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hirnya, ke BALI ! (드디어 발리로!)
오전 10시에 발리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AEL(Airport Express Line 첵랍콕공항 가는 고속전철)역인 Tsing Yi역으로 갑니다. 로얄뷰호텔에서 칭이역까지는 셔틀버스로 20여분도 안 걸렸던 것 같군요.
천장에 깃털 같이 생긴 거대한 장식이 인상적인 칭이역은 무지 새삥이고 쾌적하고 깨끗하고... 시내 중심부가 아니고 토요일 아침이고 해서 그런지 사람들도 없어서 더 여유로운 분위기이고 그렇네요.
칭이역에서 아기 단얼에게 우유 하나를 사 먹이고 옥토퍼스카드를 이용, AEL에 탑승합니다. 깨끗한 상태로 운행 중인 AEL 열차는 무척 편리한 느낌이고 기분 좋은 승차감을 안겨 줍니다.
전광라인을 이용해서 얼마나 공항에 가까이 다 와 가는지 알려주는 눈금 서비스도 세심한 배려가 전해져 오는 듯 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앞좌석에 달린 볼륨을 조절하면 본인 좌석 머리받침대 부분에 있는 스테레오 스피커 볼륨이 조절됩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재밌고 실용적인 아이디어군요.
어제는 공항에 오자마자 급히 다음편 보딩패스 알아보고, 배가 고파 얼른 시내로 나갈 생각만 한 바람에 건축가 노먼포스터의 역작으로 평가 받는 이 훌륭한 공항의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아침 일찍 첵랍콕 공항에 도착하여 여유가 생겨 올려다 본 청사의 천장은 구비구비 거대한 물결이 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5분, 비행기는 홍콩 땅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child meal로 나온 아기 단얼의 기내식. 스틱형 감자크로켓과 아이들 메뉴답게 푸딩(너무 달았음)에 초코쿠키까지 주는 군요.
한 승무원이 와서 얘길해 주기 전까진 몰랐습니다, 우리 아기처럼 infant seat으로 탄 경우는 infant meal(거버이유식 병 달랑 하나) 밖에 먹을 수 없다는 것을.
항공권 예약시에 차일드밀 예약 받아 준 건 뭐냐고 여쭤보니 그건 동승하는 어른이 굳이 차일드밀로 달라고 한 걸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쩝... 결국 백동이 밥은 없다는 것!!! 커흑!!!
케세이퍼시픽을 타면서 기내식을 먹을 수 없다니!!! ㅠㅜ 입이 삐쭉삐쭉 울상이 된 백동이 궁디를 토닥토닥 두들기 주시며 어여쁜 승무원 언니가 챙겨 주신 어른밥... (^^;; 승무원 언니는 그냥 사실이 그렇다라는 말씀이었고 보통 기내식 여분을 충분히 싣고 다니므로 걱정 마라고 했었지요.)
오른쪽의 주황색 스틱은 이금기소스에서 나온 고소한 참깨드레싱. 굴소스와 두반장 말고 이런 달콤고소한 소스도 이금기에서 만드는 군요.
세시간여의 비행 끝에 나타난, 반갑다! 동남아 스딸 바다, 섬! Akhirnya, dalam BALI ! (드디어 발리에!)
이슬람국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에서 특이하게 힌두교가 득세한다는 발리. 발리스럽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왠지 발리스럽다는 느낌이 확 오는 공항의 면면입니다.
응우라라이국제공항(Ngurah Rai International Airport)을 나서면 나타나는 조각상군(群). 가이드겸 운전기사인 코코의 설명으론 힌두교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상들이라고 하는군요.
공항 입국장에서 "Paek & Kim" 이라는 푯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시원시원한 웃음으로 좋은 첫인상을 보여 준, 미리 예약을 해 놨던 Koko를 만나서 간 발리에서의 첫 일정은, Cafe Moka에서의 케익에 커피 한잔 브레이크였습니다.
발리에 오후 3시 도착, 입국 수속 등등으로 4시가 다 되어서야 코코를 만나게 되어서 무척 허기졌었거든요.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발리에서 입국수속은... 오후 시간이라는 때도 한몫한 것이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너무 허기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대가 도착편이 몰리는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하는 곳의 공항 입국 심사장이 왜 이리 좁은 것인지... 입국심사대를 꽉 메운 승객들의 줄이 도무지 줄어들 줄을 모르는 군요.
게다가 인도네시아 입국비자를 판매하는 곳의 줄이 입국심사 줄과 혼동이 되어, 인도네시아에 한번 와 봤던 우리 부부는 혼동스럽지 않았지만, 입국심사하는 줄인 줄 알고 비자 판매 줄에 온 가족이 다 같이 서 있다가 허탕치고 허탈해 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줄지 않는 차례를 기다리며 지리하게 서 있는데 일용이 닮은 이민국 직원이 근엄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우리 가족에게 다가 와 유모차에 앉은 아기 단얼을 휙 보더니만 다시 백동이를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딱 찍으며,
"You! Follow me!"
하고는 잘 따라오는지 확인도 안하고 훽 돌아서 성큼성큼 저 멀리 가버립니다. 이거, 백동이 고딩 때 사고 치고 학년주임이 달려와서, "너, 나 따라와!" 했던 거랑 완죤 같은 삘.
하지만 그 삘과는 달리 이민국 직원이 애기 한번 보고 따라와 한 건 우릴 새치기 시켜주겠다는 의미!?
호호호, 예상대로 단박에 도장 콱콱콱 찍어주시고 가라 캅니다. 우리 부부,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드로 변신, 뜨리마카시(Terima Kasi 고맙습니다)를 둘이 합쳐서 열번은 굽신굽신 던져 올립니다. 이민국 직원 일용이, 홍콩 느와르 배우마냥 무표정 일관, 손 한번 착 들어줍니다.
이리 하야, 우리를 원망, 시샘, 짜증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각국 (그 중에 애기 있는 가족들도 꽤 있었는뎅...)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겨우 응우라라이공항을 탈출합니다.
이번 발리 여행 내내 우리 가족의 주전부리 욕구를 채워주었던 커피, 케익 전문점 카페 모카. 발리 내 Seminyak, Canggu, Ubud 세군데 지점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스미냑점이 본점쯤 되겠습니다. 코코의 배려로 우리 가족은 그랜드슬램 달성! 상기 세군데를 다 찍어서 Black Forest라는 케익과 에끌레르 3종 세트를 싹쓸이.
사진은 우붓 카페모카. 모자이크 처리한 울퉁불퉁한 카페 테이블이 인상적입니다. 스미냑이나 우붓 지점의 경우 규모가 크고 손님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것인지 좀 덜 친절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짱구(Canggu) 지점은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습니다. 우리 가족이 있던 30여분 동안 오토바이 타고 케익 몇 개 사 간 서양커플말곤 손님 全無. 그래서 그런지 직원으로 있는 아저씨 두 명, 넘 친절하시고 살갑게 우리들을 대해 주십니다.
첫번째 방문한 짱구 카페모카를 나서면서 코코에게, 이 카페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 라고 물었더니... (여기서 코코의 사려 깊음에 처음으로 감동 먹었으니...) 우리를 척 보아하니 케익 꽤나 먹게 생긴 가족인데, 스미냑 지점으로 가면 사람도 많고 여유롭지도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짱구 지점으로 우리를 모셨다나? 뭐 따나롯 사원 가는 길에 더 수월하게 들릴 수 있어서 이 곳으로 왔을 수도 있지만, 여튼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이렇게 말해 주니, 참 고맙더군요.
말로만 듣던 발리 커피를 여기에서 처음 먹어 봄. 좀 강한 편이지만 달콤한 케익이랑 먹기엔 잘 어울렸습니다.
치즈케익은 열라 비비추. 카페모카에서 먹은 것 중 유일한 비추 메뉴. 척 보기에도 조직이 성겨 보이고 촉촉함이 덜해 보이던데 그래도 치즈케익이 넘 땡겨서 시켰는데, 보이는 그대로, 입안에서 산산히 흩어지는 빵가루여-!
여러 메뉴 중에서 열라 강강츄, 에끌레르 3종 세트: 화이트, 초코, 캬라멜. 매우 수작 에끌레르입니다. 사 뒀다가 호텔 냉장고에 넣어 놓고 밤에 하나씩 꺼내 먹어도 밤참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캬라멜 에끌레르는 좀 맛이 떨어지긴 했지만.
일단 카페 모카에서 급한 불(허기) 끄고... 이어지는 오늘의 일정은 Pura Tanarot (따나롯사원) 가서 노을 구경, 그리고 스미냑에서 식사, 그리고 숙소인 올시즌즈 르기안 체킨입니다.
발리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따나롯사원의 주차장과 입구는 완죤 도떼기시장-!
따나롯사원의 입구에서 진짜 바닷가의 사원까지 가는 길은 갖가지 기념품이나 그림을 파는 가게들, 간이 식당, 그리고 간간이 근사해 보이는 식당들로 이어집니다.
설렁설렁 그림에서만 보던 따나롯사원을 배경으로 한 노을을 즐기다 오려고 간 것인데, 시간 맞춰서 딱 잘 온 것 같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고 점점 고도가 낮아지는 햇빛은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의 살갗 앞에서 하얗게 부서집니다.
따나롯사원과 해변 주변으로 올라가는 길가엔 이렇게 몇몇 갤러리나 화가들의 작업실 같아 보이는 곳들이 있고 그림을 내다 팔고 있습니다. 이번 발리여행에서 기필코 그림 하나를 사 가기로 한 우리 부부.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 바로 옆이다 보니 괜히 비싸게 살 것 같아 여기선 일단 참습니다.
곳곳에 이렇게 사원임을 보여주는 갖가지 신당이라든가 조각상 같은 것들이 놓여져 있어서 사롱도 두르지 않고 다니지만 이곳이 엄연한 사원 구역임을 알려줍니다.
마치 추암해수욕장에 동해 일출을 보러 모인 사람들 보는 것 같군요.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여유롭게 산책 겸 와 본 것인데 예상대로 "충격적"일만큼 아름다운 일몰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강화도 낙조보다 못할 지언정, 하루종일 있었던 분주함을 잡아 끌어내리며 어둑어둑한 보자기 덮어가는 해 지는 풍경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항상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차분히 끌어내리는 힘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던 것 만큼 신비스러운 느낌의 아름다움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리 발리에 왔어 라는 기분 십분 들게 하는 훌륭한 첫번째 관광지 선택이었다고 자평하며 어둑어둑해지는 따나롯 사원을 나섭니다. 께짝댄스 공연은 별로 취미 없어서 가볍게 스킵합니다. 저녁 먹으러 가야지요.
저녁식사는 스미냑 먹자 거리(?)의 그리스식당 Mykonos 입니다. (스미냑의 Jalan Oberoi상에 여러 식당들이 있습니다.) 지도상으론 많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 같았지만, 밤에 가서 그런건지 몰라도, 꽤 긴 구불구불한 거리에 식당들이 여유롭게 공간을 두고 길 양편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밴쿠버에 있을 때 Davie St.의 유명한 그리스 음식점 Stepho's Greek Taverna에서 긴 줄을 마다 않고 기다렸다가 저렴한 스블라끼나 삐따, 깔라마리 튀김으로 배를 채웠던 추억에, 이 식당을 잘 모르는 코코에게 굳이 여길 가달라고 졸라서 갔지요.
우선 mixed fruit 쥬스로 목을 축입니다. 예상대로 걸죽하고 푸짐한 양, 굳입니다요.
일단 푸짐한 삐따로 배를 채워야 겠죠.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될 거라 생각해서 시킨 Mykonos Gyros (자이로=삐따의 일종). 역시 푸짐한 양, 고소한 맛이 텅빈 배를 부담없이 채우기에 최적.
이런 게 있는지조차 처음 본 음식, Calamaria Rizi. 말 그대로하면 "오징어밥"이겠네요. 오징어 속을 밥과 시금치, 회향으로 채워서 오븐에 구워낸 후 토마토소스를 버무린 것인데, 그리스식 오징어순대라고 하면 딱 맞겠군요.
시금치와 회향(dill), 마늘로 양념한 쌀밥에 오징어 내음이 촉촉하게 스며들어서 딱 씹는 순간 마치 김에 볶은 밥 같은 맛이 나면서 우리 입맛에 딱입니다.
여기에 신선한 채소 위 페따치즈를 뿌린 그리스식 샐러드까지...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게다가 붙임성 있고 친절한 종업원들도 인상적이었던,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었지만 결국 시간이 없어 못 가본 아쉬움도 남는 식당이었습니다.
(http://www.mykonos-bali.com/)
숙소인 올시즌즈르기안 체킨 후 코코를 다시 졸라서 까르푸로 고고씽! 전세계 공통 대형할인마트에 와서 카트에 아기를 태우고 편하게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당장 먹을 맥주나 쥬스, 과자, 똥값 망고(왤케 싸!!!???)를 쇼핑하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가 발리인가 착각이 드는군요.
아침엔 홍콩에서, 오후엔 발리의 사원을 갔다가 그리스 식당에서 저녁 먹고 밤은 서울 어느 대형마트와 진배 없는 까르푸에서... 참 다채로운 하루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