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07. 족자 Jogja -> 브로모 Bromo. 악몽의 시작
떠나기 전날 낮, 그러니까 끄라톤과 따만 사리를 보고 오니, 이젠 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여기저기 여행정보를 찾아 보면서, 브로모 투어에 대한 안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불안했다.
이제는 친해진 여행사 직원 이르완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확실하냐고 재삼 재사 확인했다.
어떤 사람은 에어컨 버스 타고 가다 어딘가에서 내리라더니 에어컨 없는 버스에 때려 싣고 가려 했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껄껄 웃는다.
자기네는 그런 일 없다고.
숙소도 아무데나 내려 준다는데 어떻게 된거냐 물었더니, 내 앞에서 바로 어딘가 전화를 해보고선 다 예약 잘 됐다고 한다.
다만, 족자-브로모-발리 투어는 여행사 연계인데, 자신들은 족자-브로모 이동까지만 관리하고, 브로모부터는 프로볼링고 Probolinggo 에 있는 여행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_-;;
족자-브로모 코스는 여행사 말로는 9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그런 적은 거의 없다.
그냥 숙소까지 총 11시간 (혹은 그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마실 물이나 간식 정도는 챙겨두는 센스는 당연하다.
미니버스는 제법 쾌적하고 1인당 공간도 넓은 편이었다.
에어컨도 양호했고.
같이 타고 갈 일행들은 역시나 나 말고는 다 서양인들이다.
지금껏 보로부두르에서 봤던 일본인 커플 말고는 동양인 여행객과 마주쳐 본 적이 없다.
버스 떠나는데, 그 몇 일 정 들었다고 차크라 여행사 직원들이 다들 나와 배웅해 준다.
인사 나누고 악수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같이 갈 서양인들이 특이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어쩌면 현지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동양인들 얼굴이야 다 똑같아 보일테니.
잠시 후, 출발 한 미니 버스 창 밖으로 족자 거리의 풍경이 지나간다.
보고 있어도 그다지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족자는 나와 그다지 공감하지 못한 모양이다.
1시 조금 넘어서 도착한 식당.
이 곳에서 밥 먹고 좀 쉬고 다시 출발한다.
족자-브로모 투어의 기점인듯, 우리 버스 말고도 다른 버스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나 만만한 건 나시 고렝에 에스 떼 마니스 Es Teh Manis (달달한 인니식 냉차)다.
(Es 얼음 Teh 차 Manis 단)
나시 고렝은 가격(만 7천 루핑아)에 비해 맛은 그닥그닥.
식당에 딸린 까마르 만디 Kamar Mandi (샤워실).
(Kamar 방 Mandi 샤워하다)
따로 챙겨둔 수건과 비누로 시원하게 샤워 한 판 했다.
다시 두 번을 더 쉬고 밤 10시에 도착한 프로볼링고의 시나르 자야 Sinar Jaya 여행사.
이 사기꾼 집단의 사진을 좀더 많이 찍었어야 하는데, 10시간이 넘는 주행에 지쳐 이거 달랑 한 장이다.
프로볼링고에서 브로모 화산 바로 밑 산동네인 체모로 라왕 Cemoro Lawang 까지 이 개떡같은 봉고차로 다시 1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이 봉고차는 이 사기꾼 여행사 것이다.
오른 편에 살짝 나온 저 새끼가 시나르 자야 사기꾼 집단의 우두머리 새끼다.
어쩐지 사진 찍는데 표정이 굳으면서 피하는 기색이더라니...
여담이지만, 다음 날 발리 가는 미니버스 기다리면서 여행사 앞에 있는데, 멀쩡히 주차돼 있던 봉고차 뒷바퀴가 바람이 빠져 있었다.
한 밤 꼬불꼬불한 산길 올라갈 때 펑크났었다면... ㄷㄷㄷ
다들 이 봉고차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밤이 늦어서 대안이 없다. (여행사가 믿는 점 중 하나일듯.)
그동안 타고 왔던 그 미니버스가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를 실감하며 꾸역꾸역 봉고차에 탔다.
좀 달린다 싶지만 그럴 리가 있나.
얼마 안가서 미니마트에 차를 세운다.
거기 가면 가게들 다 닫았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거 있으면 미리 사두랜다.
그래도 호텔인데 아무리 늦었어도 물 같은 건 있지 않겠냐 했더니, 잘 모르겠다며 시선을 피한다.
뭐 없을 수도 있겠지 하면서 다들 이것 저것 간단한 먹거리와 물을 들고 계산 서에 줄줄이 선다.
운전하는 녀석 음료수 두 개 들고 맨 뒤에 어정어정 선다.
하는 행동이 어째 어색하길레 계산하고 나와 안보는 척 봤더니, 뭐라뭐라 웃으며 말하고는 그냥 들고 나온다.
그렇다. 훗날도 숱하게 겪게 될 일이지만, 인니에서 친절에 ' 그냥'은 없다.
지옥의 시작!
한참을 꾸불꾸불 올라가서 내려준 곳을 보고, 모두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핫샤워까지 가능하다는 Cafe Lava 호텔의 Standard 름은 어디로 가고, 왠 시골 여인숙?
그러려니 넘어 갈 수준이 넘었다.
나를 비롯한 여행객들 다 들고 일어선다.
여기까지 싣고 온 놈과 조수 (쓸 데 없이 둘이 온 이유가 이게 아닐까)가 만담하듯 둘이서 추임새를 넣어 가며, 그 곳은 방이 없댄다.
원래 예약 했는데 너네들이 늦게 와서 호텔 측에서 다른 사람들 줬댄다.
(염병, 족자에서 오면 원래 이 시간에 도착하는게 어제 오늘 일이냐?)
그나마도 쩨모로 라왕 전체에 방이 다 없어서 여기도 어렵게 구했댄다.
일행 중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데 너도? 하면서 피식 비웃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어쩌랴.
어떤 악마 소굴에 데려다 놨는지, 주위는 캄캄하다.
다른 데 데려다 달래도 요지부동, 사뭇 비장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그럴 수 없댄다.
다분히 족자-브로모의 도착 시간을 악용한 듯 보이는 수법이다.
티벳 어디 시골 오지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의 숙소.
꼴에 숙식 제공이니 내일 아침을 제공할 식당...이라고 해야 할 지 고민되는 식당.
그나마 다른 사람들은 8층지옥에 떨어졌다면, 일행 없이 혼자 오는 바람에 특별 요금까지 얹어야 했던, 나와 다른 한 명은 9층지옥에 떨어져야 했다.
방이 모자라다는 저 개떡 여인숙 주인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던 기사와 조수 새끼들은 주인과 두런두런 말을 주고 받더니 꼬불꼬불 골목을 들어가 이 곳에 데려다 놓는다.
(이 놈들 내가 인니말 알아 듣는 것 때문인지 자와어에 은어 섞어서 목소리 낮춰 수군수군 얘기한다.)
두둥!!!!!!
이 것이 그 개 같은 넘들이 핫샤워 호텔방 대신 갖다 놓은 방이다.
평생 이 방을 봤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문을 여는 순간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 침대 하나 달랑 들어 있는 좁은 방의 벽은 온통 곰팡이와 탁 난 자국이 가득했다.
커튼이 수상 쩍어 열어보니 창문도 없이 휑하니 뚫려 있다.
안에서 잠그는 장치 따위도 없으며, 밖에서 잠그는 시건장치 또한 없다.
들추면 뭐(?)가 나올지 무서워 이불이나 배게 들춰 보지도 못하고,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러 본 침대보는... 끈적거렸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나오는 그 날의 동지, 잉글랜드 청년 던 Dan (Daniel의 애칭 -_-;).
도대체 이 새끼들이 이 패턴으로 지금껏 몇 명의 관광객들을 잡아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다. (쉣!)
어지간히 뒤집어 버리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한 밤 중에 뭘 어쩌란 건가.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웃으면서 집주인에게 이 방 보통 가격이 얼마냐 물어보니 무지하게 당황하며 우릴 안내한 기사 새끼 눈치를 본다.
기사 새끼 하는 말이,
" 보통 7만 루피아 정도 하는데 지금은 성수기라 15만 루피아는 한다. 이런 상황이면 15만 루피아에도 구하기 힘들다."
성수기? 7만 루피아? 장난하냐? 이거 보통 2만 루피아, 비싸야 3만 루피아 짜린 거 모를 것 같냐?
...라고 죽통을 날리면서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아, 그러냐? 할 밖에.
집주인에게 맞냐고 물어보니 어정쩡한 표정으로 " 맞다, 15만 루피아." 이 말만 되풀이 한다.
그 방 수준에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욕실 겸 화장실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통감해야 했다.
아침에 출발하여 자정이 좀 넘은 시간, (물론 난 중간에 잠깐 샤워하긴 했지만) 그 끈적이는 몸에도 불구하고 샤워는 포기해야 했다.
물론 화장실도. (몸 상태만 좋다면 사흘 정도는 안싸고 버틸 수 있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화장실 둘러 보고 와서 던에게 넌 어쩔래? 물어 보니, 씨익 웃으며 안씻는 댄다.
어떻게 생겼나 볼 생각도 안한다.
그나마 깨끗하고 멀정한 거실.
인니인들도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손님을 맞는 공간은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물도, 앞면은 페인트 칠 곧잘 해서 관리하는 편인데, 옆면이나 뒷면은 칠을 안해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이 많다.
그래서 우린...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_-;;
(산동네라 무지 추웠다.)
각자 챙겨 왔던 주전부리를 꺼내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가 수면제로 사온 맥주 한 캔도 나눠 먹어가며.
가뜩이나 서바이벌 영어 수준이었는데, 인니어 배우면서 그 나마도 까먹어서 자꾸 인니 말과 문법이 튀어나와 고생했다는 것만 빼면 그럭 저럭 유쾌한 대화였다. ㅋㅋ
던은 24살의 잉글랜드 청년으로, 건축 디자인 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한 달 휴가를 받아 방콕을 기점으로 동남아 일대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휴가 모아서 한 달 간 여행하는 건, 서양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선진국 어쩌고 깝작 거리는 한국에선 어디 안드로메다 얘기겠지만.)
일본은 가봤는데 한국은 아직 못가봤댄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국을 기점으로 여행해보라고 권했다.
한국은 영어라면 환장하는 나라라서 많은 배낭족들이 여행자금 벌어 가며 주변국 여행하는 나라라고.
특히나 넌 백인에, 젊고, 잘 생긴 데다, 정통 영국 영어를 하는 영국인이니,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네트웍도 잘 형성되어 있으니 정보 구하기도 쉬울 거라고 하니, 솔깃하면서 한 번 알아 보겠단다.
단독 여행자가 일행 중 나 하나였으면 어쩔 뻔 했을까.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던도 그런 눈치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 2시에 가까워 진다.
픽업 시간은 새벽 4시 반, 이 밤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며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하지만... 지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 족자-프로볼링고 구간에서 미니버스 탈 때는 가급적 오른쪽에 앉기를 권합니다.
계속 동쪽을 향해서 가는 것인데, 인니는 남반구에 속하는 지라 해가 북쪽에 있거든요.
차유리에 선팅은 하긴 했지만,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따끈따끈 합니다.
제 생각엔 운전석 바로 뒷 열 맨 오른쪽 좌석이 가장 좋습니다.
뭐 차종에 따라 틀리겠지만, 제가 탄 차의 경우는 운전석 바로 뒷 열의 경우 발도 쭉 뻗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차 안이라고 방심 마시고 선블록 발라 두시길.
** 이번 여행 중 의외로 요긴했던 것이 비상식량이었습니다.
초코바 같은 고열량 식품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많다, 교통이 되어 있다, 볼 거리가 있다의 문제와 다른 면에서도, 인니는 관광 인프라가 상당히 뒤떨어진 편입니다.
*** 다음 편에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만, 브로모 투어의 사기에 가까운 고질적인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도착 시간이 늦은 밤이라는 대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여행객은 약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행객의 입장이 강하기 위해서는 도착 시간을 달리 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 인니인들에게 하루 세 번 이상의 샤워는 거의 기본 생활 양식이기 때문에 곳곳에 샤워장이 있습니다.
보통은 공중화장실 마다 시설은 좀 열악하나나 샤워장이 딸려 있지요.
비누와 수건만 있다면 시원하게 샤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사실 한국이 화장실에 관한 한 세계 정상급 수준일 뿐, 보통은 다들 돈을 받지요. (심지어 유럽마저도요.)
인니도 돈을 받거나 아니면 돈통을 갖다 놓거나 합니다.
화장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다 놓는 것입니다. (따로 급여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장소에 따라 모르는 척 나와도 상관 없지만, 가끔 지키고 앉아 돈 내라는 곳도 있습니다.
보통 시세는, 작은 거 천 루피아, 큰 거 2천 루피아, 샤워는 3천~5천 루피아 정도 하니, 얼마인가 고민하지 마시고 참고하시길.
돈통이 놓인 경우 작은 거 볼 때는 그냥 모르는 척 나와도 되긴 하지만, 샤워 정도는 달라고 안해도 몇 천 루피아 정도 돈통에 넣고 나오는 편이 좋습니다.
안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습니다. 번들번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란다는 기색은 충분히 담고서요. -_-;;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여기저기 여행정보를 찾아 보면서, 브로모 투어에 대한 안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불안했다.
이제는 친해진 여행사 직원 이르완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확실하냐고 재삼 재사 확인했다.
어떤 사람은 에어컨 버스 타고 가다 어딘가에서 내리라더니 에어컨 없는 버스에 때려 싣고 가려 했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껄껄 웃는다.
자기네는 그런 일 없다고.
숙소도 아무데나 내려 준다는데 어떻게 된거냐 물었더니, 내 앞에서 바로 어딘가 전화를 해보고선 다 예약 잘 됐다고 한다.
다만, 족자-브로모-발리 투어는 여행사 연계인데, 자신들은 족자-브로모 이동까지만 관리하고, 브로모부터는 프로볼링고 Probolinggo 에 있는 여행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_-;;
족자-브로모 코스는 여행사 말로는 9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그런 적은 거의 없다.
그냥 숙소까지 총 11시간 (혹은 그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마실 물이나 간식 정도는 챙겨두는 센스는 당연하다.
미니버스는 제법 쾌적하고 1인당 공간도 넓은 편이었다.
에어컨도 양호했고.
같이 타고 갈 일행들은 역시나 나 말고는 다 서양인들이다.
지금껏 보로부두르에서 봤던 일본인 커플 말고는 동양인 여행객과 마주쳐 본 적이 없다.
버스 떠나는데, 그 몇 일 정 들었다고 차크라 여행사 직원들이 다들 나와 배웅해 준다.
인사 나누고 악수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같이 갈 서양인들이 특이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어쩌면 현지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동양인들 얼굴이야 다 똑같아 보일테니.
잠시 후, 출발 한 미니 버스 창 밖으로 족자 거리의 풍경이 지나간다.
보고 있어도 그다지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족자는 나와 그다지 공감하지 못한 모양이다.
1시 조금 넘어서 도착한 식당.
이 곳에서 밥 먹고 좀 쉬고 다시 출발한다.
족자-브로모 투어의 기점인듯, 우리 버스 말고도 다른 버스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나 만만한 건 나시 고렝에 에스 떼 마니스 Es Teh Manis (달달한 인니식 냉차)다.
(Es 얼음 Teh 차 Manis 단)
나시 고렝은 가격(만 7천 루핑아)에 비해 맛은 그닥그닥.
식당에 딸린 까마르 만디 Kamar Mandi (샤워실).
(Kamar 방 Mandi 샤워하다)
따로 챙겨둔 수건과 비누로 시원하게 샤워 한 판 했다.
다시 두 번을 더 쉬고 밤 10시에 도착한 프로볼링고의 시나르 자야 Sinar Jaya 여행사.
이 사기꾼 집단의 사진을 좀더 많이 찍었어야 하는데, 10시간이 넘는 주행에 지쳐 이거 달랑 한 장이다.
프로볼링고에서 브로모 화산 바로 밑 산동네인 체모로 라왕 Cemoro Lawang 까지 이 개떡같은 봉고차로 다시 1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이 봉고차는 이 사기꾼 여행사 것이다.
오른 편에 살짝 나온 저 새끼가 시나르 자야 사기꾼 집단의 우두머리 새끼다.
어쩐지 사진 찍는데 표정이 굳으면서 피하는 기색이더라니...
여담이지만, 다음 날 발리 가는 미니버스 기다리면서 여행사 앞에 있는데, 멀쩡히 주차돼 있던 봉고차 뒷바퀴가 바람이 빠져 있었다.
한 밤 꼬불꼬불한 산길 올라갈 때 펑크났었다면... ㄷㄷㄷ
다들 이 봉고차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밤이 늦어서 대안이 없다. (여행사가 믿는 점 중 하나일듯.)
그동안 타고 왔던 그 미니버스가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를 실감하며 꾸역꾸역 봉고차에 탔다.
좀 달린다 싶지만 그럴 리가 있나.
얼마 안가서 미니마트에 차를 세운다.
거기 가면 가게들 다 닫았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거 있으면 미리 사두랜다.
그래도 호텔인데 아무리 늦었어도 물 같은 건 있지 않겠냐 했더니, 잘 모르겠다며 시선을 피한다.
뭐 없을 수도 있겠지 하면서 다들 이것 저것 간단한 먹거리와 물을 들고 계산 서에 줄줄이 선다.
운전하는 녀석 음료수 두 개 들고 맨 뒤에 어정어정 선다.
하는 행동이 어째 어색하길레 계산하고 나와 안보는 척 봤더니, 뭐라뭐라 웃으며 말하고는 그냥 들고 나온다.
그렇다. 훗날도 숱하게 겪게 될 일이지만, 인니에서 친절에 ' 그냥'은 없다.
지옥의 시작!
한참을 꾸불꾸불 올라가서 내려준 곳을 보고, 모두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핫샤워까지 가능하다는 Cafe Lava 호텔의 Standard 름은 어디로 가고, 왠 시골 여인숙?
그러려니 넘어 갈 수준이 넘었다.
나를 비롯한 여행객들 다 들고 일어선다.
여기까지 싣고 온 놈과 조수 (쓸 데 없이 둘이 온 이유가 이게 아닐까)가 만담하듯 둘이서 추임새를 넣어 가며, 그 곳은 방이 없댄다.
원래 예약 했는데 너네들이 늦게 와서 호텔 측에서 다른 사람들 줬댄다.
(염병, 족자에서 오면 원래 이 시간에 도착하는게 어제 오늘 일이냐?)
그나마도 쩨모로 라왕 전체에 방이 다 없어서 여기도 어렵게 구했댄다.
일행 중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데 너도? 하면서 피식 비웃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어쩌랴.
어떤 악마 소굴에 데려다 놨는지, 주위는 캄캄하다.
다른 데 데려다 달래도 요지부동, 사뭇 비장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그럴 수 없댄다.
다분히 족자-브로모의 도착 시간을 악용한 듯 보이는 수법이다.
티벳 어디 시골 오지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의 숙소.
꼴에 숙식 제공이니 내일 아침을 제공할 식당...이라고 해야 할 지 고민되는 식당.
그나마 다른 사람들은 8층지옥에 떨어졌다면, 일행 없이 혼자 오는 바람에 특별 요금까지 얹어야 했던, 나와 다른 한 명은 9층지옥에 떨어져야 했다.
방이 모자라다는 저 개떡 여인숙 주인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던 기사와 조수 새끼들은 주인과 두런두런 말을 주고 받더니 꼬불꼬불 골목을 들어가 이 곳에 데려다 놓는다.
(이 놈들 내가 인니말 알아 듣는 것 때문인지 자와어에 은어 섞어서 목소리 낮춰 수군수군 얘기한다.)
두둥!!!!!!
이 것이 그 개 같은 넘들이 핫샤워 호텔방 대신 갖다 놓은 방이다.
평생 이 방을 봤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문을 여는 순간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 침대 하나 달랑 들어 있는 좁은 방의 벽은 온통 곰팡이와 탁 난 자국이 가득했다.
커튼이 수상 쩍어 열어보니 창문도 없이 휑하니 뚫려 있다.
안에서 잠그는 장치 따위도 없으며, 밖에서 잠그는 시건장치 또한 없다.
들추면 뭐(?)가 나올지 무서워 이불이나 배게 들춰 보지도 못하고,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러 본 침대보는... 끈적거렸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나오는 그 날의 동지, 잉글랜드 청년 던 Dan (Daniel의 애칭 -_-;).
도대체 이 새끼들이 이 패턴으로 지금껏 몇 명의 관광객들을 잡아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다. (쉣!)
어지간히 뒤집어 버리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한 밤 중에 뭘 어쩌란 건가.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웃으면서 집주인에게 이 방 보통 가격이 얼마냐 물어보니 무지하게 당황하며 우릴 안내한 기사 새끼 눈치를 본다.
기사 새끼 하는 말이,
" 보통 7만 루피아 정도 하는데 지금은 성수기라 15만 루피아는 한다. 이런 상황이면 15만 루피아에도 구하기 힘들다."
성수기? 7만 루피아? 장난하냐? 이거 보통 2만 루피아, 비싸야 3만 루피아 짜린 거 모를 것 같냐?
...라고 죽통을 날리면서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아, 그러냐? 할 밖에.
집주인에게 맞냐고 물어보니 어정쩡한 표정으로 " 맞다, 15만 루피아." 이 말만 되풀이 한다.
그 방 수준에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욕실 겸 화장실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통감해야 했다.
아침에 출발하여 자정이 좀 넘은 시간, (물론 난 중간에 잠깐 샤워하긴 했지만) 그 끈적이는 몸에도 불구하고 샤워는 포기해야 했다.
물론 화장실도. (몸 상태만 좋다면 사흘 정도는 안싸고 버틸 수 있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화장실 둘러 보고 와서 던에게 넌 어쩔래? 물어 보니, 씨익 웃으며 안씻는 댄다.
어떻게 생겼나 볼 생각도 안한다.
그나마 깨끗하고 멀정한 거실.
인니인들도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손님을 맞는 공간은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물도, 앞면은 페인트 칠 곧잘 해서 관리하는 편인데, 옆면이나 뒷면은 칠을 안해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이 많다.
그래서 우린...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_-;;
(산동네라 무지 추웠다.)
각자 챙겨 왔던 주전부리를 꺼내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가 수면제로 사온 맥주 한 캔도 나눠 먹어가며.
가뜩이나 서바이벌 영어 수준이었는데, 인니어 배우면서 그 나마도 까먹어서 자꾸 인니 말과 문법이 튀어나와 고생했다는 것만 빼면 그럭 저럭 유쾌한 대화였다. ㅋㅋ
던은 24살의 잉글랜드 청년으로, 건축 디자인 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한 달 휴가를 받아 방콕을 기점으로 동남아 일대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휴가 모아서 한 달 간 여행하는 건, 서양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선진국 어쩌고 깝작 거리는 한국에선 어디 안드로메다 얘기겠지만.)
일본은 가봤는데 한국은 아직 못가봤댄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국을 기점으로 여행해보라고 권했다.
한국은 영어라면 환장하는 나라라서 많은 배낭족들이 여행자금 벌어 가며 주변국 여행하는 나라라고.
특히나 넌 백인에, 젊고, 잘 생긴 데다, 정통 영국 영어를 하는 영국인이니,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네트웍도 잘 형성되어 있으니 정보 구하기도 쉬울 거라고 하니, 솔깃하면서 한 번 알아 보겠단다.
단독 여행자가 일행 중 나 하나였으면 어쩔 뻔 했을까.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던도 그런 눈치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 2시에 가까워 진다.
픽업 시간은 새벽 4시 반, 이 밤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며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하지만... 지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 족자-프로볼링고 구간에서 미니버스 탈 때는 가급적 오른쪽에 앉기를 권합니다.
계속 동쪽을 향해서 가는 것인데, 인니는 남반구에 속하는 지라 해가 북쪽에 있거든요.
차유리에 선팅은 하긴 했지만,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따끈따끈 합니다.
제 생각엔 운전석 바로 뒷 열 맨 오른쪽 좌석이 가장 좋습니다.
뭐 차종에 따라 틀리겠지만, 제가 탄 차의 경우는 운전석 바로 뒷 열의 경우 발도 쭉 뻗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차 안이라고 방심 마시고 선블록 발라 두시길.
** 이번 여행 중 의외로 요긴했던 것이 비상식량이었습니다.
초코바 같은 고열량 식품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많다, 교통이 되어 있다, 볼 거리가 있다의 문제와 다른 면에서도, 인니는 관광 인프라가 상당히 뒤떨어진 편입니다.
*** 다음 편에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만, 브로모 투어의 사기에 가까운 고질적인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도착 시간이 늦은 밤이라는 대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여행객은 약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행객의 입장이 강하기 위해서는 도착 시간을 달리 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 인니인들에게 하루 세 번 이상의 샤워는 거의 기본 생활 양식이기 때문에 곳곳에 샤워장이 있습니다.
보통은 공중화장실 마다 시설은 좀 열악하나나 샤워장이 딸려 있지요.
비누와 수건만 있다면 시원하게 샤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사실 한국이 화장실에 관한 한 세계 정상급 수준일 뿐, 보통은 다들 돈을 받지요. (심지어 유럽마저도요.)
인니도 돈을 받거나 아니면 돈통을 갖다 놓거나 합니다.
화장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다 놓는 것입니다. (따로 급여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장소에 따라 모르는 척 나와도 상관 없지만, 가끔 지키고 앉아 돈 내라는 곳도 있습니다.
보통 시세는, 작은 거 천 루피아, 큰 거 2천 루피아, 샤워는 3천~5천 루피아 정도 하니, 얼마인가 고민하지 마시고 참고하시길.
돈통이 놓인 경우 작은 거 볼 때는 그냥 모르는 척 나와도 되긴 하지만, 샤워 정도는 달라고 안해도 몇 천 루피아 정도 돈통에 넣고 나오는 편이 좋습니다.
안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습니다. 번들번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란다는 기색은 충분히 담고서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