것이라면 그런 연습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가다가 신호에 맞춰 좌우로도 움직이기도 한다.

뿐 만 아니라, 한 쪽을 급격하게 기울였다가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팀웍이 안맞으면 대형 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격렬하고 빠르다.
조형물을 저렇게 길게 뻗어 나가게 만든 이유도 그것이다.
급격한 이동 중에 딱 멈추면 저 사람 부분이 휘청휘청 흔들려, 정말 사람이 몸부림 치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졌다.
놀이 공원 퍼레이드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 보였다.

다음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이 행렬은 발리식 머리에 이는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뒤로 범상치 않은 포스의 남자들이 줄을 잇는다.

나무로 만든 저 악기는 가장 강렬한 소리를 냈다.
나무로 만든 채로 누구 때려 죽일듯 힘껏 두드려 대는데, 바로 옆에서 들으면 그 박력에 압도될 정도였다.

둘이서 매고 가는 저 커다란 징 같은 것들도 크기가 약간씩 다른데, 원래는 줄줄이 매달아 놓고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다.

각각의 집단들은 마을 별로 구분되는 모양이었다.
마을 꼬마, 처자, 청년, 장년 할 것 없이 다들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이 조형물 역시 길게 뻗어 위태위태한 형상이다.

대기하면 자기들끼리 신나게 연주하면서 흥을 돋운다.

그 다음 팀은 커플이 컨셉인가 보다.
왠지 다리를 걸고 싶어졌다.


다음 팀 선두.
왕자인지, 거지인지... 뭔가 심드렁한 표정이다.
저 캐릭터의 원래 컨셉인가?

여기도 처자들을 동원하긴 했는데... 의상이 평범하니 일단 좀 떨어져 보인다.

극단적으로 위태로운 구조.

북치기 배틀 붙었다.

이 팀도 의상이 좀 소박하다.

제일 웃겼던 조형물.
팔하고 저 늘어진 부분(?)이 흔들리게 만든 구조였다. ㅋㅋ
애 업고도 젖 줄 수 있어서 편리하긴 하겠다.

또 한 장 건진 사진.
역시 사진은 광량과 초점의 문제인가.

그 다음 팀으로, 우붓 소재 패션스쿨 학생들이 자기 작품을 입고 있다.

초소형 똑딱이 카메라라 대부분 시선도 안줬는데, 이 아가씨가 나를 보며 쌩긋 웃는 바람에 깜딱 놀랬다.

저 루즈벨트 닮은 서양 할아버지는 대포같은 DSLR을 들고 종횡무진 누볐다.
저럴 때 보면 좀 부럽다.
얼굴에 철판 깔면 못 할건 없지만, 똑딱이로 저러면 좀 아니지 싶어서리...

다른 패션 스쿨의 학생들.
앞 팀에 비해 인원도 적고 의상도 평범해서 많이 비교되었다.
스스로도 그렇게들 느끼는지, 앞 팀에 비해 좀 위축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붓 지역 팀이다.
홈그라운드라고 라스트를 장식하게 순서를 짰나 보다.

로까 하우스 뒷골목에서 만들었던 그 조형물이다.
안타깝지만, 다른 팀에 비해 좀 평범해 보였다.

모든 행렬이 떠나고 난 뒤의 대기 장소.
아직은 쓰레기 투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바비 굴링 먹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여학생 참가자들.
퍼레이드 마치고 해산했는지, 서로 깔깔 웃고 뭐라뭐라 수다 떨며 돌아가고 있었다.

운동장에선 뭔가 행사가 한창이다.

무대 뒷편으로 패션모델들 대기하는 곳 근처에선 사진 찍기가 한창이다.
남자들이란 그저... 원래 이런거다.
남자들이 이럴 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심각한 문제다.
이게 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러는 거다.

운동장 한 켠에 조형물들을 늘어 놓았다.

여기도 사진찍기가 한창이다.
인니 여자들도 사진 찍는거 무지 좋아해서, 포즈나 표정이 아주 자연스럽다.
45도 각도는 본능이다.

빡세게 행사하고 난 뒤, 모여서 도시락을 까 먹고 있다.

우측 하단을 보라.
저 아가씨들이 특이해서 저러는게 아니라, 원래 저 정도는 아주 평범한 거다.


* 매년 7,8월 경에 개최되는 우붓 페스티발 강추합니다.
(개최일은 힌두력에 따르는지, 매년 다릅니다.)
특히, 개최 당일의 퍼레이드인 오고오고 Ogoh-Ogoh는 일부러 찾아와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놀이동산 퍼레이드와는 다른, 날것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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