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뒤죽박죽 자바섬 뒤집기 - 족자가르타 쁘남바난 사원
4일차 - 족자 쁘남바남가다(2009년 3월27일)
어둠이 걷히면서 안개속에 나타난 시골 마을길을 서서히 달려가는 기차에서 보는 족자의 풍경은 더도 덜도 없이 70년대 우리 시골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을 실감케 해준다.
창가로 햇살이 비출때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모닝커피를 한잔씩 나눠주고, 뒤이어 담요를 수거해 간다. 6시경 족자역에 내리자 수없는 릭샤꾼들이 몰려들어 어디가냐? 호텔잡았냐? 식당갈래? ...... 모처럼 나타난 먹이떼를 놓칠세라 수도없이 달려들어 호객행위를 한다. 일단은 숙소를 잡아야 되는데, 역앞에 숙소들은 대부분 20~30만루피다.
뒷골목으로 가면 말리오브르(JI Malioboro) 거리가 있다. 약 1킬로미터에 걸쳐서 저렴한 숙소들이 들어서 있다. 바로 옆이 소스르 위자안(Sosrowijayan) 이다. 큰 길가로 쇼핑센타 및 시장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몇군데를 돌아다녀봐도 모두 똑같은 상황이다. 뒤지고 뒤진끝에 역 앞 한블럭 더가다 보니 여행자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숙소비용도 저렴하다. 펜룸 5만~10정도다. 일단 기력이 딸리다 보니 여러군데 다닐 형편이 못되어서 인근에 있는 Karunia 호텔로 들어가서 1박75000원에 방을 잡고 여장을 풀었다.
일행중 두명은 피곤하다며 오전을 쉬고 싶다고 해서 방에 남겨두고, 방랑끼가 많은 형하고 난 시내 시내구경에 나선다. 길지않은 골목에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들이 모두 갖춰저 있고, 중간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들어가보니 마침 쉬는 시간이다. 학교 앞에는 리어커에 불량식품을 파는 가게들과 노점상 몇군데가 코묻은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아이들 모두들 1000루피씩을 들고와서 군것질을 하는 것이 내가 어렸을때 했던 그 모습이다.
막상 나와보니 날을 덥고, 잠은 못잔 상태라 무리하게 돌아다니기에는 컨디션이 영 아니다. 큰길가에 쇼핑쎈타에서 시원한 에어켄 바람을 쐐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지도를 펼쳐들고 새시장을 가 볼까 하고 시장 근처에까지 가긴 갔는데, 현지인 왈 조류독감땜에 위험하니까 가지마라, 대부분 가게들도 문을 닫은 상태다. 우리가 가는 것을 극구 만류하는 것이다. 자기들에게 이권이나 이득도 없는데, 말리는 것을 보면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일단 새시장 가는 것을 포기하고, 술탄으로 갈려고 물어보니 이슬람 휴일이라서 그곳도 문을 닫은 상태란다.
오는길에 대형 수퍼마켓에 들러 열대과일 몇가지를 사서 숙소에 와보니 한숨 푹주무셨는지 밝은 얼굴들이다. 과일로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쁘난바난에 가기로 하고 차량을 섭외했는데, 호텔앞에 새워진 차를 20만루피에 합의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 멀지 않는 거리다. 버스로 가도 두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쯤 될까? 하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또 버스 갈아타고 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차를 렌트한 것이다. 인원이 4명이다보니 그것이 그것이다. 크게 차이가 없는 듯 보인다.
시원한 에어켄차로 한시간 쯤 간곳이 쁘난바난이다. 입장료 외국인11$ 현지인 무진장 쌈, 억울할 것 은 없지만 웬지 당한느낌이 든다.
하지만 힌두사원의 대표적인 유적인데 이곳을 입장료 비싸다고 안갈 수 야 없지 않은가? 이곳은 어떤 거인과 공주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담긴 전설이 있기도 하다.
비록 전설에서처럼 1000개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프람바난 사원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할 만한 유적이라고 볼 수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왓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 우선 규모에 있어서 상당히 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사원이라고 하니 기대 만빵으로 가보는 수밖에, 보로부두르 사원과 쌍벽을 이루는 족자카르타의 유명한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전설 속에서는 1000개의 신전이 프람바난 사원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크고 작은 신전들이 몇 개 없어 보인다. 그마저도 지금은 대부분 무너진 채로 복원되지 않아 사원 중앙을 제외하면 세월의 물결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잔해들뿐이다.
이곳을 가고자 한다면 여행자 거리에서 페케지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인원이 만다면 차를 렌트해도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싼값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유적지에 도착하자 몇 명의 여성들이 접근해 온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일 것이다. 처음질문이 그렇듯이 어디서 왔냐? 어디어디 다녔나? 그 여인네들은 20대후반 30대 초반의 골드미스들이다.
자카르타에 살면서 휴일이라 놀러왔다고 한다. 잔디밭에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우리 숙소명함을 건네주면서 놀러오라고 하니까 흔쾌히 승낙이다. 생긴 것을 평하자면 썩 호감가는 상들은 아니다. 단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의 발동이라고 해야 할까? 뭐 그런정도다. 유적을 감상하는데, 가이드 수업을 받고 있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아마도 가이드 실습 나온 모양이다) 이 우리에게 접근해온다. 자기들이 가이드를 해주겠다면서... 뭐 무료로. 실습기간이니까. 그리고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된단다. 즉 실습생에 대한 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불러주는데로 엑설런트하고 매우 친절하고, 등등
그중에 대학교 3학년생(관광가이드학과)인 에르나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에르나의 동네는 족자에서 두 시간가량 가는 시골마을이다. Ampel Boyolali 라는 곳으로 솔로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일단 일 끝나고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음날 에르나 집에가서 1일 홈스테이 하기로 애기가 되었다.
무의미하게 보면 돌멩이 많은 곳 둘러보고, 다시 시내로 들어와서 슈퍼마켓으로 갔다. 오늘저녁은 수육에 된장국을 끓여먹기로 하고 시장을 보는데, 이곳은 돼지고기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소고기와 맥주 과일들을 사서 나오는데, 버너 연료인 휴발유가 없다. 삐기비슷한 녀석이 오길래 주유소를 물어보니 한참 멀다면서 필요하면 자기가 사다준단다. 1리터에 5000루피, 빈병을 주면서 1리터 사오면 1만루피 주께 사와라 하니까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다녀온다. 채 5분도 안되어 사오는 것이다. 녀석 5분만에 500원 벌었다.
숙소에 들어와서 저녁에 올 손님들을 위해서 소고기 수육을 삶고, 된장찌개도 맛있게 끓여놓았는데, 이 아기씨들 된장국 맛을 보더니만 더 이상 숟가락질을 멈춰버린다. 시장에서 두부도 사오고 마늘도 사다가 정성껏 만든 것인데.......... 아가씨들은 쳐다만 보고 우리들은 허겁지겁 된장국에 밥말어 먹고........ 참 신기했을 것이다. 여행와서 버너 가지고 숙소에서 밥해먹는 사람들이라니...............
이들과 헤어지고 맛사지나 한판 받아볼 요량으로 맛사지샵에 가서 발맛사지 한시간(3만루피) 받는데, 일행들 술한잔 한탓에 얼마나 시끄러운지 ...... 우리들 중간에 낑겨서 맛사지 받던 호주 할배, 성질도 좋지 그 시끄러운 곳에서 끝까지 맛사지 다 받고 간다. 난 솔직히 민망해서 죽을지경인데, 두분의 형님들 어찌나 재밋게 애기를 하시는지 말릴 수 도 없고.... 환장하겠더구먼.
어렵사리 시간이 흘러 숙소에 와있는데, K형님이 시내나 한바뀌 돌자면서 나를 앞장세워 나가신다. 길거리 포장마차 옆에 10여명의 처녀총각들이 자리를 깔고 맥주 두병을 놓고, 한참 재밋게 놀고 있는데, 이형님 그 앞에 서더니만 노래한가락을 뽑는다. 난 옆에서 손바닥으로 목탁을 치고, 드디어 이 학생들하고 합석을 하게 되어 두어시간이나 재미나게 놀고, 결국 이형님 보리밭을 열창하는 바람에 분위기 싹 가시게 만들어 버렸다. 주책도 유분수지 술먹고 흥 돋굴 상황에서 보리밭이라니?.......... 웬걸 연거푸 한곡 더하신단다. 이젠 봄처녀, 확 돌아버리고 싶었는데, 어쩌겠어 객지에서 나라도 거둬두지 않으면 미아될 것 같고, 비위 엄청 상한 노래 두곡 듣고 나니 술 확 깨버린다. 결국 그날 거기서 안경 잊어버리고 여행내내 안경땜에 불편을 감 수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