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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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으로 돌아가다...

고구마 3 3189
발리 동부의 작은 마을 티르타강가와 역시 동부의 해변인 찬디다사에서 각각 하루를 머물고 난 뒤, 우리는 우붓에 도착했다.
내가 우붓에 며칠이나 있었던가... 고작 5일 정도 있었을 뿐인데 이곳에 가까워질수록 편안해 지는 이맘은 대체 뭐람.... 알 수 없군...
티르타강가의 수상 궁전(굳이 말로 옮기자면 이렇지만, 그냥 물 많이 흐르는 공원 정도...)과 완벽한 전경을 자랑하는 계단식 논.....
그리고 찬디다사의 평범한 해변(이곳은 검은 모래가 아닌 백사장이다, 발리에서 흰 모래를 보니 어찌나 생소하던지...)들은 그럭저럭 가벼운 감흥을 안겨다 주었다.

<따만 티르타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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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타강가 근처 아방에 있는 계단식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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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디다사는 해변이 콘크리트로 단절 되어있고 앞 바다엔 방파제가 여러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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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디다사에서 가까운 발리 원주민 마을인 텡가난을 방문하였다. 마을 아저씨로부터 설명을 듣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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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논두렁 전경을 보고 티르타강가로 돌아오는 길의 양옆으로는 군데군데 도로 개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더운 날씨에 등을 구부린 채 일하는 인부들을 바라보며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거기에는 불과 10살도 채 되지 않았음이 분명한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자기 키만한 삽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설마... 지금 저 애들 저기서 놀고 있는 거겠지... 저렇게 조그만 애들이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애들은 분명히 공사 일을 하고 있었다.
신체 멀쩡한 마을 청년들은 동네 어귀에서 베짱이처럼 딩가딩가 놀고 있두만...
작고 가느린 까만 팔에 어울리지 않는 큰 돌을 부여잡고, 하나하나 구덩이에서 길가로 옮겨 놓거나 삽으로 흙을 조금씩 퍼 올린다.
어리게는 8, 9살 많게는 열 두어 살 정도의 작은 아이들... 이곳 발리의 현지주민들의 실제 삶은 어느 정도 수준인걸까...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꽤 부자 지역에 속한다는데, 저 작은 어깨에 지워진 짐도 덜어내 줄 수 없을 정도인가... 아니면 고아들인 걸까...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중 한 소녀가 돌을 내려놓고 손을 입에 갖다 대더니 후~ 날리며 내게 키스를 보낸다. 흔히 빠지기 쉬운 여행자의 싸구려 감정으로 도배한 채, 이 장면을 감상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마음이 찡해졌다. 가슴에 낙인이 찍히듯, 아마도 오랫동안 그 작은 소녀의 키스가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볼 때는 그냥 놀라서 멍청히 바라보지만 않고, 그 작은 목의 갈증을 덜어줄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주어야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지...
아무튼 우리는 우붓으로 돌아왔다. 우붓은 우리 같은 백패커도 흔쾌히 안아줄 만큼 풍요로운 곳이다. 우리는 여러 개의 반찬을 얹은 나시 짬푸르로 배를 불리고 요왕은 맛사지 받으러 ‘신난다~~’ 하고 꽁무니에서 불을 뿜으며 방을 뛰쳐 나갔다.
하지만 이곳도 여행자를 허수아비로 보는 못된 장사치들은 있기마련.... 나시 짬푸르 값을 조금씩 더 얹어 받거나, 10개 4,000~5,000루피인 닭고기 꼬치(사떼라고 불리우는 이 잘잘한 고기조각들... 10개 래봤자 40그램이 될까 말까하다...)를 "이찌 망”이라며 천연덕스레 두 배의 가격을 요구한다. 5,000 만 던져줬더니 뭐라고 웅얼대며 챙기는 모습이라니...
욕 얻어먹고 다시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팔수 없는 것 보단, 그냥 정직하게 두 번 세 번 팔아 치우는 게 더 속편하지 않 수...? 하긴 이런 류의 못된 장사치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너무 불평은 하지말자. 어수룩한 사람은 어디가나 트릭의 대상의 되니까... 이런 잔잔한 일로 발리사람들의 진면목을 못보고 넘어가서는 안 되겠지...
이제 여행도 중반을 넘어서고, 아직도 가야할 곳들은 많이 남겨져 있다. 브사끼 사원, 베뚜르 호수지역, 남서부의 해변인 스미냑, 꾸따, 르기안, 짐바란, 그리고 누사 렘봉안과 사누르, 누사 두아까지...아~~ 이제는 약간씩 집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3 Comments
한마디 2004.07.16 14:51  
  어여~~얼렁~얼렁~ 돌아 오세여~
집이 젤 편하고 좋아여....--:::
돌고래 2004.07.17 14:15  
  올만에 들어 왔더니 그리운 발리에 가 있네,,,
롬복도 들러서 오면 좋을텐데...
영아 2004.07.31 03:30  
  언니.. 여행 건강히 잘 하고 계신가요?
이것저것 힘드신것도 많을텐데..편한여행은 아닌지라.. 걱정도 되네요..
보면서..단한번이었던 몰디브 신혼여행이 생각나 눈물나네요. 그래도 이렇게 여행다니는 언니오빠가 부러워요..
참.. 외할머니가 많이 아푸세요.. 백혈병이시래요..
그전에 아푸시던게..다 그때문이라네요...
언제 여행 잘 마무리 하시고..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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