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16 보로부두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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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16 보로부두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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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0대 중반으로 중학교 1학년인 막내와 둘이 인도네시아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2005년 1월 5일 출발하여 자카르타 - 족자카르타 - 발리 - 방콕 - 인천으로 1월 25일 귀국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보로부두르사원의 벽화


벽화는 2층에서 보게 되는, 3층 바깥쪽 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부처’라고 생각되는 신상(神像)이 설법하는 자세가 계속되는데, 그 모양이나 표적, 손에 잡고 있는 신물(神物)들이 각양각색(各樣各色)으로 같은 것이 없다. 몇 장을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비교해 보아도 어디에선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다못해 ‘얼굴에 살이 오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지고서라도 차이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조각가의 개성(個性)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계획된 의도(意圖)로 봐야 할까. 이러한 개별 상(像)에서 계속해서 차이를 두어가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감안하면, ‘보로부두르’사원의 벽화조각은 수많은 석공들이 한 가지씩 맡아서 동시에 조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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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설법을 하고 있다. 앉아있는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곳인데 그 모습이 '빠웬사원'의 모습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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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물위에 서서 설법을 하고 있다. 부처님의 뒤쪽 물속에 '이무기' 2마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벽화는 각각의 그림이 독립되어있는 것도 있지만, 몇 개의 그림, 또는 한 벽의 벽화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고 있는 듯한 것도 있다. 다만 내 스스로 그 ‘스토리’를 찾아내기에는 나의 지식이 너무 짧고,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을 구하지도 못해 스치듯 지나가기만 하자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편하고 싶은 마음에, 누군가 좀 더 학구적(學究的)이고 지적(知的)인 사람이 이곳 ‘보로부두르’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 정도 되는 안내서를 펴내주었으면 하는 바래움만 가득 찼다. 특히 ‘시공사(時空社) - 특정 출판사 선전의 목적은 없음 - 에서 펴낸 책정도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네 개 층을 한층 한층 올라가면, 시야가 확 트이며 최상층에 다다르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스투파(塔)다. 주변에 3단으로 도열해 있는 작은 스투파의 옹위(擁衛)를 받으며, 가장 중앙에, ‘보로두부르’의 정점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아래 작은 스투파들이 빙돌아가며 둘러싸고 있다. 작은 스투파들은 모두 다이아모드형의 광창(光窓)이 4단으로 투각(透刻)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그 속에는 부처님이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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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트이면서 보로부두르를 감싸고 있는 산이 훤히 보인다. 저 산너머로 해가 진다.


모든 스투파들은 완전한 형태로 있는데, 유독 그 중 하나만 위 뚜껑을 열고 상반신을 드러내놓고 있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중생(衆生)들을 위하여 밝은 햇빛아래 실체를 드러내 놓으신 부처님의 배려인가보다. 그런데도 모든 중생들은 가려져있는 부처님의 투각(透刻)된 창을 기웃거리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여기에 올라와 스투파 속에 앉아계신 부처님의 발가락을 만지면 복(福)이 온다는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발 더 나가서, 남자는 왼쪽이라나? 뭐라나…. 부질없는 욕심을 한바탕 웃어주고 싶지만 나도 엎드려 광창(光窓)속으로 팔을 집어넣는 것은 어이된 까닭일까? - 로또 복권만 당첨 돼봐라, 내 이 앞에다 집을 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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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두부르 최상층의 스투파와 일광욕하시는 부처님


‘보로부두르’ 상층에 있는 이런 형식의 스투파를 ‘스리랑카형(形)’이라고 통상 부르고 있다. 아직 스리랑카를 가보지 못했으니 무어라 할 말은 없지만, 아마도 스리랑카의 불탑(佛塔)은 모두 이런 모양을 하고 있나 보다. 그러나 그림에 보기에는 인도 ‘아쇼카’왕이 부처님의 불사리를 보관하기 위해 전국에 8만 4천개를 쌓았다는 ‘아쇼카 스투파’의 모양이 이런 ‘스리랑카형(形)’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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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는 '머라부' 화산의 단아한 모습이 보인다.



최상부에 오르니 주변의 경관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보로부두르’의 정상에서 보는 일출(日出)이 멋있을 것 같기도 했다. -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일몰(日沒)은 그렇게 멋있을 것 같지 않았다. - 특히 활화산으로 화산연기를 길게 늘이고 있는 ‘머라피 merapi 화산’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언제 다시 활동을 시작할지 알 수 없는 ‘ 머라브 merbabu 산’의 매끈하고 날렵한 허리가 매력적이다.


별안간 울리는 기계 소음에 놀라 무슨 일인가 찾아보니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고압분무기로 강한 물살을 뿜어 스투파 벽에 낀 쓰레기를 남김없이 뽑아내고 있다. 이곳에 올라와서 ‘무척 깨끗하다.’하고 느꼈는데 이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는 까닭이었다. 하기야 인도네시아 최고의 유적지라고 할 수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귀중한 것이니 아끼고 보호해야 하겠지만, 고압분무기 청소는 조금은 ‘심하다’라고 생각되었다. 인도네시아에도 문화재관리자가 있으니 이런 저런 것 모두 계산해서 하겠지만 고압물청소란 하는 편이 하지 않는 것보다 손상을 주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혹시, 아래층에 있는 벽화 조각도 저렇게 물청소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옛날, 석굴암 방수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본존불에 이끼가 끼어 정기적으로 고압스팀으로 세척을 했다. 아, 왜 그런 짓을 했었을까….’하고 탄식하신 삼불(三佛) 김원룡(金元龍) 선생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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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소중 - 고압 물줄기를 대 스투파에 쏘아대고 있다



나가는 길은 들어오는 길과 다른 쪽으로 되어 있다. ‘보로부두르’가 서있는 언덕을 내려가면, 뭐 이상한 이정표가 서 있다. 호기심은 갔지만 5시에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10시가 된 지금 왼쪽으로 ‘몇 백 미터’는 마치 ‘킬로미터’같은 무게로 다가왔다.


그냥 출구를 향해 가는데, 출구 바로 앞에 ‘보로두부르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도 무료다. 오히려 안에는 뜨거운 햇빛도 적당히 가려지고 분수도 있고, 시원했다. ‘보로두부르’에서 수습한 유물들을 유치한 수준으로 전시해 놓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박물관 중앙에 마련된 ‘홀’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중앙에는 악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맞아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한곳은 ‘보로부두르’의 사진을 전시해 놓고 있다. 처음 유적이 발견되기 전, 폐허의 사진에서부터 유적을 발굴하여 복원해 가는 과정과, 이 과정에 도움을 주고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곳이 가장 흥미로웠다. ‘보로부두르’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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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를 오르내리는 계단의 문은 '아치 - 무지개다리'형식으로 되어있으며 그 위에 귀면을 새겼다.




-- 다음은 보로부두르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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