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02. 족자 Jogja. 라마야나 공연 Ramayana Ba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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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ast. 02. 족자 Jogja. 라마야나 공연 Ramayana Ballet.

명랑쾌활 0 3355
오자마자 화끈하게 속을 비우고 나니 그냥 쉴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원하다기 보단 화끈했지... -_-;)
워낙 일정이 정해진 여행이 아니기도 하고, 왠지 국내 여행같은 생각에 부지런히 움직일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그래도 첫 날인데 뭔가 해야하지 않나 싶어 라마야나 공연 Ramayana Ballet 을 보기로 했다.
어차피 여행사 가격은 거기서 거기다.
숙소 골목 입구의 차크라 여행사 Cakra Tour 에 가서 정보를 얻어 본다.

현재 라마야나 공연은 전용극장인 뿌라위사타 Purawisata 와 쁘람바난 Prambanan 야외특설 무대에서 하고 있다.
이 중 쁘람바난 공연은 6월부터 8월까지만 하는 특별 공연이다.
문제는 너무 늦게 끝난다는 것.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는다.
여행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똑같댄다.
배우들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기 때문에 똑같고, 내용도 별 차이가 없다나.
다른 점은 그저 배경이 다르다는 것 뿐이란다.
그래서 그깟 쁘람바난 배경이면 뭘하나, 어차피 사람 춤추는 거나 보는 거지 싶어 그냥 뿌라위사타로 신청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두 공연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물론 배우들은 똑같고 내용도 별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규모가 다르다는 것.
뿌라위사타 공연은 약 30명 가량이 나오는데, 쁘람바난 공연은 100여 명이 나온다.
절대로 부정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 인니인의 습성을 깜빡했다.
더군다나 여행사인데 그런 얘기를 할 리가 있나.

그래도 어쨌든 공연은 볼 만 했다. '_'

뿌라위사타 공연장 입구.

공연장 들어가는 길이 왠지 묘하다 싶어도 당황하지 말자.
인니에서는 어떤 관광 꺼리가 있으면, 식당이나 가게가 그와 연계되어 설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중에도 숱하게 볼 광경이다.

' 멋진 저녁과 함께 라마야나 공연을 감상하세요.' 라고 엄청 홍보를 하는 레스토랑 가제보 Gazebo (인니 외래어. 정자 라는 뜻).
뭐 그냥 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일 뿐이라, 밥 먹고 공연 보러 공연장 들어가야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공연 값 제하고 만원 정도 하는 디너를 끼워서 패키지로 팔고 있었다.
가격 대비 절대 비추!
적지 않은 서양인들이 이 패키지를 이용하고 있었다.

공연장 내부.
보다시피 야외다. 고로, 모기 퇴치약 필수.
열대 지방이니 열대야일 듯 싶지만, 의외로 그다지 덥지 않다.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정육점 불빛이...
문득 태국 파타야의 스트립쇼 공연이 떠올랐다. -ㅂ-

나쁜 넘 두목인 라퐈나 Ravana 의 부하들.

오른 편이 주인공인 라마 Rama 와 시타 Sita, 가운데는 락쉬마나 Rakshmana.
(아마도. 나도 그냥 인니어로 된 설명서 대충 읽은 거임. -_-;)

참으로 앙증맞은 춤을 보여 주었던 여배우.
손과 발에 방울을 달고 촐랑촐랑 뛰어 다니는데, 은근히 남자 맘 설레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 음홧홧! 이리 오너라, 요 앙큼한 것! 덥썩!' 뭐 이런 분위기? -ㅂ-
이야기 상으로는 라마를 유인하려고 변신한 나쁜 넘 부하 중 한 명임.
남자 주인공인 라마가 얘 잡으려다 놓치고 놓치고 하다가 유인되어 여주인공인 시타를 내버려 두고 어디론가 가게 된다.
그래서 시타는 라퐈나에게 납치되고.

여주인공 격인 시타의 바디 빌딩 포스! 가 춤 동작 중 하나다.
워낙 배우분이 넉넉하신 몸매를 가지신 지라... -ㅂ-;

마치 이집트 벽화처럼, 관객석에서 보기에 상당히 평면적으로 보이는 자세를 많이 취한다.
와양골렉 Wayang Golek 이나 와양꿀릿 Wayang Kulit 처럼, 인니 공연 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아닌 것도 많다.)

아이들이 원숭이 떼들을 연기하고 있다.
요 원숭이들과 원숭이 왕이 서유기의 모태다.

저 펼처든 넓은 허리띠는 의복, 신체의 보호, 혹은 정절 등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나쁜 두목이 시타를 납치하려고 저 의복을 자꾸 잡으려 했으나 튕겨 나갔고, 결국 계략을 써서 잡아채니 납치 당하게 되었다.

왠지 엉거주춤 해 보이는 저 자세를 거의 시종일관 취한다.
나중에 발리 우붓에서 만난, 1년 째 인니 전통춤을 배우고 있는 일본 아가씨의 말에 의하면, 자세가 똑바르면 힘들지 않은데, 자세가 조금만 틀려도 다리가 굉장히 아프다고 한다.

라마야나 공연 4대 볼거리 중 하나인 나쁜 놈 네 명으로 가마 만들어서 타고 다니기.
뭐 그냥 차력 서커스 쇼 같다. -ㅂ-
아, 저 하얀 옷이 서유기 손오공의 원조인 원숭이 왕 하누만 Hanuman 이다.
라마야나 공연에서도 그 활약상이나 역동성이 주인공인 라마 보다 더 큰 편이라, 준주인공 대접을 받는다.
(4대 볼거리 중 3개를 하누만이 한다.)

역시 4대 볼거리 중 하나인 이른바 퐈이야 땐스.
불 피워 놓고 데굴데굴 구르는 거다.
물론 어려운 묘기이기는 할텐데, 그다지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 그냥 먹고 살기 힘드시겠수... 정도의 느낌?
쁘람바난 공연 사진을 보니 불판이 더 크던데, 거긴 어떨까 모르겠다.

인니 문화를 안다면 상당히 웃길 장면.
가운데의 삼각형은 나시 뜸쁭 Nasi Tempeng 이라는 인니의 잔치음식을 무지 크게 만든 것.

4대 볼거리 중 하나인 활 쏘고 피하거나 잡거나 하기.
어두운 편에다 이따금 타이밍 맞춰 후레쉬가 터지거나 하기 때문에 위험한 편인데, 실수 없이 잘 진행되었다.

* 4대 볼거리 중 나머지 하나는 하누만이 나쁜 넘 올라타고 정수리 때리기 인데, 라마야나 공연 선전 포스터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극 중 총 세 번 나오는데, 워낙 순식간이라 찍을 수가 없었다.

나쁜 넘들은 금강저를, 좋은 X들은 활이 무기다.
(그런데 왜 활의 최강국은 한국일까?)

공연 끝나고 무대 인사.
누구든 올라가면 주인공들과 얼마든지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다.
난 혼자이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여 패스.
촐랑이 아가씨가 나왔다면, 무릅쓰고 찍었을 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상관 없는데, 아주 가끔 혼자인게 불편하기도 하다.

나오는 길에 보니, 부하 원숭이들을 연기했던 애들이 밖에 있다.
하는 품이 밖에 나오는 관광객들과 사진 찍으려 있는 듯 했다.
나를 보고도 " 뽀또, 뽀또" 하길레, 한 장 찍었다.
(Foto, 발음은 뽀또, 사진이라는 뜻의 인니어)


* 뿌라위사타의 라마야나 공연은 여행사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도 관람이 가능하다.
(쁘람바난은 너무 늦게 끝나서 저렴한 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개별 관람의 의미가 없다.)
소스로 위자야 거리에서 베짜 타고 뿌라위사타 가자고 하면 약 10여 분이면 갈 수 있다.
베짜 가격은 2010년 7월 기준으로 갈 때 만 5천 루피아, 올 때 2만 루피아 정도 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오르막이라 그 이하로는 안가려고 한다.
밤 늦었다고 배짱 튕길 가능성도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인니에서의 기본 흥정 요령은,
첫째, 너 아녀도 괜찮아, 정 수틀리면 힘들더라도 관두지 뭐 라는 기색을 팍팍 풍길 것,
둘째, 붙잡으면 될 듯한 기색을 보이며 돌아서 버릴 것.

** 여행사는 픽업 포함 가격으로 16만 루피아.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가격 대비로 약간 비싸다고 생각된다.
가격 생각 하지 않는다면 매우 괜찮은 공연이다.
매우 이국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단, 특수효과 면에서는 큰 기대는 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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